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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47화 (14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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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대 수로 군사력을 평가할 순 없겠지만, 현재 전쟁 수행능력을 보면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함대가 절대로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전투상황을 지켜본 것이 아닌 만큼 자세히 평가하진 못하겠지만, 전 함대가 움직이면 미국도 밀리는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다마스커스와 홈즈가 밀리면, 그다음이 하마, 라타키아고, 그 두 곳 다음이 알레포와 가지안테프군.”

    가지안테프가 거론되자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국방장관과 터키 총리는 당황하며 물었다.

    “설마 가지안테프를 수복할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왜 이상한가?”

    대통령이 수긍하자 총리는 기겁하며 말했다.

    “지금은 잠자코 지켜보고 있어야 할 때입니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로이아스에게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로이아스가 가지안테프를 차지하는 것을 지켜보잔 말인가?”

    “지켜보지 않으면 어쩌겠습니까? 여우가 차지하고 있던 땅에 범이 들어섰는데요.”

    “흠···.”

    “일단 이번 전쟁은 지켜보고, 로이아스의 승리로 끝나면 반환을 요청하면 됩니다. 이건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에요. 어차피 로이아스도 점령지를 꿀꺽하진 못할 겁니다. 국제 사회가 그것을 얌전히 지켜보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다가 바르삭의 영토를 한데 묶어 괴뢰정부를 두겠다면 어쩌려고 그러나?”

    “어차피 로이아스에서 바르삭의 땅을 직접 관리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도 폐허가 된 땅에 목을 매진 않을 겁니다.”

    “그거야 만약이지.”

    “하지만 괜한 분란 거리를 만드는 것보다 낫습니다. 설령 가지안테프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요.”

    이어서 국방장관이 총리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저희가 로이아스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분노한 로이아스 군에게 오해를 사는 짓은 무조건 자제해야 합니다. 기껏 수복한 지금의 힘마저 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들의 말을 완전히 수긍한 것이 아니었다.

    “바르삭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은 상관없겠지.”

    “네?”

    “UN주재 대사를 통해 우리 터키도 로이아스를 돕겠다고 하게.”

    대통령의 고집에 두 사람은 앓는 소리를 내야 했다.

    그러다가 바르삭이 마지막 발악을 하면서 터키를 향해 핵탄두라도 날리면 어쩌려고 이런단 말인가.

    그러나 무슨 말을 해도 대통령이 고집을 꺾는 일은 없었다.

    대통령의 생각은 로이아스 연방제국 UN주재대사에게 전달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신이 돌아왔다.

    [가지안테프의 반환권은 나중에 의논토록 할 테니, 방해할 생각 마시오.]

    분노가 담겨 있는 듯한 반응에 대통령은 고집을 꺾고 몸을 사려야 했다.

    *

    “베르셰바가 점령당했습니다!”

    “암만이 점령당했습니다. 현재 적들은 부대를 반으로 나눠서 진격하고 있습니다.”

    “예, 예루살렘이 점령당했습니다! 그리고 F35를 포함한 전투기를 모두 잃었다고 합니다!”

    “다마스커스와 홈즈가 점령당했습니다! 다마스커스에서 1,000발이 넘는 미사일을 일시에 사용했지만, 모조리 격추되고 말았습니다!”

    “사령관님 라타키아와 알레포가!”

    바르삭의 중심인 S급 능력자 5명은 가지안에프에 마련된 지하 벙커에서 속속 올라오는 보고를 받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평소와 다름없는 순교였을 텐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은신처에 숨건, 일반 시민으로 위장하건 모두 소용없어. 귀신처럼 바르삭 요원을 찾아내 사살하고 바르삭에 협조한 사람들을 잡아서 가둔다는군.”

    “하, 마법의 힘이란 건가?”

    “능력 중에도 진실을 확인하는 능력이 있으니까. 그들이라고 같은 힘이 없다고 볼 수 없지.”

    “그래서 어쩌자고, 지금은 대응을 생각해야지.”

    그에 이라크 아르빌 담당 카말이 퉁명스레 답했다.

    “이미 끝난 싸움이야. 뭘 어떻게 하겠어?”

    냉정한 그 말에 나머지 S급 능력자들은 하나같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 한 명을 빼고.

    “아직 안 끝났어.”

    염력을 능력으로 사용하는 가지안테프 담당 사령관인 살림이 무덤덤하게 답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우리가 나선다고 해도 그 중장비들을 상대해낼 순 없어. 이미 졌다고. 지금은 흩어져서 미래를 도모해야 할 때야. 우리가 사라지면 알라의 가르침을 서방에 새겨줄 세력이 없어지는 거니까.”

    “그 정돈 나도 알아.”

    살림의 반응에 무언가를 눈치챈 카말은 의아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핵공격을 생각하는 거야?”

    “그래.”

    모두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현재 바르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는 30기.

    아니, 하나를 로이아스에서 허비했으니 29기다.

    그중 4개가 핵가방이고, 10기가 순항미사일이며, 10기가 중거리탄도미사일, 5기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이 화력이면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저들이 자신들의 핵보유 사실을 모를 리도 없는데, 과연 통할지가 의문이었다.

    “굳이 녀석들을 향해 핵을 날릴 필요는 없지.”

    “너···.”

    눈치 빠른 카말이 말을 잃자, 살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가 이상하지? 엄연히 따지면 이 사태가 모두 네 부하들의 부주의로 일어난 거다.”

    “부주의라니. 내 부하가 아니라 다른 누가 갔어도 실패했을 거다! 폭발 직전의 핵폭탄을 다른 곳으로 날려버리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만약은 필요 없어. 중요한 건 결과니까. 그리고 중국의 일을 물어온 것도 너잖아?”

    “이 자식이···.”

    둘이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주변 동료들이 말리며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녀석들은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를 방어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할 거야. 그러니 핵공격을 당하고도 우리 바르삭을 향해 저리도 겁 없이 구는 거겠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녀석들이 막는다면 다른 주변 국가들을 향해 쏘면 되는 거다.”

    “다 같이 순교하자는 건가?”

    “아니, 꼭 쏠 필요는 없지. 쏘겠다고 위협하면 국제 사회가 알아서 로이아스를 막을 테니.”

    “그런데도 녀석들이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겠다고 나오면?”

    고민할 것 있냐며 살림은 태연하게 답했다.

    “사람들에게 바르삭의 공포와 알라의 가르침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것이지. 29개의 핵탄두가 터지면 아주 멋질 것 같지 않나.”

    친핵 주의자들은 어디까지나 핵폭탄이 전쟁 억지를 위한 수단이라 칭한다.

    하지만 핵폭탄도 결국은 무기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나쁘지 않군.”

    “어쩔 수 없지.”

    동료들이 속속 찬성하고 나서자, 결국 카말도 찬성표를 던졌다.

    카말은 ‘너 죽고 나 죽자’란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지, 그도 바르삭답게 주변의 피해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만장일치로 살림의 의견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바르삭에서 성명을 냈다.

    [악덕 침략자에 대해 우린 핵무기를 사용키로 결정했다. 더 이상 침략행위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18개 국가가 정화의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차별 핵공격을 예고한 그 행동에 세계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더불어 로이아스 연방 제국을 향해 전쟁 중지를 요구하는 성명이 쏟아졌다.

    하지만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함대는 결코 전진을 멈추지 않았는데, 논란이 커지자 루이스를 대신하여 마드세인 제국의 여왕인 실비아가 성명을 냈다.

    [협박에 굴하여 테러를 용서하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 핵무기는 면죄부가 아니며, 이번 사태로 그들을 놓아준다면 세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바르삭의 공포에 떨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 우리를 향해 핵무기를 사용했다. 선례가 있으면 반드시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바르삭을 박멸할 것이다.]

    유엔 총회에서 아티팩트로 해당 영상이 송출되자, 당연히 수많은 국가에서 비난을 쏟아냈다.

    핵의 공포에 각 국가의 대표란 존재들이 굴복하여 테러리스트를 두둔한 것이다.

    바르삭과 거리가 멀고, 핵공격을 사전에 탐지하여 요격할 능력을 갖춘 미국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게 선제 타격을 주장했으며, 유럽은 국가별로 말이 달라 뜻이 정리되지 않았다.

    중국은 대놓고 로이아스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는데, 마치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는 사람처럼 유독 바르삭을 끼고 돌았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카메라 앞에서 생쇼를 해도 그것은 로이아스 연방 제국 함대를 막지 못했으며, 함대는 바르삭의 남은 세 도시 중 사령부가 있는 가지안테프에 도착했다.

    “특별 대우란 건가? 두 개의 함대가 오다니 송구스럽구만.”

    살림은 전투기를 토해내는 항공모함의 모습을 모니터로 지켜보며 차갑게 말했다.

    “핵탄투를 예정된 타겟에 모두 발사한다.”

    그에 나머지 네 명의 사령관은 이의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사!”

    그의 지시에 상황실 요원들이 요란하게 명령을 전파했다.

    동시에 가지안테프 곳곳에 숨겨져 있던 크고 작은 미사일들이 각자의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소형 핵가방도 모두 기계식 미사일로 형태가 바뀌어 총 29발이 발사되었다.

    “알라를 위하여!”

    살림이 크게 외치자 상황실 안에 모두가 후창했다.

    “알라를 위하여!”

    그리고 살림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광기로 가득한 환호도 잠시.

    “아, 기분 좋은 와중에 미안한데, 발사한 미사일들 상황을 끝까지 봐야지.”

    누군가가 태연하게 상황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그렇게 말하자, 바르삭 요원들은 하나같이 굳어버렸다.

    “너, 너는?”

    카말은 제집처럼 들어와 냉장고를 열고 음료수를 꺼내 마시는 금발 청안의 사내를 보며 눈을 비볐다.

    “응, 나 맞으니까.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

    “이교도가 감히!”

    살림이 분노하며 그의 능력인 염력을 루이스에게 사용했다.

    “염력인가? 이 정도면 7클래스 수준이네.”

    퍽!

    그러나 루이스가 태연하게 손가락을 튕기자 그는 순식간에 팔다리가 뜯겨나갔다.

    “끄아아악!”

    “사, 살림!”

    이어서 삼림과 같은 바르삭의 S급 능력자 세 명과 호위인 A급 능력자 다수가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끄아악!”

    “커억!”

    특별한 움직임도 없었다.

    손가락을 튕기고 혀를 차자 바르삭을 일구는데 큰 공을 세운 고위 능력자들이 불구가 되어 벌레처럼 바닥을 기었다.

    정신 능력도, 신체 강화 능력도, 원소계 능력도 소용이 없었다.

    그의 앞에선 모든 것이 어린아이의 장난과 같았다.

    사지 육신 멀쩡하게 홀로 선 카말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마 그가 진작에 나섰으면 바르삭의 지휘부를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 사탄.”

    카말의 혼잣말에 루이스는 유쾌하게 웃었다.

    “악마들이 누구보고 사탄이란 건지. 이봐 당신 핵탄두 경로 탐색해봐.”

    적인 루이스에게 지목된 상황 요원은 광신도다운 모습이 어디로 갔는지 겁에 질려 얼른 그의 지시에 따랐다.

    “어?”

    그리고 핵미사일들의 경로를 탐색한 그는 당황했다.

    “모든 신호 로스트.”

    “무, 무슨···.”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와중에 귀는 열려 있는지, 살림의 의문 어린 목소리에 루이스가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웃음을 흘렸다.

    피비린내가 가득한 공간에서 미소를 짓는 그는 어찌나 잘 생겼는지 저승사자로 보일 정도였다.

    “내가 아무런 대비 없이 이리 왔을 것 같아?”

    “빌어먹을.”

    루이스가 조치를 취하지 않자,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그는 과다출혈로 쇼크를 일으키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루이스는 죽어가는 살림을 차갑게 바라보곤 자리에서 일어나 카말에게 다가갔다.

    “지금까지 지켜보기만 하던 내가 왜 나섰을까?”

    종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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