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71화 (17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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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 다음 세대

    은하 연합 출범식.

    애초의 예정대로 지구와 카트리아의 연합이 진행되고, 그 본부를 리모트랜드 연방 제국령에 설치하였다.

    지구군 소속국가와 그 외의 국가로 구분 지은 내 행동에 세계는 난리가 났지만,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쓴다는 태도로 그들을 완전히 무시하며 카트리아 인들을 리모트랜드로 들였다.

    “은하의 평화를 위하며.”

    모름지기 행사에 술이 빠져서는 안 되는 법.

    내 구령에 카트리아 대의회 의원 3명과 지구군 소속 10개국의 대표자들이 잔을 들었다.

    모든 것이 합리적이기만 카트리아도 술과 비슷한 종류의 음료가 있는지, 거부감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본의 아니게 지구를 알아보는 과정에 현재 아르비스 총수님을 필두로 한 세력과 그 외의 세력이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저희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카트리아 내무총괄 주노의 물음에 나는 태연하게 답했다.

    “그들이 우리 지구군에 들어온다면 같은 소속인 거고, 들어오지 않는다면 아무 사이 아니죠.”

    “가입을 희망하면 무조건 들어올 수 있습니까?”

    “가입은 나중에 받아 주겠지만, 권한에 제한을 둘 생각입니다. 아무 리스크 없이 이득만 추구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설 순 없죠.”

    “그렇군요.”

    내 말에 주노는 알겠다며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거뒀다.

    애초에 그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나를 비롯한 로이아스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로 당했지만, 그는 카트리아란 체제에 굉장한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지금의 이 상황은 어디까지나 이레귤러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존재를 계산에 못 넣어 벌어진 사태일 뿐, 지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처음 지구에 왔을 때만 해도, 우리가 살던 세계가 아니니 이곳의 규율에 따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그 생각이 많이 퇴색했다.

    그래서 판단한 게 우리가 누군가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그냥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예정이다.

    “지구에선 우리를 공상과학 수준의 기술력을 지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진정한 공상과학은 마법이라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말을 꺼내는 주노를 바라보며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마법은 세상의 규칙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굳이 표현하자면 마법사가 지닌 서클이 스위치고 마나는 전기, 스펠은 회로와 같다.

    마나와 스펠이 있다고 해도 스위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일반인이라면 절대 마법은 발동하지 못한다.

    스크롤도 그렇고 아티팩트도 제작자인 마법사가 스위치 역할을 하는 주문을 부여해야 발동이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마법의 동작 원리를 이해한다고 해도, 마법이 마법사의 전유물인 것은 어디까지나, ‘세상의 규칙’에 관여할 수 있는 서클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더 큰 변혁을 맞이할 수 있겠지요.”

    마법 자체의 과학적 접근이라.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의 의견에 대한 내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좋은 발상이네요. 하지만 아마 쉽진 않을 겁니다.”

    “어째서죠?”

    “세상의 규칙에 관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는 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니까요. 아마도 창조주님께선 좋아하지 않을 것 같군요.”

    “······. 그 말씀은 불가능하단 뜻입니까?”

    “마나가 지구에만 존재할 뿐, 우주에 퍼져 있지 않은 걸 보면 어렵지 않게 하늘의 뜻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나는 이 세계 창조주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주노는 내 말을 허투루 듣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여러분은 지구 밖에서도 활동하지 않았습니까?”

    나를 비롯해 드래곤과 마왕들은 자체적인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라 우주에서의 활동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우주에서 마력 전지를 갖고 있어야 마법 사용이 가능하다.

    “지구에서 파생된 힘을 활용하지 못하게 할 거면 저희에게 마법이란 옵션을 넣지 않았겠죠.”

    “음···.”

    그런 부분에서 카트리아의 등장은 아주 시기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우주에서 워프게이트를 운영한다면 마력 전지를 활용한 충전식보단, 카트리아의 기술이 효율적일 테니.

    “마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방해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마법과 기술의 융합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미래 지향적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나나 드래곤 정도 수준이 되면 서클을 생성시켜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2서클까지가 한계고 그 이후로는 독자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그래도 정 포기할 수 없다면 마나에 대해 파고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근본이 되는 에너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일 테니까요.”

    “조언 감사합니다.”

    나는 웃으며 그와 함께 사회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문뜩 카트리아가 원주민에게 빼앗은 행성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흥미를 끄는 외계인이 있었다.

    “베넌인이요?”

    “네, 이마에 제3의 눈을 가진 특별한 종족인데,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죠. 베넌 행성은 15년 전에 차지했고 그때도 제가 내무총괄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그는 베넌인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들은 지능이 굉장히 높습니다. 지능 검사를 하면 저희 카트리아인들보다 높게 나올 정도로요. 종교적 성향으로 산업화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만약 그들이 마음먹고 산업 전반을 발전시켰다면 저희 자리에 그들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지능은 높으나 종교 때문에 스스로의 발전을 제한해왔다라···.

    결국 종교만 믿던 그들의 목소리에 신이 귀를 기울이는 일 없이 카트리아에게 고향을 빼앗기고, 노예 신분이 되었다.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지구인들에겐 초능력을 내려줬으면서 어째서 베넌인에겐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일까?

    그 뜻이야 신만이 알겠지만, 여러모로 불쌍한 종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변변한 우주군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면서 저흰 4개 전투함대를 잃고 말았죠.”

    “지상 군대가 그렇게나 강력했습니까?”

    “지상군이 강했다기보다, 그들이 수호신마냥 떠받드는 장치에 당했습니다.”

    웬만한 군대로는 카트리아의 함대를 밀어붙이기란 불가능해 보이는데.

    “우리 카트리아의 결전 병기인 하울의 원형이 된 장비죠.”

    “설마?”

    “네, 양자화 능력이 있는 장치였습니다. 황당하지만 종교 행사를 위해 제작된 물건이었죠. 그런데 전투에 활용되니, 전투함대가 순식간에 궤멸했습니다. 결국 녀석들의 그 장비가 정지한 틈을 타, 우주에서 저격으로 제거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 무려 4개 전투함대가 당하고 말았습니다.”

    “대단하군요.”

    그런 종족도 있구나.

    높은 지능으로 물리학에만 심도 깊게 파고들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물리학 자체가 신학으로 치부되던 것일 수도 있고.

    “그런 베넌인을 풀어 줄 생각을 하시다니 대단하네요.”

    이번에 카트리아에서 노예들을 해방키로 했는데, 그 이유는 이번 전쟁의 패배와 함께 카트리아9이라는 행성에서 쿠데타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종족은 생김새부터, 지능, 기술까지 여러모로 지구인과 비슷했다.

    다만 그들의 행성은 지구와 달리 카트리아의 주요 연료로 사용되는 ‘블루 마테리얼’을 갖고 있었고, 지구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 운명을 갈랐다.

    이번 쿠데타로 카트리아에선 노예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 나의 존재로 군사력을 투사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자, 내부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들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카트리아는 쿠데타를 일으킨 종족을 포함해 노예 대표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결과 그들을 해방하고 본래의 행성을 돌려주어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다만 그들은 해방과 함께 고향을 찾은 대신, 여전히 카트리아 행성 연합의 일원으로 남았는데, 그것이 노예들의 해방조건이었다.

    언제 물지 모르는 개를 가까이 두고 기르기보단, 울타리 안에 풀어두고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나라면 몰살을 염두할 텐데.

    “그건 관리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예전의 베넌인이 아니고, 카트리아도 양자화 기술을 손에 넣은 상태니까요.”

    로이아스도 노예제도를 없앤 지 꽤 되었다.

    안 그래도 그들의 노예제도가 거슬렸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

    *

    은하 연합의 출범과 함께, 지구군의 명칭이 바뀌었다.

    ‘신 지구 연합’으로 말이다.

    지구와 3개의 행성을 보유하고 있는 세력인데, 언제까지 지구군이란 명칭으로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아예 지구군을 신 지구 연합으로 바꾸면서 체제를 UN과 비슷하되, 총수의 권한을 강력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권력 집중형의 UN이라 보면 되겠다.

    처음엔 미국과 러시아, 한국 등 지구측 국가에서 말이 많았다.

    분명 통일군으로 시작했는데, 어쩌다가 행성 연합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물러나기엔 이득이 너무 크고, 새로운 시대에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결국 그들은 빠지려 않고 한 배를 탔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로이아스 국가들의 UN탈퇴.

    딱히 UN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는 우주시대에 그다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돌발상황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것이었다.

    물론 UN탈퇴와 함께 정치, 경제적으로 잡음이 들려왔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지금 우리를 상대로 허튼 수작을 부리는 순간 끝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의 멍청이는 없었으니.

    그저 입으로만 시끄럽게 떠들 뿐이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은 UN에서 쉽게 탈퇴하진 못했지만, 인도와 러시아는 딸랑이를 흔들 듯 우릴 따라 과감하게 탈퇴했다.

    사실 말이 쉽지, 세계연합이라 불리는 UN의 탈퇴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로이아스 4개 세력과, 러시아, 인도에 한국과 일본도 눈치를 보며 탈퇴를 하려 하자, 세계는 난리가 났다.

    내가 지구를 두 개로 나누려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논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신 지구 연합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다만 해당 연합엔 국가별 기여도에 따라 2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고위 국가는 기존 가입국인 10개국으로 UN의 상임이사국과 같으며 그 외 일반 참여국은 회원국이긴 하나 권한이 제한된다. 그래도 회원국임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가입과 동시에 우리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다.]

    완전히 1인 독재 체계를 굳혀가는 듯한 모양새.

    하지만 그렇다고 독재자가 돼서 세계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는 없고, 총수는 3회까지 겸임이 가능하지만 분명 임기가 정해져 있었다.

    이건 때 되면 알아서 물러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처음에만 내 뜻대로 힘을 모으고 안정기에 접어들면 총수의 권한을 조금씩 낮출 생각이다.

    아무튼 나는 신 지구 연합의 총수로써 분명히 생각을 밝혔고, 이후의 선택은 국가에 넘겼다.

    생각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빨리, 신 지구 연합의 테두리에 들어와서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나을 거다.

    이미 세계의 권력은 우주전쟁 이후로 로이아스 대륙으로 이동한 상황.

    나는 이김에 눈치를 보느라고 진행이 지지부진하던 에너지 산업의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로이아스의 에너지 산업 진출에 미국과 러시아가 기겁했지만, 그들은 불만을 표할 뿐 나를 비난하진 못했다.

    같은 테두리 안에 있다고 해서, 그들의 위치가 더없이 견고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이번 전쟁에 핵미사일을 제공한 것 빼면 이렇다 할 활약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로이아스 연방제국이나 하이랜드와 동일하게 대우해주는 것부터가 과한 인정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결국 이렇다 할 대책을 못 찾고 새롭게 찾아올 산업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했다.

    당연히 처음엔 석유 에너지와의 공존을 모색하며 마력 전지의 값을 비싸게 매겼다.

    그럼에도 수요는 넘쳤다.

    아마 오래 걸리지 않아 현 에너지 산업 태반이 마력전지로 바뀌게 될 것 같다.

    마력전지는 자가 충전이 가능하기에 처음 설치비와 유지관리비를 제외하면 돈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

    비싼 것만 빼면 누구나가 바라마지 않는 꿈의 에너지원이었다.

    마력전지의 보급은 당장 로이아스측의 이득으로만 보이지만, 이는 지구 전체를 위해 필요한 세대교체였다.

    환경과 경제, 과학적인 측면에서 골고루 말이다.

    그렇게 내가 바라면 그대로 실행이 되니, 거침없이 힘을 휘둘렀다.

    [세계의 황제. 그의 지시에 지구 전체가 움직인다.]

    덕분에 산업 전반이 뒤집히기도 하고 세계 경제는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한 명의 선장이 마음먹고 키를 쥐니, 발전이란 이름의 배는 더없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지구 대부분의 국가가 불만을 토하면서도 신 지구 연합에 가입했다.

    예정대로 UN은 힘을 잃었고, 세계의 대소사를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신 지구 연합과 내게 일임되었다.

    나라에선 얼마든지 내 선택과 지시를 거부할 순 있지만, 내게 밉보이면 혹시라도 도태될까 내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그렇게 유례없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지구는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음 세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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