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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50화 (15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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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로이아스 개발에 들어가는 겁니까?”

    “뭐, 몇 가지 해결할 게 아직 남긴 했지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구 바르삭 영토와 관련하여 괴뢰 정부 수립과 함대 주둔 문제, 터키의 가지안테프 반환 요청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건 딱히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큰 고민거리는 아니었다.

    이 부분은 내가 신경 쓸 필요 없이 외교 담당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다.

    그동안 가족들에게 소원했던 만큼 나는 잠깐의 여유시간을 즐길 생각이다.

    “이제 위협도 사라졌겠다. 전 뭘 할까요?”

    마그누스의 뜬금없는 물음에 나는 가볍게 답했다.

    “의자나 해.”

    그에 녀석은 엎드렸고, 그 위에 앉은 나는 마구누스를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고민했다.

    지구로 차원 이동하기 전까지 녀석은 군함을 찍어내는 조선소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차원 이동 후엔 호위로 가족의 곁을 지키게 했지만, 이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마그누스가 드래곤치고 멍청하다곤 해도 고급 인력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

    녀석을 그냥 집구석에 굴리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었다.

    “의장 오라버니!”

    그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에리스가 들어섰다.

    에리스는 나와 마그누스를 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의장이면 의장이고 오라버니면 오라버니지, 두 단어를 합친 이상한 호칭이 된 나는 태연하게 물었다.

    그에 자연스레 내 옆자리(마그누스 위)에 앉은 에리스가 상쾌하게 말했다.

    “이제 위협도 없어졌잖아요?”

    “응.”

    에리스는 음흉한 아저씨처럼 괜히 마그누스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지구 국가에서 나들이를 즐기면 안 될까요?”

    이젠 로이아스 국가, 지구 국가란 식의 구분이 자연스러워졌다.

    에리스가 눈을 반짝이며 올려 보자 팔짱을 낀 나는 고민했다.

    “에리스님의 손에 뱀이 달렸나 봅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고, 에리스는 코알라처럼 마그누스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대로 일어난 마그누스는 에리스를 등에 맨 채 소파에 앉았다.

    둘이 참 사이가 좋다.

    “하긴, 나야 이 세상에 대해 많이 안다지만, 너에겐 모든 것이 신기하겠구나.”

    “네!”

    뜬금없는 제안이지만, 꽤 재밌을 것 같다.

    마침 한동안은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쓸 생각이었으니.

    나는 짙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자. 이김에 다 같이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야호!”

    기분 좋게 만세를 부른 에리스가 마그누스에게 팔짱을 꼈다.

    마그누스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하지만, 격하게 애정 표현하는 에리스가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오라버니께선 무슨 고민을 하고 계셨어요? 들어올 때 보니 고민이 있으신 것 같던데.”

    “고민이랄 건 아닌데, 마그누스를 어디에 배치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싶어서.”

    에리스는 마그누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에리스는 어떤 생각이 났는지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

    “이 세계엔 헌터란 직업이 있잖아요?”

    “어.”

    “헌터 중에 높은 등급의 능력자끼리 뭉쳐서 만든 기업형 클랜이 있는데, 그들의 주 수입이 원정 전투라고 하더라고요.”

    “원정 전투?”

    “네, 해당 국가에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가 나타나면 큰돈을 주고 용병으로 고용한다고 들었어요.”

    용병이란 말에 마그누스의 표정이 펴졌다.

    아무래도 녀석은 내 곁을 떠나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S급 몬스터가 등장하면 나라에서 원정 헌터를 모집하는데, 요 3년 전부터 S급 몬스터의 출연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방식이 완전히 정착됐다는군요.”

    “그게 돈이 돼?”

    “클랜에 따라 다른데, 한국에 있는 미르 클랜이란 곳은 작년 매출이 약 5천억 원 상당이라고 들었어요.”

    “5천억이라···.”

    분명 큰돈이긴 하지만, 나는 로이아스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부자고, 마그누스는 드래곤이다.

    당장 레어에 쌓여 있는 보물 한두 개만 팔아도 그만한 재산을 만들 수 있는데, 5천억이 성에 찰 리 없었다.

    “차라리 병을 치료해주는 게 낫지.”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에리스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지구의 병원들과 관계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이건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전에 협의가 필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돈이 다가 아니랍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정 클랜들은 대단한 명성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조사를 열심히 한 모양이다.

    하긴 마그누스가 헌터 업계에 나서기만 하면 S급이건 SS급이건 모두 씹어 먹을 텐데.

    잠시 고민한 나는 엉덩이를 들썩이는 마그누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해?”

    일단 본인의 의견도 들어봐야겠단 생각으로 물었는데, 녀석은 발표하듯 손을 번쩍 들며 답했다.

    “꼭 하고 싶습니다.”

    군기가 느껴지는 그 모습을 보고 에리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나나 마그누스나 에리스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게 생겼다.

    마그누스의 표정이 점점 펴지는 걸 보고 경고했다.

    “대신 부르면 튀어와.”

    “넵!”

    ***

    중국 주석의 죽음은 중국에서나 애통한 일이지, 다른 나라에선 ‘테러리스트 수괴다운 비참한 죽음’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로이아스에게 핵테러를 감행한 인물을 너무 쉽게 용서했다고 말이 많았던 만큼, 대부분 국가에선 이번 일을 자업자득으로 여겼다.

    특히 반중 감정이 날로 강해지던 한국과 일본은 겉으론 애석하다는 말을 하면서 속으로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게 훤히 보일 정도였다.

    한국은 이번 일의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새로운 이웃을 멀리할 때, 로이아스 연방제국과의 동맹, 인프라 개발 사업을 조기에 결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연방제국이 중국을 가볍게 찍어 누를 수 있는 힘을 지닌 국가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타국에선 모험이 크게 성공했다며 부러움 섞인 감탄사를 쏟아냈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으며, 각종 경제 기관으로부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민들의 칭송 아래, 지지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유능하다고 칭해졌다.

    때문에 연임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위기감을 느낀 야당에선 갖은 꼬투리를 잡으며,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데 여념이 없지만 그래 봤자 제 살 파먹기였다.

    밉보였으면 자중을 해야지, 나라에 위기가 닥치자마자 도망친 사람들이 끝까지 남아 있던 대통령을 깎아내리니 곱게 보일 리 만무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당의 여론몰이에 편승해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욕하던 사람들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생각을 바꿨다.

    물론 개중엔 궤변을 늘어놓으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그들은 전체에 비하면 소수였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친 로이아스 연방제국을 대표하는 국가가 되어갔다.

    “네?”

    전화 수화기를 든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인데, 우린 여러모로 과정이 복잡하잖아요. 그래서 대통령님께 직접 부탁하는 거예요.]

    뜬금없이 연방제국 최고의 권력자와 그의 가족들이 대한민국으로 놀러 온다는 것 아닌가.

    현재 연방제국은 제약적 개방 상태인지라, 여권, 비자 문제가 복잡했다.

    그래서 연방제국의 의장인 루이스가 이렇게 직접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감히 거절을 하겠는가.

    대통령은 더없이 친절한 웃음을 흘리며 그들의 입국을 허락했다.

    “물론, 그렇게 해드려야죠. 대한민국은 언제나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입국은 지난번 그 장소를 통하면 되겠죠?]

    “네, 그러시죠. 시간을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맞이하겠습니다.”

    [아아, 가족여행이니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편하게 쇼핑하고 놀러 다닐 생각이니까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대신 호텔 예약과 차량, 가이드는 저희가 준비하게 해주십시오. 여행이라곤 하나 귀빈들이신데, 방치할 순 없으니까요.”

    대통령의 말에 루이스는 유쾌한 웃음을 흘렸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부탁드릴게요.]

    “염치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아,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금으로 환전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죠?]

    “네, 즉석에서 언제든지 환전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여행 경비까지 제공해 주고 싶었으나, 괜히 상대가 기분 상해할까 봐 이야기를 안 꺼냈다.

    잠시 후 고맙다는 말과 함께, 통화를 끊은 대통령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국의 관계가 굉장히 긴밀하단 것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입니다.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직접 통화 내용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대충 상황을 파악한 수석보좌관이 말했다.

    “아니, 괜히 세계 각국의 언론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지, 어차피 여행하다 보면 그들의 존재는 알려질 수밖에 없어. 굳이 우리가 나서서 언론을 부추기지 마세나.”

    대통령의 말에 수석보좌관은 수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전화 와서 깜짝 놀랐네.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았잖아.”

    “선물로 스마트폰을 준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각하께선 연방 제국의 대표와 유일하게 직통으로 연결된 분이 아니십니까.”

    “뭐, 그건 그렇지.”

    현재 로이아스 연방제국은 캐나다와 호주로부터 통신위성을 한 대씩 대여했다.

    그래서 지금 한창 연방 제국 주요 도시에 통신망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아직 타국과 직접적으로 통신이 연결된 상태가 아닌지라 UN주재 대사를 통해 연락을 넣어야 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직통으로 연락이 가능했다.

    한국에서 준 스마트폰을 얼마든지 업무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루이스는 선물로 받은 스마트폰을 철저하게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혹시 모르니 비상팀 구성하고 보이지 않게 경호 라인 꾸려.”

    “알겠습니다.”

    그들에겐 단순한 여행일지 모르나, 대한민국의 입장에선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중요 사안이다.

    루이스의 말 한마디에 바르삭이 토벌되고 중국의 주석은 자리에서 쫓겨났으니.

    또한 루이스는 시껀깡을 이용해서 주석을 제거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그런 인물을 어찌 가볍게 대하겠는가.

    반쯤 국가적 비상상황이라 봐야한다.

    ***

    서울 강남.

    “야, 저기 봐.”

    남들이 부러워할 슈퍼카를 앞에 두고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한 청년이 옆의 친구에게 턱짓으로 한 장소를 가리켰다.

    그곳엔 타이트한 청바지 차림에 얇은 면티를 걸친 여자가 서 있었는데,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어도 감탄사가 나올 만큼 대단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녀는 특유의 하늘색 머리를 쓸어 넘기며 사람들의 시선 속에 오롯이 서 있었다.

    그러다가 슬쩍 고개를 돌릴 때 눈이 마주쳤는데, 수많은 미인을 상대해온 그들도 헛바람을 삼키며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려야 했다.

    “씨발, 대박.”

    “외국인 같지?”

    “응, 복장은 평범한데 전부 명품이야.”

    “하늘색 머리는 어디서 한 건지 엄청 자연스럽네.”

    오래가지 않아 정신을 차린 그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말 걸어 볼까?”

    “그럼 그냥 지나가냐?”

    과연 친구답게 죽이 잘 맞는 그들은 씩 웃으며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뭐, 뭐야? 당신들.”

    앞쪽에 위치한 벤의 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의 사람들이 내리더니, 아무 말 없이 그들을 제압했다.

    “놔? 안 놔? 내가 누군지 알고!”

    영문모르고 포박을 당한 사내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상대는 그들의 정체따윈 궁금하지 않다는 듯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컥!”

    결국, 배에 주먹을 맞고 나서야 그들은 조용해졌고, 그대로 어두운 벤으로 끌려 들어갔다.

    영문 모를 상황.

    하지만 이 상황은 그 여성 주변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었다.

    “뭐해?”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든 캐주얼한 차림의 루이스가 다가오며 묻자, 죄 없는 남성 둘을 지옥으로 보낸 루시엘라가 상큼하게 답했다.

    “하이에나 격퇴 장면 구경했어.”

    “응?”

    뭐든지 눈치껏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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