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67화 (16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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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전신

    “이야, 무시무시 하구만.”

    국민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어마어마한 군사지원금을 내고 지구군에 합류한 유럽연합과 일본.

    새롭게 지구군 참모진에 합류한 프랑스인과 일본인은 태연하게 엘븐티를 마시며 눈 앞에 펼쳐진 함선의 파도를 바라보는 루이스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세계는 난리가 났다.

    외계인들이 어마어마한 병력을 끌고 나타나면서 지구는 종말의 분위기에 물든 상태.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데 일조한 인물이 이리도 상황에 맞지 않는 반응을 보이니, 황당할 따름이다.

    이미 한차례 루이스와 어울린 4개국의 참모들은 불안하긴 해도 잠자코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러기가 힘들었다.

    “핵을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일본인 참모의 주장에 루이스는 입을 가리며 작게 하품을 하고는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네, 상황 봐서요.”

    “따로 적들을 상대할 묘안이 있으십니까?”

    “그러는 참모께선 묘안이 있으세요?”

    설마 물음에 물음으로 답을 해올 줄은 몰랐던지라, 일본인 참모는 말문이 막혔다.

    “너무 안절부절못할 필요 없어요. 저흰 할 일을 하면 되는 거니까요.”

    “어떻게 전투를 진행하실 생각인지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녀석들이 사거리에 들어오면 함포 공격하고 함재기와 기간트 출동해서 싸우는 거죠.”

    숫자가 워낙 불리해서 같은 방법으로 싸우면 이기기가 힘들어 보인다.

    총수정도 되는 인물이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모습에 일본과 프랑스인 참모는 답답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지구군 함대 총감사관으로 자리한 이브릴이 차갑게 말했다.

    “어떤 위기라도 총수님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의심 따윈 마시죠.”

    더불어 마드세인 제국소속의 함대장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덕분에 두 사람은 목을 움츠려야 했다.

    도대체 광신도나 다름없는 저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언론에서 떠받들어 주고 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루이스의 이미지는 부하들의 전공을 독식한 인물이었다.

    루이스는 절대 부하들의 전공을 탐낼 스타일이 아니지만, 실제로 현재 세계에서 떠받드는 영웅은 그였지, 전장에서 싸운 군인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같은 편끼리 열 낼 필요 없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루이스의 말에 일본과 프랑스의 참모를 차갑게 바라보던 두 사람이 얼른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전방으로 고정시켰다.

    그 충성심은 봉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참모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외계인의 함대 후방에 위치한 거대한 함선 보입니까?”

    루이스의 물음에 참모들의 시선이 적 함대의 현황을 나타내고 있는 디스플레이에 향했다.

    함재기를 탑재한 거대 전함들과 함께 모선들이 행성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중에 모선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생김새를 한 이형의 병기가 눈에 들어왔다.

    “카트리아의 비밀병기 같습니다. 인질들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는 녀석이죠.”

    그 함선은 마치 성게를 연상시켰는데, 사방으로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난 모습은 생김새부터 위협적이었다.

    “혹시 저것 때문에 상황을 살피고 계신 겁니까?”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진심으로 이기실 생각이군요.”

    그는 압도적인 군세에 질려 ‘성게’라 명명한 함선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설령 성게의 존재를 알아채도 저것 하나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 질 생각으로 전장에 나섰겠습니까?”

    머쓱해진 일본인 참모는 헛기침을 하며 전방을 주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참모들의 어두운 얼굴이 펴지는 것은 아니었다.

    “총수님, 적들이 전진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지구군 함대의 위치는 달과 지구를 뒤로 둔 상태로 지난번보다 조금 더 앞선 거리에서 적들을 맞이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지구와 달이 굉장히 가깝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 사이의 거리는 지구지름의 30배가 넘었다.

    마하 1의 속도로 나는 비행기가 약 13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야 닿을 수 있는 거리.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거리를 생각하면 지난번처럼 달 근처에서 적을 맞이해도 되지만, 이번엔 적의 수가 워낙 많은지라 막아선 함대를 무시하고 지나칠 경우를 대비해 조금 더 앞서 맞이했다.

    “전진 없이 산개하세요.”

    “네.”

    “적도 산개합니다.”

    지구군의 전함 숫자는 300대에 못 미치는 반면 적들은 거의 3000대에 달한다.

    산개를 하니 그 규모가 더욱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전투기, 기간트 투입. 하지만 아직 앞으로 나가면 안 돼요. 모선의 공격이 먼저 시작될 테니.”

    이어서 전투기 천 여기와 마스터들이 탑승한 기간트 360기, 새롭게 추진 백팩을 탑재한 기간트 500여 기가 투입됐다.

    덕분에 레이더처럼 피아 표기가 되는 디스플레이에 지구군 측의 점이 꽤나 많아졌다.

    “적 함재기 투입합니다. 수 약 1만 2천!”

    사람 질리게 만드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덕분에 디스플레이에 표기되는 적들의 덩치는 지구군 함대를 포위할 정도였다.

    “맙소사.”

    지구인의 입장에선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전개.

    이 상황 자체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은 아닌 건지 헷갈렸다.

    그렇게 진을 치고 있는 루이스의 함대를 향해 카트리아의 대함대가 거리를 좁혀오고, 적 함대가 태양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이 보일 때 공격이 시작되었다.

    “적 함대, 모선 급 주포가 날아옵니다!”

    “방어.”

    두께가 수백 미터에 당하는 광선 14개가 일제히 지구군 함대의 방어막을 두드렸다.

    일반 모선 11대와 3개의 모선 급 주포를 날리는 성게.

    덕분에 지구군 함대의 방어시스템이 난리가 났다.

    붉은 광선이 시야를 가득 채우니, 마치 핏빛의 바닷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적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전함들도 일제히 주포를 사용할 테니, 이 상태로는 방어선의 마력이 오래 못 갈 것이다.

    “어쩔 수 없죠. 전투기, 기간트 전진.”

    “설마, 함재기들을 미끼로 사용할 생각입니까?”

    잠깐 잠자코 있나 싶더니, 일본인 참모가 다시 끼어들었다.

    루이스는 귀찮음에 그의 말을 무시하며 손목의 통신구를 사용했다.

    “테라시아님 함재기들 에스코트 좀 해주시겠어요?”

    [그러지.]

    “마그누스 너도 따라가.”

    [반격해도 되요?]

    “당연하지.”

    이어서 빠르게 전진을 시작한 기간트와 전투기 부대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고, 함재기들을 노린 모선의 공격을 막아줬다.

    “무, 무슨?”

    그 모습에 경악하며 뒷걸음질을 치는 지구 측 참모들과 바쁘게 카메라를 움직이는 언론사 관계자들.

    루이스는 보기 좋게끔 두 사람의 모습을 전함 디스플레이로 클로즈업해줬다.

    아름다운 두 여인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대한 레이저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은 너무도 비현실적이었다.

    “청룡 클랜의 클랜장 마그누스.”

    언론 관계자 중 누군가가 마그누스를 알아보며 중얼거렸다.

    그에 루이스는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네, 한 사람은 청룡 클랜의 클랜장이고 다른 분은 하이랜드의 최고고문이십니다.”

    “가, 감사합니다.”

    친절한 설명에 언론 관계자가 얼떨떨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모선의 주포인 레이저 공격 한방 한방이 9클래스 상급 수준.

    드래곤인 그들에게 막기 힘든 수준은 아니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점점 손이 빨라졌다.

    그리고 잠시 잠자코 있던 성게에서 이상 현상을 발견한 루이스가 다시금 통신 팔찌를 사용했다.

    “데이라님, 셀레나님. 괜찮겠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두 마왕도 전쟁에 참여했다.

    성게의 주포가 세 개로 합쳐지며, 마그누스를 압박한다.

    그 공격은 마그누스도 막기가 버거운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셀레나가 나타나 그 공격을 상쇄했다.

    그리고 한 손 검을 쥐고 무섭게 앞으로 날아가는 데이라가 전함의 함포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적의 함재기들을 한 번에 수 기씩 베어버렸다.

    “저 두 분은 이블 킹덤의 여왕폐하와 국왕 폐하십니다.”

    우주복 없이 맨몸으로 우주를 날아다니는 네 사람.

    상대적으로 한가해진 본진 비해 그 네 명을 중심으로 함재기들 간 전투가 벌어졌다.

    함재기의 숫자는 지구군 측이 훨씬 적지만, 마스터들이 탑승한 기간트와 마왕이 전장을 휘저으니 피해가 누적되는 것은 지구군이 아닌 카트리아 측이었다.

    “전속 전진.”

    색욕의 마왕과 두 드래곤에게만 귀찮은 일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

    방어를 전담하는 세 사람 덕분에 적들의 주포가 힘을 못 쓰고 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이 수천 대의 전함이 날리는 주포를 모두 막을 순 없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 일반 전함들의 공격에 더욱 정신이 없어 보였다.

    “곧 저도 나가겠습니다. 그땐 함대장님께서 모든 부대를 통솔하세요.”

    “네!”

    루이스의 말에 멍청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이던 참모들이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어딜 가냐는 것 같았다.

    이브릴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랑하듯 말했다.

    “1인 무력으로 총수님을 따라올 존재는 없습니다.”

    루이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가시는 겁니까?”

    “원랜 성게의 기능을 조금 더 살피고 나설 생각이었지만, 저 네 사람을 내보내고 앉아만 있을 순 없으니까.”

    철저히 화력전을 고수하는 듯한 카트리아의 모습에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전투패턴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더불어 적 모선들에서 안테나 같은 뿔이 돋아나고, 그것이 지난번의 초 전자기장 공격임을 알아챈 루이스는 지체없이 전함 밖으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첫 번째 공격은 카메라가 잘 찍을 수 있는 위치에서 시작했다.

    이팩트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마법진 생성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 루이스의 손위로 붉은색의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리고 마법진이 점점 팽창하더니 전함 못지않은 크기의 태양이 나타났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은 겉모습만 그럴싸한 것이 아니었다.

    본래는 주먹만 한 9클래스의 뉴클리어 익스플로전의 확대판.

    마음만 먹으면 작은 행성조차 날릴 수 있는 에너지가 루이스의 머리 위로 응축되었다.

    “이걸 그냥 던지면 모양이 안 서니까,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게 만들어야겠다.”

    이어서 그는 적을 향해 총을 쏘는 모습을 취했다.

    고고고고고!

    그의 신호에 핵분열을 일으키며 불타오르는 태양이 기다랗게 꼬리 궤적을 남기며 날아갔다.

    무시무시한 기세에 앞에 있던 함재기들이 일제히 도망치고, 도망치지 못한 아군기는 루이스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다른 곳으로 이동을 시켰다.

    카트리아의 함대가 우왕좌왕하는 게 그대로 전달 되었다.

    그들은 신속하게 피했지만.

    “궤적이야 바꾸면 그만이지.”

    그 태양은 90도로 방향을 선회하며 옆구리를 드러낸 전함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마법은 한 모선에 틀어박히고 나서야 폭발을 일으켰는데, 눈 부신 빛과 함께 확장하는 화염 덩어리는 태양의 생성 과정을 보는 듯했다.

    넓게 포진해 있어 카트리아의 전력에 심대한 타격을 준 것은 아니지만, 모선을 포함해 100기 이상의 전함이 단 한 번에 증발하고 말았다.

    잠시 후, 엄청난 열기를 토해내던 그 공격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그물처럼 진을 치고 있던 카트리아의 진영에 큼지막한 구멍이 생겼다.

    루이스가 슬쩍 뒤를 돌아보니, 지구측 인물들뿐 아니라, 평소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로이아스의 인물들까지 입을 벌린 채 놀라고 있었다.

    만족스런 미소를 흘린 루이스는 모선들의 초 전자기장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두 드래곤과 색욕의 마왕을 도와주기 위해 공간이동을 사용했다.

    주변의 풍경이 바뀌고 서로 뒤엉켜 개싸움을 벌이고 있는 함재기들의 전쟁터에 도착하자마자 손가락을 튕겼다.

    그로 인해 루이스를 중심으로 강력한 전자기장이 생겨나 앞으로 나아갔는데, 그 전자기장이 모선들의 공격을 상쇄해버렸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젠 재고 따질 필요가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

    셀레나는 자신이 고전하던 공격을 너무 가볍게 막아내서인지, 루이스를 보며 잠시 주춤거렸지만, 이내 적이 아니란 사실을 상기하며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루이스는 가볍게 답했다.

    “방어는 제가 맡겠습니다. 쓸어버리죠.”

    *

    전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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