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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58화 (158/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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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녀석들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까요?”

    내 물음에 테라시아는 안될 것 없다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나는 눈을 감았고, 망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드래곤의 기억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치 내가 경험한 것처럼 우주에서 있던 일들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테라시아가 대기권을 벗어나고 쉴드에 둘러싸인 채, 달을 탐색했다.

    하지만 달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탐색한 듯,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주변으로 관심을 옮겨 소행성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우주를 탐색하는 이유는 지구 주변의 상황을 살피기 위함도 있지만, 돈이 되는 소행성을 발견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지구 근처엔 1억 톤짜리 백금 소행성도 있고, 화성과 목성 사이에 1000경 달러의 가치를 지닌 황금 소행성 16프시케도 있다.

    이는 지구에 흔히 알려진 보물 소행성들인데, 우주에 이런 소행성이 얼마나 많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테라시아는 탐색을 겸해 보물찾기를 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우주는 방대한 만큼, 원하는 목표를 찾기란 쉽지 않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테라시아는 한창 지구 주변의 소행성들을 탐색했고, 탐색이 끝낸 소행성은 마나석을 이용해 약하게 마력을 신호를 발산하게끔 표시를 해뒀다.

    대부분의 소행성은 얼음이나 암석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운 좋게 수 톤의 금과 철, 니켈이 포함된 소행성을 하나 발견했다.

    그녀는 얼른 금속들을 추출해 아공간에 챙기고는 다음 소행성을 찾아 이동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마치 주파수처럼 광역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덕분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에너지의 주체는 테라시아의 존재를 못 알아챈 채 달 쪽으로 향했고, 그녀 또한 의문의 기운을 따라 이동했다.

    달 뒤편에 숨어 마치 지구를 탐색하듯 움직이는 기운.

    하지만 그 모습은 인비저블 마법이라도 쓴 듯 눈에 또렷하게 잡히지 않았다.

    당시 테라시아는 간섭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머지않아 그 기운은 엄청난 속도로 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녀가 겪은 일의 전말.

    당시의 감각을 공유한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확실히 지구 외에 의지를 지닌 무언가가 또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공감하네.”

    테라시아는 그 기운을 추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어디서 온 녀석들인지 알 수가 없다는 뜻.

    “이거, 방심해선 안 되겠네요. 이 세계에도 드래곤이나 마왕처럼 강력한 존재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배제하면 안 되겠어요.”

    먼 우주에서 온 존재라면 공간 도약같은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태양계 내의 존재는 아닐 가능성이 크니.

    모든 것이 기계 공학의 힘이면 그들은 기술은 가볍게 지구를 능가하는 SF공산 과학 만화 수준이며, 어쩌면 마법 같은 힘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녀석들이 지구를 수시로 관측해왔다면 우리의 등장을 알아챘을 겁니다.”

    “뭔가 다른 행동을 취해 올 수도 있겠군.”

    그나마 테라시아를 발견 못 한 것을 보면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나라면 절대 그녀의 감시를 못 알아 채지 않을 테니.

    애석하게도 우리는 그 무언가에게 먼저 접촉할 방법이 없다.

    아무렴 전 우주를 탐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기다리는 방법뿐이네요.”

    만약을 위해 군사력을 다시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어쩔 수 없지.”

    ***

    일본에서 극우 성향으로 유명한 이즈모 클랜의 2급 능력자 카라스마 타키오는 흔히 말하는 오타쿠다.

    편의점 알바를 전전하던 그는 3년 전 돌연 능력을 각성하게 되는데 그 힘이 굉장히 유용해서, 이즈모 클랜에서 상당히 인정받는 클랜원이 되었다.

    능력의 종류는 전투계가 아닌 보조계지만, 그가 전장에 있냐 없냐에 따라 전투 효율이 크게 갈릴 정도다.

    직접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음에도 어느새 클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그는 2급임에도 거의 1급에 해당하는 돈을 벌어들였다.

    2급이면 충분히 높은 등급이지만, 주력이라 칭해지는 1급 능력자에 비할 수준은 아니고, 수익에서도 열 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과 다름이 없다.

    덕분에 1급 능력자의 소비력은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인데, 대부분 이성과 치장에 돈을 쓰는 것과 달리 타키오는 그 돈을 자신의 취미를 위해 사용했다.

    평소 갖고 싶었던 상품을 모조리 구매하고, 이젠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던 성우나 아이돌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며, 가난한 아이돌의 스폰서를 자청했다.

    물론 100%건전한 스폰서쉽은 아니고 투자한 만큼 받고 있지만 보통의 오타쿠로 살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인지라, 그는 굉장히 만족하며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신대륙 등장이라는 천지개벽의 사태가 발생하고 그의 앞에 그녀들이 나타났다.

    바로 큐티란 이름의 유사인종으로 이뤄진 아이돌 그룹이 말이다.

    그녀들은 등장과 동시에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다.

    이젠 사회 현상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수준.

    큐티가 이렇게 단기간 내에 유명해질 수 있던 이유는 만화나 게임 속에나 존재하던 가공의 캐릭터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만화나 게임이 문화 깊숙한 곳에 침투한 일본인들에게 그녀들의 등장은 충격이었고,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연예인은 이즈모 클랜의 이름을 사용해 얼마든지 대면할 수 있었지만, 그녀들에겐 어림도 없었다.

    더구나 이 종족은 순결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지아비 외에 다른 이성과 살을 섞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 얼마나 순수하단 말인가.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에게선 상상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있는 곳은 오직 이벤트 회장뿐이었고, 그가 아무리 많은 돈을 쓰고 자랑스레 고위 능력자라 밝혀도 그녀들에겐 그저 돈 좀 버는 팬에 지나지 않았다.

    좀처럼 닿지 않아서일까?

    큐티를 향한 그의 애정은 그가 능력자가 되기 전의 기분을 되살리며 점점 강해졌다.

    모든 멤버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벚꽃 연상시키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캐럿이라는 이름의 퓨어 드워프였다.

    긴 분홍머리를 귀엽게 양갈래로 묶고 하늘하늘한 무대의상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마법소녀를 연상시킨다.

    덕분에 매니악한 팬들 사이에선 단연 그녀의 인기가 최고였으며, 타키오의 심장도 제대로 저격했다.

    “캐럿짜응.”

    그런데 얼마 전, 첫 콘서트가 끝나고 이어진 악수회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던 그녀와 접촉할 기회는 아주 귀중하다.

    콘서트장에서 열정 가득한 응원을 한 타키오는 굉장히 큰 기대감을 안고 악수회에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웬 이상한 녀석이 캐럿의 손을 잡고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은 것이다.

    ‘1등석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며칠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한 번에 캐럿짱의 악수권이 뽑혔지 뭐야. 이건 운명이 틀림없어.’

    그래서 화가 난 그는 거리낌 없이 힘을 써서 캐럿을 구해냈는데, 그녀는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던 논팽이를 두둔하며 같은 패밀리에게 폭력을 휘둘러선 안 된다고 타키오를 훈계했다.

    타키오는 캐럿과의 악수회에 참가하기 위해 5만엔에 달하는 1등석의 티켓을 무려 200장 넘게 구매했다.

    운 좋게 이 자리에 선 녀석과는 들어간 금액이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너무 화가 나고 그녀가 야속해서 그는 캐럿의 부름에도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밀려오는 엄청난 자괴감.

    아무래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이돌이란 느낌 때문인지, 과거의 향수 때문인지, 찌질함까지 옛날로 회귀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자괴감은 머지않아 배신감으로 바뀌게 되고, 헌터가 되면서 어딜가도 환영받는 자신이 왜 이리 힘들어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시에 캐럿을 향한 애정과 배신감은 그에게 이상한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며 끙끙대던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캐럿짱은 내 것이다. 모두의 것이 아니야.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나뿐이야.”

    그것은 팬이 스토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후로 그는 계속 캐럿 주변을 배회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큐티는 글로벌 그룹을 표방하고 있지만, 일본에서의 인기가 압도적인지라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냈다.

    숙소는 아카사카.

    도쿄에서도 부촌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사적으로 큐티가 자주 가는 식당과 외출을 하게 되면 주로 방문하는 쇼핑가의 위치를 알아냈다.

    더불어 그녀들을 경호하는 인력에 수인족 전사와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기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실력들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아 보였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의 능력이 바로 상대방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었으니.

    때문에 그가 2급의 능력자이면서도 1급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것이었다.

    약화 능력은 본인에게도 사용할 수 있어서, 능력자의 기운을 지우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큐티의 경호원들은 타키오의 존재를 알아챘지만, 그저 파파라치나 사생팬 정도로 여겼다.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은 그들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니 무시했다.

    큐티는 기획사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숙소가 고급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의외로 행동에 자유도가 높은 데다가 비싼 물건도 법인 카드로 마음껏 샀다.

    그리고 캐럿이 심심치 않게 밤에 혼자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자 아이돌이 맥주를 사러 밤에 혼자 나온다는 것이 좀 깨지만, 그녀는 드워프가 아닌가.

    그 정돈 종족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에 동영상 사이트에 업데이트된 퓨어드워프의 프로필에서도 대놓고 맥주를 퍼마셨으니.

    아무튼 캐럿이 그룹의 퓨어 드워프 중에서도 가장 어려서인지, 술 심부름이 많았고 그녀가 편의점에 들릴 때, 따라붙는 호위가 기사 한 명뿐이라는 것을 알아낸 그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바로 캐럿의 납치 계획을 말이다.

    능력자라고 해서 모두 마물을 사냥하는 헌터가 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에선 되도록 헌터가 되길 바라고 대부분의 능력자들도 큰돈을 버는 헌터의 길을 선택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힘을 올바른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능력자중엔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흉악 범죄자도 있으며, 돈을 주면 무슨 일이든 처리해주는 인물들도 있었다.

    타키오는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털어 이런 능력자들을 고용했다.

    “누구냐!?”

    그리고 계획을 실행에 옮겼는데, 타키오의 능력이 더해지면서 그의 목적은 생각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었다.

    그날도 캐럿은 기사 한 명을 대동한 채 편의점으로 향했는데.

    타키오의 너프 능력으로 인해 호위기사는 흥신소 소속 염동계 능력자에게 맥을 못 썼다.

    “놔, 안 놔 이 못생긴 것들아! 익스플로전! 익스플로전! 뭐야, 왜 마법이?”

    전사형으로 타고난 힘을 지닌 하드드워프와 달리, 마법사 형인 퓨어 드워프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면, 보통의 인간과 다름이 없다.

    5클래스 마법사로 알려진 캐럿이 힘을 사용하지 못하니, 평범한 여자아이나 다름이 없었고, 타키오는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도망치려는 캐럿을 구속했다.

    타키오는 은신 능력자의 도움을 받아 CCTV에서 모습을 감추는 치밀함을 보이며, 도쿄 외곽에 위치한 외딴 별장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이, 이 새끼야. 너 날 어쩔 셈이야.”

    살아생전 처음 느껴보는 무력감에 캐럿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겁에 질린 캐럿의 표정은 평소 볼 수 없는 진귀한 모습이었고, 타키오는 일말의 가책 없이 침을 줄줄 흘렸다.

    ***

    “뭐? 납치요!?”

    루시엘라를 옆에 끼고 잠자리에 들려던 찰나, 제이드 자작에게 걸려온 위성 전화에 나는 기겁했다.

    [네, 전하. 큐티의 멤버인 퓨어드워프 캐럿양이 편의점을 가는 도중 괴한들에게 납치되었습니다.]

    “호위는 뭘 했길래? 아니, 애초에 그녀는 5클래스의 고위 마법사잖아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루시엘라가 미간을 좁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호위했던 데른 경의 말에 의하면 사전에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했고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져서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에 제압을 당했다는데 아무래도 복수의 능력자가 캐럿양을 납치한 것 같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죄송합니다.]

    “아뇨, 제이드 자작님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죠.”

    기사가 적의를 못 알아채고, 온몸에 힘이 빠져 무력하게 당했다.

    이게 포인트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주변의 힘을 지우거나 수치를 낮추는 능력자가 포함된 것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쉽지 않은데.

    [일단 너프 관련 능력자들을 찾고 있습니다.]

    옳은 조치지만, 그런 방식으론 언제 캐럿을 찾아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결국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색대를 파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개인적으로 찾아 보도록 하죠. 일본 정부와 마찰이 생기더라도 일단 그녀를 찾는데 열중하세요. 현장 지휘자는 당신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납치 소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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