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51화 (15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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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엘라는 다정하게 루이스에게 팔짱을 꼈다.

    “굳이 귀 감출 필요 없었는데.”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답했다.

    “모처럼 단둘의 데이트인데, 눈에 띄잖아.”

    “귀가 아니어도 충분히 눈에 띄거든? 애초에 이럴 거였으면 외모를 바꿨지.”

    편한 여행을 위해서라면 간단하게 외모를 바꾸면 된다.

    하지만 굳이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추억의 한 장면을 다른 모습으로 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루이스는 루시엘라의 뺨에 입을 맞추며 걸음을 옮겼다.

    그에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밴들이 따라 움직이고, 사복 차림이지만 딱 봐도 범상치 않은 포스의 인물들도 함께 이동했다.

    “그래도 엘프의 귀는 인간과 완전히 다른 특징이잖아. 이 조치만으로 데이트가 한결 수월한 것 같은데?”

    “그런가?”

    주변을 둘러봐도 모두가 두 사람의 외모의 감탄하고 있을 뿐, 로이아스 어쩌고 하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분명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비율은 전체에서 그리 많지 않았다.

    “동양인들이 서양인 얼굴을 쉽게 구분 못 한다고 하던데, 그래서인가?”

    UN 공식 참석 이후로 직접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는 없어도, 루이스와 관련된 기사에는 항상 사진이 첨부되었다.

    더구나 루시엘라를 비롯한 그의 부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기에 데이트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사람들에게 불편할 정도의 관심을 받는 일은 없었다.

    “왜 사람들이 못 알아봐 줘서 서운해?”

    “아니, 그냥 신기해서. 나는 그렇다 쳐도 너를 못 알아보다니.”

    “귀를 작게 만든 게 효과가 있는 거라니까.”

    “그래도 튀는 머리 색에 외모가 급이 다른데.”

    이제는 키가 완전히 역전된 지라, 루시엘라는 빤히 루이스를 올려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아’하며 입을 열자 루이스가 아이스크림을 가져다 댔다.

    “맛있어?”

    “응, 맛있네.”

    사실 루이스와 루시엘라를 위해 투입된, 국정원과 경찰특공대, 기무사, UDT/SEAL로 이뤄진 전담팀의 인원만 해도 거의 일천에 다다른다.

    그들의 즐거움 뒤엔 한국 정부의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

    55. 뭐든지 눈치껏

    “······.”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호텔의 카페에 앉아 말없이 차만 홀짝이는 3명의 백인 여성.

    그리고 그런 3명을 바라보는 앳된 소녀가 어색하게 입꼬리를 씰룩이며 물었다.

    “언니들 외출 안 해요?”

    그녀들은 바로 오늘 대한민국으로 여행을 온 아르비스 대공의 가족들로 실비아와 아이리, 이브릴, 에리스였다.

    에리스의 물음에 실비아와 아이리가 가볍게 답했다.

    “그이 없이 심심하게 어딜 가겠어요.”

    “관광은 남편과 데이트하는 날 즐기려고요.”

    의욕 없어 보이는 두 여인의 모습은 그만큼 루이스를 사랑한다는 뜻이니, 여동생으로서 기분 나쁘진 않지만, 같이 행동하는 입장에선 그다지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럴 거면 뭐하러 일대일 데이트를 하기로 정한 거예요? 다 같이 즐기면 좋은걸.”

    “이때가 아니면 언제 평범한 데이트라는 걸 해보겠어요.”

    “맞아요.”

    서로 남편을 독차지 하고 싶으나, 마음은 제법 잘 맞는 실비아와 아이리였다.

    에리스는 의욕 없는 두 여황제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어쩐지 토라진 듯 보이는 이브릴에게 물었다.

    “언니 안 나갈래?”

    “나중에 다 같이.”

    “그래도 모처럼 여행인데.”

    “오라버니가 계시는 편이 재밌잖아.”

    이브릴의 마음을 대충이나마 알고 에리스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루이스는 절대 이브릴을 여자로 보지 않을 것이다.

    그건 여기 있는 누구나가 아는 사실.

    루이스에게 이브릴은 에리스와 같은 귀여운 여동생일 뿐이다.

    안타깝지만, 루이스는 첫사랑으로 간직하고 새로운 인연을 찾는 것이 그녀를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말로 옮기기는 힘들었다.

    “아가씨도 마모씨 없어서 심심하잖아요?”

    아이리의 기습적인 물음에 큰 눈을 껌벅인 에리스는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마, 마그누스님은 한창 클랜창설로 바빠서 어쩔 수 없어요.”

    “그러게 왜 그런 제안을 하셨어요. 마그누스님이 밖으로 돌면 만나기 힘들 텐데.”

    “마그누스님은 친군데요? 누가 보면 연인인 줄 알겠어요.”

    아이리는 의아하다는 듯 답했다.

    “연인 아니었어요?”

    그에 에리스는 기겁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럴 리가요. 마그누스 님은 여잔걸요?”

    “정확히는 중성이죠. 드래곤은 남자도 여자도 될 수 있으니. 테라시아님만 봐도 그렇잖아요. 항상 여성의 모습인데, 마그누스님의 아버지라고.”

    예상치 못한 펀치가 훅 들어 와서인지, 에리스는 크게 당황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마그누스를 그런 식으로 생각했던가 고민에 빠지면서 그녀들이 둘러앉은 카페의 테이블은 다시금 침묵에 휩싸였다.

    모두가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으나 그 상대가 자리에 없으니, 어쩌다 보니 청승맞은 솔로들의 모임이 된 느낌이었다.

    내일이 되면 실비아가 이 자리에 없어지고 루시엘라가 자리를 잡을 터.

    “오오, 아름다우신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꽃들을 뵙습니다.”

    그때, 케일론 제국인과 비슷하지만 눈동자 색이 검은 한국인이 겁 없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에리스는 분명 주변에 한국 정부 측에서 투입한 경호원들이 깔려있음에도, 제지 없이 다가온 상대를 보며 의아하단 반응을 보였다.

    “누구시죠?”

    “저는 여당인 대한정당의 대표 추승철 의원의 아들인 추준호라 합니다.”

    상대의 소개에도 에리스는 여전히 그래서 뭐 어쩌라고란 반응을 보였고, 다른 사람들은 그에게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에 잘생긴 남성의 눈꼬리가 꿈틀댔으나, 이내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여러분의 가이드를 자청해도 되겠습니까?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상큼한 사내의 미소에도 에리스는 필요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정부에서 붙여준 가이드가 이미 있어요.”

    더없이 깔끔한 거절.

    하지만 사내는 꽤나 끈질겼다.

    “저는 정부의 고리타분한 가이드보다···.”

    “이보세요. 추.”

    실비아는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나른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단순한 행동이지만, 실비아의 묵직한 가슴이 눌려 얇은 원피스 위로 더욱 도드라져 보였고, 사내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꿍꿍이인지 눈에 다 보이거든요. 괜히 불쾌하게 만들지 말고 돌아가세요.”

    실제 나이는 그렇지 않아도 외모만 봐선 자신보다 한참은 어려 보이는 실비아였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 듯, 남성의 감정이 얼굴에 드러났고 실비아는 귀찮아질 것 같아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 신호로 허공에 색이 입혀지듯 전위기사단의 마스터가 나타나 그의 오금을 걷어찼다.

    “무, 무슨.”

    길게 볼 것 없다며 그녀가 손을 내젓자, 남성은 실비아의 호위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호텔 밖으로 던져졌다.

    “어?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때 대기 중이던 정부측 여성 가이드가 다가왔다.

    가이드의 물음에 실비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확실히 나라가 자유롭긴 한 모양입니다. 연방 제국의 황제들에게 저렇게 가볍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요.”

    말 속에 가시가 있음을 못 알아챌 수가 없다.

    가이드는 사색이 되어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정부 측 경호책임자에게 다가가 따지고 들었다.

    덕분에 정당 대표로부터 아들의 편의를 부탁받은 경호책임자는 난감해했다.

    가이드는 그대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얼마 안 가서 경호책임자는 검은 정장인들에게 끌려갔다.

    “가만히 있어도 심심풀이를 해주는 광대들이 알아서 등장하니 지루하진 않네요.”

    모든 사태를 지켜본 실비아의 즐거운 목소리에 에리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관광을 즐기려면 일대일 데이트가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아, 아크리치라고!?”

    “그렇습니다. 현재 사이타마가 아크리치에게 공격을 받아 시민 2천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본의 총리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크리치라면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겨준 S급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아주 골치 아픈 녀석이었다.

    녀석을 제거하기 위해선 SS급 능력자나 S급 능력자 다수가 필요했다.

    현재 일본의 S급 능력자는 7명.

    그들을 모두 동원한다고 해도 아크리치를 상대하기엔 어림없는 숫자였다.

    “바로 주변 국가에 원정 요청해!”

    “알겠습니다.”

    사이타마라면 도쿄의 바로 윗 도시인 만큼 총리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사이타마에 S급 몬스터 중에서도 악명높은 아크리치가 등장한 게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 전체가 난리 났다.

    일본의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향곡선을 탔고, 도쿄를 포함한 사이타마 주변 도시에선 탈출 러시가 이어졌다.

    “하, 한국의 미르 클랜이 호주에 파견 간 상태랍니다.”

    “뭐?”

    “호주에 베히모스로 예상되는 몬스터가 등장하면서 탐사를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하필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의 S급 능력자들이 먼 나라로 파견을 간 상태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정부 소속은? 분명 한국 정부에 소속된 S급 능력자가 두 명인가 있지 않나?”

    “그들은 지금 비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태랍니다. 도저히 뺄 수 없다고.”

    총리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어려움을 모른 체하는 걸까?

    요즘 사이가 너무 좋지 않다 보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고 나서부터 승승장구하는 대한민국과 점점 쇠퇴해가는 일본.

    1인당 GDP는 5천 달러 이상 벌어졌고, 북한지역을 수습하며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데다가 로이아스 연방 제국과의 연계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밝았다.

    은연중에 대한민국을 무시해오던 일본국민들에게 현 상황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주었고, 이는 곧 혐한 감정으로 이어졌다.

    정작 혐한을 진정시켜야 할 일본 정부와 정치가들은 자신의 지지율을 위해 국민들에게 혐한 감정을 부추기면서 양국의 관계는 형식상 협력관계일 뿐 진전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본이 기울면 한국입장에선 좋을 것이 없는지라, 이런 대응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관방장관의 말에 총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의장 가문이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확인은 안 됐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 소속 S급 능력자들이 하고 있다는 비밀 업무는 안 봐도 무엇인지 뻔했다.

    “어떻게 이리도 타이밍이 안 맞을 수가. 중국과 대만은?”

    “지금 정치적 문제로 대립하고 있어서 보내줄 수가 없답니다. 대신 러시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S급 능력자 두세 명을 파견 보내겠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공간이동 능력자가 있으면 좋겠지만, 공간이동 능력은 전 세계적으로 단 3명(미국, 중국, 독일)뿐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공간이동도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결국 장거리 이동엔 비행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대부분 국가가 전투기를 활용한 능력자 수송 협약을 맺은 상태인지라, 이동 시간을 여객기의 3분의 1수준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다.

    베트남의 경우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는 뜻.

    하지만 아크리치를 토벌하기 위해선 인원을 더 모아야 만큼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지 예측되지 않았다.

    그때, 일본 정보부 부장이 급히 상황실에 들어섰다.

    “각하! 방금 한국에서 알려 온 것이 있습니다!”

    “뭔데?”

    “로이아스 연방 제국에서 원정 헌터 클랜을 결성했으니, 원한다면 연결을 해주겠답니다.”

    “로이아스 연방 제국?”

    로이아스의 마법사, 기사, 정령사란 존재는 지구의 능력자와 다름이 없다.

    듣기론 UN행사 때 참석한 로이아스 측의 호위가 능력자로 치면 모두 S급과 SS급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수가 약 40~50명이었으니, 실제론 얼마나 많은 S급 이상 능력자를 보유하고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전력은?”

    “의장의 말에 의하면 일단 SS급 이상 두 명과 S급 열 명으로 구성했답니다. 그리고 공간이동이 가능하니 좌표만 알려주면 바로 투입할 수 있을 거라는···.”

    SS급 이상이라니.

    허풍 같지만 지금 그들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지금 바로 요청하게!”

    뭐든지 눈치껏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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