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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66화 (16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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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리아 본성, 센트럴 시티 중앙사령부.

    카트리아의 정상이라 할 수 있는 대의회의 의원들은 갑작스런 비상소집에 의아하단 반응을 보였다.

    “누가 소집을 요청한 거지?”

    2군을 다스리는 여성 사령관인 리니아의 물음에 동석한 7명의 의원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서 1군 사령관인 타우러스와 내무총괄인 주노가 들어왔다.

    그로써 대의회 소속 9명이 모두 모였다.

    새하얀 카트리아 인인데, 타우러스의 안색은 그야말로 시체나 다름이 없는 상태.

    눈빛도 불안정하기 그지없는 보라색이었다.

    그에 사람들은 타우러스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가 현재 지구를 담당하고 있단 사실을 떠올리며 온갖 상상을 했다.

    “급히 소집 청해서 미안하네.”

    딱 보고 알았지만, 역시나 소집을 요청한 인물은 타우러스였다.

    죄를 지은 듯한 모습에 사람들은 설명을 요구했다.

    “지난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대로 1개 정찰함대를 지구에 파견했다.”

    뜸 들이지 말고 빠르게 말하라고 재촉하는 눈빛들.

    타우러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정찰함대는 교전 통신과 함께 신호가 끊겼지. 조사결과 정찰함대가 당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규모를 키워 11전투함대를 파견했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던 타우러스가 머뭇거리며 쉬이 말을 잇지 못하자 의원들은 하나같이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11전투함대가 대패했다.”

    “말도 안 돼!”

    리니아는 믿을 수 없다며 비명을 지르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투함대가 대패를 했다고? 대체 어쩌다가?”

    전투함대는 정찰함대와 전력이 압도적으로 다르다.

    숫자도 열 배에 다다르고, 무엇보다 모선이 존재하는 만큼 전투 능력은 숫자의 차이를 아득히 넘어선다.

    “녀석들에 대해 몰랐다고밖에 변명을 못 하겠군.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언노운의 힘은 우리의 예측을 가볍게 초월했다.”

    지구의 기술력 포인트가 500점대인 것에 비해 카트리아는 20만이 넘는다.

    두 세력의 기술력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하지만 이들이 언노운이라 칭하는 마법의 힘은 그 모든 차이를 메꿨다.

    “언노운의 힘으로 무장한 함대는 단단했으며, 초 전자기장의 EMP효과에도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녀석들은 공간을 다루는 능력으로 중성자탄을 집어삼킨 후, 우리 함대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주었다.”

    타우러스의 말에 내무총괄인 주노가 말을 덧붙였다.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는 11함대의 전멸, 지구 측은 함재기 격침 13기가 끝이다.”

    이어서 허공에 해당 전투에 관한 영상이 떠올랐다.

    모션의 주포를 언거푸 막아내며 전진하는 적 함대의 위용이 상당하다.

    더불어 함재기와 2족 보행형 로봇의 활약은 카트리아 함재기들의 능력치를 넘어섰다.

    “겨우 공기 추진방식에 저렇게 밀린다고?”

    “녀석들의 함재기는 모두 유인 탑승 방식이었는데, 무인 장비의 성능을 크게 상회하는 반응속도를 보여줬지.”

    카트리아의 함재기는 모두 무인 장비다.

    빠르게 타겟을 캐치하여 공격을 하는데, 어째서인지 이번 전투에서 무인기들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툭하면 공격이 빗나가기 일쑤인데, 회피를 제대로 못 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는 기사들이 공격과 이동 패턴을 빠르게 파악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들은 적이 대단한 예측 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적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는데, 모선을 포함한 주요전함 40여 척을 거의 온전한 형태로 빼앗겼다는 것이다.”

    주노의 말에 모두는 앓는 소리를 내고, 타우러스는 면목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지구를 무시해서 벌어진 참사다. 타우러스만의 잘못이라고는 볼 수 없어.”

    평소 타우러스와 사이가 좋지 않은 2군 사령관 리니아의 말은 타우러스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런데 내무총괄인 주노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타우러스의 잘못이 크다. 정찰대가 괴멸되고 바로 우리에게 알렸으면, 허무하게 정예 함대를 잃을 일은 없었겠지.”

    지극히 타당한 말.

    타우러스가 창피함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11전투함대를 파견한 것은 사실이었으니 반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측에 불과하지. 결국 우리도 1개 전투함대를 파견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나도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진 지구가 우리의 전투함대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못 했으니.”

    하지만 주노의 말에도 리니아는 타우러스의 변호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군사령관들이 모두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랬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은 어차피 만약의 일이고, 타우러스가 우리에게 고지 없이 전투함대를 움직여 병력을 손실시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어진 주노의 말은 반박할 수 없는 팩트였다.

    그에 리니아도 더 이상 타우러스를 끼고 돌 수 없었다.

    “주노의 말이 맞다. 전투함대를 잃은 것은 크나큰 손실. 처벌은 달게 받겠다.”

    “그래야지. 처벌에 대한 이야기는 이 사태를 해결하고 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한다.”

    “알겠다.”

    처벌이라고 해봐야 한시적 정직 처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의원 9명의 지위는 굉장히 견고했으니.

    아무리 주노가 내무총괄로서 힘이 크다곤 해도, 같은 의원을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구처럼 혈육에게 대물림을 할 순 없지만, 의원이란 자리는 전적으로 전임의 의사에 따라 후임이 결정되고 지위를 물려주는 방식이다.

    때문에 의원들은 후계가 될만한 이를 키우고 있거나, 부하들의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야 한다.

    그들의 선택에 따라 다음 대 왕이라 할 수 있는 카트리아의 지도자가 선발되는 것이니 말이다.

    “전함을 빼앗긴 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이 안 되는군.”

    카트리아에게 있어 현 지구는 존재 자체가 이레귤러.

    5군 사령관의 말에 주노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녀석들이 뭔가 시도하려고 하기 전에 끝내면 되는 일이다.”

    주노의 말에선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동안 지구가 우주에 진출하게 되면 그들은 이제 어항 속 금붕어가 아닌 경쟁자란 말을 했지만, 실제로 지구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의 존재를 인정하고 진정한 경쟁자로서 대해야 할 때다.

    “다행히 녀석들의 공격능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11전투 함대는 자신들이 쏘아 보낸 중성자탄에 자멸한 거지, 녀석들의 공격에 전멸한 게 아니다. 만약 그것을 쓰지 않았다면, 더욱 치열하게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을 터.”

    “결론은 순수 화력전으로 몰고 가면 된다는 소리군.”

    “그렇다. 그리고 화력전으로 우위를 가져가기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숫자에 있지.”

    이어질 그의 말을 유추 못 하는 사람은 없었다.

    주노는 의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 선언하듯 말했다.

    “총력을 동원해 지구를 쓸어 버린다. 이의 있는 의원 있는가.”

    이의가 있을 리 없다.

    모두는 그의 의견에 동의했고, 지구로 파견할 부대의 규모를 정했다.

    그로 인해 결정된 것은 남아 있는 14개 전투함대 중 11개 전투함대의 파견.

    또한 카트리아 행성 연합에서 총력을 기울여 최근에 제작한 병기도 보내기로 정해졌다.

    “설마, 지구 따위에 이런 전력을 투입하는 날이 올 줄은 예상도 못 했군.”

    “지구의 말을 빌리면 이것이 바로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상황인가.”

    그들은 귀중한 1개 전투함대를 잃었음에도 크게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이 없었다.

    전력 투입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들 사이에 지구에겐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깔려있었다.

    그들 입장에선 객관적인 사실일지 모르지만, 이 자체가 방심이기도 했다.

    ***

    [로이아스 연방제국과 하이랜드 함대의 위용. 고도의 과학기술력으로 무장한 외계인과의 전투에서 압승을 거두다.]

    [로이아스 대륙의 존재는 지구의 수호자와 같다. 그들 자체가 인간을 향한 신의 은총이란 말이···.]

    [뒤늦게 아르비스 총수에게 매달리는 국가 지도자들. 외계인의 위협이 사실로 밝혀진 지금은 자존심을 차릴 때가 아니지만,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로이아스 인들에겐 한심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아르비스 총수는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모든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 그런데 혈통이 대단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그가 농부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이란 것을 아는가.]

    [영웅으로 거듭난 아르비스 총수의 일화를 파헤친다.]

    모선을 포함해 전리품인 카트리아의 전함들은 칼바도스 제국 북부 항구에 띄워놓은 상태다.

    덕분에 수많은 관광객들과 기자들이 칼바도스 제국으로 몰렸는데, 어마어마한 위용을 뽐내는 모선과 카트리아의 전함단을 보며 하나같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당연히 적의 실체를 확인한 사람들은 우리를 떠받들기 바빴고, 그중 가장 큰 관심과 환호를 받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입이 귀에 걸리셨습니다.”

    에리스의 지적에 나는 애써 표정을 수습하며 마우스 커서를 움직였다.

    [아르비스 대공, 의장, 총수님의 팬 페이지입니다.]

    그동안 인터넷에선 침입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나를 포함한 로이아스 인들을 배척하는 여론이 강했지만, 이번 사태로 그런 분위기가 완전히 없어졌다.

    지구인들 입장에서 우린 그들을 구해준 영웅들이다.

    지극히 당연한 대우라 할 수 있지만, 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보여주기식 전투인 만큼, 나는 누구보다 이 상황을 만족하고 있었다.

    내 이름으로 된 팬 페이지를 보며 다시금 너털웃음을 흘렸다.

    “아직 전쟁은 안 끝났잖아요? 이렇게 여유 부리셔도 돼요? 그들이 다시 올 수도 있다면서요.”

    잔뜩 굳은 에리스의 물음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미 출발했어. 지금까지 집결한 전함의 수만 2800대 정도네.”

    “네?”

    마치 친구에게 PC방 가자고 제안하듯 깃털처럼 가벼운 대답에 잠시 큰 눈을 껌뻑인 에리스가 뜨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큰일 난 거잖아요!?”

    “괜찮아. 걱정하지 마.”

    태연한 내 반응에 기겁했던 에리스가 살짝 안도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역시, 오라버니세요. 좋은 작전이 있으시군요?”

    이거 실망시켜 미안한걸?

    실은 딱히 작전이랄 것도 없다.

    “그냥 전처럼 싸울 생각인데.”

    “······.”

    이번에도 우리가 지구를 위해 고생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럼 왜 그렇게 여유 부리고 계신 거예요?”

    “도착하려면 하루는 더 걸릴 것 같아서.”

    나는 이미 스파이 위성을 녀석들의 본성을 비롯해 주요 행성에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녀석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살피는 것이 가능했다.

    “맙소사.”

    표정이 풍부한 에리스는 여러모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나는 녀석의 볼을 꼬집어 길게 늘어뜨리며 말했다.

    “이번 카트리아와의 전투로 깨달은 게 뭔 줄 알아?”

    뜬금없는 물음에 녀석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실컷 놀려 먹었으니, 이젠 에리스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줘야겠다.

    “자신이 없어.”

    “오라버니?”

    “녀석들에게 질 자신이.”

    모름지기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

    한국의 유명한 바둑 프로기사의 말을 인용한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에리스가 주먹으로 내 어깨를 때렸다.

    “우리의 최고 전력은 함대가 아닌, 사람들이란 사실을 잊지 마.”

    “그, 그런가요?”

    언제 헤실 웃음을 흘려 보이는 에리스를 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지구인들 겁주려.”

    극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선 밑밥을 깔아 놓을 필요가 있다.

    지금 연방 제국 정부 청사 밖으로 엄청난 기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내가 문 열고 나가서 짧게 한마디 하면 그들이 알아서 밑밥을 뿌려 줄 것이다.

    공포란 이름의 밑밥을 말이다.

    [속보! 외계 함대가 또 다시 지구를 향해 접근 중!]

    [아르비스 총수: 지난 번 보다 10배 이상 많은 전력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엔 매우 어려운 전투가 될 것이다.]

    ***

    전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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