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56화 (15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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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다 마셨는지, 찻잎만이 머그잔 바닥에 붙어있는 상태였다.

이어서 밀려오는 극도의 편안함.

그동안 쌓여 있던 피로가 한 번에 가시는 느낌과 함께 어깨가 가벼워졌다.

차 한잔의 효능이라 믿기 힘든 현실에 두 형제는 소파와 의자에 몸을 묻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건 차가 아니라 보물이군.”

“맞아. 세계가 난리 날 맛이야.”

단번에 엘븐티의 가치를 알아본 그들은 그 가벼운 찻잎이 불러올 여파를 생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잔 더?”

“어, 이번엔 제대로 우려먹자.”

오웬 형제는 회사에 상주하고 있는 바리스타를 불러 차의 최상의 맛을 끌어 내주길 요청했다.

바리스타는 평소 차를 즐기지 않는 그들의 뜻밖의 요구에 의아함을 표하며 엘븐티를 우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바리스타도 차에서 느껴지는 향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며,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제대로 우려진 차가 두 사람의 앞에 놓이고, 오웬 형제는 인심을 베풀어 바리스타에게도 맛을 보는 것을 허락했다.

“맙소사!”

그 감탄사는 바리스타가 혀끝에 차를 가져가자마자 내지른 것이었다.

오웬 형제의 반응도 바르스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대로 우리니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맛이 혀를 휘감았다.

그렇게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은 완전히 엘븐티에 매료되어버렸다.

오웬 형제는 엘븐티 한 잔의 가격이 만 달러가 넘더라도 기쁘게 사 먹을 용의가 있었다.

“역시 판타지 세계란 건가?”

“실로 신비로운 맛이야.”

더불어 차 한잔으로 그들은 로이아스 대륙에 호의적인 감정을 품게 되었다.

*

석유왕으로 이름 높은 카펠라 가문의 주인인 앤드류는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 하는 신세다.

젊은 시절 누구보다 건강 관리에 애를 쓰던 그가 겨우 나이 50에 이런 신세가 될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앤드류 카펠라의 병명은 루게릭병.

뇌와 감각은 그대로 살아있지만, 운동 신경이 사멸하면서 사지를 가눌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때문에 그는 병상에 누워 사업을 지시하곤 했지만, 최근 호흡근에도 이상이 생기며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어째서 돈이 있는데, 병을 못 고친다는 거야.”

앤드류의 아들이자 카펠라 가문의 후계자인 존은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마를 짚었다.

그런 존에게 누나인 메이가 다가와 손을 잡았다.

존에게 아버지 앤드류는 존경해 마지않는 인물이었다.

다른 이웃 가문 녀석들은 형제, 부모 자식끼리 물고 뜯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카펠라 가문은 대부호치곤 드물게 가족의 정이라는 것이 남아 있었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버지를 치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됐어?”

“계획에 없는 일이라며 답을 미뤘어.”

그래서 누이인 메이에게 로이아스 연방 제국과의 접촉을 부탁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미 대통령과 ATV의 사장이 마법의 힘으로 회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부호들이 로이아스 측에 해당 조치를 원했지만, 로이아스에선 누구의 부탁도 들어주지 않았다.

대통령과 ATV사장을 향한 호의를 변덕으로 치부하니 이 얼마나 콧대가 높단 말인가.

상대가 어중간한 녀석들이라면 어떻게 협박이라도 해보겠지만, 그들은 미국조차 무시하지 못하는 거대국가였다.

“젠장.”

“일단 계속 접촉은 해볼게. 듣기로 오웬 형제가 로이아스 UN대사와 친하게 지낸다 하더라고.”

“부탁할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동생을 보며 메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시선이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향하면서 다시 표정이 굳어졌다.

“사장님!”

그때, 메이의 비서가 요란스럽게 달려왔다.

메이와 존은 그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는데, 이어진 비서의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로이아스 연방 제국에서 불치병치료, 회춘 사업을 시작한답니다!”

“그, 그것이 정말인가?”

“네! 하루에 한 명에게만 마법 시술을 하며, 순서는 한 달 단위로 경매를 붙인다고!”

빠르게 시술을 받고 싶으면 그만큼의 돈을 내라는 세속적인 방식이지만, 그럼에도 불쾌하단 기분이 들지 않았다.

카펠라 가문은 모든 것을 수용할 재력을 지닌 가문이었으니 말이다.

존은 누이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무조건 1순위로 따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이글이글 타오르는 동생의 눈동자를 보며 메이는 마른침을 삼켰다.

***

[전 세계 상류층을 중심으로 부는 엘븐티 열풍. 아직 정식 판매를 시작하지도 않았음에도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엘븐티 함유량이 3%인 노블리스급 50g의 가격이 무려 450만원?]

[로이아스 연방 제국: 직접 엘프 왕가에서 수입해 들어오는 엘븐티의 원가가 1g당 200만원이다. 거기에 특수 공법으로 가공하고 다른 첨가물을 더하면 절대 과한 값이 아니다.]

[엘븐티를 맛본 사람들은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천상의 맛.]

[로이아스 연방제국 마법 의료사업실시. 상처를 흉터 없이 바로 치료할 수 있는 포션 판매와 불치병치료, 회춘 등 지구측 의료업계와 겹치지 않는 선에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

[30ml 포션 한병의 가격이 250만원, 불치병치료와 회춘 사업은 하루 한 명의 환자만 받으며, 경매를 통해 실시키로 하여 다시금 논란이 일다.]

연이어 부자만을 위한 사업을 실시한다며, 로이아스 연방 제국을 향해 세계 각국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일반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해주기 위해 이 사업들을 접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자신이 이용하지 못한다고 모조리 없어져야 한다는 논리는 그저 떼쓰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아니, 애초에 값이 비싸다고 부자만을 위한 사업으로 치부하는 것도 웃기다.

엘븐티도 그렇고 포션도 부담스러울 뿐이지 절대로 접하지 못할 상품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포션은 그리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 병이 30ml인데 스포이드로 잘 덜어서 쓰면 수차례에 걸쳐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논란 자체가 웃겼다.

원가와 효과 자체는 생각지도 않고 그저 가격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

처음엔 온라인 반응이 재밌었지만, 질투로 가득 찬 반응에 점점 질려갔다.

확실히 세상 사는 게 어렵긴 한 모양이다.

“지금부터 아르비스 마탑 부할 서비스에 대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첫 시술 일자는 바로 오늘이며 첫 번째 낙찰자분께는 아르비스 의장 전하께서 손수 마법을 사용해 주실 예정입니다.”

나는 경매가 진행되는 뉴욕 M호텔의 회장에 앉아 있다가 사회자의 멘트에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짝짝짝.

이거 어째 참석한 인물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이들이 바로 지구의 경제를 쥐고 있는 인물들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풍경.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그들의 시선에 나는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오늘 이 행사에 태클을 걸고 나서는 정치인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시민들만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아마 여기 있는 사람들이 그 정치인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번 경매를 통해 그리니치 표준시를 기준으로 7월 20부터 8월 31일까지 43일분의 예약을 마감합니다. 앞으로 경매는 매달 20일에 진행이 되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사회자의 등 뒤로 7월과 8월의 달력이 떠오르고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마른 침을 삼켰다.

“경매는 날짜별로 한 번씩 43회에 걸쳐 진행됩니다. 그럼 바로 7월 20일 기념비적인 첫 번째 경매를 실시 하겠습니다.”

해당 경매엔 기자의 출입이 금지된 지라 굉장히 고요했다.

“첫 번째는 천만 달러로 시작도록 하겠습니다.”

시작가만 무려 천만 달러.

즉 백억 원을 뜻하는 건데도 참가자들의 표정엔 동요가 없었다.

“1억 달러.”

그리고 시작부터 거하게 터졌다.

분명 시작가는 천만 달러라고 했지만, 어느 여성이 열 배로 가격을 올려 버린 것이다.

“네, 카펠라님께서 시작과 동시에 1억 달러를 외치셨습니다.”

아, 저 여자가 카펠라 가문 사람이구나.

음모론 같은 곳에서 로스칠드와 함께 단골로 등장하는 가문의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신기했다.

문뜩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유혹하듯 진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제법 미국틱하게 예쁘장하지만, 내 마누라들에 비하면 평범했다.

“10억 달러.”

“이런 카타르의 타밀 폐하께서 바로 또 가격을 열 배로 올리셨습니다.”

경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단 두 번 만에 가격이 1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가격이 1조 원이 넘었음에도 누구도 포기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억 달러를 찍은 이후부턴, 제법 경매답게 엎치락뒤치락하며 진행되었다.

“첫 번째 오늘 바로 이뤄질 마법 시술은 카펠라님께 낙찰되었습니다. 낙찰금은 120억 달러입니다.”

첫 번째는 과시를 좋아하는 카타르의 국왕에게 낙찰될 줄 알았는데, 카펠라 가문의 여성이 무섭게 물고 늘어지며 낙찰을 받아냈다.

카타르 국왕조차 고개를 내 저을 정도였으니, 오늘 단단히 마음먹고 나온 모양이다.

2번째 경매부턴 가격이 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72억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에 카타르 국왕에게 낙찰이 되었고, 나머지는 평균 30억 달러 전후로 낙찰이 되었다.

이날 낙찰 총액이 1505억 달러.

무려 150조가 넘는 금액이었다.

상상 이상의 수익에 웃음밖에 안 나왔다.

이 사실이 기사화되면 사람들이 더 난리 칠 것 같다.

“돈 벌기 참 쉽네요.”

첫 번째 낙찰자인 카펠라 가문의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무렴 수조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소문이 난 카펠라 가문만 하겠습니까?”

“아, 그거 전부 음모론이에요. 어디서는 70조 달러에 달하는 재산이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실제론 3천억 달러 정도인데.”

누군가는 카펠러 가문의 재산이 미국을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던데, 역시 음모론인 모양이다.

아니면 이들이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메이 카펠라입니다.”

“루이스 로이드 아르비스입니다.”

나는 그녀와 악수를 나누며 물었다.

“마법은 본인이 직접 받으시는 겁니까?”

“아뇨, 저희 아버지요. 지금 루게릭 병으로 누워 계세요.”

“모시고 왔나요?”

“네, 이 호텔 스위트 룸에 계세요.”

그럼 지체할 것 없지.

나는 메이가 제대로 결제를 해줄 것을 믿고, 안내를 부탁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120억 달러 받고 하는 일인데요.”

내 뒤를 따라 언제나처럼 콘스탄틴과 레이포드가 따라붙었다.

나라가 연방제국으로 묶이면서 샤를로트 공작, 에클로 공작과 많은 교류를 나누면서 그들의 기량은 한껏 높아진 상태.

잘 벼려진 검 그 자체였다.

“경호원분들이 S급 능력잔가요?”

“힘만 따지면 그런데, 이 세계 S급 능력자들은 너무 못 싸워서요. 같은 취급하는 건 이들에게 미안한 짓 같네요.”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하긴 청룡클랜의 활약만 봐도 기사와 마법사 분들의 전투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냥 얻어진 힘과 수련을 통해 얻어진 힘의 차이죠.”

비교적 쉽게 힘을 얻은 내가 내뱉기엔 뻔뻔한 대사지만, 정황을 모르는 상대에게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우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호텔 최상층에 도착했고, 검은 정장의 흑인들이 살벌하게 노려 보는 방에 들어섰다.

그곳엔 30대가 갓 넘은 것으로 보이는 사내가 얼른 다가와 내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아르비스 전하. 전 존 카펠라라 합니다.”

“저희 가문의 대표죠. 아버지께서 일어나시면 다시 밀려나겠지만요.”

깍듯한 그의 인사에 메이가 말을 덧붙였다.

“그럼 치료를 받을 분이....”

“이쪽의 저희 아버지입니다.”

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노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남성을 내려보았다.

나를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제대로 사고가 되는 모양이다.

존 카펠라는 혹시라도 치료가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한 기색을 보였으나, 나는 가볍게 말했다.

“그럼 바로 치료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나는 주문 하나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에 순백의 빛이 호텔방을 뒤덮었다.

납치 소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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