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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43화 (143/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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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왕이면 날개를 맞춰주세요.”

    최종경고 후, 케일론 전투기에서 레일건이 발포되었다.

    그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탄환이 음속의 7배 속도로 날아들었다.

    결국 중국의 전투기 세 대는 제대로 반응도 못 하고 날개가 떨어져 나갔다.

    중국 전투기들은 요란하게 빙글빙글 돌며 추락하기 시작했고, 얼마 안 있어서 파일럿들이 탈출하며 낙하산을 펼쳤다.

    그걸 보며 에클로 공작에게 말했다.

    “해당 인물들 체포해서 연방법원에 넘겨주세요.”

    그렇게 전투기 파일럿들의 앞날도 결정되었다.

    이미 그들을 영공 침입으로 규정한 상태이기에 불법 조업한 어부들과 달리 무장 침입으로 더욱 엄중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무장세력이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한다면 하는 사람들인데, 왜 이렇게 시험을 하실까.”

    아마 이번 일로 중국은 확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우린 그들과의 전쟁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중국 입장에서도 아마 이 상황이 골치 아플 것이다.

    처음엔 화가 나서 다른 나라에 그랬던 것처럼 깡패짓을 했는데, 얄짤 없이 격퇴시켜 버리니 말이다.

    물론 아직 화가 안 풀려서 이성적인 사고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쓸데없는 도발은 안 해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린 야당과 언론, 국민을 신경 쓰고, 눈치 봐야 할 곳이 많은 지구의 다른 국가들과 다르다.

    권력 집중형 봉건국가의 장점이랄까?

    무슨 도발을 하건 소용없는 짓이란 것을 알게 됐으니, 중국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침묵 아니면, 정면충돌뿐이다.

    과연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

    [브라질 군사위성에 의해 촬영된 로이아스 연방 제국과 중국 전투기 간의 충돌. 결국 중국 전투기들이 추락한 것으로 보이나, 양국의 성명이 없어···.]

    결국, 중국은 침묵을 선택했다.

    덕분에 난리가 난 것은 국제 사회였다.

    전투기들 간의 전투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한쪽 전투기들이 추락했다면 언제든지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급 상황이니 말이다.

    UN안보리가 급히 소집되고 구성원들은 중국에게 상황을 물었으나, 그들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UN대사도 이 사태에 대한 코멘트를 아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양국 간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더불어 평소 거만한 중국의 태도를 떠올리면 이번엔 결코 그들에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중국이 드디어 임자를 만났다.]

    UN에 가입하고 얼마 안 돼서 자꾸 사건을 일으키는 우리를 문제아 취급하는 국가도 있었지만, 의외로 많은 국가가 연방제국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나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이방인의 편을 든단 말인가.

    중국의 성품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이번 일로 우리의 군사력이 다시금 재조명되면서 로이아스 군사 장비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을 상대로 진행하기로 했던 군사 장비 시연회에 무려 2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참가를 문의해 왔다.

    그래서 나는 이 행사를 키워 언론도 참가시키는 등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군사 장비 시연회 당일, 20기계화 보병 사단 훈련장.

    “기간트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침투력입니다.”

    마이크 없이도 넓은 훈련장에 또렷하게 울리는 목소리.

    나는 다양한 인종의 군사 전문가와 기자들을 보며 한 사람을 가리켰다.

    지목을 받은 사람은 연방군 전위기사단의 정복을 입은 소드마스터 미하엘 후작.

    그는 작은 단검을 빼 들며 말했다.

    “라인하츠.”

    지잉.

    동시에 기사의 발아래로 검은색의 아공간이 열리고, 머리가 뒤로 젖혀진 기간트가 나타났다.

    탑승구가 열린 채 솟아나는 기간트에 기사는 자연스레 탑승하게 되었다.

    늠름하게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연방제국의 주력기종 라인하츠의 자태는 남성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로망이 담겨 있었다.

    오오!

    짝짝짝!

    직접 기간트를 보는 것이 처음인 이들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기간트의 매력적인 자태에 빠져 잊으시면 안 되는 것이 있죠. 만약 이곳이 적진이라면, 그는 혈혈단신으로 침투해서 이만한 장비를 불러내 싸울 수 있다는 점이니까요.”

    아공간형 기간트는 기습을 위한 장비라 봐도 좋을 정도다.

    비록 아공간은 옵션이지만, 이들의 시선을 현혹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그리고 기간트의 운동능력은 여러분의 상상을 가볍게 초월합니다.”

    내가 손짓을 하자 기간트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더니, 이내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기간트의 발소리가 심장 고동처럼 울려 퍼진다.

    어찌나 빠른지, 모두가 눈을 부릅뜰 정도였다.

    “탱크의 포탄으론 맞추기가 힘들겠는데요?”

    미국 담당자의 물음에 나는 자랑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기간트의 운동능력은 빠른 달리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쾅! 쾅!

    지그재그로 달리고, 몸도 숙이고, 심지어 점프도 뛰었다.

    쿠웅!

    거의 5미터나 날아오른 기간트가 땅에 내려앉았음에도 지면의 충격은 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허, 충격 감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기간트가 발전하며 점점 유연성을 요구하다 보니, 탄력이 뛰어난 관절을 갖게 되었다.

    덤블링까지 할 정도니, 유연성은 말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설마 거대한 로봇이 겉모습만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고기동을 보이자, 참관자들의 기간트가 얼마나 상대하기 힘든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어서 공격 기능입니다. 로이아스의 기간트 전투는 검대 검으로 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무래도 이곳은 상대와 검을 마주할 일이 적다 보니, 무장도 현지에 맞춰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기간트가 얌전히 멈춰 서고 훈련장 한쪽에 한국에 부탁해 만들어 놓은 ‘반응 장갑’이 설치되었다.

    이어서 기간트의 등에 달려 있던 원통형의 장비가 어깨에 걸쳐지며 바주카와 비슷한 형태가 되었다.

    “이게 바로 헬기 밑 전투지원기를 상대하기 위해 추가된 마력포대죠.”

    한국의 반응 장갑 성능이 어느 정돈지는 모르겠지만, 육상 강국인 만큼 검증된 물건이라 생각한다.

    마력포대가 불을 내뿜고 6클래스 레이저 캐논 수준의 공격이 반응 장갑에 틀어박혔다.

    깡!

    귀를 울리는 요란한 소음과 함께 마력포대의 공격은 반응 장갑을 관통해버렸다.

    모두가 놀랐지만, 가장 크게 놀란 사람은 정작 반응 장갑을 준비한 대한민국의 전문가들이었다.

    “이어서 근거리 공격입니다.”

    마력포대가 다시 등 뒤로 젖혀지고, 검을 뽑아 든 기간트가 쏜살같이 달려가 짙은 오러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에 충격음 없이 두부 베듯 반응 장갑이 두 동강 났다.

    “참고로 탑승자는 제국에서도 유명한 기사입니다. 일반인이 탑승한다고 반응 장갑을 두부 썰 듯 썰진 못하지요. 하지만 지구에도 기사와 비슷한 존재들이 있죠? 근접무기를 사용하는 고위 헌터들이 탑승한다면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짝짝짝.

    기동성과 공격의 시연이 끝이 나고 이번에 남은 것은 방어체계였다.

    이번엔 반대편에서 대한민국 육군의 자랑인 K2흑표 전차가 다가왔다.

    안전을 위해 탱크가 우리 쪽에 위치하고 미하엘이 탑승한 기간트는 반대편에 자리했다.

    콰아아앙!

    K2흑표의 55구경 활강포가 불을 내뿜는다.

    동시에 기간트가 자세를 낮추며 검을 휘둘렀다.

    깡!

    오러블레이드가 날아든 탄환을 두 쪽으로 갈라버렸다.

    핏! 핏!

    탄환은 그대로 기간트를 스치고 지나쳤는데, 생각지도 못한 묘기에 모두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기간트 내부 디스플레이에 날아드는 공격의 탄착지점이 표시됩니다. 그 표시가 된 곳으로 검을 휘두르면 이렇게 되죠. 물론 동물적인 반사신경이 필요하지만, 우리 연방의 기사들은 대부분 저런 일이 가능합니다.”

    탄환을 검으로 방어하는 것은 일종의 퍼포먼스다.

    “저렇게 방어할 자신이 없을 경우엔 방패를 사용하면 됩니다.”

    기간트의 왼팔에는 기본적으로 핸드 쉴드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 방패엔 6클래스의 배리어 마법이 걸려 있다.

    콰아아앙!

    까아아앙!

    K2흑표가 다시금 불을 내뿜고 비스듬하게 들린 방패에 부딪혔다.

    충돌로 인해 방패 위로 넓게 펼쳐진 투명한 배리어의 윤곽이 눈에 들어오고 탄환이 미끄러지듯 빗겨 날아갔다.

    오오오!

    이어서 K2흑표는 표준 탄환에 이어 고폭탄, 철갑탄을 발사했고, 세 가지 공격 모두 무사히 방어해냈다.

    “방어 능력이 뛰어나죠? 하지만 아쉽게도 계속해서 날아드는 탄환을 모두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방패엔 출력 제한이 있거든요. 아마 최대로 막아도 정면충돌은 10회를 넘기지 못할 겁니다.”

    10번의 방어능력.

    자칫 적어 보이지만, 꼭 그렇다고 만도 볼 수 없다.

    “그래서 평소엔 고기동으로 회피하고 위급한 상황에서나 방패를 사용하는 것이 좋죠. 아니면 회피하면서 마력포대로 적을 먼저 무력화시키는 것도 방법이고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성능이지만, 사실 기간트는 운용 센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 순발력이 좋은 기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작이 쉽지 않다는 내용은 여기서 밝힐 필요가 없었다.

    “그럼 기간트의 시연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고한 미하엘 경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

    “그럼 바로 이어서 전투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후후웅!

    요란한 추진음과 함께 허공을 수놓는 전투기가 헬기처럼 제자리에 정지하더니, 수직 착륙을 했다.

    “해당 기종은 연방제국의 주력 기종인 카르시아란 전투기입니다. 보시다시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며, 최대 속도는 마하 2.5입니다. 기본적으로 카르시아는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는 스텔스기이기도 하지만.”

    내가 손가락을 튕지가 전투기는 투명해지더니, 눈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렇게 모습을 완전히 감출 수도 있죠.”

    전투기는 현대 군대의 주력 무기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카르시아의 인비저블 기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구나 추진방식이 고온 분사 추진이 아닌 공기 분사 추진이기에 열 감지 센서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손가락을 튕기자 전투기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날아올랐다.

    “주요 무장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마하7의 속도로 공격하는 레일건과 유도기능을 가진 매직스피어죠.”

    매직스피어는 3클래스의 마법이지만, 유도기능과 공격속도를 높이느라 거의 5클래스급의 장비가 되었다.

    레일건의 탄환이 산속에 설치된 반응 장갑을 꿰뚫고, 매직스피어는 요란하게 움직이는 드론을 정확하게 명중시켰다.

    “그리고 해당 전투기의 가장 큰 장점은 추가 보급 없이 반나절을 단독으로 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로이아스 대륙의 무기 시연회는 지구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며 성황리에 끝이 났다.

    누구는 이 모습을 보고 굳이 군사정보를 알려 줄 필요가 있냐고 하지만, 시연회에서 보여준 장비들은 공개해도 상관없다는 판단하에 보여준 것뿐이다.

    기간트나 전투기는 분명 뛰어난 장비지만 가장 무서운 전력은 나나, 마그누스와 같은 존재들이었으니.

    이번 시연회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로이아스 대륙의 뛰어남을 보여주기 위함이었고, 지구인들도 아직 우리가 전함을 비롯해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오오, 이곳이.”

    로이아스 연방 제국에 초청된 지구 측 5개국의 언론사 관계자 수백 명이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마드세인 제국의 수도를 둘러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이들의 출입이 허락된 지역은 현재 마드세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 이유는 연방의 여섯 제국 중 가장 치안이 좋고, 아르비스 대공의 나라나 마찬가지인 국가였으니 말이다.

    “언론사 분들께선 마드세인 제국을 자유로이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 외곽에는 몬스터들이 있는 만큼 텔레포트 게이트가 설치된 도시들을 중심으로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정 도시 외곽을 둘러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미리 말씀해 주시면, 검토 후 군인들을 붙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드세인 제국 황실 행정관의 공지에 들뜬 기자들은 어린아이처럼 ‘네!’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들에겐 그룹별로 가이드 겸 길잡이가 한 명씩 따라붙었다.

    “반갑습니다. 프랑스 A언론의 관계자 여러분 맞으시죠? 오늘 여러분을 안내를 맞게 된 마르코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아르비스 대공과 같은 노라 마을 출신인 마르코는 황실 초급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농부 출신인 그가 아르비스 대공의 동향인이란 이유만으로 황실 행정관까지 된 것을 보며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마드세인에서 아르비스 대공의 결정은 거스를 수 없었다.

    때문에 마르코는 방해 없이 현장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예쁜 마누라도 얻고, 감히 꿈도 못 꾸던 수도에 작은 집까지 마련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 로이아스를 방문한 지구인들의 안내를 맡게 되었는데, 담당할 인원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프랑스는 유럽이란 지역에서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한 백인들이 사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의 피부색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는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살고 이민도 자유롭다는 이야기를 들은 만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디로 안내해 드릴까요? 여러분께선 텔레포트 게이트를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마르코의 물음에 A언론의 대표자가 웃는 낯으로 답했다.

    “아르비스 대공령, 발테르 지역을 둘러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테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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