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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84화 (18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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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정도로 막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으면 못 알아챌 수가 없지.”

    “하핫, 그렇습니까?”

    나와 똑같은 얼굴.

    하지만 전혀 다른 눈빛으로 미소를 흘리는 정체불명의 인물은 기이함 그 자체였다.

    “아르비스 대공께선 이 기운을 느낄 수 있군요. 과연 마법의 세계에서 온 존재랄까요?”

    녀석은 마나와 비슷하면서 묘하게 다른, 능력자들 특유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만난 어느 능력자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농도와 양이어서 신족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게 창조주와 함께 있던 여성 신족과 느낌이 매우 흡사했다.

    “온 우주에 넘치는 충만한 기운, 하지만 이것을 느끼고 사용하는 자는 지구에서도 선택받은 능력자란 인간뿐이더군요.”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본래의 기운이다.

    마나가 가이아의 기운이라면, 녀석이 품고 있는 것은 유니버스의 기운.

    조금씩 확장하곤 있지만 아직까지 지구와 그 주변에만 한정된 마나와 달리 온 우주에 퍼져 있는 이 세상의 기본 요소이다.

    “외계인인가?”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적어도 태생이 지구는 아니니까요.”

    카트리아 입장에서 마법이 언노운의 힘이지만, 헌터의 능력도 언노운의 힘이다.

    지금까지 만난 우주의 다른 종족은 모두 이 언노운의 힘을 다루지 못하거나 힘이 미약하여 과학에만 의존했지만, 이 외계인은 달랐다.

    단독으로 신족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족은 아닌 게 분명하다.

    현재 유니버스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은 내게 신족이 달려들 이유가 없으니.

    아마도 녀석이 일전에 창조주가 말한 예상치 못한 이레귤러인 듯하다.

    나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

    “곱게 죽진 못할 거다.”

    “애석하지만, 제 목적은 당신이 아니라서요. 이곳에서 쓰러질 순 없습니다.”

    “잘도 말하는군.”

    이 이상 길게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겠지.

    지금 국부은하 연합의 함대에 내가 없어선 안 되니.

    나는 문뜩 양전자포를 이용한 저격과 딸의 안전을 위해 지구로 오게 된 것이 모두 녀석의 유도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녀석의 목적은 뻔하다.

    국부은하 연합의 함대와 떼어놓고 날 붙잡고 늘어지는 것.

    내 함대의 전멸을 바라고 있었다.

    더불어 지구란 무대는 시간 끌기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이다.

    분명 이 행성을 인질 삼아 전투를 질질 끌어갈 것이 뻔하니 말이다.

    “저의 이름은 마이닝. 아무로쪽 잘···.”

    여유로운 자기소개.

    하지만 녀석의 페이스에 어울려 줄 의리는 없다.

    “죽어!”

    나는 질질 끌 것 없이 바로 언령을 사용했다.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가고 동시에 마이닝이라 이름을 댄 녀석에게 내 힘이 깃들었다.

    “뭐 하신 건가요?”

    그러나 마이닝은 너무도 쉽게 언령을 튕겨냈다.

    영혼을 가진 생명이 내 언령을 이렇게 가볍게 흘리다니, 공격을 가한 나는 크게 놀랐다.

    “너 뭐야? 사람이 맞긴 한 거냐.”

    지구에서 사람은 인간을 뜻하는 단어기도 하지만, 지금은 사고 능력을 가진 고등 생명체를 뜻한다.

    “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녀석이 허공으로 떠올랐고, 나는 바로 녀석을 억류하며 공간이동을 시도했다.

    “그렇겐 안 됩니다.”

    하지만 녀석은 공간이동 마법을 파훼했고, 손위로 중성자 에너지를 형성했다.

    푸른 빛을 띠는 공 두 개가 쌍성처럼 회전하며 덩치를 키워간다.

    그것이 중성자탄과 같은 원리임을 깨달은 나는 곧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투웅.

    그에 중성자로 이뤄진 공 두 개가 소멸하며 작은 충격파를 토했다.

    나는 마력으로 녀석을 포위하고 두터운 결계를 만들어 가둔 후, 하늘을 향해 날렸다.

    하늘로 솟구치는 광속탄.

    마이닝은 순식간에 구속을 풀었지만, 이미 주변의 풍경은 우주가 된 다음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달보다 지구가 가까운 거리였고, 발아래에 지구가 펼쳐져 있었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녀석은 같은 수를 반복하려 해도 통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합니다. 마법은 완전히 기본 상식을 초월하는 힘이군요. 아니, 이건 마법의 힘이라 칭하기보단 아르비스 대공님의 힘이라 해야 할까요?”

    정말 말이 많은 놈이다.

    지구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졌으니. 힘을 아낄 필요는 없다.

    시간을 끌면 좋을 것이 없으니, 나는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말씀이···. 큭!”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인 녀석은 또 내 신경을 건들려 했으나, 갑자기 주변 공간이 종잇장처럼 구겨지자, 마이닝은 눈을 부릅뜨며 저항했다.

    녀석은 힘싸움을 벌이다가 이대론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공간이동을 시도했다.

    퉁!

    “젠장!”

    사람의 탈을 쓴 마이닝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녀석의 공간이동을 방해하며 블랙홀을 생성시켰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아도 블랙홀은 개인이 생성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마이닝을 중심으로 공간이 수축되기 시작했다.

    이어서 녀석의 신체가 붕괴되고,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얌전히 지켜만 보지 않았으니.

    “커져라! 무너져라!”

    언령으로 블랙홀의 힘을 키우고, 녀석의 붕괴를 촉진시킨다.

    하지만 전투는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끈질기게 버티는 마이닝과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녀석은 블랙홀에 저항하며 끊임없이 세포를 재생시켰고, 나는 그것을 방해하며 더욱 공격을 집중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 공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빌어먹을.”

    내 쪽에서 먼저 공격을 멈추고 말았다.

    한 10평 될 법한 공간의 아주 작은 블랙홀에 3만km정도 떨어진 지구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구의 대기가 청소기에 빨리듯 길게 꼬리를 늘어뜨린 것을 보며 혀를 차며, 즉시 원상복구 시켰다.

    “크악!”

    마이닝은 엉망이 된 몰골을 수습하기에 앞서, 지구를 향해 중성자탄 수십 개를 날렸다.

    나와 직접 싸우기보단 지구를 인질로 괴롭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쓸데없는 짓이었다.

    푸른 지구를 향해 무섭게 날아드는 중성자탄을 가볍게 요격하며 녀석을 공격했다.

    수백 수천 발의 칼날이 마이닝을 난도질했다.

    스스슥!

    하지만 그의 몸이 양자화하듯 흐릿해지더니, 안개처럼 흩어져 내 주변을 포위했다.

    콰아앙!

    나는 신경질을 부리며 크게 손을 휘저었고, 안개가 되어 흩어졌던 마이닝이 다시 사람의 형태를 갖추며 튕겨졌다.

    마이닝은 무섭게 날아가 떠돌이 소행성에 틀어박혔다.

    “큭, 무섭군요. 무서워요.”

    충돌에 의한 충격으로 세 조각으로 부서진 소행성은 내 손짓에 분자 단위로 흩어졌다.

    그리고 박수를 치자, 가루가 된 소행성의 잔해가 마이닝에게 달라붙었다.

    “초조함이 느껴지십니다.”

    실컷 당하고 있으면서도 마이닝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이어서 보이지 않는 기운이 지구에 깃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만 좀 해라, 이 새끼야.”

    그것은 분명 녀석의 공격일터.

    아마도 쏘아 보내는 형태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니, 해당 좌표에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 공격인 모양이다.

    나는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그 기운을 상쇄했다.

    그러나 그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나는 이를 갈며 녀석의 공세를 일일이 파훼했다.

    마이닝의 공격이 효과를 나타내는 일은 없었지만, 내 기운과 충돌하면서 지구 곳곳에서 거대한 푸른빛의 확산이 눈으로도 감지 되었다.

    아마도 지구에 있는 사람들도 지금 어떤 이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쿵!

    “큭!”

    그런데 느닷없이 배 아래에서 섬뜩한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복부를 뚫고 나온 새하얀 금속 덩어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핫!”

    녀석은 기분 좋게 웃음을 흘리고 나는 이를 갈며 그 금속을 갈아 없앴다.

    처음으로 허락한 유효타.

    즉시 회복을 했지만, 방금의 공격이 어떤 식으로 이어진 건인지 정확하게 파악을 못 한지라 표정을 굳혀야 했다.

    지잉.

    그때 내 손목에 걸린 팔찌에서 신호가 왔다.

    워프 통신인 것 같은데, 아마도 전투가 일어났다는 연락인 것이다.

    지금 이런 곳에서 시간을 뺏길 여유가 없는데.

    전투에선 내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도 상황은 녀석의 계획대로였다.

    이렇게 곤란함을 느낀 것이 얼마 만이란 말인가.

    마도황제를 스승으로 두고 그로 인해 각성하게 된 이후 항상 계획대로만 상황이 흘러갔는데.

    나는 완전히 본래의 모습을 복구한 마이닝을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왜 웃는 거죠? 지금의 상황은 당신에게 그리 좋지 않을 텐데요?”

    녀석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에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고, 탐탁지 않은 표정의 마이닝은 나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서 고중력이 사방에서 나를 압박했다.

    보면 볼수록 마법과 흡사한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녀석은 공간이동 방해를 뚫고 등 내 뒤에서 나타났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마력 가시들이 솟아나 녀석을 꿰뚫었다.

    하나하나가 앱솔루트 쉴드 조차 뚫어버릴 막강한 공격력.

    푹!

    마이닝은 무심히 내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손을 뻗었다.

    녀석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안개가 되어 다시 한 번 나를 덮쳤다.

    “아.”

    내 옷과 피부에 달라붙는 가루들.

    그제야 나는 조금 전에 허용한 유효타의 원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해당 가루들이 팽창한 것이다.

    완전히 질량보존의 법칙을 무시하는 공격이었다.

    그리고 양자화라 생각했던 안개를 이루는 가루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나노머신처럼 말이다.

    콰아아앙!

    나를 중심으로 발생한 핵폭발이 강력한 열기를 토하며 가루들을 집어삼켰다.

    고열도 고열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EMP 충격파에 녀석의 움직임이 살짝 둔해졌다.

    아주 찰나였지만, 정신계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던 녀석의 정체를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노머신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나노머신이었던 모양이다.

    결국은 녀석도 과학의 산물이었다.

    단지 능력자의 기운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과학의 산물 말이다.

    더불어 지구로 오기 전 우리 함대를 공격했던 카트리아식 무기를 떠올리며 이 녀석의 정체와 목적을 유추해냈다.

    “자카루스와 관련이 있군. 그렇다면 네 목적은 카트리아를 향한 복수인 거고.”

    “편한 대로 생각하시길.”

    세포처럼 녀석을 구성하는 나노머신은 손실속에서도 계속 증식했다.

    마이닝은 다시금 지구를 향해 공격을 이어나가려 했지만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녀석의 몸이 안개화되었다.

    “무슨?”

    놀란 표정을 짓는 마이닝.

    그야 그럴 것이다.

    이 상황에 안개화는 녀석이 하려던 행동이 아니었을 테니.

    아무리 사람인 척해도 어차피 마이닝은 영혼도 의지도 없는 기계.

    그렇다면 모든 움직임은 중앙통제 시스템의 신호에 따라 이행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 그 신호를 엉망으로 만들면 되는 일이다.

    지금부터 수 분 전에 있던 모든 신호를 수집하여 일시에 발산하면, 녀석의 명령은 한 개가 아니게 된다.

    “신호야 암호방식을 바꾸면 그만입니다.”

    마이닝은 곧바로 태세를 정비했지만, 한번 파훼법이 밝혀진 이상 이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나는 그 바뀐 암호를 새로 수집해서 보내면 되는 것이니.

    “큭!”

    녀석의 몸이 일관성 없게 버벅거렸다.

    우습게도 능력치는 신에 가깝지만, 의지를 지니지 않은 기계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끝내자.”

    나는 방해 없이 광역 텔레포트를 사용했고, 태양계 밖에서 다시금 블랙홀을 생성했다.

    “지, 지금의 저를 없앤다고 끝이 아닐 겁니다.”

    노이즈가 잔뜩 낀 목소리.

    그러나 알아듣는 데 문제는 없었다.

    “왜, 백업이라도 존재 하나 보지?”

    내 물음에 녀석은 입꼬리를 씰룩였으나, 이전과 달리 너무도 쉽게 블랙홀에 삼켜지는 바람에 대답을 듣지 못했다.

    *

    나만의 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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