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45화 (14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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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바르삭 토벌

    미국 워싱턴.

    “가, 각하 로이아스 대륙 마드세인 제국 상공에서 5킬로톤급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마이크는 CIA 부국장의 보고에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마법실험인가?”

    “발생한 열량이 핵폭발처럼 보입니다. 사전 징후 없이 일어난 폭발인지라, 확실치는 않습니다.”

    요즘 로이아스 연방제국이 군사 장비 시연회를 하는 등, 자신들의 힘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이에 연방 제국의 의장인 루이스가 지구에서 자신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행하는 퍼포먼스라는 말을 은밀히 전해왔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만큼 순진한 정치인은 없는지라, 로이아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대통령은 핵폭발로 보이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5킬로톤을 핵폭탄으로 보기 애매하지 않은가.”

    5킬로톤이면 TNT 5,000톤급에 해당하는 막강한 화력이지만, 최신 핵탄두의 위력과 비교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는 수치다.

    핵탄두 중 강력한 것은 수십 메가톤(TNT 수천만 톤)에 달하는 녀석도 있었으니 말이다.

    “소형 핵탄두도 있지 않습니까? 전투기용이나, 핵가방 같은···.”

    “핵가방이라니.”

    헛웃음을 흘리던 대통령은 핵가방을 가진 세력을 떠올리며 표정을 굳혔다.

    “그러고 보니, 바르삭에서 핵가방을 갖고 있지?”

    “그렇습니다.”

    “로이아스 측 피해는?”

    “폭발은 상공에서 발생한지라 큰 피해가 없습니다. 다만 저것이 핵폭발이라면 방사능 오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은 턱을 짚으며 생각에 빠졌다.

    그나마 폭발에 로이아스의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휘말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결국 자세한 것은 연방대사측 UN대사에게 묻는 수밖에 없군.”

    아직 로이아스에 지구와 같은 규격의 통신망이 설치되지 않은지라 사실 확인을 위해선 UN을 통하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로이아스 대륙은 테러를 당할 위험이 없다.

    그 이유는 지구 측 국가들의 입국이 아직 허가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하지만 오늘만큼은 언론사에 한해 입국을 허락한 날이었다.

    개방 첫날에 핵 테러를 당한 것이라면 로이아스와 지구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만약 연방제국에서 이일을 확대해석하지 않더라도, 바르삭을 토벌하겠다고 나서면 막을 명분이 없었다.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주측인 마드세인 왕국이 핵공격을 당한 것이니.

    그런데 잠시 후 UN주재 로이아스 연방제국 대사를 통해 전달된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각하! 방금 발생한 폭발이 프랑스 A언론으로 가장한 바르삭의 요원들에 의한 것이랍니다! 더구나 아르비스 대공령의 영주성을 노렸다고!”

    “이런 젠장!”

    그야말로 최악이 아닐 수 없다.

    마드세인 상공에서 핵폭탄이 터졌지만, 정확한 타겟을 몰랐는데 아르비스 대공의 성을 노린 거였다니.

    그곳은 아르비스 대공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장소였다.

    “다행히 아르비스 대공이 사전에 알아채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굉장히 격노한 상태라 합니다.”

    연방제국 최고 권력자의 가족들이 타겟이 되었으니, 아르비스 대공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했다.

    “바르삭 이 미친 새끼들···.”

    아르비스 대공은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의장일 뿐 아니라.

    로이아스 대륙 전체의 중심을 잡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의 가족이 있는 성에 핵폭탄을 터뜨리다니, 덤비라는 뜻이 아닌가.

    지난번 테러가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미국 대통령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로이아스 연방 제국에서 바르삭을 토벌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로이아스 대륙의 군사력에 대해 잘은 몰라도, 바르삭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물론 바르삭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지만, 핵탄두에 대한 존재와 위력은 로이아스도 숙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바르삭을 공격한다는 것은 이번처럼 핵탄두를 막아낼 수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계의 경찰이라 지칭하며 단독 군사력이 전 세계와 비견된다는 미국의 입장에서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를 핵전쟁은 막고 싶지만, 명분이 부족했다.

    더구나 잘못은 바르삭이 저질렀는데 로이아스를 말린다면 자칫 테러리스트를 두둔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한참을 입 닫고 고민을 거듭하던 대통령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는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지시했다.

    “일단 바르삭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로이아스에서 바르삭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다면 은밀하게 테러리스트의 정보를 넘겨주게.”

    “알겠습니다.”

    로이아스 연방제국에서 조용히 넘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조기에 끝날 수 있게끔 바르삭의 모든 정보를 로이아스 측에 넘겨주기로 했다.

    어차피 손을 잡는다면 테러리스트보단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로이아스와 엮이는 것이 이득이니.

    다만 바르삭에서 이 사실을 알아채고 미국에 화풀이를 못 하게끔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

    [언론을 위한 로이아스의 첫 개방이 핵폭탄 테러로 얼룩지다. 표적은 연방 제국의 주요 도시인 아르비스 대공령의 영주성.]

    [비록 폭탄을 하늘로 날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신의 가족들을 노린 핵공격에 연방 제국 아르비스 의장이 격노하다.]

    [아르비스 의장, 연방군에 바르삭 토벌 지시. 연방 제국 11개 비공함대 중 1함대와 7함대의 파견이 결정.]

    [연방제국의 1함대와 7함대는 각각 전투함 20여 척과 전투기 80여 대를 탑재한 항공모함이 포함된 주력 함대. 또한 아공간 형 기간트를 지닌 육상전력 수천 명을 실어 나를 수 있다.]

    테러가 발생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해당 내용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당연히 각국의 미디어는 난리가 났고, 이 사태와 관계없는 지구인들은 안전한 자신의 방에서 인터넷에 각종 의견을 남겼다.

    대부분은 테러로 악명 높은 바르삭의 토벌에 환영하는 투였으나, 일부에선 바르삭이 같이 죽자며 핵폭탄을 터뜨릴지도 모른다며 불안감을 부추겼다.

    세계에선 대부분 바르삭에 대한 비난 성명을 냈지만, 중국과 바르삭 주변국 몇몇 나라는 전쟁에 반대를 하며 로이아스를 비난하는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나마 주변국은 이해가 되지만 중국의 태도는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미국 백악관, 바르삭을 강력하게 비난. 테러로 인해 기존 지구와 로이아스 대륙의 협력체제가 깨지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긴급 소집된 UN안보리. 그러나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

    [중국에서 핵을 빌미로 이번 전쟁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지만, 일부에선 바르삭의 핵 보유가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며 토벌을 지지.]

    [핵의 공포에 빠진 아라비아 반도. 이번 전쟁에 반대한다는 집회가 끊이질 않는다.]

    [로이아스 연방 제국, 핵을 막을 수단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주변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로이아스 연방 제국은 다른 나라에서 어떤 말을 하건 신경 쓰지 않고, 원정 전투에 대한 대비가 끝나자마자 1함대와 7함대를 파견했다.

    일반 대양 함대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두 함대의 모습이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되어 언론에 공개되었는데, 위풍당당한 그 모습이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ggyo***: 와, 비공선 함대 개 멋지네. 포스가 해양함대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rrrr***: 더구나 함선도 굉장히 매끈하게 잘 빠졌음. 살짝 고풍스런 느낌이 있지만 그게 또 멋지네.

    -wold***: 비공선 디자인한 사람 상 줘야 한다. 무슨 하나하나가 작품 같음.

    asjo***: 이제야 제대로 로이아스의 군사력을 볼 수 있는 건가?

    -toro***: 그런데 상대로 바르삭은 너무 약하지 않나? 육상전력이나 제대로 갖췄을지 의문임.

    -eray***: 듣기로는 전투기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 같음. F35까지 갖고 있다는 거 보면 말 다했지. 운용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3323***: 바르삭에서 이스라엘 파일럿 상당수를 세뇌해서 전력화했다고 합니다.

    -your***: 상상력 대단하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세뇌라니 ㅋㅋ

    -3323***: 왜 말이 안 되죠?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능력자들이 있는데, 세뇌능력자가 있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바르삭이 이만큼 덩치가 커졌음에도 잘 유지되는 이유가 이 세뇌능력자 때문이라더군요.

    isis***: 저 젊어 보이는 아르비스 의장이란 사람의 힘이 굉장히 강한 모양이네. 그의 판단으로 전쟁이 결정되고, 명령 한 번에 함대가 출동하는 것 보면.

    -cost***: 우리나라였으면 내부 의견이 두 개로 나뉘어서 전쟁하네, 마네로 한참 싸우다가 결정까지 한 달은 걸릴걸?

    -athe***: 로이아스 대륙 최고의 권력자라잖아. 마누라 두 명이 황제라는데 오죽하겠냐?

    -tous***: 역시 얼굴마담이 아니었어.

    마그누스를 가족 곁에 두고, 나는 직접 1함대의 기함에 탑승한 채 전장으로 향했다.

    비행으로 목적지인 아라비아 반도까지 약 10시간이 걸리는지라, 나는 지루하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지구인들은 내가 로이아스 대륙의 얼굴마담 같은 건 줄 아나 봐.”

    내 말에 1함대의 감사관인 이브릴이 실소를 흘리며 답했다.

    “유독 이 세상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맞아, 실제로 그래.”

    이젠 루시엘라 뿐만 아니라 가족과 동료들은 내가 지구 태생에 로이아스 환생자란 사실을 알고 있다.

    때문에 지구에 대한 내 생각을 이견 없이 사실로 받아들였다.

    “아직까지 지구인들은 우리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어. 이 전쟁은 그들을 개안시킬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거야.”

    “의장님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요.”

    나는 웃으며 이브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내 행동이 불만스러운지 부루퉁한 표정으로 항의했다.

    “저도 이제 20살입니다.”

    실어증에 걸려 내 로브 자락을 잡아끌던 여자아이의 모습이 선한데, 이렇게 훌륭하게 커서 제 몫을 하는 어른이 된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이브릴하고 에리스를 보면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가는 것 같다니까.”

    “의장님하고 전 나이 차이 얼마 안 납니다.”

    “알았어, 알았어.”

    어린아이 취급하지 말라는 듯한 투정에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이런 우리의 오붓한 모습에 괜히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보이는 함대장이 조심스레 한 발짝 다가왔다.

    그에 눈을 가늘게 뜬 나는 메인 디스플레이를 바라보았다.

    “도착했습니까?”

    “네, 약 5분 후 바르삭이 영토로 선언한 지역에 들어갑니다. 현재 외곽지역엔 군대가 없고, 각 도시를 중심으로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인즉, 일반 시민들 속에 군대를 배치해 놨다는 뜻인가?

    테러리스트들이 시민들을 어떻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우리가 시민들의 틈에 섞여 있으면 공격을 망설일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게 바르삭 시민들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적극 협조하고 있단 사실을 전달받았다.

    내게 있어 테러리스트와 시민 전부가 바르삭이었다.

    “일부로 시민을 노려서 공격하진 않겠지만, 주변 피해를 걱정해 공격을 자중할 필요는 없겠죠.”

    “알겠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서 지구의 군인들보다 더욱 거리낌 없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다.

    내 말에 함장은 아무 이견 없이 해당 사실을 함대에 전달했다.

    그리고 적들의 군대가 배치된 첫 번째 도시에 도착하자 의자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던 나는 진지하게 명령했다.

    “전투기, 기간트 전 부대 출격.”

    “카르시아, 라인하츠 전 부대 출격합니다!”

    1함대와 7함대 2대의 항공모함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전투기 120여 대가 쏟아지듯 출격하고, 순양함과 구축함에 탑승한 기간트 오너들이 선미에서 기간트를 소환하며 뛰어내렸다.

    전투기는 당연히 비공 함대에 소속된 부대지만, 기간트 오너들은 함대와 별개인 기사단 소속이다.

    이번 전쟁에 참여한 기간트 오너는 총 600명으로 연방 기사단 500명과 전위기사단 100명이다.

    전투기야 본래 하늘을 나는 마도 병기라 그렇다 쳐도, 육중한 기간트가 낙하 장비 없이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사뭇 무시무시했다.

    “대공 미사일 230기 접근!”

    이런 것까지 일일이 지시할 필요성을 못 느낀 나는 이후 지휘를 함대장에게 넘기고 전장을 감상했다.

    “기간트 착지 후, 기사단 내보내세요.”

    “네!”

    대공미사일과 함께 대공포탄이 날아들었는데, 전투기들은 가볍게 회피하고 기간트들은 방패와 검을 이용해 귀신처럼 몸을 지켰다.

    잠시 후 기간트들이 땅에 가까워질 때.

    발밑으로 에어봄이 연달아 터지며 낙하 속도를 낮추고 기사들은 기간트를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착지시켰다.

    그 모습이 어찌나 매끄러운지, 기간트의 몸체에 무리가 전혀 가지 않았다.

    기간트들이 도시를 향해 달려나가고 대공미사일은 아무 위기 없이 격추되었다.

    이어서 지상에 텔레포트 이팩트와 함께 미스릴 코팅이 된 쉴드아머로 무장한 병력이 나타났다.

    그 수가 무려 3천에 달했는데, 모두 연방 기사단 소속이었다.

    미스릴 코팅 장검과 5클래스의 마법이 인챈트 된 검으로 무장한 그들도 막강한 전력이었다.

    전신이 매직쉴드에 둘러싸여 있으니, 대전차 미사일이 아닌 이상 총탄과 수류탄 파편은 충분히 방어가 될 것이다.

    기간트는 육상병기와 군사 시설을 파괴할 순 있어도 숨어 있는 병사들까지 일일이 제거하긴 힘들다.

    때문에 이렇게 도시 구석구석을 정리할 병력이 필요했다.

    “지구의 군사 장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상대하니 별거 아닌 느낌이군요.”

    함대장의 말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위협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바르삭 토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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