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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에겐 루시엘라와 실비아, 아이리까지 세 명의 부인이 있고, 슬하에는 아들 넷, 딸 일곱으로 총 11남매를 두고 있다.
루이스는 능력을 굉장히 중시하는 인물.
아무리 자식이라 해도 능력이 부족하면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찍이 뛰어난 지성을 인정받아 마드세인 제국의 황태자로 인정받은 데니스처럼, 장녀인 루나는 마법적 재능에서 천재란 칭호가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루나는 루시엘라에게서 태어난 하프 엘프다.
보통 하프엘프의 성장은 인간보다 느리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인간이나 다름없는 속도로 성장했다.
하늘색 머리카락에 루이스의 푸른 눈동자를 물려받은 루나는 루시엘라를 쏙 빼닮았는데, 여러모로 상식을 벗어난 존재였다.
8살에 처음으로 서클을 만든이래, 거의 1년에 하나씩 서클을 늘려갔다.
그렇게 달성한 것이 13살에 5클래스라는 위업.
많은 마법사들이 쓰디쓴 인생의 고배를 마시고 죽도록 연구에 매진해야 거머쥘 수 있는 고위 마법사란 타이틀을 겨우 13살의 나이로 이룬 것이다.
때문에 루나는 형제들 중에서도 루이스의 재능을 가장 짙게 물려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아르비스 마탑에서 정식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형제 중 가장 맏이이기도 하고 재능도 특출난 만큼, 루나는 대공가의 차기 소가주가 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살짝 성격이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악의적이고 독선적이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판단했다.
여자가 가문을 잇는다는 것이 로이아스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루이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루나가 특출날 뿐이지 마법적 재능은 모든 형제들이 갖고 있다.
특히 성녀 아이리에게서 태어난, 11남매 중 셋째인 아리엘은 풍부한 신성력과 함께 뛰어난 마법 적성까지 가진 특이한 케이스였다.
성녀 아이리는 자신의 성황이란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 줄 생각이 없었지만, 이타루스 제국에선 아리엘을 황태녀로 옹립하기 위해 온갖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총수님의 가족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아마 크게 인기를 끌 수 겁니다.”
“그렇죠.”
말은 그렇지만 부담감은 컸다.
부사장은 베라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어째 아까부터 루이스에 대한 이야기만 나온다.
그는 속으로 한숨 내쉬며 잠자코 베라의 이야기를 들었다.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질투심도 들지 않았다.
***
대마젤란과 소마젤란을 제외한 왜소은하에선 유인 행성은커녕 대기가 있는 행성도 거의 없었다.
우주엔 무수히 많은 별이 있고, 당연히 그 속엔 지구와 같은 행성이 분명 다수 존재한다.
우주의 광활함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구의 형성 조건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적절한 태양과의 거리.
적절한 공전과 자전 속도.
깨끗한 공기, 고요한 기상과 지질 상황.
풍부한 지하자원과 각종 영양소 등, 지구는 그야말로 축복받은 환경이라 볼 수 있다.
아무리 대기가 존재하는 행성이라 해도 중력이 지나치게 높거나, 메탄을 비롯한 독가스로 가득 차 있다면 폭망.
더불어 매일 태풍과 지진, 해일, 화산폭발이 발생한다면 고등 생명이 살기 힘들 수밖에 없다.
뭐, 결국 생명은 환경에 맞게 진화를 하겠지만, 그만큼 우주에서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가진 행성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는 뜻이다.
은하계에 존재하는 수조 개의 행성 중 제대로 된 대기를 가진 행성이 겨우 41개다.
그 중 지적 생명체는 겨우 8종밖에 없으니, 오히려 규모가 작은 소마젤란과 대마젤란에서 3개의 유인행성을 발견한 것만 해도 기적이라 볼 수 있다.
3개의 행성 중 하나는 중세시대 정도의 환경을 갖고 있었으며, 나머지 두 개는 지구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 미쳤다.
당장 우주에 진출할 여력을 가진 곳은 없으니, 전력상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행성들엔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은하 연합에 가입을 시켰다.
함대 좀 끌고 나타나면 알아서들 설설 기니 과정이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용골자리에서 우주 문명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우주에 진출한 지 상당히 오래된 문명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설마 왜소은하를 탐색하던 중 그곳에서 고도의 문명을 가진 종족을 찾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종족이 해당 은하의 패권을 놓고 다툰 것으로 판단 됩니다. 꽤나 오래 전쟁을 이어 온 듯 보이는데, 한 곳은 동양인을 닮은 인간형 종족이며, 한 곳은 큰머리와 큰 눈, 왜소한 몸을 가진 전형적인 ET형태입니다.”
ET자체가 외계인을 뜻하는 약자지만 우린 이것을 이형의 모습을 가진 외계인으로 지칭했다.
만약 은하계에 있었으면 외모 때문에 카트리아에서 신의 실패작이라며 멸종을 시키거나, 노예로 부려졌을 것이다.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냈어요?”
“전쟁으로 파괴된 콜로니의 상태로 보아, 카트리아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런 종족이 둘이나 있고, 호전적이라면 골치 아픈데.
지금은 서로가 전쟁 중일진 몰라도 우릴 외부 침입자로 규정한다면 힘을 합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현장에 누가 있는데요?”
“테라시아님과 데이라님 두 분 다 계십니다. ”
“좋아요. 직접 가보죠. 은하 연합군 함대는 아직 움직이지 마세요.”
“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일전에 마킹해둔 용골자리 왜소은하로 워프게이트를 연결했다.
한 번에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마력.
그간 조금씩 규모를 키워가면서 덩치가 커졌음에도, 무시 못 할 양의 마력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내가 이 정도면 테라시아 입장에선 힘겨워 할만한 수준이었다.
“한 번 더.”
안전을 위해 전달받은 좌표로 두 번에 걸쳐 워프를 사용했다.
“테라시아님.”
“쉿.”
목적지에 도착하니, 테라시아와 데이라가 한곳에 숨어있었다.
나는 놀란 듯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앙-!
소리를 수집하는 마법을 사용했기에 진공의 우주에서도 또렷하게 폭발음이 들렸다.
눈에 들어온 풍경은 한창 전쟁 중인 행성의 모습.
마치 카트리아의 결전병기 하울을 축소한 듯한 생김새의 무기가 방어선을 꾸린 함대를 일방적으로 유린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상황입니까?]
텔레파시를 통한 내 물음에 테라시아가 답했다.
[지금 일방적으로 함대를 공격하고 있는 장비가 단독으로 워프를 해왔지. 그리고 바로 이 상황이 벌어졌네.]
만약 두 행성 간의 전쟁이라면 지켜보겠지만, 어쩐지 소형 하울 같은 장비에서 카트리아의 느낌이 강하게 났다.
심지어 양자화 공격까지 그대로 재현해 놨는데, 이것을 우연으로 치부해야 하는 걸까?
내가 몸을 들썩이자, 테라시아가 물었다.
[나설 생각인가?]
[네,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요.]
그리고 나는 둘에게 부탁했다.
[혹시 다른 행성도 살펴 주시겠어요? 그곳의 상황이 궁금하네요.]
[알겠네. 공간 통신을 사용하지.]
그러면서 그녀는 해당 위치에 사람 머리 크기의 위성을 아공간에서 꺼내 던졌다.
공간 통신은 원하는 공간 좌표로 신호를 전송한다.
그녀가 던진 물건이 공간 통신을 가능케 하는 중계기였다.
테라시아와 데이라가 텔레포트로 모습을 감추고.
나는 아무리 봐도 소형 하울로밖에 보이지 않는 장비를 향해 날아갔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내 앞에 지구군 전략함인 바리사다의 양자화 검이 나타났다.
크기가 10여미터에 달하는 그 검은 덤프트럭 크기의 유사 하울을 향해 빛의 속도로 날아가 틀어박혔다.
그에 양자화를 시도하던 녀석의 몸체에 이상이 생겼는데, 노이즈가 생기듯 ‘치지직’거리며 본래 형태로 복구하지 못했다.
바리사다의 검이 녀석의 재구성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녀석이 못 움직이게 언령으로 움직임을 봉쇄하고, 눈먼 함포 공격을 가볍게 차단했다.
“함대 공격력은 카트리아보다 조금 약한 것 같네.”
아무래도 이들의 기술은 카트리아보다 약간 낮고 이번에 은하에서 찾은 실버포지란 종족보다는 높은 것 같다.
나는 주춤거리는 함대를 향해 광역 텔레파시를 사용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이 은하가 축으로 삼고 있는 밀키웨이란 은하에서 왔습니다. 일단 위기에 처하신 것 같아 도움을 드렸는데, 괜한 짓이 아니었으면 하는군요.]
내 말은 우주 전함에 탑승한 모든 인원들에게 전달되었다.
[평범하게 오픈 통신으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어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당신은 누구요?]
[저는 밀키웨이 은하 연합의 최고의원을 맡고 있는 루이스 로이드 아르비스라 합니다.]
사람이 맨몸으로 우주를 누비며 무력을 사용하다니, 그들에겐 비상식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말은 하면서, 계속 내 존재를 의심했다.
심지어 내가 제압한 소속 불명의 무기도 우리 것이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워낙 갑작스런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이어서 나는 함께 힘을 합쳐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말과 함께, 머리 위로 마법 카운터를 띄워 24시간 후에 찾아오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붙잡은 하울 소형체를 아공간에 수납하려는데.
“어?”
콰아아아앙!
녀석의 몸체가 기형적으로 팽창하더니, 새하얀 빛과 함께 어마어마한 열량을 토해냈다.
“미친!”
설마 저 상태에서 자폭이 가능할 줄이야.
더구나 이건 평범한 폭발이 아니다.
진공의 우주에서 무섭게 덩치를 키워가는 폭발력은 일반적이라 할 수 없으니.
고오오오.
예상치 못한 그 폭발은 곧 EMP 효과를 일으키며 일대를 혼란에 빠뜨렸다.
“쯧!”
후끈 달아오른 공간.
그속에서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낸 나는 주변 먼지를 제거하며 강하게 혀를 찼다.
지이잉.
“네.”
[이쪽도 같은 녀석의 공격을 받고 있네. 어떻게 할까?]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테라시아에게 온 통신.
나는 주변 함대를 향해 내일 보자는 협박성 멘트와 함께 워프를 했다.
출처 불명의 무기.
공격능력은 하울의 하위 호환 수준이었지만, 양자화라는 능력을 비롯해 주요기능은 그대로 살려냈다.
카트리아의 것과 놀랍도록 닮은 모습은 우연이라고 치부하긴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정황상 카트리아의 짓이라곤 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
애초에 그들이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내가 이쪽에 있다는 것도 알 텐데 어설픈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느낌이 좋지 않군.”
워프게이트를 통해 반대쪽 출구로 나서니 새로운 행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도 방금 있던 장소처럼 같은 우주함대가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갔는데.
콰아아앙!
나의 존재를 알아챘는지, 녀석은 앞뒤 재지 않고 즉시 자폭해 버렸다.
“······.”
대체 이게 뭔 일이람.
*
지구에선 용골자리 왜소은하라 불리고, 원주민들은 세피아라 부르는 은하의 두 종족은 다음날 함대를 끌고 나타난 나의 회유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들은 카트리아의 하울을 보곤 이번 일이 우리가 꾸민 음모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억울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당연히 그들은 납득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우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진실 여부는 나중에 따지자는 반응을 보였다.
“카트리아9 공업 지대 지하에서 대규모 연구 시설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자료를 조작하고 재료를 빼돌려 개인적인 연구를 진행해왔던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나보다 더욱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 바로 카트리아다.
나는 굳이 그들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카트리아에서 내부에 배신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발견한 유일한 단서가 카트리아9에 관한 정보였다.
“그가 이번 사태의 범인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실제로 그곳으로 유입된 재료의 양이 전함 3대는 만들 수 있는 수량이더군요.”
“그게 용케 안 들켰군요.”
“처음엔 소소하게 재료를 끌어모았지만, 어느 날 대량으로 재료를 끌어다 써도 들키지 않을 방법이 생겼거든요.”
재료를 대량으로 끌어다 써도 들키지 않을 방법?
“바로 폐기된 전함의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었죠.”
“아···.”
이어진 말에 나는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그건 분명 우리와의 전쟁에서 발생한 폐기품일 테니.
안드로메다에서 생긴 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