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52화 (15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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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락을 위해 한국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굴욕적이지만, 일본과 로이아스 연방 제국 사이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한국과 동맹을 맺으면서 입장도 같이하기로 했는지, 연방 제국은 일본에게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뒤늦게 연방제국과 비슷한 국력을 지닌 하이랜드 연합이나, 로이아스 최대의 인구수를 지닌 남부연합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누구도 일본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비록 일본의 국력이 많이 기울긴 했어도, 아직 경제력은 대한민국 두 배에 가까운 세계 4위 국가로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덕분에 한국 대통령이 발 빠른 외교로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처럼 일본의 총리는 외교력을 의심받는 중이었다.

    마음 같아선 대체 왜 우릴 업신여기냐며 따지고 싶지만, 그것도 상대해줄 때의 이야기였다.

    이건 뭐 너흰 안중에도 없단 태도를 보이니, 그냥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각하, 로이아스 측에서 10분 이내에 도착할 테니, 담당자를 해당 좌표로 대기시켜 달랍니다.”

    “좌표는 어디로 알려주었나?”

    “총리관저 정원입니다.”

    “그래? 상황설명은 어차피 이곳에서 하면 되겠지. 마중은 나와 자네가 직접 가세.”

    “네?”

    “로이아스에서 무력은 곧 신분이라 하지 않는가. 아마 원정 클랜 소속원들의 신분이 상당하겠지.”

    “과연···. 알겠습니다.”

    그들은 짧은 대화 후 정원으로 향했다.

    한국을 통해 로이아스 연방정부의 소식이 전달되었으니, 바로 나가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것으로 보였다.

    총리의 예상대로 정원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서 허공에 푸른 빛과 함께 로이아스 양식의 비단 같은 청색 로브를 걸친 6명의 남녀가 나타났다.

    “공간이동 마법.”

    요즘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로이아스의 공간이동 마법을 실제로 보니, 왜 그렇게 난리인지 알 수 있었다.

    거리의 제약이 없어지는 기술.

    그것은 감히 따라 할 수가 없는 로이아스만의 능력이었다.

    만약 저것이 세계에 온전히 자리를 잡게 되면, 무역의 중심은 로이아스로 고정될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동 마법을 활용한 원정 헌터 파견 방식은 꼭 필요해 보였다.

    당장 상업용은 아니더라도 비상용으로 국가끼리 연결하는 것이 오늘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대처가 될 것 같다.

    총리는 딱 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의 사내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정치판에서 구르고 구른 것이 수십 년인지라, 얼굴과 분위기만으로 그룹의 리더를 분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저는 일본의 총리대신인 가와사키 신조입니다.”

    그에 상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총리의 손을 잡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청룡 클랜의 부클랜장인 칼바도스 제국의 샤를로트 공작이라 하오.”

    역시나 신분부터 범상치 않았다.

    공작이라면 최고위 귀족이 아닌가.

    그런데, 그가 부클랜장이란 이야기에 총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클랜장은 전문 경영인인 걸까?

    “일본의 어려움을 위해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룡클랜 여러분.”

    총리는 샤를로트 공작의 말투가 거슬렸지만, 웃는 모습으로 한명 한명 악수를 나누었다.

    당연히 가장 앳되고 서열이 낮아 보이는 소녀는 인사 순서가 마지막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는데, 어쩐지 청룡 클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샤를로트 공작이 헛기침을 하며 총리에게 말했다.

    “그분께서 저희 청룡길드의 리더십니다.”

    “네?”

    총리는 마그누스와 샤를로트 공작을 번갈아 보며 그게 무슨 뜻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마그누스는 혀를 차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마드세인 제국의 마그누스 공작입니다.”

    “리더분께서 굉장히 어려 보이시는군요. 외모로 판단해선 안 되는데 실수했습니다.”

    “됐고요. 여기서 계속 이럴 건가요?”

    대사는 더없이 공손하지만, 말투며 태도가 불량하기 그지없는 소녀가 악수를 건네오는 총리의 손을 빤히 내려볼 뿐 잡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으로 들었는데, 이 나라의 지도자라는 총리께선 굉장히 여유로워 보이십니다.”

    날 선 물음에 무안해진 총리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위기에서 구해줄 분들이 도착해서 기쁜 나머지 그만.”

    “이쪽의 전력은 충분합니다. S급 마물은 저희끼리 처리할 테니, 일본 측에선 주변 보호를 해주세요.”

    가벼운 그녀의 반응에 총리와 정보부 부장은 기겁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몬스터는 아크리치입니다. 절대 가볍게 보시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저로 인해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자세를 고수하는 총리.

    그러나 미간이 꿈틀대는 것이 입으로만 사과할 뿐 진심으로 미안해 보이진 않았다.

    마그누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크리치 따윈 1분이면 충분합니다. 바로 정리해드릴 테니. 몬스터의 부산물이 저희 소유라는 걸 인정해 주시죠.”

    당당한 말투가 장난 같지 않았다.

    마른침을 삼킨 총리는 괜히 그녀가 더 큰 피해를 만드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원한다면 파괴된 시설도 마법으로 원상 복구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추가 요금이 어마어마하겠지만요.”

    “허···.”

    마그누스는 놀라기만 하는 총리의 태도가 거슬리는지, 이마에 힘줄을 만들며 물었다.

    “자선 사업하러 온 게 아닙니다. 보통 원정 헌팅은 계약 먼저 하고 토벌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 할겁니까?”

    “아, 알겠습니다.”

    총리는 부랴부랴 그들을 데리고 총리관저로 들어섰다.

    일본은 아크리치를 청룡길드에서 처리하는 비용으로 2백억 엔과 코어를 비롯한 부산물의 소유권을 인정했고, 시설 복구는 하자가 없으면 1스퀘어당 1만엔을 받기로 약속했다.

    국민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시간을 너무 끈 경향이 있지만, 계약서 작성이 끝나자마자 청룡길드가 공간이동으로 현장에 향했기에 소요시간은 지원을 요청하고 2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

    크아아아!

    [마력 발생감지! 마력 발생감지! 강남 S백화점 앞에서 2급 이상의 마력이 감지 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신속히 대피해 주시기···.]

    쾅!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풍경.

    아공간처럼 검은색의 공간이 열리며 오우거가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오우거는 2급 마물 중에서도 가죽이 단단해 격퇴가 쉽지 않은 상위 개체로 인정받지만, 나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가, 각하!”

    오우거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워진 와중에 잘 숨어있던 한국 측 경호원이 튀어나왔다.

    퍽!

    “어?”

    그러나 그들이 다가오기도 전에 가벼운 내 손짓 한 번에 오우거는 코어만을 남기고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나는 오우거의 잔해에 다가가며 물었다.

    “이 코어 제건가요?”

    분명 오우거도 사람처럼 신체 대부분이 액체로 이뤄져 있을 테지만, 가루가 된 잔해는 메마른 모래 같아서 코어를 집어 드는 동안 불쾌한 액체 따윈 닿지 않았다.

    내 물음에 정체를 드러낸 경호팀 현장 책임자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입니다.”

    [마력 경보 해제. 마력 경보가 해제되었습니다.]

    나는 장난감처럼 코어를 가지고 놀며 루시엘라에게 팔꿈치를 내밀었고 그녀는 자연스레 팔짱을 끼며 함께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백화점 안은 급한 대피 때문인지 어수선했다.

    하지만 이제 마물 경보는 일상인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하던 일을 이어갔다.

    “그런데 몬스터는 어디서 오는 걸까?”

    뜬금없는 루시엘라의 물음.

    나는 고민없이 답했다.

    “가이아님의 영향을 받은 이 세계 창조주님의 작품일걸.”

    “다들 우리 세계에서 넘어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 세계는 멸망했잖아. 그런데도 전이가 계속되는 걸 보면 아니란 뜻이지.”

    “납득되네.”

    애초에 마석을 100% 지니고 있는 몬스터라니, 로이아스에선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또한 마물의 전이 사태에 이어, 아무런 노력 없이 힘을 얻는 능력자의 존재도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신이 개입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과거 두 세계의 공간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미국의 가수 출신이자 지금 한창 연예 기획사를 구성하고 있는 제이드의 차원 이동이 그 증거다.

    마도제국의 황제인 칼바트 스승님이 지구를 이주처로 정하고 가이아가 개입했던 것만 봐도 연관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연관은 한쪽 세계의 종말과 함께 끝났겠지만 말이다.

    “코어는 순수 마력이야?”

    “아니, 마력에 이 세계 특유의 기운이 일부 담겨 있어. 아마도 그 기운이 마석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닐까 싶어.”

    어쩌면 그 기운이 지구 측 창조주의 근원이고, 마나는 가이아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구의 창조주께선 아량이 넓으신 모양이네. 우리가 이렇게 지구를 휘저어도 개입을 안 하시는 거 보면.”

    “가이아님과의 약속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 상황이 마음에 드신 걸지도 모르지.”

    결론은 하늘의 뜻은 하늘만이 안다는 것.

    하지만 내가 신이라면 자연을 파괴하는 지구의 인간이 거슬렸을 것 같다.

    몬스터의 등장으로 지구인들은 자신들이 최상이 포식자란 개념이 많이 약해졌으며, 무분별한 개발확장을 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우리의 등장으로 환경도 많이 개선 될 테고,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능력이 극대화될 테니, 신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복잡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데이트를 즐겨야지.”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품관을 둘러 보았다.

    “어머나!”

    “세상에···.”

    나와 루시엘라가 매장에 들어서면 점원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이젠 가진 것이 워낙 많은지라 남들에게 무언가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예쁜 마누라의 존재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날 백화점에서 수억 원어치를 쇼핑하고 숙소로 돌아와 우리만의 패션쇼를 즐겼다.

    ***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원정 헌터 클랜?”

    아크리치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며 상황을 살피던 일본 최대의 헌터클랜 야마토의 클랜장은 눈을 껌뻑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 이번에 출범했는데, SS급 두 명과 S급 네 명이 지원을 왔답니다. 모두 신분이 상당하니, 예의를 갖추라는 지시가···.”

    “무슨? 아아, 급수는 로이아스에서 정한 건가?”

    “그럴 겁니다. 그들이 등급검사를 받을 리가 없으니까요.”

    “머리 좀 굴렸네. 원정 헌팅은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나쁘진 않으니.”

    혼자 납득한 그는 혀를 차며 물었다.

    “그래서 그들 오면 같이 싸우라 이거지?”

    “아뇨, 아크리치는 그들이 처치할 테니, 시민을 보호해 달랍니다.”

    야마토의 클랜장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저건 아크리치라고! 놓치기라도 하면 어떤 재앙이 일어날 줄 알고 외지인에게 맡겨?”

    “하지만 정부의 지시가.”

    확실히 SS급 두 명이 소속된 클랜이라면 아크리치를 상대할 수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급수란 점이 신뢰가 가질 않았다.

    깊은 한숨을 내쉰 클랜장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언제 온대?”

    “그러니까···. 어? 지금 바로 온답니다.”

    “뭐?”

    그때 그들의 머리 위로 푸른 빛이 반짝이더니, 6명의 남녀가 푸른 로브를 펄럭이며 나타났다.

    “공간이동.”

    작게 감탄사를 터뜨린 야마토 클랜장은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그들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들은 뜬금없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티테이블을 만들며 한 중년의 사내를 제외한 다섯 명이 둘러앉았다.

    “샤를로트님, 1분내에 처리 못 하시면 제가 나섭니다.”

    “네, 맡겨 주십시오. 마그누스님.”

    “다녀오세요.”

    그리고 가만히 서 있던 중년인이 한 소녀에게 머리를 숙이고는 총알처럼 아크리치를 향해 달려갔다.

    허공에 떠서 파괴활동을 지속하던 아크리치는 낯선 이의 접근을 알아채고 붉은 안광을 그에게 고정시켰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야마토 클랜장은 이게 웬 장난질이냐며 마그누스에게 따지듯 물었다.

    “뭐가요?”

    그에 마그누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아공간에서 티 세트를 꺼냈는데, 여유만만한 그 모습에 야마토 클랜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장난하러 오셨습니까? 아크리치를 괜히 도발해서 어쩌자는 겁니까!”

    “도발하는 게 아니라 처치하는 건데요?”

    “아니, 어떻게 혼자서 아크리치를 처리한다는···.”

    하지만 흥분했던 야마토의 클랜장의 목소리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홀로 아크리치를 밀어붙이는 중년인의 압도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뭐든지 눈치껏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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