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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79화 (179/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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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의 전함은 5000톤급부터 시작해 항모가 20만, 모선은 100만톤에 달한다.

그런데 전함의 덩치는 안드로메다군도 비슷했는데, 육중한 금속 덩어리 수천 개가 넓게 포진해 있는 모습은 장관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광활한 우주와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어? 형님, 저기.”

마그누스의 부름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언제 들어도 적응 안 되는 호칭이네.”

적이 될지 우호 관계가 될지 알 수 없는 적의 함대를 향해 나아가던 우리는 똑같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 형태의 실루엣 셋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지?”

“대화를 위해 나선 것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그렇겠지만.

든든한 전함을 두고 사람이 나서는 것을 보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건 개인의 무력이 높지 않다면 보일 수 없는 자신감이었다.

양측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고, 나는 그들의 특수한 복장을 보며 신기함을 표했다.

“전신 쫄쫄이에 헬멧이라니, 꽤 멋진데?”

마치 특촬물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

그런데 우스꽝스럽지 않고 상당히 멋스러웠다.

솔직히 꽤 취향이라고나 할까?

직접 맞이하러 나온 것을 보니, 잘하면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들은 우리 인간들과 다름없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다만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군청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녔으며 피부색이 옅은 회색이었다.

“웬 놈이냐!”

그러나 이어진 강압적인 외침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은 통역 장비로 보이는 물건을 사용했는데, 그런 것이 없더라도 우린 마법으로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통역장비는 사용하실 필요 없습니다. 전부 알아들으니까요.”

도발에도 여유롭게 웃으며 답하는 내 모습에 그들은 살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가장 놀란 이유는 내가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겠지만, 이내 여유로운 모습이 아니꼬운지, 더욱 언성을 높였다.

“어서 용무를 밝혀라!”

우주에선 대기가 없는 만큼 소리가 전달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 함대까지 보유한 존재들에게 그런 환경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했다.

“저흰 이웃 은하에서 이곳을 탐사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해당 탐사대의 대표인 국부우주 연합의 최고의원 루이스라 합니다.”

내 자기소개에 그들은 대답 없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는데, 덕분에 꽤나 무례한 종족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성질을 죽인 나는 상대의 문화를 알 수가 없으니, 저게 화를 내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합리화를 했다.

원래 말투가 저런 걸지도 모르지.

“탐사?”

“네, 그렇습니다. 주요 목적은 뜻맞는 외계세력과 힘을 합쳐 함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거절한다면?”

역시 대규모 고성능의 함대를 운용하는 존재답게 그들은 날카롭게 빈틈을 찔러왔다.

“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죠.”

영업용 미소로 답하자 그는 길게 대화 나눌 것 없다며 손을 휙휙 내저었다.

“당장 떠나도록. 우린 너희와 협력할 생각이 없다.”

그에 나는 얼굴에 뒤집어쓴 친절함이란 이름의 가면에 금이 가는 것을 느끼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럼, 왜 마중을 나온 겁니까?”

“네 녀석들이 대범하게 기어 나오는데, 어찌 우리가 함정에 앉아 있겠는가! 그런 건 우리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의 오만함은 상식을 넘어선 모양이다.

대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에 그런 걸까?

“함대가 거대하군요. 저게 본대입니까?”

“그럴 리가. 3개 방면군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 총 1만 2천여 대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일까?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멍청한 건지, 아니면 우릴 그 정도로 얕보는 건지, 순순히 자신들의 부대 규모를 알려주는 그를 보며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까 물으셨죠? 제안을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지?”

가차 없이 등을 돌리는 녀석들에게 물었다.

“뭐?”

끝까지 자기소개 없이 떠나려던 싸가지없는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강제로 저희의 말을 듣게 만들 생각입니다.”

“······.”

“당신들이 차지하려고 했던 그 행성처럼 싸워서라도 말이죠.”

내 차가운 미소에 그들은 오한을 느꼈는지 움찔거렸다.

“지금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인가?”

“아군이 아닌 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세력을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저흰 이 은하의 탐색을 이제 막 시작했거든요.”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군. 네 녀석들에게 하늘 위에 우주가 있음을 알려주지.”

그들이 이렇게 고압적인 자세를 고수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함대 전력 때문일 것이다.

카트리아의 기술 수준은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자신들보다 떨어지고,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다.

카트리아에서 기술력 수치를 평가하는 것처럼 그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우리의 무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다만 언노운의 존재라 할 수 있는 우리를 뺀 수치 말이다.

“좋아요. 길게 시간 끌 것 없죠. 그럼 바로 공격하겠습니다.”

결정은 빠르고, 행동은 신속하게.

내 양옆에 있던 마그누스와 데이라가 손을 앞으로 뻗자 녀석들은 전투 자세를 취했지만, 그 둘의 무력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졌다고 쉽게 막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손에 쏘아진 막강한 공격에 일순 먼지가 되어 버린 쫄쫄이 2호와 3호.

마그누스와 데이라의 공격은 적 둘을 집어삼킨 것으로 모자라, 그대로 쭉 뻗어 나가 방심하고 있던 전함 두 대를 대파시켰다.

덕분에 기세등등하던 쫄쫄이 1호의 표정이 아주 볼만했다.

“무, 무슨.”

“뭐야, 슈트만 입고 기어 나와서 강한 줄 알았는데.”

흥이 깨졌다는 표정의 마그누스.

나는 머리 위로 거대한 마법진을 형성하며 전함 크기의 태양을 만들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이곳까지 왔겠습니까?”

이어서 그 태양은 마법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이들의 결전 병기가 모여 있는 부근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중심에 있던 결전 병기가 완파되고, 외곽에 있전 결전 병기는 3기는 반파되었다.

또한 주변의 전함 수십 대를 집어삼키면서 적 함대는 난리가 났다.

“공격해!”

아직 이름을 밝히지 않은지라 내게 쫄쫄이 1호로 낙인 찍힌 자가 허공에 소리쳤고, 동시에 적 함대가 전진해 오기 시작했다.

나도 아군에게 공격 신호를 보냈다.

그에 따라 대규모 함대가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그사이 나는 쫄쫄이 1호를 마법으로 구속했다.

“뭐, 뭐냐?”

뭐겠냐, 인질이자 나중에 정전협상을 위해 킵해 놓는 거지.

녀석이 함대에 공격명령을 내렸다.

그렇다면 지휘가 상당하단 뜻이었으니, 여러모로 쓸모가 많지 않을까?

“오랜만에 스트레스 좀 풀어보죠.”

내 물음에 마그누스와 마왕이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이들은 카트리아 때처럼 힘으로 찍어 누르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

“뭐, 뭐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안드로메다 은하의 최대 세력이라 자부하는 이름도 거창한 스타로드 연방의 제2 방면군 사령관은 빠르게 수가 줄어가는 아군 함대의 상황을 보며 비명을 지르듯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처음 침입자의 존재를 알아채고, 방면군을 출동시킬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은 예상치도 못했다.

더구나 숫자는 꽤 되지만, 별 볼 일 없는 기술력의 함선들이 끼어 있는 것을 보면, 연합 세력임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세력이 힘을 합쳤음에도, 규모는 1개 방면군에 미치지 못했으며, 전투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이 적군에 대한 평가였으나, 적 함대로부터 사람이 튀어나오고 망설임 없이 공격하는 것을 보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참모장이 적들에게 사로잡히고 시작된 공격은 상식을 초월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공격력을 지닌 바리사다와 하울도 상대하기 까다로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날파리 처럼 아군진형에 파고들어 전함을 파괴하는 세 사람이었다.

특히 참모장을 장식처럼 끌고 다니면서 전함 수십 척을 한 번에 먹어치우는 괴물로 인해, 제대로 싸우질 못했다.

“피해 상황은?”

“경급 전함 335척 대파! 중급 전함 72척 대파! 성급 전함 8척 대파!”

벌써 대파된 전함만 400대가 넘는다.

여기에 반파된 전함의 수를 더하면 피해량은 훨씬 많아진다.

더구나 성급 전함이라 일컬어지는 그들의 결전 병기도 속수무책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32대 중 벌써 4분의 1이 파괴된 상태다.

“적 피해는?”

“모두 합쳐 약 50대 정도입니다.”

“어째서!?”

“방어막이 너무 견고한 데다가. 공격보단 견제 위주로 싸우고 있어서···.”

루이스 입장에선 자신들의 방어라인을 뚫고 50대나 파괴한 이들의 저력에 놀랐지만, 스타로드 연방 입장에선 굴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저 작은 체구 어디에서 이만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인지, 미스터리였다.

아니, 그전에 아무런 장치 없이 맨몸으로 이런 전투가 가능한 걸까?

그들에겐 마이크로 웨이브를 활용한 공격과 중성자를 이용한 공격도 소용이 없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의 주력이 웅장한 함대가 아닌, 왜소한 3명의 사람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젠장! 물러난다!”

사령관은 결국 방면 군 전체에 퇴각명령을 내렸다.

그에 따라 스타로드 연방의 제2 방면군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은색의 에너지에 뒤덮였다.

하지만.

“워, 워프 불가능! 외부 간섭에 좌표 설정이 흐트러졌습니다!”

“······.”

상대는 이들의 도주를 허락지 않았다.

결국 스타로드 연방, 제2 방면군은 성급 전함을 모두 잃고 나서야 전의를 상실하며 항복을 했다.

***

“후우, 빡세네.”

사람들 앞에서 내색은 안 했지만, 스타로드 연방의 결전 병기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우선적으로 결전병기를 처치했는데, 무리해서 힘을 운용 하다 보니, 마력 소모가 엄청났다.

그리고 마력 소모가 극심한 것은 데이라와 마그누스라 마찬가지였는데, 아무래도 이쯤에서 한번 지구를 다녀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주엔 마나가 없어서 지구에서만 마력을 채울 수 있다.

우리가 지구로 돌아가 있는 동안 지구 방어를 위해 남아 있던 마왕 셀레나와 테라시아가 교대로 함대를 지키기로 했다.

“고생했어.”

그리고 워프를 사용해 집으로 돌아오니, 루시엘라가 웃으며 나를 반겨 주었다.

간간이 다른 사람들 몰래 집을 드나들었던 만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아이리와 실비아가 내가 왔다고 해서 굳이 일을 미뤄두고 집에 달려오진 않았다.

“싸웠어?”

“응, 좀 싸가지없는 애들이 있어서.”

스타로드 연방은 싸가지란 표현으로 끝내기에 지나치게 거대한 세력이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말해도, 마력을 충전하기 위해 왔다는 것은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바였으니, 루시엘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조심해.”

과거 우리 사이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내 안 사람이 되고 십수 년이 흐른 지금, 그녀에게 있어 나는 인생의 전부였다.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그녀와 입을 맞췄다.

아르비스 대공령의 영주성엔 수만개의 마력전지를 직렬로 연결한 마나 집적진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축적된 마력이 거의 드래곤 하트급에 다다를 만큼 엄청난 양을 자랑했다.

하지만 내가 마나를 무섭게 빨아들이자 그것은 곧 바닥을 드러냈으며, 영주성을 중심으로 대기 중의 마나가 일시적 고갈현상을 일으켰다.

그래도 덕분에 비어 있던 마력의 절반 정도를 손쉽게 채울 수 있었다.

“후우···.”

기운을 다스리며 몸을 일으킨 나는 고개를 돌리며 루시엘라를 찾았는데.

“어?”

어째서인지 나는 루시엘라가 있는 영주성이 아닌, 새하얀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안녕!”

나를 향해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오는 미청년.

그런 청년의 뒤로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미인이 비서처럼 서 있었다.

정면충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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