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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53화 (153/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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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물과 능력자의 등급은 기준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SS급의 능력자는 S급 마물과 동급으로 치부하고, S급의 능력자는 1급 몬스터와 동급으로 여긴다.

    능력자 등급에서 하나를 뺀 것이 마물 등급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대략적인 수치일 뿐, SS급 능력자라 해도 S급 마물을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다.

    전 세계에 SS급 능력자는 단둘.

    그들은 미국과 인도에 소속되어 있는데, 단독으로 S급 마물을 처치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 과정은 굉장히 치열하고 처절했지만, 위기를 무사히 넘김으로써 두 사람은 지구를 대표하는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그 영웅들이라 해도 S급 몬스터 중 상위로 꼽히는 아크 리치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감히!]

    그런 아크리치가 단 한 명에게 사정없이 뒤로 밀렸다.

    아크리치의 무서운 점은 강력한 능력도 능력이지만, 마법형답게 영리한 머리를 갖고 있다는 것.

    그런데 전투 능력에서 압도를 당하니, 영리함은 분노를 드러내는 용도로밖에 쓰이지 못 했다.

    아크리치의 손에서 시작되어 사내를 덮치는 강력한 지옥의 불길.

    콰아아앙!

    마치 주변 공기를 삼키듯 덩치를 불려가는 지옥의 불길을 중년의 사내는 칼 한 자루로 너무도 간단히 베어버렸다.

    “오랜만이군, 이런 경험도!”

    사내는 허공을 수 놓는 대폭발의 열기 속으로 몸을 밀어 넣으며 아크리치에게 다가갔다.

    쇄액!

    [빌어먹을!]

    중년의 사내보다 한발 먼저 푸른 에너지에 둘러싸인 칼날이 아크리치에게 기습적으로 날아들었다.

    녀석은 급히 방어막을 둘렀으나, 그 검은 방어막을 유리처럼 깨뜨리며 한쪽 어깨를 부쉈다.

    이어서 불길 속을 뚫고 나타난 푸른 로브의 중년이 검이 번쩍이며 아크리치의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맙소사.”

    야마토 클랜뿐만 아니라 일본의 헌터들은 하나같이 경악했다.

    갑작스런 로이아스의 지원이라고 해서 얼떨떨했는데, 그 실력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

    “아직 안 끝났습니다.”

    마치 소풍이라도 온 듯 전장에 자리를 깔고 티타임을 가지던 소녀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또렷하게 틀어박혔다.

    그제야 야마토 클랜원들은 그녀가 단순한 얼굴마담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떨어져 나간 아크 리치의 신체가 가루가 되더니, 온전한 형태로 원상복구 되었다.

    “귀찮은 녀석이군.”

    중년인은 혀를 차며 무섭게 검을 휘둘렀다.

    데미지 없이 몸을 회복해도, 아크리치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임은 그대로였다.

    마치 땅을 밟고 선 것처럼 허공에서 스텝을 밟으며 휘두르는 검은 현란하기 그지없고,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잘 짜여진 안무를 보는 듯했다.

    “능력은 둘째치고, 검술이 진짜야.”

    “기운을 검에 두르지 않아도 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헌터는 개인의 단련보단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의 힘은 수련을 통해 키운 것이 아닌, 선천적인 재능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수준의 능력치를 지니고 있다면 살상 능력은 제대로 검을 수련한 기사를 따라가지 못하고, 응용능력은 마법사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추측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능력자는 그런 지적을 무시했는데, 막상 눈으로 보게 된 검술의 극은 그 자체만으로도 능력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1분 지났어요.”

    그때.

    차를 마시던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모습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이어서 그녀는 아크리치와 중년의 기사 사이에서 나타났는데, 한창 검격이 몰아치는 곳에 나타나 모두를 당혹스럽게 했다.

    “마, 마그누스님!”

    크게 놀란 중년의 사내.

    그러나 그의 검은 견고한 방어막에 가로막혔다.

    “무슨?”

    그리고 그녀의 손이 아크리치의 가슴에 얹혀짐과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앙!

    집채만 한 검붉은 에너지가 아크리치를 집어삼키며 한 줄기의 빛이 되어 하늘로 뻗어 나갔다.

    손발이 떨릴 정도의 강대한 마력.

    마력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헌터들까지 느낄 수 있는 무지막지한 기운이었다.

    아크리치를 먼지 하나 없이 증발시킨 그 공격은 하늘의 구름까지 깨끗하게 증발시켰다.

    “아크리치 정리했습니다.”

    방금까지 전장에 있던 소녀는 어느새 현장 책임자인 야마토 클랜장의 옆에 나타나 말했다.

    그에 기겁한 클랜장은 자기도 모르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 코어는 계약에 따라 저희가 갖죠.”

    “무, 물론이죠. 이의 없습니다.”

    누구 안전이라고 감히 반박하겠는가.

    후들거리는 무릎을 잡고 일어난 그는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 자신만 모를 뿐이지, 클랜장의 얼굴엔 공포심이 가득했다.

    “그럼 지금부터 무너진 지역을 복구할 테니, 물러나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헌터를 비롯한 현장 관리자들은 마치 이등병처럼 그녀의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

    잠시 후 그들은 기적을 목격했다.

    모든 것이 파괴된 처참한 전투 현장이 관현악단의 지휘자처럼 손을 휘젓는 그녀의 행동에 하나하나 복구되어 갔다.

    더구나 단순히 복구 수준이 아니라 일부는 새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헌터들은 신을 영접한 듯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언론 정신이 투철한 기자들에 의해 일반에 공개되었다.

    덕분에 청룡 클랜은 활동 하루 만에 세계적인 유명인이 되었다.

    또한 많은 국가 지도자들이 인간의 몸을 하고도 전략 병기나 다름없는 위력을 발휘하는 청룡 클랜의 마그누스를 보며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

    56. 본격적인 사업 시작

    [로이아스 대륙의 무서운 무기는 마도 병기가 아닌 사람이다? 아크리치를 압도하는 기사와 손짓 한 번에 핵탄두나 다름없는 열량의 공격을 날리는 마법 소녀의 모습이 영상으로 기록되다.]

    [청룡 클랜의 미소녀 클랜장의 정체는? 알고 보니, 아르비스 의장의 수행원이자 가신으로 유명한 인물. UN행사 때 중국 측 경호원들과 대치한 적도 있어.]

    [기존 SS급 외에 새로운 등급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태. 급을 달리하는 존재의 등장. 과연 지구의 복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폐허를 새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마법의 힘. 청룡 클랜의 능력은 마물 퇴치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에서 아크 리치 퇴치비용 2백억 엔과 복구비용으로 70억 엔을 지급.]

    마그누스의 활약으로 세계는 난리가 났다.

    일본에서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까지 제대로 유포한 덕분에 사이타마 아크리치 토벌전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고, 이는 곧 엄청난 관심으로 이어졌다.

    ager***: 청룡클랜의 클랜장이 마그누스공작이라 했나? 그 여자가 나서면 웬만한 나라는 그냥 잿더미로 만들 수 있겠네?

    sddd***: 로이아스 대륙 무시하던 인간들 전부 어디로 갔을까? 내 착각일지는 몰라도 로이아스에게 시비 거는 건 자살 행위로밖에 안 보이네?

    toma***: 아르비스 대공이 로이아스 대륙 최강의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청룡 클랜의 클랜장을 부하로 둔 그의 능력은 대체 어느 수준임?

    인터넷 댓글판을 보면, 마그누스로 인해 우리의 이미지가 한층 더 범접하기 힘든 느낌이 되어서 나쁘지는 않지만, 명백하게 우리를 경계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너무 나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호의적인 국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국이었다.

    이번에 서울에서 5일 동안 휴가를 즐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 간의 관계가 생각 이상으로 단단하다는 인식이 심어졌다.

    덕분에 현 대통령에 대한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그런 한국이 아니꼬운 국가들은 앞잡이 취급을 했다.

    우리나 한국 앞에서 대놓고는 못 하고 뒤에서 말이다.

    미국은 호의적인 반응에서 약간의 경계심 내비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릴 거부하진 않았다.

    경계는 하되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랄까?

    한국만큼이나 우리의 기술에 관심이 많은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리고 이번 일본 사태로 인해, 각국에 지원을 위한 의무적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하자는 내용이 UN에서 의제로 나왔다.

    내용은 일본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거리의 제약을 없애고자, 비상용 텔레포트 게이트를 한 개 이상 연결하자는 것이다.

    당연히 몇몇 국가에선 거부의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상당히 의외인 것은 중국, 일본, 인도 등 로이아스와 그다지 친분이 없는 국가에서 이 의견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이미 두 개의 게이트가 설치 중이며, 빠르면 일주일 내로 운용이 가능해 진다.

    운용방식은 무상 설치에 세금을 제한 이용금액을 우리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여기서 안정성을 인정받으면 추가로 설치가 되며 아마 일부 설치비를 내고 이용금액을 나누는 방식으로 갈 것 같다.

    오늘로써 우리 로이아스가 지구의 일원으로 인정받은 지 두 달째다.

    어제부로 주요 국가 간 비자협정이 체결되었으며 일괄적으로 관세를 비롯한 세금 방침이 정해졌다.

    로이아스에선 비자를 만들고, 두 개 이상의 출입국 사무소를 각국에 설치했다.

    현재 로이아스에서 타국으로 입국하는 것은 가능해도 반대는 쉽지 않은데, 이는 테러의 영향이 아니라 단순한 이동 편의 부재 때문이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로이아스 연방 제국이요.”

    “응?”

    평범하게 입국이 가능한지 확인을 위해 김포 공항을 찾은 나는 입국 심사대에서 화려한 마법진이 그려진 여권을 내밀었다.

    당연히 처음 보는 형태의 여권에 상대는 의문을 표했고, 나는 사람 좋은 미소로 답했다.

    [이름: 루이스 로이드 아르비스 / 나이: 23 / 국가: 로이아스 연방제국, 마드세인]

    “자, 잠시만요.”

    그리고 내 여권을 살핀 그는 헛바람을 삼켰는데, 이내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며 직급이 높아 보이는 정장 차림의 인물을 끌고 나타났다.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는 김포공항 출입국 사무소의 관리자인 김현태라 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는 슬쩍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어떤 용무로 방문하셨습니까?”

    나는 그것이 형식적인 출입국 심사라고 생각하며 태연하게 답했다.

    “여권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해 보려고요.”

    “어떤 방법으로 오셨습니까?”

    “항공편이 없어서 텔레포트로 왔습니다. 대통령께서 텔레포트 입국 사무소가 마련되는 동안 공항으로 입국하면 된다고 들었거든요.”

    내 대답에 그는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하지만 길게 의문을 표하지 않고, 빠르게 나를 통과 시켜주었다.

    현재 로이아스 연방 제국과 대한민국 간에 관광 무비자 협약이 맺어져 있어서, 입국 심사를 거치면 별도의 비자 발급 없이 세 달간 여행이 가능하다.

    문제없이 입국한 나는 미련 없이 바로 출국심사를 받았다.

    이날 있었던 일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덕분에 사람들은 나를 괴짜로 취급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시험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미리 선례를 만들어 두면 쓸데없는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대한민국 김포공항과 김해 공항, 미국 뉴욕공항과 LA공항에 텔레포트 게이트 개통. 한국과 미국을 통해 로이아스 대륙으로 입국이 가능해지다.]

    [영국과 독일, 일본 등 19개 국가에서 텔레포트 게이트 설치 요청. 점점 로이아스와의 민간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여.]

    [로이아스 연방 제국 공항 신설 예정. 텔레포트 게이트보다 이용 비용이 절반 이상으로 저렴할 것.]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가는 나라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이름값이 있는 자본주의 국가들이어서 그들의 성공엔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민간인도 로이아스 대륙의 출입이 가능해지면서, 값비싼 비용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국과 미국의 네 개 공항은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생각지 못한 부수입을 올리는 중이었다.

    특히 지구인들은 엘프를 비롯한 이 종족에 관심을 보이며 하이랜드를 여행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하이랜드는 미드랜드의 인간들에게도 금지로 여겨질 만큼 폐쇄적인지라, 지구인이라고 해서 쉽게 입국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이랜드에 입국하려면 관광이 아닌 공무나 사업 등,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엘프들이 지구의 구성원이 되었음에도 쉽게 접할 수가 없었다.

    그저 엘프퀸과 아르비스 공작의 첫째 부인의 자료만 나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미의 종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극에 달했을 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로이아스 엔터테인먼트란 이름의 채널에 영상 몇 개가 올라왔다.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던 아름다운 엘프 여인이 화려한 초록색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물의 정령과 노닐고, 연회색의 피부를 지닌 다크엘프가 노출도 높은 전통 복장으로 우아한 검무를 춘다.

    또한 고양이 귀를 가진 수인족 여성이 몸을 움크린 채 햇빛을 즐겼으며, 깜찍한 10살 소녀의 모습을 한 드워프가 금속을 세공하며 ‘성인입니다.’란 안내 메시지와 함께 맥주를 물처럼 마셨다.

    해당 영상들은 기자들이 찍은 도촬 같은 자료가 아닌, 홍보용으로 만들어진 초고화질의 영상이었다.

    카메라 앵글을 향한 엘프의 눈웃음은 수많은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당연히 그 영상들은 금세 이슈가 되었고, 댓글 불가란 옵션을 아쉬워하며 유저들이 각국의 커뮤니티로 퍼 날랐다.

    더불어 로이아스 엔터테인먼트란 곳에 엄청난 관심이 쏠렸는데, 설마 그들이 진짜로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본격적인 사업 시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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