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62화 (16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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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아 행성 센트럴 시티, 중앙 사령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정상회의 현장.

“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지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우주에 진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더구나 우주에서 활동 가능한 다수의 함정까지 보유하고 있더군.”

얼굴과 상반되는 검은색 코트에 화려하게 장식된 금색의 견장을 찬 사내가 눈동자를 새빨갛게 빛내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에 같은 양식이지만 색상만 군청색인 복장의 여성이 새하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물었다.

“기술 수치는?”

“520점이다.”

그에 평온한 청색이었던, 그녀의 눈동자가 녹색으로 변하며 황당하단 반응을 보였다.

“뭐? 겨우 520점에 그 난리를 피운 거야?”

그녀의 반응에 사내의 눈동자가 더욱 짙은 붉은색이 되고, 짜증스레 말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언노운의 힘을 갖고 있어. 520점으론 우주함대를 보유할 수 없다는 거 알잖아.”

“음, 언노운인가···.”

그에 황당한 기색을 보였던 여성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빠졌다.

언노운이란 기계 과학과 거리가 먼 초자연적인 힘을 뜻한다.

극도로 기술이 발달한 카트리아로서도 미지의 힘이라 할 수 있는데, 그 힘의 수준을 알 수가 없으니 뭐라 평가하기가 힘들다.

“520점대에 언노운의 힘이 더해진다고 위협이 될 것 같진 않은데.”

어딘가 견장과 브로치가 덕지덕지 붙어 화려하기 그지없는 두 사람의 복장과 달리 심플한 베이지색 로브차림의 사내가 말했다.

카트리아가 다른 누군가에게 밀릴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의심이 없는 기색.

회의에 모인 9명의 인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럼 무시하잔 건가?”

맨 처음 입을 열었던 흑의의 사내의 물음에 로브차림의 사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지구를 건드리지 않은 이유가 뭐지?”

“강자의 아량이지. 어항 속 물고기처럼 관찰하는 재미도 있고.”

하지만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군청색 의복의 여인이 말을 덧붙였다.

“그들이 우리와 흡사한 외모를 가진 존재인 만큼, 도의적 차원에서 건들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그래, 그렇다.”

로브차림의 사내는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이 어항 밖으로 기어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녀석들은 애완동물로 남길 포기한 것이니.”

“맞는 말이다.”

그가 이 회의의 리더인 듯, 모두는 그의 말에 이견을 붙이지 않았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언노운의 힘을 실험토록 하지. 우리 카트리아 인은 방심하여 상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어리석은 종족이 아니니.”

“부대는?”

“당연히 녀석들의 상황을 알아낸 타우러스에게 맡기는 것이 옳지 않겠나.”

“당연하지.”

“일단은 1개 정찰함대를 파견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알겠네.”

흑의의 사내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같이 짙은 미소를 보였다.

카트리아 행성 연합의 총 인구 수는 170억.

그들은 21개의 개발된 유인 행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활동영역은 은하계 전체에 해당한다.

그런 세력이 지구에 관심을 보였다.

***

보통 인공위성은 지구를 향해 있다.

하지만 우주 관측을 위한 망원경처럼 로이아스 연방 제국 소속 위성 중 상당수가 우주를 향해 배치되어 있었는데, 개중엔 달과 화성, 목성까지 위성이 전진 설치되어 있었다.

지이잉!

나는 테라시아를 통해 외계인 특유의 기운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기운을 탐지할 수 있는 장치를 위성들에 심어 놓은 상태인데, 소행성 군에 배치한 위성으로부터 경보가 날아들었다.

[지정 에너지 25개체 접근 중.]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를 보며 부하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함대 출진 준비해놓으세요.”

“네? 아, 알겠습니다. 몇 함대를 준비시킬까요?”

“항공모함 함대 전부요.”

“······.”

내 지시에 연방 정부 소속 관리자들이 모두 헛바람을 삼켰다.

“설마. 그때가 온 겁니까?”

그때라는 말을 잠시 이해 못 한 나는 의문을 표했으나, 이내 이들이 내 느낌이란 것을 신탁처럼 여기며 군사 증강을 외쳐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잠시 헛웃음을 흘린 나는 다시 표정을 굳히며 답했다.

“아마도요.”

“역시!”

“그런데 아직 싸운다고 정해진 건 아닙니다. 함대는 대기만 시켜두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바로 마그누스와 테라시아, 데이라와 셀레나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요?”

좀처럼 찾는 일이 없는 내가 드래곤 둘을 낀 체 불러서인지, 두 마왕은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태양계 외부에서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만약을 대비해 힘을 보태주세요.”

긴 설명 없이 무슨 뜻인지 알아챈 두 마족은 심각한 모습을 보였다.

“강합니까?”

“확실치는 않지만, 기존 지구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군요.”

공간을 넘나드는 기술을 지닌 녀석들이 약할 리 없지.

“여러분이 나서지 않는다면 지구는 저 혼자서도 멸망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나 기준을 지구로 잡은 게 잘못인지, 그는 더욱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 역시 자세한 건 직접 만나봐야 아는 일이겠죠.”

내가 은근히 바라보자,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며 힘을 보태주기로 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우주를 향해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내가 이동한 곳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군에서 온전한 구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왜소행성 세레스가 위치한 장소다.

순식간에 대기가 존재하던 지구에서 진공의 우주로 바뀌었지만, 바뀐 환경에 놀라 허우적거리는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일행들은 담담하게 쉴드를 두른 후 내부에 공기를 생성시켰다.

“저거군요.”

마그누스가 텔레파시로 의사를 전달하며 한 장소를 가리켰다.

크고 작은 소행성이 밀집된 공간.

그 공간에서 물방울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쉴드에 휩싸인 거대 전함들이 눈에 띄었다.

쉴드의 효과인지는 몰라도 전함들은 소행성과 충돌해도 미끄러지듯 방향을 틀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먼저 감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공간도약을 한 모양이다.

신중한 것은 좋지만, 그 소행성군 속에 우리의 감지 장비가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을 것이다.

전함의 생김새는 날카롭게 접은 종이비행기를 연상시켰으며, 덩치는 우리 연방 제국의 것과 비슷했다.

연방 제국의 항공모함보다 큰 전함은 없었지만, 백색의 광물로 뒤덮인 기체는 이음새 없이 하나로 이뤄진 것처럼 보였으며, 자체적으로 은은하게 빛이 났다.

아무래도 일전에 보았던 것은 단순한 탐사선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지구처럼 과학 기술을 발전시킨 문명처럼 보이는데, 역시 처음 느껴보는 에너지를 사용하는군.”

투시를 활용해 내부를 살펴보면 이해는 못 하겠어도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어진 장비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것에 비하면 우리 함대는 굉장히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나는 그런 함대를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서서히 좁혀지는 거리.

그리고 보통 사람의 눈으로도 우리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나는 광역 텔레파시를 사용했다.

“태양계엔 어떻게 방문하셨습니까? 저는 지구 소속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아르비스라합니다.”

아마 상대들 입장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일 것이다.

잠시 후 25대에 달하는 전함들이 멈춰섰다.

내부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은 지구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우리도 태생이 이 세계가 아닌지라 외계인이 인간과 같은 모습이라며 신기해하지 않았다.

나는 일행들에게 내부로 들어가자는 사인을 보냈다.

부하들이 보았다면 기겁하며 말릴 장면이지만, 어떤 일이 발생하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는 딱 봐도 기함으로 보이는 가장 화려한 함선 안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갈색 카페트가 넓게 깔린 공간 고풍스런 공간이 우릴 반겨 주었다.

아무래도 침입자들은 우리와 비슷한 미적감각을 지닌 듯 보인다.

시선을 어지럽히는 디스플레이가 여기저기 떠다닌 점을 제외하면 함선 내부의 풍경도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함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쪽이 조금 더 세련되고 가지런한 느낌이 들지만 말이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허리춤에서 마이크 크기의 원통형의 장비를 꺼내 우리를 향해 겨눴다.

새로운 엘프의 등장이라도 되는지 승무원 모두가 미남미녀였다.

특이한 것은 하나같이 머리카락과 피부가 모두 새하얗다는 점.

또 키가 어찌나 큰지 여자는 180cm은 되어 보이고 남자들은 2m가 기본으로 보였다.

저들의 행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걸까?

“우린 대화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무기를 거두시죠.”

내 말에 함장석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던 장발의 잘생긴 남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까부터 어떻게 카트리아어를.”

그는 지구의 인간인 내가 자신들의 언어로 말을 하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사실은 번역마법을 사용한 것뿐인데.

“저희의 능력이죠. 다시 한번 소개하지만 저는 지구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대표인 아르비스라고 합니다. 여러분과는 다투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카, 카트리아 행성 연합의 1군 소속, 62 탐색연대의 함대장 코버트 준장이다.”

정확하게 계급의 명칭은 모르겠지만, 번역마법은 내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주었다.

“카트리아 행성 연합?”

내 의문에 그는 흐트러진 자세를 고치며 오른손을 가슴 정중앙에 가져다 댔다.

“은하를 다스리는 위대한 제국이다.”

은하를 다스린다니,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곳에 온 이유가 지구를 다스리기 위함인가요?”

그는 잠시 우리를 둘러 보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건 밝힐 수 없다.”

바보냐, 뻔하지.

아니면 이렇게 함대 끌고 오겠나.

그런데 이 사람은 어떻게 된 것인지, 대화를 이어가는 와중에 시시각각 눈빛의 색상이 바뀌었다.

처음에 만났을 댄 분명 파란색이었는데, 지금은 갈색을 거쳐 주황색이 되었다.

“그럼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는데요?”

“밝힐 수 없다!”

강경한 그의 모습에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은 나는 겉으론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무래도 이 종족은 자신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상대를 낮게 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 엄청 쫄았으면서.

나는 괜한 말씨름을 할 생각이 없는지라, 그냥 바로 언령을 사용했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답하도록.”

그에 함장의 눈동자 색이 검게 물들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의 목적은?”

“지구의 변화, 우주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함. 우리의 목적은 지구의 능력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측정 방법은?”

“전투. 만약 정찰용으로 구성된 현 함대만으로 지구를 압도할 수 있다면 본대 파견 전까지 우주를 봉쇄하고 불가능할 경우 전투 능력만 측정하여 물러난다.”

그럼 그렇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뻔하게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본대의 전력은?”

“전투함대는 해당 정찰함대의 약 10배 규모이며, 내가 소속된 1군은 3개의 전투함대를 갖고 있다. 우리 카트리아 행성 연합엔 총 5개 군이 존재하며 전력은 비슷. 총 15개의 전투함대가 존재한다.”

확실히 쪽수는 많다만, 이 전함들의 능력을 알 수가 없으니, 뭐라 평가하기가 힘들다.

“하, 함대장님이.”

“정신 공격이다!”

함장이 술술 질문에 답을 하자, 선원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동자 색이 붉게 변했다.

“함장님을 구해라!”

선원들이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그러나 나는 두터운 방어막를 두른 채 궁금한 것을 계속 물었다.

“전쟁을 하지 않는 방법은?”

“없다. 우린 더 이상 지구를 얌전히 지켜볼 생각이 없어졌다.”

“지금까진 가만히 뒀으면서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그때의 애완동물을 바라보는 심경으로 지켜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너희가 우주로 진출할 능력을 지녔다면 더 이상 재밌는 구경거리가 아닌 경쟁자다.”

건방진 녀석들일세.

카트리아 행성 연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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