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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72화 (17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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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6년 10월 7일.

    대한민국 서울 소재 극동 마법 중학교의 1학년 1반.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로이아스 대륙이 태평양에 나타나면서 지구는 크나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죠. 당시 로이아스 대륙의 이주 대표자인 아르비스 총수께선···.”

    교사의 평범한 현대사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면면은 굉장히 다양했는데, 대부분이 한국 주재 학교답게 동양인의 얼굴이 많았지만, 백인부터 흑인에 심지어 카트리아인까지 여러 인종이 뒤섞여 있었다.

    수업은 번역마법을 사용한 덕에 인종과 언어 상관없이 깔끔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마법학교에서 이런 교양수업은 중요도가 높지 않은지라 학생들의 학습 태도는 그리 좋지 않았다.

    단 한 명, 마드세인 제국소속 평민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 데니스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제 중학생이 되고 7개월째.

    그는 1학기 실기, 실습 전교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수재였다.

    그렇게 한 사람만 집중하던 수업이 끝이 나고, 데니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교과서를 덮었다.

    “넌 저 재미도 없는 걸 잘도 듣는구나?”

    그런 데니스에게 반에서 유일한 친구라 할 수 있는 종민이 다가왔다.

    “수업을 재미로 받냐?”

    퉁명한 반응에 종민은 그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가끔은 애들답게 놀기도 해야지.”

    분명 학기 초만 해도 화려한 금발에 부드러운 갈색 눈동자와 잘생긴 얼굴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친구는 종민뿐이었다.

    마치 고고한 한 마리의 학을 보듯, 아무리 친해지려 노력을 해도 흐트러진 모습 없이 학업에만 매진하는 그의 모습에 동급생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 종민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종민이 필요 이상으로 달라붙지 않고, 무뚝뚝한 데니스의 모습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 인성을 갖고 있었기에 둘의 관계가 유지 될 수 있었다.

    “그 노예 녀석에게 놀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소릴.”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열심히 일진 놀이 중인 상우와 그의 패거리가 빈정대며 다가왔다.

    그에 주변에 있던 동급생들이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고 상우 일행과 마주한 데니스는 의문을 표했다.

    “노예?”

    “로이아스의 인간 국가는 미개한 봉건 제도 속에 귀족들에게 노예처럼 부려진다며? 너도 그럴 거 아니야.”

    “데니스 상대하지 마. 이 새끼 지금 일부로 시비 거는 거야.”

    “듣기로는 귀족들은 영지민에게 초야권도 행사할 수 있다던데, 너도 어쩌면 평민이긴 하지만 영주님의 아들일 수도 있겠다.”

    종민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상우를 노려 바라보며 말했다.

    “대장 놀이 하고 싶으면 학교를 잘못 찾지 않았어? 네가 그렇게 싼티나게 행동하니까, 아직도 2클래스에 머물고 있는 거야.”

    이 자리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초등학교에서 마법 과정을 이수한 영재들이다.

    극동 마법 중학교의 1학년 대부분은 2클래스이며, 몇 명만이 3클래스에 올라 있었는데, 종민과 데니스가 1학년 중에서도 몇 되지 않는 3클래스 마법사였다.

    때문에 두 사람은 상우의 도발에도 겁먹지 않았다.

    마법사에게 서클이란 감출 수 없는 힘의 척도였으니 말이다.

    “이 새끼가.”

    데니스에게 시비를 걸던 상우가 클래스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을 붉히며 종민의 멱살을 잡았다.

    “헛소문이야.”

    “뭐?”

    “초야권같은 부당한 제도는 없어진 지 오래됐어. 그리고 로이아스의 봉건제도는 지구 입장에서 구시대적일진 몰라도 현재 세계를 이끄는 세력이 로이아스인 만큼, 미개하다 표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서 데니스가 상우의 팔을 움켜쥐며 힘을 주자 종민이 풀려났다.

    “큭.”

    데니스가 이렇게 나서는 경우가 없다 보니, 상우의 도발은 제대로 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데니스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상당하다는 것.

    상우는 결국 뒷걸음질을 쳤다.

    “씨발, 나중에 보자.”

    악당 같은 대사와 함께 자리로 돌아가는 그를 보며 종민은 어깨를 으쓱였고, 데니스는 묵묵히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왜?”

    “지금까진 이렇게 노골적으로 시비 걸어온 적은 없었잖아?”

    데니스는 슬쩍 상우를 바라보곤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또 사람의 말을 무시하는구만.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하지 않는다는 그 태도는 고칠 필요가 있어.”

    어른스런 종민의 조언에 데니스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과 후.

    데니스는 종민의 감이 꽤나 예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리와 씨발 새끼야.”

    하굣길, 데니스가 기숙사로 향하는 도중 상우가 자신의 패거리 10여 명과 함께 앞을 막아선 것이다.

    “왜 자꾸 시비인 거야?”

    미간을 찌푸린 데니스의 물음에 상우가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네가 그냥 좆나게 재수 없어서.”

    따돌림이야 로이아스에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따돌림이 아닌 질투라 보는 것이 맞다.

    그들은 벽에 가로막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조바심이 분노가 된 상태였다.

    더불어 그 분노는 엉뚱하게 수재인 데니스에게 향했다.

    “잡아!”

    “바인드!”

    아무리 마법이 한 클래스가 높다고 해도 3클래스로 2클래스 마법사 10여 명을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3클래스부터 정식 마법사라 칭하지만, 고위 마법사와 달리 2클래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보긴 힘드니.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식적인 이야기.

    극동 마법 중학교에서 수석을 달리며 고학년 수석들과도 비견되는 데니스는 이들과 근본적인 능력치가 달랐다.

    “무, 무슨?”

    10명이 넘는 상우의 패거리들이 당한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

    중간중간 이해 못 할 공격이 날아온 것이 더욱 격차를 느끼게 해주었다.

    “마법 공격은 내가 먼저 당했으니, 이건 정당방위다.”

    이어서 데니스의 주변에 10여 개의 매직 미사일이 떠오르자, 상우는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하, 항복.”

    “누구 마음대로.”

    데니스가 아무리 무뚝뚝하다고 한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쌓아놨던 짜증이 폭발하면서, 그는 감정을 실어 매직미사일을 날렸다.

    마음먹고 매직미사일을 날리면 충분히 사람도 사살할 수 있지만, 데니스는 일부로 주먹으로 타격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힘을 조절했다.

    그로 인해 상우는 마치 다굴을 당하는 듯한 착각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큭! 그만해!”

    “우,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 검사라고 대한민국 검사.”

    “어쩌라고.”

    부모님의 이름을 팔아 위기를 모면하려 했으나, 데니스의 구타는 멈추지 않았다.

    “뭐, 뭐하는 겁니까!”

    결국 주변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선생을 불러오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 되었다.

    “전 정당방위입니다.”

    데니스는 그렇게 주장했지만, 구급차와 경찰차까지 출동하면서 사태는 커지고 말았다.

    *

    7년 전 로이아스가 지구의 주도권을 쥐면서 세계 각국에 마법사와 기사를 양성하기 위한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는 어디까지 지구의 전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정의했으나, 몇몇 국가에선 어린 학생들을 친 로이아스 성향의 인물로 키우기 위한 장치라며 이를 비난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뭐라고 떠들건 마법사와 기사양성 아카데미는 크나큰 인기를 끌었다.

    적성이 있고 순조롭게 성장을 한다면 귀족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귀족이 된다면 세계의 중심이 된 로이아스에서 크게 한몫 잡을 수 있으니,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적성 평가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졌으며 적성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적지 않은 지구인들에게서 마법과 오러적성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환경요인 때문인지 지구에선 정령사의 자질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카데미는 총 12년 과정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지구의 학과 과정을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그리고 고등아카데미를 졸업 후 학생들은 로이아스 대륙의 각 마탑, 기사단으로 스카웃이 되어 진정한 마법사, 기사로서 활동을 하게 된다.

    예비 마법사와 기사는 존재 자체가 헌터나 다름 없다.

    때문에 사사로운 능력 사용이 엄격히 제한 되어 있다.

    만약 능력을 사용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가중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극동 마법 중학교에서 마법을 이용한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누가 신고한 건지 경찰과 구급차까지 출동하면서 일이 커졌는데,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면 극동 마법 중학교는 홍역을 앓게 될 게 자명한 일이었다.

    마법사와 기사라는 존재는 재능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그들이 사고를 일으킨다면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가 섞여 큰 논란으로 이어진다.

    덕분에 폭행 사건과 관련된 학교 선생들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 거니. 이 상황!”

    경찰이 뒤에서 지켜 보고 있고, 담임선생은 앞에서 호통을 친다.

    그럼에도 데니스는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다.

    “정당방위입니다. 상우가 하굣길에 패거리와 함께 저를 기다리고 있었고, 다짜고자 마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에 뒤에 있던 경찰이 말을 덧붙였다.

    “CCTV를 확인해 보니, 다른 아이들이 마법을 먼저 사용했지만, 그에 대한 너의 대처가 너무 과했다. 이 나라에서 정당방위라 주장 하기엔 너무 악의적이야.”

    “저는 이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반면 상우는 학교를 다니면서 문제를 많이 일으켰죠. 애초에 그 아이들이 기습이라는 멍청한 짓만 안 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확실히 너는 우수한 학생인 것 같더구나. 하지만 그것과 폭력사건은 별개란다.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서 만 12세라도 능력을 활용한 범죄행위를 일으킨다면 정식적인 형사처벌을 받게 돼.”

    “저는 계속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밖에 없군요.”

    경찰은 난감한 표정으로 담임선생을 바라보았고, 결국 담임이 폭발했다.

    “학교에서 성적 좀 좋다고 뭐라도 된 것 같니? 너 때문에 학교는 난리가 나게 생겼다고! 더구나 상우의 부모님도 가만히 계시지 않을 텐데!”

    감정적인 담임의 말에 데니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학생의 보호자분들께 연락했습니까?”

    “네, 그런데 골치 아프게 되었습니다.”

    “왜요?”

    “폭행을 당한 상우란 학생의 아버지께서 서울 중앙지검 지검장이시거든요.”

    “······.”

    “분명 그분께선 일을 크게 키우려 하실 텐데.”

    경찰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들은 다른 선생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전공 선생님들을 불러주십시오.”

    상황이 일방적으로 흘러가자, 결국 데니스는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아군을 찾았고, 그 인물은 그의 재능을 높이 사는 마법학 선생들이었다.

    그들은 로이아스 대륙 출신인 만큼, 대한민국의 제도에 대해 크게 구애를 받지 않았다.

    “영악한 녀석. 안 된다. 네 담임은 나야.”

    하지만 담임 선생은 데니스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에 데니스는 고개를 내저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태도가 어찌나 당당한지, 담임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르르.

    이어서 한 무리의 학부모들이 교무실로 밀고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건한 인상의 남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교무실을 훑어보고는 성큼성큼 데니스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네가 내 아들을 그 꼴로 만든 녀석이냐?”

    “사, 상우 아버님, 진정하세요.”

    그의 분노에도 데니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포션 때문에 외상은 다 나은 것으로 아는데요? 그 꼴이라고 할 게 있나요?”

    말 한마디 지지 않는 데니스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잠시만요, 일단 그것부터 놓으시고.”

    경찰이 급히 그를 말리려 했지만, 상우의 아버지이자 서울중앙지검 지검장인 상재의 눈빛에 질려 주춤거렸다.

    “당신들 미쳤어? 왜 이 자식을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 거야? 최소한 수갑이라도 채워놔야지.”

    “학생의 국적이 마드세인인지라.”

    “그게 뭔 상관이야! 여기가 마드세인이야? 대한민국이잖아!”

    “그, 그것도 그렇지만 상황도 명확하지 않고, 학생이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어서요.”

    “CCTV영상 확보했다며? 그래도 상황이 명확하지 않아?”

    경찰은 지검장이 눈을 부라리며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자, 고개를 푹 숙였다.

    경찰은 결국 수갑을 꺼내 들었는데, 선생들은 입을 꾹 닫고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후회 하실텐데요?”

    “후회는 네가 하겠지. 로이아스인이라고 무사할 줄 알면 오산이다. 너 내가 반드시 콩밥 먹인다.”

    결국 데니스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그는 자신을 변호해주는 사람 한 명 없이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즉석에서 조사를 받는 불합리한 상황을 겪었다.

    “이 학생 부모는 뭐하는 사람들입니까?”

    지검장의 물음에 굳어 있던 담임이 군인처럼 일어나 말했다.

    “마드세인 제국 수도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락을 넣었으니, 곧 올 거라 생각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지검장은 더욱 차갑게 데니스를 노려보았다.

    “별로 잘난 것도 없는 녀석이.”

    데니스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뭘 믿고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반응은 교무실의 분위기를 더욱 차갑게 만들뿐이었다.

    똑똑.

    잠시 후.

    교무실에 노크소리가 울려 퍼지고, 입구쪽에 대기 중이던 선생이 조심스레 문을 열어 밖을 살폈다.

    “데, 데니스 학생의 보호자가 왔습니다만···.”

    그리고 그 선생이 말을 더듬으며 알리자, 경찰은 얼른 안으로 들여 보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척.

    그런데 교무실의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수많은 군인을 대동한 젊은 여성이었다.

    “어?”

    사람들은 그 여성을 보는 순간 상황이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껴야 했다.

    이브릴 로이드 아르비스.

    신 지구 연합소속 지구군 최고 사령관인 거물이 어째서인지 이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다음 세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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