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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55화 (15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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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한 인공지능의 구현.

    그것이 우리 로이아스 연방 제국과 세계 굴지의 IT기업인 S전자가 손을 잡고 만들어갈 신사업이었다.

    마법은 기초기술을 포함해 많은 부분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6클래스 마법사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골렘을 과학으로만 만들려면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전자기기를 활용한 연산 처리능력은 마법으론 따라갈 수가 없다.

    마도시대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모를까, 우리의 기술은 그에 한참을 못 미치고, 그나마 군사 부분만 그럴듯하게 흉내 내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생각했다.

    현존하는 마법과 전자공학이 더해진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주체로 꼽히는 인공지능의 개발이었다.

    현존 기술로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한들, 기계에 의지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때려 박고 상황에 따른 대응지침을 마련한다고 한들, 그저 프로그램대로 돌아가는 기능 좋은 컴퓨터일 뿐이다.

    어떤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완전한 인공지능은 실현될 수 없다.

    그리고 그 계기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영혼에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은 불가능하지만, 마법은 에고를 활용해 자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4차산업 혁명에 온전한 인공지능까진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법의 힘이 더해진다면 무엇보다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왠지 터미네이X의 스카이넷이 연상되는군요. 혹시라도 영화처럼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키진 않겠죠?”

    “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마법으로 만들어진 자아는 마법으로 다스릴 수 있으니까요.”

    “음....”

    호언장담에도 어째서인지 망설이는 S전자 사장.

    그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기에 헛웃음을 흘렸다.

    “제가 완성된 인공지능을 갖고 온라인을 장악하기라도 할 것 같아요?”

    “제 취미가 영화 감상이다 보니.”

    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머쓱해 했다.

    “에고에 대한 정지 명령권을 여러 곳으로 분할시키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S전자와 나, 그리고 로이아스 연방 제국과 한국, UN까지 말이죠.”

    “못 믿는 듯한 낌새를 비춰드린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형제자매도 아닌데 어떻게 전부 믿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세계를 장악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이런 귀찮은 짓은 안 할 겁니다.”

    “그건 그렇죠.”

    이건 어디까지나 미래를 대비하고자 함이다.

    새로운 세계에서 도태되지 않게, 또는 새로운 세계를 선도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리고 이 기술이 제대로 완성된다면 만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만들다니, 무엇을 말인가요?”

    “안드로이드요.”

    당연히 내가 말하는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아닌, 인조인간을 뜻한다.

    “그거 참.... 멋진 생각이군요.”

    “그럼, 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마치 보채는 듯한 내 물음에 그는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악수를 요청했다.

    “어떻게 감히 거부를 하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사실 S전자를 대신할 기업은 몇 군데가 더 있으니까요.”

    식은땀을 삐질 흘리는 그와 악수를 나눔으로써 공동 사업체의 결성이 정해졌다.

    “갈 길이 멉니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을 일에 도전하는 거니까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

    로이아스의 화폐는 아무리 금본위제를 선택했다 해도, 세계에선 통용되지 않는 화폐이다.

    물론 그 세계라 함은 미국을 포함한 지구 측을 뜻하고 우리 로이아스 대륙 내에선 제 가치를 하지만, 앞으로 개방이 계속되더라도 세계의 표준 화폐는 연방제국의 로얄이 아닌, 달러로 유지될 것이다.

    그래서 우린 한국과 통화 스와프를 맺고, 미국, 캐나다, EU, 중국, 일본 등과도 통화 스와프 체결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통화스와프를 했다고 무조건 화폐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국가에선 통화스와프에 망설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반드시 체결된다고 보긴 힘들지만, 분명 로얄에도 화폐로서의 장점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금본위 화폐라는 점.

    최종적으론 금본위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목표지만, 현재로써 이만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로얄의 가치는 금값에 영향을 받는다.

    더불어 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지만, 당장은 로얄보단 외화의 유입이 월등히 많아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땐 그리 좋다고 볼 순 없다.

    분명 금본위제엔 한계가 있으니까.

    지극히 당연하지만, 결국 우리가 국제 경제에서 큰 목소리를 얻기 위해선 활발한 무역과 외화벌이가 중요했다.

    “좋은데요?”

    엘븐티 특유의 풀 내음과 상쾌함이 마치 삼림욕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머릿속이 맑아지고 몸이 이완되며 어깨에 들어간 힘이 쭉 빠진다.

    엘븐티를 마시게 되면 우황청심환과 비교가 되지 않는 안정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내가 마신 것은 일반적인 엘븐티보다 효과가 약했다.

    대신 향이 더 감미로웠는데, 그 차는 엘븐티와 다른 찻잎을 섞어 만든 것이었다.

    일반적인 엘븐티가 워낙 비싸서 원활한 유통을 위해선 단가를 낮춰야 한다.

    그로 인해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차였다.

    “엘븐티 함유량이 대략 3% 정도 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니, 대단한데요?”

    “네, 약효를 증대시키는 허브를 첨가했거든요.”

    나는 이어서 장인이 건넨 다른 차들도 마셨다.

    엘븐티의 함유량은 모두 같으나 향이 조금씩 달랐다.

    분명한 것은 하나같이 감미로웠으며 아주 고급스럽다는 점.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장인들과 엘프들이 합작하여 만든 것이니 대단한 물건을 내놓을 것이라 믿었지만, 이것은 상상 이상이었다.

    “상품성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아무리 함유량을 낮췄다고 해도 엘븐티의 값이 워낙 헬인지라, 일반 서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로 알려진 100년 이상 숙성된 보이차가 1kg에 9억까지 거래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엘븐티는 1kg 가격이 최소 20억이다.

    때문에 아무리 함량을 낮춘다고 해도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겨우 엘븐티 함량이 3%인 50g패키지의 원가가 무려 300만 원이니 말 다했지.

    “엘프들이 값을 낮춰 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엘프들은 엘븐티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왕가를 통해서만 유통되기에 무조건 균일제였다.

    이게 유통이 되면서 수요가 많아진다면 엘프들의 주머니가 우리보다 빵빵해질 것 같다.

    대신 마진을 50% 이상 남기지 않는단 조건으로 엘븐티의 수출 독점권을 얻었으니,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엘븐티는 엘프들의 것이고 우린 가공해서 파는 것뿐이니 말이다.

    함유량 3%의 엘븐티가 주력 상품이고, 그 외 10%, 20%, 100%의 상품이 있다.

    “의장전하 이름을 정해주시겠습니까?”

    “심플하게 20%는 엠페러, 10% 킹, 3%는 노블리스로 하죠.”

    원래 한낮 귀족이 음식에 황제나 왕이란 이름을 내려줄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임기에 제한이 있긴 해도 황제 위에 있는 것이 의장이었으니,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문제가 있다 한들 누가 내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함량 100%는 뭐라고 지을까요?”

    “100%는 그냥 엘븐티인데, 뭐하러 이름을 붙여요.”

    “그래도 따로 명칭이 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럼, 퍼스트 엘븐티라 칭하죠.”

    엠페러 위에 갓을 붙이려다가 왠지 어감이 좋지 않아 관뒀다.

    어차피 이름은 뭐로 짓건 엘븐티는 팔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엘븐티는 분명 엄청난 부를 안겨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단 시음할 필요가 있으니, 여기저기에 노블리스와 킹 버전을 샘플로 뿌려 봐야겠다.

    그리고 아직 시판되지 않은 상품이니 각국의 정상들에게 나눠줘도 상관없지 않을까?

    엘븐티에 대한 사업평가는 이쯤 끝내기로 하고, 나는 부하들이 올린 새로운 사업안을 살폈다.

    [리저렉션을 사용한 회춘 사업]

    [불치병 환자들을 위한 마법병원]

    [수술 후 급속회복, 피부 흉터 제거를 위한 포션 판매사업]

    [마법사, 기사 양성학교]

    [로이아스 대륙의 애완동물 수출]

    [향신료 수출]

    대부분은 내가 생각해본 아이디어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

    특히 애완동물 수출사업은 생각지도 못했다.

    확실히 로이아스 대륙에만 존재하는 동물을 수출하는 것도 꽤나 큰돈이 될 것 같다.

    세계적으로 애완 시장의 규모가 상당하니 말이다.

    그리고 엘븐티에 가려져서 그렇지, 로이아스 대륙에도 좋은 차와 향신료가 많다.

    그것들을 엘븐티 사업에 엮으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역시 가장 큰돈이 되는 건 마법을 활용한 의료산업 같은데.”

    당장 세계적인 거부들에게 10~20년의 회춘을 약속하며 리저렉션을 걸어줘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천억을 불러도 하겠다고 나설 사람은 줄을 설 터.

    하지만 리저렉션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인 데다가, 돈벌이에 힘을 쓸만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당연히 내가 리저렉션 아티팩트를 찍어내면 해결될 문제긴 하지만, 과연 이 사태를 해당 국가에서 가만히 보고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정부 입장에선 거액이 유출되는 거였으니 말이다.

    “에이, 몰라. 뭘 가려. 그냥 해보지.”

    일단 이쪽에서 해당 사실을 알리고 희망자를 모집하면 부호들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까?

    기간을 길게 둬서 하루에 한 명 정도만 받으면 높은 가격을 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순서는 경매로 붙이고.

    “마법을 사용하면 돈을 버는 건 참 쉽단 말이야. 내가 쓸데없이 눈치를 보는 걸까?”

    나는 그냥 올라온 기획안을 모조리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도 가난하던 시절엔 외화벌이를 위해 안 한 일이 없다는데, 이것저것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린 가난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 때문에 외화벌이를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정 일이 안 풀리면 금을 팔아도 되는 거고.

    나는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

    “응? 그게 뭐야?”

    미국을 대표하는 대부호로 유명한 오웬 형제는 세계 부자 순위 8위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사업가들이다.

    형인 찰스 오웬은 동생인 데이비드 오웬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책상 한구석에 놓인 특이한 문양의 나무케이스를 보며 의문을 표했다.

    “응? 아아, 로이아스 연방제국 대사가 준 거야. 대륙 특산품인 차라는데, 나는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형이 먹을래? 듣기론 굉장히 비싼 차라던데.”

    찰스도 차보단 커피를 즐기는 스타일이지만, 호기심에 나무 상자를 집어 들었다.

    상자엔 처음 보는 문자가 적혀 있었는데, 한구석에 친절하게 영어로, ‘킹 엘븐 티-클래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단순한 이름에 웃음을 흘린 찰스는 거리낌 없이 뚜껑을 열어 내용물의 향기 맡았다.

    “어?”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향기에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동생인 데이비드는 의문을 표했다.

    “왜?”

    “향이 굉장한데.”

    “그래?”

    그에 평소 차를 좋아하지 않던 데이비드까지 관심을 보였다.

    찰스는 본능적으로 커피포트로 물을 끓이고 머그컵에 따라왔다.

    그리고 스푼으로 아무렇게 내용물을 떠서 뜨거운 물이 담긴 머그잔에 때려 넣었는데, 엘븐티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기겁할 만한 장면이었다.

    그렇게 대충 완성된 함유량 10%의 엘븐티 한잔을 동생에게 건넨 그는 다시금 향을 맡았고, 마치 산소 방에 들어온 듯한 상쾌함에 다시 감탄사를 흘렸다.

    흐룹.

    동시에 한 모금을 들이킨 그들은 눈을 부릅뜨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본격적인 사업 시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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