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65화 (16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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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옆에 끼고 배치된 지구군 함대.

사실 말이 지구군이지, 전부 로이아스의 함대였다.

함대 군데군데에 드래곤과 마왕, 최상급 마족들이 배치되어 있고, 내 주변으로 지구군 소속 8개국의 참모들과 목숨을 걸고 전선에 따라나선 종군기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하!”

“군에서는 앞으로 총수라 칭해주세요.”

“죄, 죄송합니다. 총수님.”

지구군의 기함, 로열 어스.

이 함정은 마도시대 유적인 정박장에서 얻은 소형지휘함 알데바란의 자체 개발형이라 할 수 있다.

크기가 5천 톤급으로 커졌고, 무장도 나름 충실히 달려 있긴 하지만, 이 함선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방어와 회피시스템이다.

지휘선인 알데바란의 계보를 따른 만큼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데, 내가 당장 자리를 비우더라도 이 함선이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함선은 내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만큼 기능이 빵빵했으니.

“무슨 일입니까?”

내 물음에 다급히 나를 찾았던, 로이아스 연방 제국군 소속의 함대장이 말했다.

“적들이 부대를 세 개로 나눠 전진하고 있습니다. 정면에 전함 150기, 좌우측에 50기입니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지구에서 이렇게 대규모 함정이 튀어나올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

겉모습만 봐선 우리의 함대도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덕분에 녀석들은 이쪽의 정확한 전력을 알 수가 없으니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함대 지휘는 나보다 그가 전문이지만, 이번 전투는 평범한 함대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적었다.

나는 그에게 지시했다.

“적과 똑같이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계획을 갖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한국에서 육군 1군 사령부 사령관으로 있다가 이번에 지구군 소속이 된 참모가 내게 물었다.

그에 미국과 러시아, 인도의 참모들도 시선을 모았다.

“이미 한 번 부딪혀 봐서 아는데, 일반적인 함대 전력으론 저희가 밀립니다. 아마 이 정도 숫자면 잘 싸워야 궤멸에 가까운 승리가 되겠죠.”

“네?”

내 대답에 일그러지는 지구측 참모들과 기자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그들 중엔 그러면 왜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 그럼 왜 싸우는 겁니까?”

“우리가 안 싸우면 어쩌게요? 지구를 버려요?”

가볍게 헛소리를 내뱉은 기자의 입을 닥치게 한 나는 태연하게 답했다.

“하지만, 아직 저들은 저희의 전력을 모릅니다. 그래서 공격하지 않고 대치만 하고 있는 거죠.”

“그럼 계속 눈싸움만 하는 게 최선이란 건가요?”

“꼭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함대전 능력은 저희가 떨어져도 전투는 이길 테니까요.”

“네? 아, 혹시 핵을 생각하십니까?”

“그것도 있고 방법 많으니 걱정 마세요.”

나는 지금 녀석들이 숨겨놓은 힘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카트리아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면 앞으로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총수님! 카트리아의 주력 왼편에 거대한 병기가 나타났습니다.”

검은 공간에 푸른 빛의 문이 생성되고 동시에 15만 톤이 넘는 우리의 함공모함보다 수십 배는 큰 원형의 함선이 나타났다.

말이 함선이지 그것은 작은 행성을 연상시켰다.

“드디어 납시셨군.”

사로잡은 코버트를 통해 전투함대엔 모선이란 것이 한기씩 배치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선이란 것은 기술력의 결집체라 불리며 카트리아 최강의 병기로 알려져 있다.

“저, 저게 뭡니까?”

“저것도 병기인 겁니까?”

모선의 등장에 함선 내부가 시끌벅적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함대장에게 지시했다.

“집중 방어 준비. 공격이 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내 지시에 그는 함대에 집중 방어지시를 내렸고, 곧 모선 중앙에 박힌 붉은 거대한 보석에서 빛이 반짝였다.

콰아아앙!

동시에 새빨간 에너지가 일직선으로 뻗어왔다.

고고고!

그 붉은 광선은 함대의 방어시스템과 정면으로 맞부딪히고, 우주 공간인지라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마치 저주파로 공격을 당하는 것처럼 찌릿한 느낌이 온 몸을 자극했다.

“으악!”

지구인들은 기겁하며 연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데 얼마 안 가 그 빛은 우리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사, 산 건가?”

이번 전쟁에 앞서 나는 함대의 체제를 살짝 바꿨는데, 방어력을 급증시키기 위해 함선 몇 개에 무기를 제거하고 앱솔루트 쉴드를 비롯해 방어마법을 단계별로 채워 넣었다.

앱솔루트 쉴드를 모든 함선에 장착하면 좋겠지만, 9클래스 마법은 설치만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법을 구현하기 위한 엄청난 마력도 필요하고 장시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 다른 기능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아예 방어에 특화된 함선을 만들어 분함대마다 한 대씩 배치했다.

모선의 공격력은 매우 강력했다.

9클래스인 앱솔루트 쉴드 한두 개로는 어림도 없는 공격력으로 웬만한 핵폭탄의 폭발력도 이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다.

녀석들의 공격은 마치 레드 드래곤의 화염 브레스를 연상시킬 정도.

하지만 하나의 앱솔루트 쉴드를 깨면 또 다른 앱솔루트 쉴드가 막아서고 그것을 깨면 또 다음, 이런 식으로 순차적으로 막아내니 결국 모선의 주포도 막아 낼 수 있었다.

만약 저 공격이 우리를 지나쳐 지구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함대 전진.”

“네!”

모선의 막강한 공격을 막아내자 녀석들이 놀라며 주춤하는 기색이 함선의 움직임으로도 전해졌다.

우리가 전진을 시작하자 결국 녀석들은 복잡하게 재는 것 없이 선공을 퍼부었다.

콰아아아앙!

다시금 모선의 파괴광선이 작렬하고 우리는 앱솔루트 쉴드로 막아내며 전진을 시작했다.

“함재기 출동.”

이어서 로이아스의 항공모함과 하이랜드의 항공모함. 총 13대가 1000기에 가까운 함재기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함재기들이 출동하고 얼마 안 있어서 기간트 들도 뒤를 따랐는데, 모두 추진장치를 달고 있어서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의 건X을 연상시켰다.

완전 공상과학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다.

기간트 파일럿은 마스터 이상으로만 구성되었다.

미드랜드의 마스터 40여 명과 하이랜드의 마스터급 전사 120여 명, 이블킹덤의 중급 이상의 마족 200여 명까지.

총 360기에 다다르는 기간트 탑승자가 마스터급이라니, 살 떨리는 풍경이 아닌가.

전투기 파일럿들도 모두 남다른 반응속도를 지닌 파일럿 육성 아카데미 출신의 기사들이다.

녀석들도 우리처럼 함재기를 발진시키며 상대를 했지만, 레일건과 오러블레이드로 무장한 인원들에게 처참하게 밀렸다.

“오오! 함대 전력은 밀려도 함재기 전력은 이쪽이 우위였군요?”

감탄사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지, 기자들은 자신들의 명분을 잊고 전쟁을 감상했다.

나는 혀를 차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방송 잘 해주세요. 여러분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관전을 위해서가 아닐 텐데요?”

“죄, 죄송합니다.”

그제야 기자들은 정신을 차리며 자신들의 본분을 상기했다.

“대단하다고만 들었지, 로이아스 군대의 전투는 처음 보는데, 정말 엄청나군요.”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어떤 것이 튀어 나올지 알 수가 없죠.”

미국 참모의 말에 나머지 참모들도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상대는 카트리아란 외계 종족.

그들의 과학 기술은 마법 수준에 다다른 만큼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

더구나 녀석들은 아직 중성자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함재기들의 활약 덕분에 적들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유효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총수님! 적의 대형 병기가!”

위성을 통해 아주 꼼꼼히 주변을 살피던 나도 적의 모선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보고 있었다.

원통형의 병기 곳곳에서 안테나와 같은 뿔이 솟아났다.

“기간트를 포함한 함재기 모두 후퇴시키세요. 그리고 저희도 빠르게 해당 지역에서 물러납니다.”

사로잡은 카트리아의 인질을 통해 저 공격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된 나는 급히 지시했다.

정보가 곧 힘.

내가 인질을 통해 정보를 얻지 못했다면 객기 부리다가 엄한 병사들만 죽게 만들었을 것이다.

***

모선의 이상 현상에 로이아스의 함재기와 로봇이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는 것을 보며, 카트리아 11함대 함대장은 미간을 좁혔다.

“역시 우리에 대해 알고 있군. 인질을 잡고 있는 건가?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얼마 안 있어, 모선을 중심으로 전자기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이 바로 모선에서 가장 강력한 초 전자기장 공격이었다.

카트리아의 장비는 모두 초 전자기장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로이아스의 장비와 주변의 소행성은 일제히 터져나갔다.

해당 공격은 일반적인 전자기장과 달리 범위 내에선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한다.

행성에 투사하면 표면을 모조리 불태우고 핵에도 영향을 줄 수준.

루이스가 사용하던 위성과 동체에 이상이 생겨 대피하지 못한 10여 대의 함재기가 순식간에 터졌다.

하지만 빠르게 확장하는 직접 영향권에서 무리 없이 대피 중인 적 함대를 보며 11함대장은 의문을 표했다.

“뭐야, 어떻게 피하는 거야?”

직접 영향권이 아니더라도, 일단 공격이 시작되면 EMP의 방출로 모든 기계 장비는 고장이 나거나 성능저하를 일으킨다.

자신들이야 대비를 해놨다지만, 어떻게 지구의 장비는 저리도 쌩쌩하게 움직인단 말인가.

“지구도 전기 장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저 함대자체에 언노운의 힘이 깃든 건가?”

하긴 그렇지 않은 이상 저 능력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위대한 카트리아의 전투함대가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싸우다니, 처음 있는 일이다.

“초 전자기장 중지. 중성자탄을 발사한다.”

함대장은 더는 시간 끌 생각이 없다는 듯 지시했다.

“네! 중성자탄 발사 준비!”

그의 명령이 함대에 전달이 되고 각 함선의 측면에 구멍이 생겼다.

“발사!”

이어서 루이스가 가장 경계했던 무기인 중성자탄 수백 발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레일건에 비견되는 속도를 지닌 중성자탄은 꽤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순식간에 녀석들에게 다다랐다.

하지만 중성자 탄의 발사에도 그가 바라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뭐야?”

마치 작은 블랙홀에 삼켜지듯 중성자탄 수백 발이 방어막처럼 나타난 아공간에 삼켜졌기 때문이다.

영문을 모르는 그들은 당황했다.

“설마 타 차원까지 이용할 수 있단 건가?”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어?”

그리고 악몽이 일어났다.

카트리아 11전투함대의 앞으로 검은색의 문이 열리며 중성자탄이 나타난 것이다.

중성자탄은 함장의 격발 명령 없이 폭발하지 않는다.

[터져라.]

그러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중성자탄은 시스템을 무시하고 가차 없이 폭발했다.

*

성능 좋은 망원경을 사용해도 외계 함대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건만, 그럼에도 외계인의 등장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지구군이라 지칭된 로이아스 함대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방송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양측의 무시무시한 함포 공격과 서로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함재기들의 전투.

적의 중심을 흔들고 전황을 유리하게 끌고 오는 기간트 부대까지.

영화로도 표현이 쉽지 않은 현실감 넘치는 전투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긴장하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총수님! 적들이 중성자탄을 발사하려 합니다.]

[사선을 아공간으로 덮으세요.]

또한 전투 화면 만큼이나 많이 노출되는 것이 아르비스 의장이란 인물이었는데,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큰 신뢰로 다가왔다.

[중성자탄이 뭔가요?]

[폭발력은 대형 핵탄두보다 약하지만, 폭발과 동시에 발산되는 에너지가 모든 사물을 투과하여 생명체를 불태우죠.]

기자의 물음에 답을 한 아르비스 의장.

그런데 그의 이야기는 함선 내부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아, 도움도 안 되는 것들이 귀찮게 구네.”

전투 시작부터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기자들의 모습은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심어주었다.

[피해 전무! 중성자탄을 막아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전투를 끝내 보죠. 아공간에 챙긴 중성자탄은 주인에게 돌려줍시다.]

[네!]

“오오!”

그리고 이 뉴스가 영화라면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막강한 포스를 내뿜던 적의 함대가 거대한 폭발에 휩싸였다.

수백 발의 중성자탄이 만들어낸 풍경은 화면으로도 웅장함이 느껴질 정도.

[카트리아 전투함대 모두 침묵했습니다!]

[중성자탄을 막을 방법은 그들도 없었나 보군요.]

범위 내의 생명을 불태워 버린다는 중성자탄.

상당히 많은 적의 함대가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움직이는 것은 단 한 대도 없었다.

[전리품을 챙기고 지구로 돌아가죠. 조금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카트리아 함대와의 전투는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잘생긴 아르비스 대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하니,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함선 내부는 환호성으로 가득 차고 TV를 지켜보던 전 세계도 열광했다.

아르비스 대공이 이끄는 함대는 적들의 함선을 챙겨 지구로 귀환했다.

아직 카트리아와의 관계가 완전히 정리된 것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킨 그를 영웅이라며 떠받들었다.

덕분에 지구군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의 지도자들 꼴이 더욱 우습게 되었다.

*

과학 VS 마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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