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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78화 (178/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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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판단하면 우린 침략자가 맞다.

    어쨌든 그들의 삶에 억지로 끼어든 것이니까.

    하지만 합리화한다면 그들의 문화와 주권을 인정하고 동등한 동료로 맞이한다는 부분에서 한국을 침략했던 일본같은 침략자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이유를 가져다 붙여서 타당하다 싶으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고 아니다 싶으면 비난을 받는 것.

    그러나 지금 우리 입장에선 이 수가 최선이었다.

    안드로메다에 들어서고 이제 겨우 초입.

    다른 별의 속사정을 신경 쓰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다.

    입장 정리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 전쟁도 불사하며, 진정한 침략자도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며 이기적이라 욕할지 모르지만, 남을 배려하는 것도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한 거다.

    안드로메다엔 어떤 상대가 버티고 있을지 알 수 없고, 카트리아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는 능력치 불명의 외계인도 있는데, 여유를 부리는 것은 바보짓이 아닌가.

    그럼 은하에 짱박혀 있으면 되지 왜 기어 나와서 설치고 다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구를 침략했던 카트리아의 모습을 교훈 삼아 행동하는 것이다.

    만약 카트리아의 존재를 사전에 눈치채지 못했다면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지 알 수 없는 노릇.

    그때까지 나는 로이아스의 행동 패턴이 몸에 배어 지구 안에서만 활동했지, 지구 밖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린 지구를 끼고 방어전을 치렀을 확률이 높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전쟁은 이겼겠지만, 분명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더불어 그 안에 내 소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그래서 아예 주변을 아군으로 가득 채워 방어 라인을 깔려는 것이다.

    방어 라인은 두터우면 두터울수록 안전할 테니.

    [국부은하 연합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실무진끼리 제대로 협의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다음 날.

    행성 데르데르는 결국 우리에게 항복하며 아군진영에 합류했다.

    짝짝짝.

    그들이 혹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정돈 얼마든지 마법으로 파악할 수 있다.

    데르데르인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여길지언정 함정에 빠뜨리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지구의 형제 여러분! 신 지구연합의 발자취가 안드로메다에 새겨지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당연히 이 모든 장면은 ‘안생일’을 통해 방영되었다.

    ***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예능프로그램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멤버들의 인지도는 이제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며, 기함 바리사다의 승무원들의 인기도 헐리웃 배우 못지 않았다.

    “루나님, 뭐하고 계신 건가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루이스의 딸이자, 연구원으로 이번 여행에 참가한 루나의 존재였다.

    “분석.”

    김불녀의 물음에 대답은 매우 짧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반응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사랑스럽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묻는 것에 대답해주는 것만 해도 처음에 비해 훨씬 나아진 것이지만, 그래도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상대를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루나와 인터뷰를 할 때면 항상 옆에서 통역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데르데르 행성에서 수집한 광물의 성분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루나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마그누스의 답변에 김불녀는 움찔거렸다.

    드래곤과 드워프.

    얼굴을 맞댄 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여러모로 상성이 좋지 않았다.

    “광물이라···. 드워프로서 굉장히 흥미가 가는 부분이긴 하네요. 하지만 광물 분석은 마법을 사용하면 더 간단히 알 수 있지 않나요? 굳이 왜 지구식으로 연구를 하는 거죠?”

    김불녀의 물음은 루나를 향한 것이었지만, 루나는 마그누스를 바라보았다.

    “마법을 사용하면 특성을 알 수 있죠. 하지만 카트리아의 분자식을 사용하면 더 많은 활용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아, 카트리아식이었습니까?”

    이어서 그녀는 하얀 기둥에 설치된 현미경을 보며 물었다.

    “이 현미경의 성능은 지구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가볍게 상회하죠. 참고로 한국에 설치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길이만 1.1km에 달하는 거대 시설입니다. 현재 지구의 기술만으론 제작 불가능한 장비란 뜻입니다.”

    분자는 물론 원자의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 한국, 일본 3개국뿐이다.

    해당 장비는 거대한 덩치만큼 설치비용이 어마어마했는데, 카트리아에서 도입한 현미경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성능을 가볍게 뛰어넘으면서 작은 크기는 물론 가격도 훨씬 저렴했다.

    카트리아의 패전으로 기술협력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지구에 그들의 장비가 도입되기 시작했고 덕분에 연구 환경이 카트리아식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카트리아와 지구식이 더해진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연구 과정에 마법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니까요.”

    더 자세히 말하면 카트리아에 로이아스식이 더해진 것이었다.

    김불녀는 호들갑을 떨며 다시 루나의 시선을 끌었다.

    “그야말로 과학과 마법의 결합이군요!”

    하지만 여전히 루나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행동할 뿐이다.

    “고모부 타임.”

    루나가 마그누스의 로브 자락을 당기며 말하자, 마그누스는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듣고 그녀가 든 비커에 시간 정지 마법을 사용했다.

    마그누스가 아르비스 가문의 일원이 되면서 루이스가 걸었던 존댓말의 저주는 풀린 상태다.

    루나는 바로 현미경에 달라붙었는데, 이 상황을 조용히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청담은 넉살 좋은 김불녀가 유독 마그누스를 어려워하는 게 답답했는지 그녀를 돕기 위해 끼어들었다.

    “그런데 청룡클랜 클랜장님을 향한 아가씨의 어째서 호칭이 고모부인가요? 여성분에게 고모부라니, 뭔가 이상하네요. 어떤 사연이 있는 건가요?”

    그런 청담의 모습에 김불녀는 이게 무슨 짓이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마그누스는 개의치 않고 평범하게 답했다.

    “제가 루나의 고모부 맞습니다. 아르비스 총수님의 여동생과 결혼했거든요. 어찌나 결혼해달라고 매달리던지. 사실, 저도 싫진 않았지만요. 아, 혹시 모르니 매달렸다는 부분 편집해 주세요.”

    상상치 못한 대답일까?

    청담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여, 여자끼리 결혼을요?”

    “아, 전 인간이 아니거든요. 수시로 성별을 바꿀 수 있는 특수 종족입니다. 그래서 평소엔 이 모습을 해도 집에 가면 남자의 모습을 취하죠. 이렇게요.”

    그러면서 외형을 바꾸는데, 키 좀 크고 머리가 짧아지는 것 빼면 여전히 예뻐서 남자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저도 아이가 있습니다. 딱히 제 상황을 숨긴 적은 없어요.”

    “그, 그랬군요. 하핫! 바리사다에 있으면 항상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불녀는 너무 놀라 굳어버린 청담을 대신해 재빨리 답을 했다.

    하지만 그때.

    쾅!

    루나가 한창 들여다보던 비커가 붉은빛에 휩싸이더니, 폭발을 일으켰다.

    “으아악!”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 연구실.

    다행히 큰 폭발이 아닌지라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내가 함부로 불붙이지 말랬지?”

    “미안.”

    그리고 촬영진은 마그누스에게 혼이 나는 루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루이스들 입장에서 보면 큰 고비가 없어 소소하기 그지없는 일상.

    하지만 그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은 크게 반응했다.

    큰 위기 없이 잔잔하게만 흘러갈 것 같던 상황.

    그러나 그것이 오만임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

    66. 정면충돌

    지금까지 우리가 조우한 수많은 행성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세력은 단연 카트리아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면 마법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실현시킨 카트리아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은하를 누비는 강력한 집단이었다.

    만약 지구에 로이아스 대륙이 없었다면, 은하는 카트리아 행성 연합의 것이라 봐도 무방한 수준.

    그 이후로도 과학이 발달한 여러 세력들을 만났지만, 카트리아와 비교되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우리 은하의 실버 포지라는 세력과 세피아 은하의 크로운, 체이스, 이번에 합류한 데르데르가 우주에 진출할 만큼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역시 카트리아에는 못 미친다.

    아마도 카트리아란 종족 자체가 우리 은하의 주요 종족으로 설정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창조주에 의해서 말이다.

    그럼 우리 은하(밀키웨이)에 카트리아가 존재하듯, 안드로메다같이 큰 은하에 그런 종족이 없을까?

    안드로메다 초입에 만난 종족이 상당한 기술을 지닌 데르데르인인 것처럼 언제 더욱 강력한 종족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저, 적 전함 수 약 4000기. 전함의 크기 및 편성은 우리와 흡사합니다.”

    “전방 대규모 함대 후방에서 고에너지 확인! 결전 병기로 보이는 함정 50기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우리의 앞을 막아선 거대 함대.

    3천여 기에 달하는 국부은하 연합의 함대보다 큰 규모의 함대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는 바람에 데르데르인이 배신 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

    하지만 당시 데르데르인과 협의를 나누는 과정에서 마법으로 거짓이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괜한 의심은 떨쳐냈다.

    “안드로메다의 카트리아가 등장한 건가?”

    카트리아의 군사력은 오히려 7년 전보다 높아진 상황.

    거기에 지구를 포함한 4개 행성의 함대를 더한 것보다도 적의 숫자가 많았다.

    “통일된 외장 도색이 아무래도 한 세력인 것 같습니다.”

    “대단하군.”

    단일 세력으론 지금까지 만나왔던 어느 행성보다 세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쟁을 숫자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시, 시청자 여러분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우리 국부은하 연합의 앞을 막아서는 대량의 함대가 나타났습니다. 현재 양측 모두 정지한 채 대치하고 있으며, 어떠한 통신도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적대적인 존재일까요? 아니면 평화와 공존을 바라는 존재일까요?”

    나는 옆에서 카메라를 향해 말하는 김불녀의 긴장감 가득한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바리사다에 탑승한 카트리아의 군사고문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그에게 이런 것을 묻는 이유는 그들의 함정이 카트리아의 것과 매우 닳았기 때문이다.

    “놀랍도록 저희의 것과 닮았군요. 하지만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장비가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저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직육면체는 무슨 장치인지 예측이 안 되는군요.”

    그가 가리키는 것은 앞서 말했던 결전 병기로 의심되는 고에너지 체였다.

    “기술수치는요?”

    카트리아측 함대와 연결된 통신장교에게 눈짓했다.

    우리와의 전쟁으로 그들은 더 이상 기술수치를 맹신하지 않게 되었지만 대략적인 과학 기술의 수준을 알 수 있으니, 꽤나 중요한 포인트였다.

    “이런, 약 23만점 정도랍니다.”

    “그거 참···.”

    23만이면 카트리아보다도 약간 우세한 수치.

    그들은 23만 점의 기술 수치로 만들어진 전함을 4천기나 보유했지만, 우리 함대의 전함들은 성능이 제각각이었다.

    실제 전력 차이는 숫자보다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대단한 물량이네요.”

    카트리아는 인구수 170억, 유인행성을 무려 21개나 갖고 있었다.

    지금은 노예들을 해방하면서 수가 줄긴 줄었지만, 오히려 군사력은 늘었는데, 그것을 상회하는 녀석들의 규모는 쉬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그들에게 있어서 저 대규모의 함대가 주력이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 커질 터.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이럴 땐 따지지 말고 바로 나서는 게 났겠지.

    이왕이면 싸우지 않고 손을 잡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이쪽의 힘이 강할 때의 이야기.

    상대가 강성하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우리를 상대로 주도권을 쥐려 할 테니.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마왕과 마그누스와 데이라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기함을 나섰다.

    정면충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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