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68화 (168/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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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 상황은 조작이 아니며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는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CN*기자가 마이크를 쥔 채 로얄 어스 브릿지의 메인 디스플레이를 가리켰다.

    “방금 지구군의 총수이자,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의장인 아르비스 대공께서 마법을 이용해 공격하는 모습은 줌인으로 촬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리가 너무 멀어 전투 위성을 통한 영상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음성.

    하지만 주변에 같이 촬영 중인 기자와 다른 언론사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명 초반 전장의 양상은 일방적으로 밀리는 듯 보였으나, 청룡 클랜의 마그누스 님과 하이랜드 최고 고문인 테라시아 님, 이블킹덤의 데이라 국왕님, 셀라나 여왕님, 앞선 말씀드린 아르비스 대공님께서 직접 전장에 참여하면서 전황이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의 모습과 함께 카메라는 브릿지의 상황 모니터에 향했다.

    “예전에 청룡 클랜의 인터뷰를 통해 마그누스 님께서 로이아스의 진정한 전력은 마도 병기가 아닌 사람이란 말씀을 하셨죠. 그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마그누스님의 압도적인 능력치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였지만, 모든 게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자유롭게 공간을 도약하며 거대한 전함을 파괴하는 저 다섯 사람이 마음먹고 지구를 공격했다면, 저흰 지옥을 보게 되었을 겁니다. 로이아스가 지구를 침략하지 않고 융화 정책을 편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단 생각이 드는군요. 아마 이번 전쟁이 끝이 나면 저희 지구의 영역은 우주로까지 확대되겠죠. 하지만 그것은 지구의 기존 국가가 아닌, 로이아스를 중심으로 한 신세력이 주축이 되리란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쟁이 끝이 나면 지구의 권력은 완전히 로이아스로 이전될 것이다.

    누구는 전 세계가 난리를 떨고 있음에도 나완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지구의 분위기는 기사회생 그 자체였다.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절대로 이기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외계인의 존재.

    그러나 한편으론 지난 전쟁에서 영웅으로 거듭난 루이스라면 뭔가를 보여줄지도 모른 다른 희망을 품었는데, 지금 그 상상이 현실로 이어졌다.

    그것도 말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다 살아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모두가 환호하며 기뻐했다.

    아직 전쟁의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TV 너머로도 느낄 수 있었다.

    “총수님, 모선 1, 모선 3이 셀레나 여왕님과 데이라 국왕님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브릴은 수시로 현재 상황을 루이스에게 전달했는데, 그 낭랑한 목소리가 브릿지에 울려 퍼질 때마다 사람들은 전율했다.

    “의장 전하께서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같은 로이아스 출신인 군인들도 이 상황이 안 믿기는데, 순수 지구인들은 오죽하겠는가.

    “피륙으로 이뤄진 인간이 어찌 이렇게 강할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합니다. 지구인들도 마법을 배우면 저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걸까요? 아, 이런. 죄송합니다. 사설이 길었군요. 그럼 계속해서 현장 상황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에겐 단순한 빈말일지 모르지만, ‘마법을 배우면’이란 말은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되었다.

    “성게라 명명된 외계인 비밀병기의 형태가 변했습니다!”

    그렇게 지구들인들 모두 생생하게 TV를 통해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지켜보았다.

    ***

    “음···.”

    나를 포함해 겨우 5명의 참전으로 전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의 병력이 적들을 사정없이 몰아치는 모습은 지켜보던 나는 말을 잃어야 했는데.

    그 이유는 이제 와서 외계인들이 불쌍해졌다든가, 싸우기 싫어졌다는 것은 아니고 나를 향해 다가오는 육중한 함선 때문이었다.

    “장난 아닌데.”

    그건 바로 성게라 명명된 카트리아의 비밀병기였다.

    방금까진 함선과 함재기를 향해 공격을 퍼붓던 녀석은 공격 우선순위가 나로 바뀌었는데, 인간과는 질량 자체가 다른 육중함을 자랑하며 다가왔다.

    녀석의 동체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마나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랐는데, 일반 기체들과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특수한 동력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지이잉!

    나를 향해 쏘아지는 3겹의 주포.

    하나하나가 대용량 핵탄두와 다름없는 파괴력을 지닌 공격이지만.

    “어림없지.”

    너무도 쉽게 상쇄되었다.

    이어서 위협적인 생김새를 적극 활용하듯, 녀석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후욱

    “헙!”

    녀석의 가시들이 흐릿해지나 싶더니, 공간을 가로질러 사방에서 나타났다.

    그래서 코어의 마력을 활용해 급히 방어막을 펼쳤는데, 그 공격은 내 방어막마저 투과했다.

    “무슨!”

    결국, 급히 블링크로 자리를 피했다.

    주룩.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줄기.

    성게가 녀석들의 비장의 무기라는 것은 알았지만, 예상을 완전히 웃도는 공격에 근래 들어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공격은 한번 피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위에서 아래, 앞에서 뒤로 거대한 덩치만큼 수 km의 공간을 가시들이 가득 채우며 나를 노렸다.

    나는 공각이동을 하기 전 공격을 날렸지만, 내 공격은 어김없이 가시 지옥을 투과했다.

    그리고 다시 블링크로 멀리 도망쳤는데, 그 사이 수천, 수만 가닥으로 갈라진 가시들이 내가 있던 곳을 휩쓸며 지나가는 모습에 미간을 좁혔다.

    지구의 샤를마뉴 전설에 등장하는 바리사다가 방어를 무시하고 실체를 벤다고 알려졌는데, 마치 그것을 실물로 보는 듯하다.

    그리고 이는 내가 마계에서의 폭력의 마왕과 싸울 때 사용한 능력과 비슷했는데, 아무런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며 마법이 아닌 과학기술만으로 이뤄진 현상임을 알 수 있었다.

    “설마 양자화?”

    이게 물질의 양자화란 걸까?

    혹시라도 녀석이 양자화와 재구성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면 과학이 완전히 마법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신기하군.”

    하지만 결국엔 과학.

    마법의 신비함을 따를 수는 없다.

    마법은 기술이 아닌, 강제력을 띈 세상의 의지였으니.

    “정지.”

    가시 하나하나가 무수히 분할되어 날아들던 모습 그대로, 내 언령에 의해 구속되었다.

    “역시 마법에 대한 내성이 없어.”

    단순한 양자화가 끝이 아닌 듯, 녀석은 아공간을 열고 나오는 기간트처럼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체 과학으로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과학으로 워프를 사용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공간과 실체를 가지고 노는 기술이 아닌가.

    나는 막 실체에서 양자화로 넘어가려는 녀석을 탐색해 핵을 찾았다.

    고고고!

    주변의 모선들이 성게를 구하듯 나를 향해 주포를 쐈지만, 그 모선의 주포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증발했다.

    “진짜, 내가 봐도 인간이 아니네.”

    스스로를 거의 신에 다다른 힘을 가졌다라 평해야 할까?

    굳어 버린 성게의 중심 코어를 찾아낸 나는 그것을 바로 뽑아냈다.

    내 손 위로 나타난 집채만 한 붉은 코어.

    그것을 아공간에 수습하니 양자화했던 녀석의 동체가 조금씩 가루가 되어 우주 공간을 떠다니기 시작했다.

    언령의 힘을 끊자 녀석의 분해는 점점 속도를 더해갔고, 흉물스럽게 몸통 일부만 남아버렸다.

    “상대가 안 좋았네.”

    아마 이 녀석이라면 마왕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상성이 좋아 보인다.

    다만 언령이나 용언처럼 의지의 힘을 발현하는 상대에겐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로이아스 대륙에서 유일하게 의지의 힘을 발현하는 권능을 지닌 사람이 나다.

    가이아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겠지만, 여러모로 능력의 효율성이 좋았다.

    “이제 전쟁을 끝내 볼까.”

    나는 이김에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받은 선물을 사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

    “타우스, 카이어 완파! 제츠, 마이드, 반라이가 반파되어 전장 이탈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21전투함대 전멸했습니다! 기함 파란기스에서 구조요청 신호가!”

    “사령관님! 3군에서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

    카트리아의 2군 사령관인 리니아는 정신없이 울려 퍼지는 통신 사관의 외침에 이를 악물었다.

    “반파되어도 공격을 못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싸우라고 해! 구조요청엔 소형 수송함을 내보내도록! 다만 함 내로 들일 수는 없으니, 구조가 끝나는 대로 후방으로 물러나도록! 3군에는 우리도 지원할 전력이 없다고 답해라!”

    고고하던 군대의 꽃인 리니아가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부대를 지휘하는 모습은 분노로 가득했다.

    자신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더구나 애완동물처럼 관찰하던 녀석들에게 이런 수모를 겪다니.

    “이게 모두 저 녀석들 때문이다.”

    리니아는 입술을 깨물며 함대를 사냥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보호장비 하나 없이 우주를 날아다니며 눈앞의 전함을 파괴하는 모습은 자비 없는 사냥꾼 그 자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들의 공격을 모조리 상쇄시키며 손을 까딱일 때마다 전함을 파괴하는 루이스의 존재는 전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신이 존재한다면 저런 느낌일까?

    지구에 등장한 언노운이 단순한 이질의 힘을 사용하는 수준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땐, 도망치기에 너무 늦어버렸다.

    “젝스5와 하울, 교전에 들어갑니다!”

    힘겹긴 하지만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젝스5라 명명된 루이스를 쓰러뜨리는 것.

    카트리아의 군대는 적의 정체에 대해선 모르지만, 적어도 루이스가 언노운 중 가장 강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만약 루이스가 뒤에서 방어를 해주지 않는다면 4명의 언노운이 저리도 쉽게 사냥하듯 전함을 파괴하진 못할 터.

    자신들의 결전 병기인 하울이 루이스를 쓰러뜨리기만 하면 큰 피해를 입겠지만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울에는 사기적인 기능이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면 한낱 사람에게 질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상황이 그러했듯.

    그녀의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끝이 났다.

    “하, 하울 기능정지···.”

    결전 병기인 하울이 파괴되는 것을 보며 리니아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

    “안돼!”

    카트리아에서 루이스를 상대할 능력을 가진 병기는 하울뿐.

    하지만 반대로 루이스도 하울의 강력함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방해물이 사라졌으니, 루이스를 막을 수 있는 전력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쿵. 쿵. 쿵.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우주에서 소리를 수집하는 기능이 있는 카트리아의 전함에 연이어 낮은 폭발음이 들여왔다.

    고개를 돌리니 새하얀 빛이 전달되듯 함선을 파괴하며 다가왔다.

    그것이 핵폭발의 빛임을 알아챈 그녀는 더 이상 놀랄 기운도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쿵!

    그러나 이래도 안 놀랄 거냐는 것처럼 원통형의 금속 선물이 그녀가 있는 2군 사령관의 기함으로 전송되었다.

    “핵 미사···.”

    그리고 그녀가 해당 선물의 정체를 파악하며 뒷걸음질을 친 순간, 새하얀 빛이 폭사하며 그녀를 짚어 삼켰다.

    카트리아의 전함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내부에서 핵탄두가 폭발하는 것까진 방어해낼 순 없었다.

    그렇게 루이스는 총력전을 선언하며 투입한 카트리아의 11개 전투함대 중 7할을 박살내고 나서야 공격을 멈추고 항복을 종용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어찌 신에 비하겠는가.

    지금 생존한 카트리아인들에게 루이스는 악마이자, 전신이었다.

    은하를 운영한다고 칭할 수 있는 종족이 아직 우주에 제대로 진출하지도 못한 지구에 패배하고 말았다.

    ***

    바뀌는 환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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