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64화 (16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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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 과학 VS 마법

    “찾았다.”

    눈을 감은 채 내뱉은 나의 혼잣말에 테라시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이렇게 빨리?”

    “네.”

    지구로부터 약 4.3광년 떨어진 센타우루스 자리.

    세 개의 태양을 가진 그곳에서 카트이아 행성 연합의 유인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형 항성인 프록시마에 위치한 프록시마b 행성.

    모 연구진에 의해 그곳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일 수도 있다고 알려진 또다른 제 2의 지구지만, 실상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카트리아에선 그곳을 콜로니로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말이 유인 행성이지, 프록시마b의 주요 체류 인원들은 군인이다.

    따라서 행성 자체가 하나의 군사 시설이라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바로 그곳에 카트리아 1군이 배치되어 있었다.

    구성인원 천만여 명.

    민간인이 6할이라고 했으니, 약 400만명이 군인이란 소리다.

    보유 전함의 숫자는 900여 대.

    11, 12, 13전투함대 750대와 정찰, 보급용으로 배치된 함정이 약 150여 대다.

    생포한 정찰함대 함대장 코버트 준장 덕분에 적들의 위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멀리 떨어진 장소의 물건을 잘도 컨트롤하는군.”

    나는 머릿속으로 입력되는 스파이 위성의 탐색 정보를 살피며 웃음을 흘렸다.

    “테라시아님도 가능할 걸요?”

    “날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드래곤을 높게 평가하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이런 내 반응에 그녀는 머쓱하게 말했다.

    “새삼 격차가 느껴지는군.”

    힘들려나?

    나는 그다지 어렵다는 느낌이 없어서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로 묵묵히 존재감을 지운 스파이 위성을 움직이며 좌표를 수집했다.

    “어떤가?”

    “주변에 긴장할만한 적이 없어서인지 상대적으로 느슨한 느낌인데요?”

    “공간이동은 가능하겠나?”

    “네, 하지만 텔레포트보다 워프가 더 효율이 좋을 것 같네요.”

    “그야 당연하겠지.”

    텔레포트와 워프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텔레포트는 지정된 좌표로 신호 보내듯 사람을 전송시키는 것이라면, 워프는 공간과 공간을 잇는 마법이다.

    당연히 텔레포트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건 거리가 광년 단위인 만큼 지구 내에서 이동하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내 마력이면 못할 것도 없지만, 이 정도면 워프가 압도적으로 효율적이다.

    더구나 스파이 위성의 백업을 받을 수도 있으니.

    하지만 아무리 효율이 좋다고 해도 워프 또한 엄청난 마력을 잡아먹는 것은 마찬가지다.

    적어도 드래곤급의 마력이 없는 이상 왕복은 꿈도 꾸지 않는 게 나은 수준.

    녀석들은 궤도에 정거장을 만들어 함대를 아예 우주에 배치해놨다.

    그 수를 헤아리는데, 1개 전투함대 분이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저희에게 전투함대를 보낸 것 같아요.”

    1개 함대만 해도 이쪽보다 우월한 공격력을 지녔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의 격차는 아니었는데, 싸우는 방법에 따라선 전함만으로도 상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현재 로이아스 연방제국이 보유한 전함의 수는 총 200여 척.

    그리고 하이랜드가 170여 척이다.

    숫자의 우위는 이쪽에 있지만, 저쪽은 단순한 전함의 무장으로 격추하기 힘든 데다가 중성자탄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중성자탄의 발사 원리는 레일건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나를 비롯해 드래곤과 마왕들이 나서면 막을 수도 있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우리끼리 싸우는 게 더 편하다.

    녀석들과 싸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드래곤과 마왕들만 이끌고 본진으로 쳐들어가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적들이 우리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못 한 만큼, 우리도 녀석들의 힘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카트리아는 지구와 비교되지 않는 기술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런 녀석들의 기술력이 함대에만 집중되어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높은 확률로 중성자탄을 상회하는 무기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우리가 자리를 비우는 사이, 녀석들이 지구를 테러하기라도 하면 우린 모든 것을 잃게 되니 신중해야한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은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확신이 설 때, 날려야죠.”

    “지르고 보는 성격 아니었나?”

    “제 목숨만 달린 게 아니니까요.”

    신중한 내 모습에 그는 빙긋 웃음을 흘렸다.

    “이제 시작이죠. 녀석들의 세력을 완전히 파악해야 하니.”

    녀석들이 보유한 21개의 유인 행성 중 이제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다.

    *

    뜬금없는 지구 통합군 제안에 당연히 각국에서 좋다며 달려들지 않았다.

    인간이란 종족 자체가 아무리 위기에 대해 알려줘도 직접 겪지 않은 이상은 실감 못 하고 오히려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려 드니.

    카트리아의 전함과 잡아 온 외계인을 보여줬음에도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국가보다 그렇지 않은 국가가 월등히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국, 러시아 군사 2강이 우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랄까?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내게 말했다.

    “실은 예전부터 외계인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극비 연구소에 외계인의 시체 일부를 보관 중이기도 하거든요.”

    러시아의 대통령도 비슷한 이유에서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인지하고 있는 외계인의 형태는 TV에서 흔히 알려진 이티 같은 형태.

    그래서 완전히 이지를 제압당한 채, 충실한 정보원이 된 카트리아인인 코버트에게 묻자 녀석이 답했다.

    “아투사. 우리가 차지한 시즈 행성의 원시 부족이었다. 원시 부족이라곤 해도 지구의 인간보단 문명 수준은 높았지만, 혐오스런 외모로 배척된 종족이다.”

    지구인들이 원시 부족이나 다름없다는 말이기도 한지라 미국의 대통령이 발끈했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일단 급한 대로 마음이 맞은 두 국가와 함께 군사 연합을 시행했고, 한국과 인도가 뒤늦게 참여했다.

    미국 러시아에선 전 세계에 참여를 종용했지만, 이 네 국가를 제외하곤 가입 희망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유엔을 통해 군사 협력은 하겠지만, 군대의 통합체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외계인에 대비한 인류 공동체라며, 아무리 근거를 제시해도 이쪽은 마법사의 국가이다 보니, 끝끝내 의심받았다.

    물론 그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지만,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국가 지도자들에게 세뇌를 사용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지 지구의 4개국과 로이아스의 4개 세력에 의해 약식으로 지구군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구군의 초대 총수는 나로 결정되었다.

    내가 제안자인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에서 나섰는데, 아무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답답한 사람들이네요. 우리가 진짜 자기들의 힘을 원해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요?”

    부관으로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에리스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지구의 전력을 아무리 많이 집약시켜도 카트리아의 우주함대에게 당해낼 수는 없다.

    그나마 우리 로이아스의 함대가 카트리아의 함대에 비벼볼 수 있는 수준인 거지.

    애초에 우주엔 공기가 없는지라 지구의 주력 무기인 미사일과 전투기는 제대로 날지 못하고, 날게 하기 위해선 상당한 개조가 필요하다.

    폭탄이야, 요즘엔 대부분 산화제가 섞여 있으니 쓸 순 있다곤 생각하지만, 그 효율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뭐, 마법의 백업이 있다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순 있지만, 애초에 카트리아의 함대는 일반적인 미사일과 폭탄 등으로 타격을 줄 수도 없다.

    그냥 현존하는 지구의 전력으론 아무것도 못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딱 하나 지구에도 쓸모 있는 전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핵이다.

    핵분열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핵무기는 진공의 우주에서도 사용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폭장치를 약간 손볼 필요가 있지만 그건 수리 축에도 못 끼고 마법을 사용하면 간단히 기폭 시킬 수도 있다.

    문제는 이 핵폭탄을 내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 연합군의 총수란 것은 훌륭한 명분이 된다.

    “정말 핵폭탄이 필요하신가요?”

    “그게 무슨 뜻이야?”

    뜬금없는 에리스의 물음.

    “핵폭탄의 위력은 9클래스 수준이라면서요? 오라버니에게 굳이 복잡한 핵탄두라는 게 필요한가 싶어서요.”

    나는 그녀의 의문에 관심을 보였다.

    “오라버니가 원하는 건 지구군이 아닌, 지구 전체에 강제력을 발휘하는 지위 아닌가요?”

    이어진 에리스의 말에 나는 살짝 감탄했다.

    “귀찮은 걸 싫어하시는 오라버니가 왜 갑자기 지구 연합군의 총수를 맞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어때요? 제 말 맞죠?”

    그 말대로다.

    아주 예리한걸?

    내가 굳이 쓸모도 없는 전력을 한데 모아 통합하려는 이유는 지구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는 카트리아와의 전쟁 이후를 생각한 선택.

    지구가 전격적으로 우주에 진출하고 어디서 또 나타날지 모르는 제2의 카트리아 같은 녀석들에게 대비하기 위해선 사공이 많은 배는 비효율적이다.

    독재는 좋지 않지만, 때에 따라선 필요하다고도 생각하는데 나는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확신했다.

    당장 지구가 위협을 받고 있는데, 금세 힘을 합친 로이아스 측과 달리, 이 상황이 돼서도 지구 측은 뜻을 못 모으고 있지 않은가?

    만약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는 싸움에 의견이 분할되어, 지고 만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에 지구를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구군의 힘을 계속 키워, 나중엔 지구 전체를 관리 할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들 생각이다.

    나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에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라버니는 선인으로 알려지셨지만, 실제론 음모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나라고 그러고 싶어서 이러겠냐.

    다 잘살자는 거지.

    ***

    루이스가 카트리아 1군의 위치를 찾아낸 다음 날.

    카트리아의 11전투 함대는 화성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루이스는 이들의 등장을 알고서도 바로 건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구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게 만들기 위함.

    로이아스의 힘만으로 어떻게 싸워서 이길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워 이겨봤자 사람들은 감사함을 모른다.

    그래서 루이스는 지구인들에게 로이아스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지구 통합군의 여론을 모으기 위해 접근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녀석들의 존재는 어디 먼저랄 것 없이 세계 전체에 알려졌다.

    [지구를 향해 접근하는 외계 함대. 그들은 결코 지구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의장이 대화를 시도했으나, 이어진 것은 선제공격.]

    [단단한 과학 기술력으로 무장한 외계인들은 자신을 카트리아 행성 연합의 군인이라 밝혀···.]

    이미 각국 지도부엔 알려질 대로 알려진 내용이었으나, 어디도 공론하지 않았던 만큼, 일반 시민들은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세상은 난리가 났고 TV에선 계속 해당 내용에 대한 뉴스만을 내보냈다.

    그리고 한번 외계인의 존재가 알려지니 그동안 감춰졌던 비사들이 터져 나왔다.

    [이미 그들과 먼저 조우한 아르비스 의장. 분명 적대 외계인에 대해 UN안보리에 경고하며 지구 통합군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인 것은 미국과 러시아, 인도, 한국뿐이다. 나머지는 의도를 의심할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실 뒤에서 조용히 그 비사를 터뜨린 사람이 다름 아닌 나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내가 왜 뜬금없이 지구 통합군에 대한 의견을 낸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 지구군 비가입국 지도자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쏟아졌고, 의심하던 일이 진짜로 벌어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도자들은 뒤늦게 가입을 문의해 왔다.

    하지만 가입을 허가할 수 있는 현 지구 통합군의 총수인 나는 로이아스의 함대들을 이끌고 우주로 향한지라, 그들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지구 입장에선 위기라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나는 이 상황을 철저히 이용했다.

    왜냐하면 적들의 함대에게 진다는 생각을 1도 안 했으니 말이다.

    과학 VS 마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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