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48화 (148/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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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은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글쎄요?”

카말에게 다가가 뺨을 툭툭 친 루이스는 장난스레 물었다.

“재미없잖아. 내가 왜 왔는지 맞춰봐.”

그에 마른 침을 삼킨 그는 눈알 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루이스의 눈치를 살핀 카말은 조심스레 답했다.

“저희에게 직접 복수하기 위해.”

“땡.”

“재미 삼아서?”

“누굴 미친놈으로 아나.”

어깨를 으쓱인 루이스는 역한 냄새로 가득한 공간에서 음료수를 마저 마시고는 바닥에 아무렇게 버렸다.

“복장을 보니, 대장급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응용력이 부족해서 어떻게 사람을 부려?”

“······.”

친근하게 어깨에 손을 얹은 루이스는 삐에로처럼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물었다.

“너희 누구의 사주를 받아서 핵테러를 한 거지?”

“그게 무슨?”

“그렇잖아? 평소 하던 대로 무차별 테러를 한 것도 아니고, 나를 노린 것도 아니고. 굳이 내 가족들을 타겟으로 삼은 건 순교고 뭐건 할 것 없이, 그냥 악의로밖에 느껴지지 않으니까.”

카말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요란하게 흔들렸다.

“반응을 보아하니 맞나 보네.”

“떠본 겁니까?”

“어. 그냥 혹시나 싶어서. 난 너희의 테러활동이 이해가 안 되거든.”

상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카말 또한 마찬가지였다.

루이스는 이 상황을 재미 삼아 벌인 게 아니라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눈엔 장난치는 것처럼 여겨졌다.

“중국이야?”

중국이 로이아스를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

당연히 바르삭에게 누군가가 테러를 사주했다면 중국이 첫 번째 용의자였고, 반응을 보아 의심할 여지 없음을 확인한 루이스 허탈하단 반응을 보였다.

“아니, 테러를 사주했으면 그냥 입 닥치고 가만히 있던가, 화전양면의 전술을 써야지. 그것들 바본가?”

중국이 그린 시나리오는 영주성이 핵폭발로 날아가고, 루이스가 분노하여 군대를 파견하지만 바르삭의 핵공격에 공멸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로이아스의 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여 벌어진 참사였다.

“그, 그렇네요. 중국새끼들 어리석은 것은 유명하지 않습니까? 하하, 하. 하···.”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루이스는 자신의 기분을 맞추려는 카말을 빤히 바라보았다.

“비록 악질 테러리스트지만, 고객의 정보는 지키는 모습이 마음에 드네.”

왠지 희망적인 말에 카말은 혹시나란 생각을 했다.

“그래도 결국 테러리스트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이지.”

그러나 그의 장난 같은 말투와 함께 희망이 박살 났다.

루이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카말의 팔다리가 고장 난 관절 인형처럼 뽑혔다.

“끄아아아악!”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은 그는 문뜩 카말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멋들어진 은색 리볼버에 관심을 보였는데, 이번 전쟁의 전리품으로 챙기기로 했다.

“이건 압수.”

그리고 그는 주변에 많은 무기가 놓여 있었지만, 관심도 주지 않고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이런 귀찮은 짓을 하지 않더라도 정신 마법으로 얼마든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루이스가 이런 태도를 보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여흥이었다.

결국, 카말의 ‘재미 삼아서?’란 대답은 완전히 틀린 것이 아니었다.

사실 루이스는 그들의 핵공격에 크게 분노하지도 않고 위기감도 느끼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후 바르삭의 마지막 영토인 하사카와 아르빌까지 깨끗하게 정리되면서 지구를 좀먹던 테러리스트가 박멸되었다.

로이아스 연방제국은 핵 보유 때문에 누구도 감히 건드릴 생각을 못 했던 바르삭을 피해 없이 겨우 이틀 만에 처리해버렸다.

***

54. 종전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바르삭 토벌전이 이틀 만에 종결. 전 지구에 큰 충격을 주다.]

[유럽과 아시아 18개국을 표적으로 날아가던 핵탄두가 깔끔하게 제거. 애초에 로이아스는 핵탄투를 피해 없이 방어할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군사력은 도대체 어느 수준인가? 일부에선 완벽에 가까운 요격능력과 핵 방어능력, 스피드를 포함하면 미국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처참할 정도로 박살 난 F35와 F15, F16. 단 한 번의 공격도 로이아스에 스치지 못하다.]

[지구의 무기체계를 비웃는 듯한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압도적인 군사력. 세계에 구사하는 로이아스 측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가가 바르삭의 핵 테러 위협에 굴한 것을 비웃듯, 로이아스 연방 제국은 완벽하게 녀석들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로 인해 로이아스의 군사력에 대해 의문을 품는 세력이 깔끔하게 사라졌는데, 아직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이라크 아르빌에 대기 중인 1함대와 7함대를 보며 모두 의문을 표했다.

승리에 취할 법도 한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 제대로 된 군대라며 떠받드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이어진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공식 성명에 전 세계는 다시금 충격에 빠졌다.

[바르삭에게 핵테러를 사주한 것이 중국의 짓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은 중국 차례다.]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발표로 세계는 완전히 뒤집혔다.

바르삭과 중국의 존재감은 차원이 다르다.

미국에 이은 지구의 대표국가였으니 말이다.

중국에 변고가 생긴다면 세계는 대공황이 찾아온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만큼 생필품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뛸 것이며, 세계 곳곳에 투입된 중국계 자본과 화폐는 공중에 붕 뜨게 될 것이다.

해당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전 세계 금값이 폭등하고, 중국의 주식시장과 관련 종목의 주가가 폭락했다.

그리고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가 또한 크고 작은 하향 폭을 그렸는데, 단 한 번의 성명 발표로 지구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었다.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성명은 그저 음모에 지나지 않다. 이제 와서 본성을 드러내는가? 아무리 봐도 이건 지구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중국은 연방제국의 성명을 전적으로 부정했다.

그러나 로이아스 연방제국에선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고, 그저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로이아스 연방제국 제2, 제3, 제4, 제5, 제6 함대 출동.]

[이라크 아르빌에 대기 중이던 제1, 제7 함대도 중국을 향해 이동을 실시.]

[로이아스 연방제국은 중국과 길게 말을 나눌 생각이 없는 듯 보여.]

단 두 개만 해도 엄청난 위용을 뽐내던 함대가 5개 더 추가되자 중국뿐만 아니라 모두를 당황시켰다.

서쪽에서 다가오는 2개 함대와 동쪽에서 다가오는 5개 함대의 모습이 많은 영상과 사진으로 일반에 공개가 되었다.

육중한 금속 덩어리들이 만들어낸 편대 비행은 숨이 턱 막힐 정도.

로이아스 대륙에서 날아오는 5개 함대엔 꼬리처럼 따라붙은 거대 전투기 3백 대가 있었는데, 바르삭 전투에서 투입되지 않은 그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전폭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단순한 위협이 아닌, 전쟁을 하겠다는 진심이 느껴지는 상황.

이대로 중국과 로이아스 대륙이 붙는다면 제3 세계대전의 발발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쟁의 결과는 로이아스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F35전투기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성능 좋은 이스라엘제 탱크를 장난감처럼 다루며 1개 함대로 일천의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요격기능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미국과 UN은 부랴부랴 로이아스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일전에 핵테러 위협에서도 멈추지 않던 고집을 그대로 발휘하며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중국 국경에 다다랐다.

*

“젠장, 젠장!”

중국의 시주석은 지하 상황실에 마련된 자신의 책상을 쾅쾅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에 국방부장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각하, 북해, 동해, 남해함대가 로이아스 3개 함대와 대치하고 있으며, 전폭기 300대가 포함된 동쪽 2개 함대와 이라크에서 출발한 서쪽 2개 함대가 국경에 다다랐습니다.”

국방부장의 보고에도 시주석은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숙일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한참 후, 고개를 든 시주석은 물었다.

“로이아스의 전력 평가는 어떻게 되었나?”

“그것이···.”

뜸을 들인 국방부장은 작게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좋지 않습니다.”

“그런가.”

상대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바르삭의 F35는 굉장히 정비가 잘 된 녀석이었죠. 그럼에도 로이아스의 전투기를 제대로 포착도 못 했으며, 마하 7로 날아드는 레일건의 탄환은 빗나가는 일 없이 F35를 파괴했습니다. 그리고 미사일 요격능력이 대단한데 저공으로 비행하던 전투기의 암람 세례도 가볍게 막아낸 것을 보면 잠수함 대비도 철저하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국방부장은 주절주절 말을 이었지만, 무엇하나 그들에게 좋은 것 없이 온통 불리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나마 바르삭과 달리 중국은 레일건을 100문 정도 갖고 있지만, 상대는 레일건이 기본 장비였다.

그것에 대한 대비도 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일단 저희가 시험 해볼 수 있는 유효 수단은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타격과 궤도에 올려놓은 그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궤도 무기란 육중한 텅스텐 심을 투하하는 ‘천벌’이란 비밀 무기였다.

단순히 텅스텐 심을 투하할 뿐인 공격이지만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금속 덩어리는 핵탄두에 비견되는 위력을 지녔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방사능도 없으니 핵무기보다 안전하지만, 사용하는 순간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무기기도 했다.

이미 그들의 상황이 문제를 따질 상황은 아니지만, 만약 로이아스 녀석들이 그것까지 막아낸다면, 괜히 더 화만 돋우게 할 거다

그들이 핵폭탄을 막아내는 걸 본지라 왠지 천벌에도 쉽게 당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하! 로이아스 함대들이 정지했습니다.”

“뭐?”

반가운 소식이지만 어떤 의도로 멈춰 선 것인지 모르니,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되도록 로이아스와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

예전이라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들의 막강한 힘을 확인한 상태이며,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 중국은 잃을 것이 너무 많았다.

“미국과 러시아, UN에선 뭐라나?”

미국은 적대 세력이라 할 수 있지만, 중국이 몰락한다면 세계 경제는 초토화되는지라 오로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주석의 물음에 외교부장은 어두운 낯빛으로 답했다.

“계속 로이아스를 달래고 있지만, 소용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중국과 함께 로이아스와 대적할 생각은 없고요.”

이쯤 되니 주석은 그냥 미친 척하고 이판사판 싸울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황은 좋지 않지만, 전쟁이란 것은 이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적인 관측.

확실치 않은 희망에 나라의 미래를 거는 짓을 할 수 없다.

주석은 정지한 적 함대의 모습을 위성 영상으로 확인하며 뒷목을 주물렀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까지 된 건지···.”

아무래도 자신도 늙은 모양이다.

상대의 역량을 파악 못 하고 테러리스트 따위에게 괜한 일을 시키는 바람에 나라 자체가 휘청거리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다.

자식을 잘못 키운 죄.

복수심에 이성을 잃은 죄.

가만히 정지해 있는 로이아스 함대의 모습이 꼭 자신에게 사과를 종용하는 듯 보였다.

마치 너 하나 때문에 나라가 고통받아야겠냐는 듯이.

그리고 그의 후회에 쐐기를 박는 소식이 전달 되었다.

외교부 고위 간부가 달려와 외교부장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달했는데, 그것을 들은 외교부장의 검게 물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감정이 얼굴색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를 보며 주석이 물었다.

“로이아스 소식이겠지? 무슨 일인가?”

“그, 그것이.”

한참을 머뭇거리던 외교부장은 시주석의 단호한 태도에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공식적으로 고개를 조아리며 정중한 사과와 함께 각하께서 주석 자리에서 내려오신다면 군을 물리겠다는···.”

시주석은 말을 잃었다.

대 중국의 주석이 고개를 조아리며 쫓겨나듯 자리에서 물러난다?

추후 역사에도 기록될 굴욕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종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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