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57화 (15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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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감탄사를 터뜨리는 카펠라 가문의 두 남매.

    잠시 후, 빛이 사그라들며 호흡기에 의지한 채 누워있던 병색이 완연한 남성의 눈동자에 생기가 깃든다.

    그리고 시작된 회춘.

    푸석푸석했던 그의 얼굴이 급격히 젊어지기 시작했다.

    원래 병 때문에 더 나이 들어 보였던 것인지는 몰라도, 부활 마법이 효과가 다하고 난 다음 드러난 그의 얼굴은 30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존, 메이.”

    “아버지!”

    두 사람은 불편한 듯 호흡기를 떼는 아버지를 보며 결국 눈물을 왈칵 쏟았다.

    돈 받고 하는 일이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왠지 피도 금으로 이뤄져 있을 것 같은 이 사람들도 가족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이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내게 시술을 받을 만큼의 능력을 지녔다는 점일까?

    “컨디션 어떠세요. 카펠라씨.”

    내 물음에 그는 몸에 힘이 도는지 너무도 신기하단 표정으로 손을 쥐었다 폈다.

    “병이···.”

    “완치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고객이신 만큼, 같은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해뒀죠,”

    그는 원래부터 멀쩡했다는 듯 자식들의 부축 없이 스스로 일어나서 나를 바라보았다.

    “누워 있는 동안 TV와 자식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법이 실존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마법사가 가능한 것은 아니죠. 그래서 치료비도 무척 비쌉니다. 무려 120억 달러짜리 마법이었으니까요.”

    “죽다 살아났는데, 그 정도가 대수겠습니까. 전혀 아깝지 않군요. 그리고 저를 위해 노력한 자식들을 보니, 제가 헛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내게 감사하다며 악수를 건네는 그의 표정엔 희열로 가득 했다.

    그리고 뒤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두 남녀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미래에 내 자식들도 나를 위해 저렇게 눈물을 흘려 줄까?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니, 한 명 한 명의 응석을 받아 주는 일은 없었다.

    다행히 아직 성격이 모난 녀석은 없지만, 아무리 잘난 환경에서 성장해도 이들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들이 엄청난 부를 쌓아오며 많은 욕을 먹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가족끼리 애정으로 똘똘 뭉쳤으니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내부적인 다툼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의 빚을 지는군요.”

    “왜 이러십니까. 이렇게 나와도 할인 안 해줘요.”

    나는 쿨하게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등을 돌렸다.

    그런 나를 향해 부활을 받은 카펠라 가문의 주인이 말했다.

    “혹시 언제고 함께 식사할 순 없을까요? 제대로 대접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120억 달러는 아까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고, 은인을 바라보는 모습.

    “나쁘진 않겠죠.”

    내 대답에 얼른 존이 자신의 명함을 건넸고, 나는 연락하겠다며 호텔방을 나섰다.

    그들은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문이다.

    더구나 우리가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필연적으로 넘어야 할 존재인 만큼 이왕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등 뒤로 세 사람이 부둥켜안는 느낌과 함께, 다시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57. 납치 소동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부활마법 사업. 치열했던 시술 예약 경매. 총 낙찰금액이 무려 1505억달러. 최고낙찰금액은 120억 달러로 카펠라 가문이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리다.]

    [43일치 예약 경매로 총 150조를 벌어들이다. 앞으로 이런 경매가 매달 20일 날 진행될 예정.]

    [43개 자리 중 미국이 20개, 중국 9개, 유럽 5개, 인도와 러시아가 2개, 산유국의 왕가에서 나머지 5개를 차지.]

    [루게릭병 말기의 앤드류 카펠라가 논란의 부활 마법을 받고 난 후 젊어진 모습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다.]

    [각국의 시민들이 이런 불공정한 시술은 인정할 수 없다며 중지 청원 운동을 벌여 논란이 일다.]

    gfd***: 돈 없이는 불치병도 치료할 수 없는 더러운 세상.

    -fjg***: 당연한 말을 왜 해. 돈 없이 불치병 치료하려 하는 게 더 말이 안 되지. 원래 희귀병일 수록 치료비가 많이 드는 건 상식이잖아. 그리고 불치병은 아무리 많은 돈을 때려 박아도 못 치료하는 병이니까 불치병이라 불리는 거잖아.

    -ddw***: 힘이 있으면,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 힘을 돈 받고 팔다니, 너무 속물적이다.

    -fjg***: 그럼 무료로 서비스하라고?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일인데 쟤네가 왜 그래야 하는데? 돈 받고 말고는 쟤네 마음이지.

    -ddw***: 말했잖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건 뭐, 불쌍하고 힘없는 서민들은 쳐다도 보지 말라는 뜻이잖아.

    -tos***: 돈이 없다고 착하고, 있다고 악한 게 아니잖아? 무슨 기준으로 치료를 해주는데? 라디오처럼 사연 받아서? 그냥 쟤들 마음이지 이걸로 트집 잡는 것도 웃기다. 그리고 쟤들은 개인이 아닌 국가 단위 사업이야. 외국인인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못한다고.

    이번 사태에 대한 반응은 대충 이렇다.

    돈을 많이 버니, 그것을 질투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며 설치는 정치인 또는 수많은 관심종자들이 나타났지만, 그 사람들이 자기들 나라에서 아무리 떠들어 봤자 우린 한 귀로 듣고 흘렸다.

    그리고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우리의 눈치를 보는 국가가 많아서 천지 분간 못 하는 정치인은 정부에서 알아서 제지했다.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게 부정적이었지만, 다시 한번 부활 마법의 위엄이 알려지며, 예약자들의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덕분에 다음 경매 또한 굉장히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아마 이번 경매 마지막 날 낙찰가보다, 다음 예약 초반의 낙찰가가 더 높지 않을까?

    확실히 마법은 돈이 된다.

    그렇기에 각 국가에선 마법을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UN에서 마물에 대비한 텔레포트 게이트 의무 설치를 권고한 것처럼 이제 마법은 막을 수가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텔레포트 게이트가 설치 예정인 국가가 총 31개국.

    운영은 우리에게 양도하며, 수익성을 인정받을 경우 추가 설치 시 재원을 마련하여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

    아무리 자신들의 것을 지키려 해도 사회와 마법의 융합은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많은 기업들이 마법을 활용한 기술에 대해 고민했다.

    [S전자, 마력전지를 이용한 자가발전 제품을 7종을 선보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온풍기 등.]

    그 와중에 한국의 대기업인 S전자는 매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에 대해 경쟁사들은 하나같이 당황했는데, 자가발전이라면서 내놓은 물품들의 성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해당 제품들은 어디까지나 시범 제품으로 정식 출시가 아니었다.

    에어컨이나 온풍기는 원래 전기를 극악하게 잡아먹는 놈들인 만큼 당장 내놔도 큰 경쟁력을 보이겠지만, 아직 마력 전지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정식 판매까진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린 사업은 다양하진 못하지만, 진행했다 하면 대박 행진을 보이고 있다.

    단번에 대한민국 GDP의 10퍼센트를 벌어들인 부활마법은 말할 것도 없고 엘븐티도 돈을 쓸어 담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부활마법은 겨우 한 달 예약을 받았을 뿐이라는 것.

    만약 1년 치 예약을 모두 받으면 이 사업으로만 대한민국 GDP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이 사업은 시간이 지날 수도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분명 꾸준히 엄청난 이득을 안겨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엘븐티 역시 기세가 대단하다.

    출시 일주일 만에 만개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의외로 50g 한병의 가격이 2억인 퍼스트 엘븐티의 판매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덕분에 대부분의 국가에선 단 두 개 사업의 매출만으로도 일본의 GDP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당연히 이는 예측일뿐,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다.

    정확한 것은 그때가 되어봐야 아는 일이었으니.

    더구나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해당 사업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제재가 들어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다양한 사업을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우와아아아!]

    나는 집무실에 설치된 TV로 수만 명의 인파에 둘러싸여 공연 중인 드워프와 수인족 소녀들을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드워프와 수인족으로 이뤄진 로이아스 엔터테인먼트의 주력 아이돌 ‘큐티’.

    현재 큐티는 데뷔 한 달 만에 일본의 무도관에서 콘서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해당 영상은 실시간으로 인터넷 방송이 되고 있는데, 현장에 열기에 동참하진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지켜보며 엄청난 댓글을 쏟아내고 있었다.

    댓글 대부분이 일본어였고, 간간이 한국어와 영어가 조금씩 눈에 띄었다.

    아이돌 그룹 큐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들의 주요 팬층은 일반인도 적지 않지만 아무래도 오타쿠들이 많다.

    일본 오타쿠들은 보통 외국인을 배척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데, 큐티는 그런 성향조차 깨부술 만큼, 강력한 침투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겠다.

    하긴 오타쿠들 입장에서 합법로리 드워프와 동물귀, 꼬리를 가진 수인족은 반칙으로 여겨질 만했다.

    사실 까고 보면 나이가 모두 100살이 넘은 녀석들이지만 말이다.

    하이랜드의 드워프는 두 종이 있는데, 하나는 금속을 좋아하는 우락부락한 하드 드워프와 보석을 좋아하는 오밀조밀한 퓨어 드워프가 있다.

    하드 드워프는 여성들도 우락부락한지라 TV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드워프들은 모두 퓨어드워프다.

    퓨어드워프는 생긴 게 아주 예쁜 인간의 어린아이와 아주 똑같다.

    다만 귀 끝이 뾰족한 게 살짝 다른 점이지만, 그녀들의 팬은 그것을 모에요소라고 외쳐댔다.

    나도 한국에 살던 시절엔 일본 만화를 좋아하고 애니메이션도 꼬박꼬박 챙겨 봤었지만, 이제는 그다지 이해가 되지 않는 취향이었다.

    내가 쭉쭉빵빵한 미녀들에게 길들어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퓨어드워프의 팬들 모두가 위태로워 보였다.

    눈빛들이 언제고 뉴스에서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광신도가 따로 없네.”

    큐티의 열렬한 팬들은 어떤 연예인보다도 막강한 팬심으로 무장하고 있다.

    덕분에 화면 너머로 눈에 들어오는 콘서트장의 모습은 사이비 종교의 집회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뭐, 우리야 돈을 많이 벌어서 좋지만.”

    오타쿠들의 소비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최고 수준.

    큐티가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했다.

    한명 한명이 헐리우드 대스타에 버금가는 몸값을 지닌 엘프진영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요즘 보석과 예술품매장의 오픈을 준비 중인 드워프 킹이 직접 엔터테인먼트사를 차리겠다고 할 정도니 말 다했지.

    콘서트는 얼마 안 있어 끝이 나고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구는 정말 재밌는 세계인 것 같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온 나는 휴식 타임을 끝내고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똑똑

    “안에 있는가, 날 세.”

    갑작스런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온 고운 목소리.

    나는 그것이 테라시아의 것임을 알아채고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테라시아님.”

    “예고 없이 찾아와 미안하군.”

    “테라시아님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죠. 들어오세요.”

    어쩐지 굳어 보이는 표정의 테라시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은 상의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요즘 내가 지구 주변을 살피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지?”

    대기권 밖에는 마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법사는 지구 밖, 우주에서의 활동이 힘든데, 드래곤과 나는 체내에 방대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서 활동에 문제가 없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멀지 않은 우주에서 지구를 탐색하듯 배회하는 존재들이 있었네.”

    나는 표정을 굳혔다.

    “그게 무슨?”

    그녀는 부드러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답했다.

    “이 세계에도 지구 외에 다른 문명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싶어.”

    “마족이나 천족처럼요?”

    “아직 확인이 안 됐지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이 경우엔 지구 외 생명체라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이마를 짚었다.

    이게 무슨 뜬금포란 말인가.

    아니, 무조건 이를 뜬금포라 여겨선 안 되는 건가.

    애초에 가이아에도 여러 유인 행성이 있던 만큼, 이쪽 세계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

    납치 소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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