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60화 (16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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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유니버스

[전하 찾았습니다! 캐럿양은 무사합니다!]

한창 도쿄 외곽을 탐색 중이던 나는 갑작스런 제이드의 통신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찾았어요?”

[일본 시민들이 찾아냈습니다. 뉴스가 효과 있던 모양입니다.]

“위치 알려주세요.”

나는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제이드가 불러준 장소로 이동을 했다.

풍경이 바뀌며 한적한 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유독 한 곳이 눈에 띄었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서 있는 곳.

그 장소가 목적지임을 단번에 알아채곤 하늘을 날아 다가갔다.

“힉!”

신관복과 비슷한 새하얀 로브를 걸친 내가 하늘을 날며 다가오자, 주변 일본인들이 하나같이 기겁했다.

개중엔 깜짝 놀라 경계하는 경찰들도 있었으나, 내 얼굴을 보곤 하나같이 굳어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땅을 딛고 캐럿을 찾아 이동했다.

이동하던 중 수갑이 채워진 채 한쪽에 방치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꽤 심하게 맞았는지 녀석은 얼굴이 심하게 부어 있었다.

아마도 그가 범인이겠지.

“어떻게 된 거죠?”

구급대원들로 인해 모포에 둘러싸인 채, 들것으로 옮겨지고 있는 퓨어 드워프를 발견했다.

하지만 동공이 풀린 채 간간이 헛웃음을 흘리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심한 일을 겪은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됐다.

“프로포폴을 투입한 것 같습니다. 빈 병이 보이···.”

단순히 약에 취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혹시라도 겁탈을 당했다면 이후의 일은 간단하지 않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구급 대원들을 한쪽으로 밀치며 그녀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휴···.”

다행히 우려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투입량이 많아서 어서 병원으로 옮기는 편이 좋을 겁니다.”

“괜찮아요.”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고, 새하얀 빛이 사방으로 번졌다.

지구에선 수십, 수조 원을 줘야 받을 수 있는 부활.

그런데 인간들과 달리 그녀는 부활 마법에도 외적 변화가 없었다.

초점 없는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에 총기가 돌아오고, 상황 파악이 안 돼서 한참 동안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당황하며 말했다.

“어? 아르비스 대공님.”

구급대원들은 캐럿이 정신을 차리자 입을 쩍 벌리며 믿기지 않는단 표정을 지었다.

“정신이 드세요?”

“대체 무슨.”

들것에서 몸을 일으키는 그녀.

그러나 얇은 모포 안에는 속옷 차림이었고, 캐럿은 깜짝 놀라 몸을 숙였다.

“아!”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난 모양이다.

그녀는 햄스터마냥 고개를 바짝 새우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에 의해 억지로 일으켜지고 있는 범인에게 달려갔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퍽!

“컥!”

키 130정도의 캐럿은 허공을 날아오르며 녀석의 면상에 드롭킥을 꽂아 넣었다.

덕분에 별장 입구에서 기웃거리던 시민 모두가 그녀가 무슨 팬티를 입었는지 구경할 수 있었다.

“아, 아가씨!”

경찰은 그녀의 차림 때문에 쉽게 말리지를 못하고, 그 사이 캐럿은 범인을 밟고 또 밟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호쾌한지 여성체여도 역시 드워프는 드워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캐럿은 녀석이 기절하고 나서야 씩씩대며 폭행을 멈추더니 주변을 둘러보곤 얼굴을 붉혔다.

나는 아공간에서 마법 로브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문뜩 그녀의 목에 걸린 금속초커가 눈에 띈다.

나는 바로 그것이 어떤 용도인지 알아채고는 손가락을 쵸커를 톡 쳤다.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초커.

일본의 구조대와 경찰들은 모두 당황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단 반응을 보였다.

“대공님께서 절 구해주신 건가요?”

“캐럿양을 구해준 것은 이 마을의 주민분들입니다.”

일본 국민들이 움직이게끔 만든 것은 내 협박이지만 말이다.

“아.”

캐럿은 바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집안을 구경하려는 주민들에게 달려가 인사를 건넸다.

“캐럿양과 이 범죄자는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내 통보에 경찰은 말도 안 된다며 껑충 뛰었다.

“그녀를 데려가시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범인은 저희가 조사를 해야 합니다.”

“아뇨, 조사도 저희가 합니다. 피해자는 우리 로이아스 인이니까요.”

경찰은 곤란하단 반응을 보이고, 구급대원들은 캐럿 대신 피를 흘리며 기절한 범인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이만한 사건이 발생한 만큼, 현장 근무자인 저희의 판단만으로 넘겨드릴 수는 없습니다.”

“흠.”

하긴 말단인 그들에게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는 바로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결되었단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네, 직접 왔습니다. 다행히 우려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네요. 모두 이곳 주민 여러분 덕분에요.”

내 대답에 안도한 기색이 역력한 총리가 말했다.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겠죠?]

“네, 대신 범인은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네?]

“함대까지 움직이게 만든 인물입니다. 설마 일본 경찰에게 그냥 넘기겠습니까?”

[아니, 함대를 움직일 정도가 아닌데 과하게 대처한 것은 로이아스 쪽이 아닙니까?]

울분을 토하는 듯한 총리의 말.

“함대가 움직일 정도가 아니라뇨?”

적당히 위협하듯 불쾌하단 감정을 담아 내뱉으니, 총리는 답을 못했다.

이후 5초 정도의 침묵이 이어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는데, 괜히 헛기침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뭐, 로이아스와 지구의 인식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죠. 이건 어디까지나 저희의 상식에서 과하다는 거고요.]

감정을 감추는 모양새가 다시금 정치인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해당 인물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데리고 있어 봐야 불편하시기밖에 더하겠습니까?”

총리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범인의 인계는 허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로이아스에서 강제 연행을 해간다면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추후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게 그가 내뱉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인 모양이다.

“그럼 데려가겠습니다.”

이어서 휴대폰을 건네받고 총리와 몇 마디 나눈 경찰은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범인을 허공에 띄우는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

“캐럿양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캐럿에게 안부를 묻는 일본 주민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아, 아닙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크게 손을 내저었고, 나는 옅은 웃음을 흘리며 아공간에서 개인적으로 보유한 엔화를 모두 꺼내 건네주었다.

“이것은 약소하지만, 마을의 발전 기금으로 사용해 주세요.”

“헉···.”

사과박스 한 개 분은 될 법한 1만엔짜리 돈뭉치들.

나는 극구 사양하는 그들을 뒤로하고 에스코트 하듯 캐롯에게 손을 내밀었다.

캐롯은 어째서인지 몸을 베베 꼬며 내 손을 잡았고, 우린 함대로 돌아갔다.

당연히 범인과 함께 말이다.

일본을 향해 다가오던 하이랜드의 함대가 캐럿을 찾았다는 소식에 방향을 틀고, 우리 연방 제국의 함대도 내가 사용한 광역 텔레포트로 순식간에 로이아스로 이동했다.

“그 성범죄자 새끼를 내놓으시게!”

그리고 큰 사건을 겪은 캐럿의 휴식을 위해 하이랜드로 직접 데려다주는데, 드워프 킹이 나를 보자마자 그렇게 소리쳤다.

“진정하세요. 라테일님.”

“내가 진정하게 생겼나, 우리 종족의 여자아이가 몹쓸 짓을 당할 뻔했는데.”

나는 여러 경우를 따지고 선례를 위해 함대를 움직인 것이지만, 그는 그런 복잡한 사정이 없더라도 함대를 움직였을 것 같다.

“죄송한데, 그 녀석은 제게 넘겨 주시면 안 될까요?”

많이 친해졌다곤 하지만, 아직 나는 그들에게 있어 손님일지언정 가족이라곤 할 수 없다.

내 부탁에 그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까닭을 물었다.

“그 녀석이 꽤나 특수한 힘을 사용하거든요. 연구를 좀 하고 싶어서요.”

세계 최고의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내 입에서 연구란 단어가 튀어나오자 그는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혀를 찼다.

“쯧! 캐럿, 어떻게 했으면 하느냐?”

“저는 폐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아르비스 의장, 당연히 연구 결과는 공유해 주겠지?”

“물론이죠.”

드워프 킹은 결국 범인을 내게 양보했다.

“캐럿양,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연구 과정에서 녀석은 죽고 싶다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게 될 테니까요.”

“좋네요.”

*

“뭘 그리 즐겁게 보십니까?”

우주의 중심.

세계를 관장하는 신들의 세상.

지구가 포함된 태양계와 그 태양계가 소속된 은하계, 더불어 은하계의 수 많은 형제까지.

지구가 포함된 세상 유니버스는 가이아보다 아득히 거대한 세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니버스의 힘이 가이아보다 강력하단 것은 아니다.

가이아의 경우 힘을 응축시켜 놓은 형태지만 유니버스는 그 힘을 고루 퍼트린 형태였으니.

가이아는 자신의 피조물들에게 고루고루 강력한 힘을 부여했다.

하지만 유니버스는 관리자가 될 피조물에게만 강력한 힘을 부여했으며, 나머지는 그저 진화의 토대를 마련해 자연적으로 성장을 하게끔 만들었다.

진화란 굉장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 시간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피조물의 기준으로 마련된 것일 뿐, 창조주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겐 1초가 느릴 수도 있고 수만, 수억 년이 빠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흐름에 맞기는 유니버스란 존재는 시간의 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소파에 앉아 TV를 감상하듯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운 채 연신 웃음을 흘렸다.

“아니, 저 녀석 사고방식이 재밌어서.”

“가이아님의 피조물 말이군요.”

존재 자체가 세상이라 볼 수 있는 창조주 유니버스는 비서의 모습으로 시립 해 있는 여성을 끌어당겨 옆자리에 앉혔다.

“나는 왜 가이아 같은 생각을 안 했을까?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건 나지만, 너무 흐름대로 가다 보니, 구경하는 재미가 없어.”

“그래서 로이아스를 이 세상에 받아들이고, 지구의 데이터를 이것저것 건드린 겁니까?”

“덕분에 꽤 재밌는 모습이 나왔잖아?”

“네, 주신님으로 인해 관리 시스템이 엉망이 되긴 했지만요.”

“왜 날 탓하는 듯하지? 이 세상은 나의 것 어떻게 하든 내 마음 아닌가?”

“하지만 시스템이 꼬여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면, 저희 모두가 가이아님과 같은 운명을 맞이해야 할 겁니다.”

“그런 것도 나쁘지 않지. 난 가이아가 참 멋진 존재라 생각하거든.”

그녀는 무책임한 주신의 태도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문뜩 화면 속의 인물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어이쿠, 무서워라! 감이 좋은 녀석이라니까? 얼른 채널 바꿔야지.”

주신은 리모컨을 조작했고, 곧 화면 속 사내를 바라보는 시점이 바뀌었다.

“참 대단해. 녀석은 나의 존재를 느끼고 있어.”

“저만한 힘이 있는데, 못 느끼는 게 이상하죠. 가이아님의 힘을 가장 짙게 물려받은 존재 아닙니까?”

“그리고 몸속에 우주를 형성한 녀석이기도 하고.”

창조주가 자식이라 할 수 있는 피조물들을 내버려 두고 다른 집 자식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그녀의 입장에선 탐탁지 않았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카트리아에서 지구에 보이는 관심이 큰데요. 이대로라면 주신님께서 많은 애정을 보이고 있는 지구에 이상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카트리아 애들이 대단한 기술력을 보유하긴 했지만, 지구엔 가이아의 자식들이 있으니, 어떻게 해결하지 않겠어?”

“어째, 자신의 자식이 타인의 자식에게 지길 바라는 것 같네요.”

“어허, 타인의 자식이라니. 내가 낳은 건 아니지만, 녀석들도 이젠 내 자식이야.”

다시 화면 속으로 관심을 돌리는 주신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디 가?”

“놀고 계신 어느 분을 대신해서 일하러요.”

“그래? 수고해.”

그녀는 이마에 힘줄을 만들며 쿵쿵 시끄럽게 걸음을 옮겼다.

“이상하네, 신족에겐 생리 기능을 안 넣었는데.”

고개를 갸웃거린 창조주는 이내 신경을 끄고 한 사내를 중심으로 바뀌는 화면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니버스로부터 크나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

유니버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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