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77화 (17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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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촬영진을 이끌고 공간이동으로 장소를 달기지로 옮겼다.

    거대한 유리 벽면 너머로 배치된 신 지구 연합의 함대를 보며 모두가 말을 잃었다.

    수백대의 함대가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은 엄청난 장관이었다.

    “현재 달기지엔 지구군의 주력이 배치되어 있죠. 이곳에 있는 전력이 지구 우주항공 전력의 약 5할 정도이며, 나머지 2할은 대기권 내에, 3할은 카트리아와 함께 은하 연합 순찰함대 소속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한 대 한 대의 크기가 작은 섬이나 다름이 없는데, 그것이 네 줄로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가장 작은 전함이 돌격함인 4천 톤급의 소드입니다. 유선형의 외형은 함포 공격을 튕겨내기 유용합니다. 소드급 돌격함은 현재 약 600대가 배치 되어 있습니다.”

    루이스의 소개와 함께 허공에 홀로그램이 떠오르며 전함의 대략적인 제원이 소개되었다.

    “그다음이 우리 군의 주력인 구축함입니다. 구축함은 모델이 두 개인데, 8천 톤급 브로드와 1만 5천 톤급 바스타드가 있습니다. 브로드 급이 200기, 바스타드 급이 100여기 배치되어 있죠. 일반적으로 구축함 한 대에 돌격함 두 대로 분 함대를 이룹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에 따라 돌격함과 구축함끼리 나눠서 활용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는 함재기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항공모함을 가리키며 말했다.

    “항공모함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구축함 정도의 준수한 공격능력이 더해진 12.5만 톤급의 할버드와 오로지 전투기 탑재 용도로 만들어진 20만 톤급의 카이트입니다. 각각 65기와 150기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죠. 배치된 함정 수는 할버드가 10기, 카이트가 20기입니다.”

    “어마어마하군요.”

    말로만 듣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항공모함의 상식을 초월한 거체와 육중함은 보는 이를 질리게 만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실전 배치된 바리사다급 순양함과 기함인 지휘함을 소개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지구군 우주함대에선 순양함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어느 함정과도 비교하기 힘든 공격능력을 지닌 바리사다 급이 추가되면서 순양함이란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죠.”

    “원래 순양함이 있지 않았나요?”

    케일론 제국인인 티아가 묻자 루이스는 친절하게 답했다.

    “지금은 구축함으로 분류된 바스타드급이 원랜 순양함이었죠. 하지만 구축함인 브로드와 업무가 겹치면서 우주군으로 편성할 때 호칭을 통일했습니다.”

    “그랬군요.”

    “바리사다급은 5만톤에 달하는 육중함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단독으로 1개 함대를 상회 하는 전투력을 지녔습니다. 카트리아의 결전 병기 하울과 같은 포지션이죠. 개인적으로 공격력은 하울보다 상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바리사다급은 현재 3기가 제작되어 모두 이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그는 홀로그램을 없앴다.

    “원랜 함대장 전용 지휘선이 따로 있었으나, 너무 눈에 띈다는 의견이 많아 지금은 일반 구축함에 공간이동과 고속회피 기능을 넣어 기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달기지엔 10개 함대가 존재하는데, 각 함대에 돌격함 60, 구축함 30, 항공모함 3기가 배치되어 있죠.”

    “크! 주모!”

    적절히 이어진 김불녀의 멘트에 촬영 스탭들에게서 자연스레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우리 프로그램의 무대가 될, 총괄 기함 바리사다에 탑승해 볼까요?”

    출연자와 촬영진은 육중한 항공모함 사이에서 유독 잘생겨 보이는 전함 앞에 멈춰섰다.

    “총 220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며, 60여 개의 방을 비롯해 널찍한 부대시설이 일품인···.”

    이번에도 설명충이 된 루이스가 바리사다 내부를 안내했는데, 의외로 말이 많은 그의 모습에 출연진들은 어색한 미소로 일일이 호응했다.

    ***

    [아르비스 총수가 직접 이끄는 지구군 함대가 카트리아, 실버포지 함대와 합류. 이번에 국부은하 연합으로 개명하면서 아군 진영에 합류한 세피아 은하의 크로운, 체이스의 함대도 곧 합류할 예정.]

    [워프 게이트를 활용해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국부은하 연합소속 3000여 대의 전함.]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안드로메다에서 생긴 일’, 첫 화부터 시청률 35% 대박!]

    [‘안생일’, 우주를 그대로 담은 화려한 영상미에 세계의 찬사가 이어져···.]

    [방영 1화 만에 스타 탄생. 아르비스 가문의 장녀 루나 양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 그녀는 로이아스 대륙에서 아르비스 총수의 뒤를 잇는 천재라 칭해지는 마법사.]

    dkni***: 아빠가 무슨 오빠 같냐. 더구나 딸의 미모가 ㄷㄷ

    -oogo***: 엘프들이 모두 예쁘긴 한데, 그들 사이에서도 은근히 외모 편차가 존재하는 것 같네요. 솔직히 루나양보다 예쁜 엘프를 본적이 없어요.

    fudd***: 이 방송 보면서 구름 위의 존재인 아르비스 총수도 결국은 아빠구나란 생각이 들었음.

    -toga***: 개인적으로 로이아스의 귀족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eooe***: 크게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엄청 재밌다. 함대는 웅장하고 아르비스 총수는 멋있고, 루나양은 예쁘고.

    33go***: 이 정도 함대면 우주 정복할 기세 아님?

    -igue***: 말도 안 되는 소리. 우주의 크기를 생각하면 지구가 자연 멸망하는 게 빠를걸?

    ggyo***: 그런데 지구군 총사령관은 아르비스 총수의 여동생인 이브릴 아니었음? 왜 예쁜 누님 대신 이 아저씨가 나오는 거임?

    -wome***: 이브릴은 지구군 총사령관이지 은하연합의 총사령관이 아니잖아. 이브릴 총사령관은 지구방위를 위해 남았다고 하더라.

    안드로메다에서 생긴 일.

    줄여서 ‘안생일’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은 1시간 30분짜리로 주 2회, 전 세계에서 방송된다.

    첫 화부터 시청률이 터지면서 우리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더욱 커졌는데, 아직까지 우주 탐사라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단 나와 루나를 비롯해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큰 관심이 이어졌다.

    방송은 촬영 후, 함정 내부에 꾸민 편집실에서 만들어져, 워프를 통해 전 세계로 배포하고 있다.

    다들 예능 프로그램에 정신이 팔려있지만, 현재 안드로메다의 탐색도 굉장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마그누스 공작으로부터 문명이 존재하는 행성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문명 수준은 A, 상대는 우주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굉장히 호전적인 종족이랍니다.”

    마그누스가 탐사를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가장 먼저 문명을 발견했다.

    “좋아요. 이동합니다.”

    내 지시는 카트리아의 워프선으로 전달 되었고, 곧 눈앞에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카트리아의 문, 과학이 발달하면 마법 못지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카트리아의 핵심 기술이었다.

    그리고 우리 함대는 마그누스가 위치한 항성계로 이동했다.

    예전에 카트리아가 지구를 향해 진군해 올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엄청난 숫자의 함대가 줄지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도 우릴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카트리아의 문을 통과하니 바로 목적지였다.

    우린 그곳에선 앱솔루트 쉴드를 둘러싼 채 이리저리 요란하게 블링크를 하는 마그누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마그누스를 잡으려는 원통형의 병기가 눈에 들어왔는데, 생김새만 봐선 전함인지, 우주 정거장 같은 시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컸다.

    그 장비는 꾸역꾸역 사람 크기의 쇠구슬을 토해냈다.

    그리고 쇠구슬은 동체의 견고함과 빠른 가속도를 활용해 마그누스를 향해 몸통박치기를 시도했다.

    미래지향적인 생김새와 달리 공격 기능은 아주 심플하고 원초적이었다.

    “통신 교감 시작하세요.”

    “네.”

    내 지시에 바리사다의 통신장교가 광역 텔레파시와 번역 아티팩트가 더해진 장비를 사용해 내가 세피아를 상대로 했던 것과 같은 말을 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엄청난 수의 함대를 끌고 나타났다는 점일까?

    “적 병기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호전적이란 이야기를 들은 만큼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쁘게 움직이던 방송국 사람들이 아쉬워했다.

    가장 좋은 것은 싸움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지만, PD는 프로그램을 생각해서 한 번쯤 전투가 일어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우리가 위기에 빠질 정도의 위험한 상황은 빼고.

    “스스로를 데르데르인이라 밝힌 저들은 전쟁과 동맹, 무엇도 원치 않는다며 떠나길 종용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강경하네.”

    보통 이렇게 위협을 당하면 주춤하기 마련인데, 상대들은 그런 기색이 없어 보였다.

    “혹시 소속되어 있는 세력이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그에 적들은 ‘답할 수 없다’는 비협조적인 대답이 들어왔다.

    짜증이 나지만 그들 입장에선 최선의 대답이었다.

    혹시라도 소속 세력이 없다고 했다간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주포 조준.”

    그러나 나는 엄포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내 지시에 3천여 대의 전함이 일제히 공격태세를 갖췄다.

    이에 적들은 몹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실례지만 저들은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데, 어째서 공격 준비를 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옆구리를 찌르는 PD 때문에 김불녀가 어쩔 수 없이 내 눈치를 살피며 물어왔다.

    나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답했다.

    “적이 될지도 모르는 세력을 후방에 남겨두고 갈 수야 없죠. 저들이 끝까지 합류하지 않는다면 우주함대만 파괴하고 이동할 생각입니다.”

    합리적이지만 지나치게 냉정한 대응.

    그들은 전투를 바라긴 했지만 이런 형식을 원한 게 아니었다.

    PD는 이걸 방송해도 되는 걸까란 표정을 지었다.

    “알아서 보기 좋게 편집해 주세요.”

    내 말에 PD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의 공격태세에도 데르데르인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저 쇠구슬들을 먼저 요격해서 파괴하죠. 강력한 경고를 위해 요격에 주포를 사용하세요.”

    “알겠습니다.”

    과연 그 공격 구슬 안에 사람이 탔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무인장비이길 기대했다.

    “발사!”

    그리고 이어서 3천여 대의 전함에서 일제히 주포가 발사되었다.

    지구군과 카트리아를 포함해 총 5개 세력의 전함이 섞여 있다 보니, 주포도 함대마다 느낌이 달랐다.

    겉모습만 봐선 카트리아의 주포보다도, 지구군 함대의 주포가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구축함의 주포는 뉴클리어 익스플로전이고, 돌격함은 헬파이어다.

    일직선으로 표적을 향해 날아드는 수천 발의 주포가 순식간에 데르데르인의 공격수단을 가루로 만들었다.

    콰콰콰콰쾅!

    총괄 기함 바리사다에도 소음 수집 기능이 있어서 우주에서의 폭발음이 리얼하게 울려 퍼졌다.

    군인들이야 예상했지만, 전술급 무기의 폭발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일반인 입장에선 살 떨리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조연출 중엔 오금이 풀린 듯 주저앉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풍경을 처음 보는 것은 연예인 활동을 하고 있는 퓨어드워프 김불녀와 케일론인 티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뜨악한 그녀들의 반응이 재밌었다.

    “상대 반응은요?”

    “네, 다시 통신해 보겠습니다.”

    아마 이번 공격으로 상대는 우리가 입만 산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방금 주포 공격들이 데르데르 행성에 집중된다면 그들은 고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망설임 없는 공격에 당황했는지, 그들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자신들은 전쟁을 원치 않으니, 돌아가 달라며 정중하게 요청해왔습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태도가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린 이제부터 안드로메다를 탐사할 생각인지라 뒤에 언제 적이 될지 모르는 세력을 두고 갈 수 없다고 밝히세요. 우리가 그들을 두고 떠날 때는 전쟁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고 난 다음이라고요.”

    통신장교는 내 말을 그대로 전달했고, 이번 역시 답변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의견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좋습니다. 그럼 하루의 시간을 주겠다고 하세요.”

    “네.”

    이 정도면 거의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압도적인 무력 앞에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우린 함대를 물렸고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탐사를 이어갔다.

    “이래선 꼭 우리가···.”

    “침략자 같다고요?”

    남자 아이돌 ‘서울 남자’의 멤버 청담의 혼잣말을 태연하게 받았다.

    “아, 아뇨, 제 말뜻은.”

    그에 청담은 실수했다고 생각하는지 크게 당황했다.

    “틀린 말도 아니죠. 평화롭게 살고 있던 저들 입장에선 충분히 침략자라 여겨질 상황이니까요.”

    나는 굳어 버린 방송관계자들에게 왜 그러냐며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그들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친구가 된다면 침략자가 아니죠.”

    이날 내뱉은 내 발언은 궤변이라며 엄청난 논란을 나았다.

    그나마 PD가 보기 좋게 편집을 해줘서 이정도지,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내보냈다면, 정도는 더 심했을 것이다.

    입에 바른 말이라면 누가 못하겠는가.

    나는 어디까지나 리더로써 현실적인 판단을 할 뿐이다.

    안드로메다에서 생긴 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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