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186 --------------
선원들이 우리를 향해 가느다란 광선을 발사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방어를 뚫지 못했다.
“110미리 가져와!”
점점 우리를 공격하는 무기의 크기가 커져갔지만, 특별히 방어막에 이상이 생길 정도의 공격력은 아니었다.
콰앙!
방금 공격은 꽤 강했다.
6클래스 정도?
이런 걸 단순히 기술력으로 만들어 내다니.
휴대 무기가 이정도이니, 왠지 전함의 공격력이 대단할 것 같다.
여러 잡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함장을 통해 정보수집은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이상을 느낀 다른 전함에서 상황을 캐물을 때, 셀레나가 말했다.
“어차피 적으로 판명된 녀석들인데, 싸움 붙여 보죠. 그럼 전투 능력을 알 수 있지 않겠어요?”
누가 마왕 아니랄까 봐.
그런데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기도 했다.
평화를 위한 대화의 여지가 있다면 모를까 이들은 대화 자체를 배제하고 있었다.
나는 함장에게 지시했다.
“옆 함선을 공격해.”
“알겠다.”
“함장님!”
“정신 차리세요!”
나는 다시금 언령을 사용해 녀석들이 함장에 지시에 따르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함장과 달리 정신을 빼앗지는 않은지라 사고는 살아 있었다.
“빌어먹을 비숍만 멀쩡했어도.”
비숍이란 녀석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자율형 안드로이드를 뜻했다.
카트리아의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그 기계는 거의 성직자나 다름없었다.
애석하게도 비숍은 공간도약의 충격으로 인해 일시 정지가 되었는데, 재구동을 하기 전에 우리가 들이닥친 것이었다.
뭐, 그런 게 있다 해도 언령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공격!”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이어서 미미한 진동과 함께 전함에서 발사된 푸른 광선이 양옆에 전함을 타격했다.
한 번에 투사되는 수백 발의 레이저 공격.
한발 한발의 위력이 6클래스의 레이저 캐논에 버금갔다.
그러나 그것을 막아내는 전함의 방어력도 상당했는데, 단순 레이저 공격으론 큰 피해를 주기 힘들어 보였다.
“더 강한 공격을 해봐.”
이어서 날개 부분에 위치한 포대에서 노란색의 질량을 가진 포가 발사되고, 전함 선두에 강력한 에너지가 모이더니 직선상의 모든 것을 꿰뚫는 포가 발사되었다.
위력은 각각 7클래스, 8클래스 수준.
하지만 이들의 무기 콜렉션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발사!”
함장의 명령과 동시에 UFO처럼 생긴 작은 물체가 빛의 속도로 날아가 가장 후위에 있던 함정을 타격했다.
쿵! 쿵! 쿵!
투사체가 일제히 틀어박히더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우주에서 폭발이라니, 당연히 공기 반응에 의한 화약 폭발이 아니었다.
폭발력은 뉴클리어 익스플로전에 살짝 못 미쳤지만, 그 무기의 무서운 점은 폭발로 인해 발생한 에너지가 함선을 투과하여 내부의 사람을 재로 만들어 버린 다는 것이다.
“저게 무슨 무기야?”
“중성자탄입니다.”
중성자탄이라 엄청난 발사속도와 생명만을 죽이는 공격능력은 어느 마법보다 악랄해 보였다.
아마 저 범위안에선 안에선 소드마스터라 해도 맥없이 재가 되고 말 것 같다.
저 정도면 충분히 9클래스에 비견될만 했다.
그것으로 일반적인 전투 전함의 공격 기능을 모두 알아냈다.
함대장의 무차별 포격에 정찰을 위해 파견된 카트리아의 전함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녀석들은 기함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날려댔다.
함대장이 탑승했다고 봐주는 것 없이 적이 된 전함을 반드시 파괴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굳이 몸으로 공격을 받아낼 필요는 없으니 나가죠.”
나는 추가 정보수집을 위해 함장의 긴머리를 잡고는 전함에서 벗어났다.
이어서 우리가 있던 전함은 집중 포격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25대로 이뤄진 함대는 22대로 줄어들고 그마저 대부분 연기를 토하고 있었다.
전함의 성능은 확실히 녀석들이 뛰어나다.
공격력은 뉴클리어 익스플로전을 탑재시키면 비슷할지는 몰라도 그들은 무기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마지막 무기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 이상 막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
“마무리는요?”
나를 은근히 바라보는 데이라의 눈빛엔 포악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마음껏 힘을 쓸 기회를 원하는 것 같다.
“처리하죠.”
내 짤막한 허락에 데이라와 셀레나가 모처럼 마왕의 모습으로 날아갔다.
22대로 이뤄진 정찰함대는 두 사람에 의해 하나씩 파괴되어 갔다.
카트리아의 전함이 아무리 강력하다 한들 가이아에서 창조주 다음 포지션에 있던 마왕들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별것 없네요.”
마그누스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주력 함대는 이것보다 10배가 많다잖아. 그리고 녀석들은 총 15개의 주력 함대를 가지고 있고. 또 어떤 병기를 보유하고 있을지 알 수도 없으니 가볍게 보면 안 돼.”
내 말에 마그누스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인 방어체계로는 막을 수조차 없는 고속의 중성자 탄.
만약 녀석들의 함대가 지구를 포위하여 중성자 탄을 발사한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 파멸이다.
전투가 끝난 후 우린 함대장과 비교적 온전한 형태의 전함을 포함해 전리품을 챙긴 후 현장을 정리했다.
“아무래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
[잊을 만하면 군대를 움직여 주변 국가를 긴장시키는 로이아스 연방 제국! 제2의 북한 등장?]
[일제히 날아올랐던,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7개 함대. 주변 국가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유엔 안보리, 로이아스 연방 제국 대사를 통해 주의를 당부. 유엔 주재 연방제국 대사는 사실을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끼다.]
[다시금 UN을 찾은 로이아스 대륙의 4대 정상. 어제 대규모 함대를 움직이고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는 당황하는 미국 대통령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카트리아 행성 연합이란 외계세력이 지구를 침공한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로이아스의 정상들이 한번에 찾아온 것만으로도 당혹스러울 지경인데, 내가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 말을 하자 그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사실입니다. 지난달 우리 로이아스에선 지구의 동향을 살피는 존재를 달에서 발견했습니다. 그 후 정체 모를 그들의 재등장을 대비해 경계 위성을 목성 주변까지 설치를 해뒀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녀석들이 나타났죠.”
나는 위성을 통해 기록한 영상을 띄웠다.
영상은 홀로그램처럼 눈앞에 크게 떠오르고 카트리아의 함대를 확인한 미국 대통령과 UN안보리 회원국 대사들은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그건 사태에 심각성을 깨달으며 보인 반응이 아닌, 봐도 사실인지 믿을 수가 없어서 나온 반응이었다.
“카트리아 행성 연합은 은하계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총인구 170억, 소유한 유인 행성 21개, 3000대가 넘는 규모의 대형 우주전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함의 능력치는 로이아스의 것을 상회하죠.”
나는 그들끼리 싸움을 붙인 영상을 보여주며 무기 체계를 설명했다.
그리고 서서히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자리를 한 인물들은 장난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는 마왕들의 전투 장면 앞에서 영상을 끊었다.
“우리가 여러분을 상대로 이런 장난을 쳐서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런데 왜 저들은 같은 편끼리 싸운 거죠?”
“제가 기함에 침투하여 함대장을 정신마법으로 조종했거든요.”
“아···.”
“현재 함대장을 체포해 구류하고 있으며, 해당 전함 한 기를 가져와 연구하고 있죠. 원하신다면 여러분께도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일단 확인부터 해봐야겠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때 미국의 대통령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아르비스 의장 전하께선 저희에게 무얼 바라시는 겁니까?”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가 이곳을 찾은 핵심을 집는 대통령.
나는 영업용 지어 보이며 답했다.
“우리 로이아스 대륙을 포함해 전 세계의 군대를 하나로 묶은 지구군을 창설하도록 하죠.”
내 제안에 미국 대통령과 유엔 안보리의 구성원들이 헛바람을 삼켰다.
“이건 로이아스와 카트리아의 전쟁이 아닌, 지구와 카트리아 행성 연합의 전쟁입니다.”
“꼭 전쟁을 해야 하는 겁니까?”
“대화는 이미 시도해보았죠.”
나는 이번에 기억 속에 있는 카트리아 정찰함대 함대장과의 대화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당연히 배경은 어수선한 전함 내부의 모습이었고, 처음으로 보게 된 카트리아인의 모습에 그들은 턱을 짚었다.
영상이 끝나니 그들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카트리아는 오로지 전쟁을 통한 쟁탈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도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를 모두 꺼내야 하죠.”
“지구군 외에 또 뭔가가 있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단호하게 요청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핵폭탄을 한데 모아주세요. 그것을 써야 할 날이 올 겁니다.”
“······.”
사람들은 경악을 넘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
카트리아 행성 연합의 1군 사령관이자 태양계가 소속된 지역의 관리자인 타우러스는 부관의 보고 큰 눈을 껌뻑이며 되물었다.
“교전 신호와 함께 소멸?”
부관의 긴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말씀 그대로입니다. 마지막 통신이 지구의 인간이 우리 정찰함대의 존재를 알아채고 접근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교전 신호가 잡혔죠. 또 몇 분 후엔 정찰함대의 신호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니, 신호가 어떻게 사라지는데?”
카트리아의 우주 전함은 아무리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현 상황을 지휘부에 알리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부관의 보고에 따르면 교전 신호 이후엔 완전히 연락 두절이라는 뜻이 아닌가.
타우러스가 납득이 되지 않는단 표정으로 눈동자를 붉게 빛내자 정보를 전달하던 부관은 어깨를 떨었다.
카트리아 행성 연합엔 따로 왕이나, 대통령 같은 단일 권력자가 없다.
행성 연합의 최고 기관은 대의회란 곳인데, 이곳에서 결정된 내용이 곧 연합에서 실효성을 발휘한다.
대의회의 구성원은 1~5군 사령관 5명에 과학총괄, 법무총괄, 관리총괄, 내무총괄이 더해진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타우러스는 국가를 다스리는 세력의 인물이었으며, 120억 인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적들이 신호를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 아닐까란 의심이···.”
“마지막 신호가 잡힌 지역은?”
“태양계 소행성대에서 세라스란 왜소행성이 위치한 곳입니다. 이미 조사대를 파견해 봤지만, 파편 몇 조각 건진 것이 끝입니다.”
“젠장, 그레인에게 뭐라 말을 해야 하는지.”
군권을 쥐고 있는 각 군 사령관의 힘은 더없이 강하지만, 의회 내에서 가장 발언력이 있는 인물은 모성인 카트리아를 직접 관리하는 내무총괄 그레인이다.
일반적으로 카트리아 소속의 유인행성은 관리총괄이 다스리지만, 모성이라 할 수 있는 카트리아는 내무총괄이 직접 다스린다.
모성을 다스린다는 것은 연합 내에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때문에 규칙상 정해진 대표자가 없어도 사람들은 은연중에 그레인을 리더로 여겼다.
“어쩔 수 없지. 일단 해결을 하고 난 뒤에 알리는 수밖에.”
분명은 그레인은 정찰함대를 파견하여 언노운의 힘을 알아보자고 했으니, 그것을 실패하면 그대로 알리면 될 일이다.
하지만 타우러스는 실패란 단어를 입에 올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카트리아인은 항상 신중하지만, 그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한 종족이었다.
타우러스는 부관에게 지시했다.
“11전투 함대를 파견토록.”
전투함대와 정찰함대의 차이는 숫자도 숫자지만, 모함의 존재 유무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모함과 전함 250척으로 이뤄진 1개 전투함대면 지구를 충분히 징벌하고도 남는다고 판단했다.
이것은 지구를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닌, 지구의 능력치를 최대치로 잡아도 과분한 병력이었다.
“네!”
부관은 타우러스의 지시에 일말의 불만 없이 경례로 답했다.
독선적이지만, 그는 1군 사령부 안에서 왕과 같은 존재였으니.
과학 VS 마법(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