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42화 (142/186)
  • -------------- 142/186 --------------

    ***

    “에, 엔터테인먼트요?”

    나는 엘프퀸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구에선 무엇보다 돈이 중요하지, 그런데 미모를 이용해서 정당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 굉장히 많더군. 그래서 환경사업보다 먼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해볼까 해.”

    하이랜드가 미국이랑 교류를 많이 하는 것 같던데, 누가 바람을 넣은 걸까?

    이번 루시엘라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듯, 나는 엘프의 미모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루시엘라가 하이엘프의 피를 짙게 이어받아서 특별한 탓도 있겠지만, 신비함이 담긴 엘프의 미모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더구나 연예계는 더러운 일이 많이 생기는 곳인 만큼, 그녀가 분노할만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컸다.

    “그건 관리를 잘하면 해결될 문제 같더군. 하이랜드라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를 장악할 수 있을 터. 그럼 돈벌이뿐만 아니라 이 종족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나쁜 생각은 아닌데···.

    왜일까,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래서 말인데, 자네도 같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할 생각 없는가?”

    “저희가요?”

    엘프, 다크엘프, 수인족이라면 당장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의 서양인이나 다름없는 우리는 특징이 약해서 엔터테인먼트를 한다고 이목을 끌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나마 흥미를 끌만 한 특별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흑발 적안의 케일론인 정도일까?

    마드세인에도 미녀가 많긴 하지만, 엘프 정도는 아니었다.

    “아르세인 걸즈랬나? 전장의 아이돌 컨셉도 그렇고 자네라면 꽤 좋은 연출을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원한다면 공동사업자로 받아 줄 수도 있네만?”

    아니, 생각해보면 꼭 외모가 엘프 같을 필요는 없다.

    저쪽 성형기술이 있다면 이쪽엔 마법이란 신비의 기술이 있지 않은가.

    화려함이 부족하면 마법으로 화려함을 더하면 되는 일이다.

    “재미는 있을 것 같긴 한데, 엔터테인먼트 말고도 할 일이 많아서요.”

    “굳이 자네가 나설 필요는 없이, 밑에 있는 사람 시키면 되는 일이니.”

    하긴 아르비스 영지엔 기획사 비슷한 회사가 이미 있기도 하고, 실제 연예인 출신인 제이드 자작도 있었다.

    “그러면, 제이드 자작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마드세인 문화부 소속인데, 원래 이쪽 세계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사람이거든요.”

    제이드 자작은 나처럼 수시로 자신의 가족들과 왕래를 하고 있지만,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이곳에 돈과 명예, 부인까지 있기도 하지만 그는 내 충실한 부하임을 자처하고 있었다.

    “오,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군.”

    결국 시범적으로 엘프퀸과 의기투합해 로이아스 엔터테인먼트를 차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만약 이 엔터테인먼트사가 성공을 거두게 되면 엘프퀸은 추가로 다크엘프와 수인족을 끌어들여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사를 자체적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의외로 지구에 빠르게 적응하는 엘프퀸의 모습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뭐 이것도 힘이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성향일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협업이 힘들 것 같다고 여겼던 하이랜드가 이리 협조적으로 나오니, 로이아스 대륙은 더욱 똘똘 뭉쳐졌다.

    “그리고 미국에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해달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건 단가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감이 안 오네.”

    “미국에선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답니까?”

    “3억 달러를 부르더군. 그런데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는 반영구 기관을 3억 달러에 설치해주는 것은 손해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확실히 이건 가격을 정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3억 달러면 3천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지만, 비행기도 비싼 여객기는 3~4억 달러인 만큼 비교상 가격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됐다.

    “제가 생각해도 그러네요.”

    한순간에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비행기 상위 버전의 이동 수단이 생기는 셈인데, 당연히 비행기값보다 월등히 비싸게 이용금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여객기 운송 업체도 살 테니.

    무엇보다 텔레포트 게이트의 좋은 점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비즈니스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 텔레포트 게이트의 설치 대가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설치비를 엄청 비싸게 받고 권리 자체를 해당 국가에 넘기는 방법.

    2. 적당한 설치비를 받고, 매출의 일부를 회수하는 방법.

    3. 설치비를 전액 우리가 부담하고 직접 텔레포트 게이트 센터를 운영하는 방법.

    나는 그녀에게 생각을 알려주었다.

    “그렇군.”

    “그리고 자칫 저희끼리 텔레포트 게이트 수주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텔레포트와 관련된 협회를 만들어 일을 분담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건 마왕들과 로엘 황제를 불러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군.”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군사 개혁에 신경 쓰느라 이렇게 경제 부분의 대비가 빈약했던 것 같다.

    미국에 텔레포트 게이트가 설치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속속 마법이 지구의 일상에 자리를 잡게 될 테니, 우리 나름의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법의 가치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

    [UN주재 중국 대사: 로이아스 대륙에 있는 몬스터들이 다른 대륙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확실한 감시망이 필요하다.]

    [UN주재 로이아스 연방제국 대사: 이미 예방하고 있는 사안이다. 로이아스 대륙 주변에 감시위성 수백 대를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 충분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UN주재 중국 대사: 해양 몬스터의 급증! 로이아스 대륙이 몬스터까지 끌고 나타났다!]

    [UN주재 로이아스 연방제국 대사: 생각이 있다면 로이아스 대륙에 자잘한 섬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륙만 이동했기에 내해에 위치한 섬을 빼곤 바다에 섬이 없는 것이다. 이게 지구의 방식인진 몰라도 중국은 제대로 사실 확인하고 성명을 발표했으면 한다.]

    중국과의 대립은 로이아스 대륙이 국제 외교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고 나서 더욱 심해졌다.

    대부분이 그냥 헛소리에 유언비어였지만, 계속 신경을 긁는 통에 로이아스의 유엔 주재 대사들이 ‘저 새끼 죽이면 안 되냐’는 말을 수시로 물어온다고 한다.

    하는 짓이 쪼잔하기 그지없었다.

    “전하, 리모트랜드 방면 연방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어선들이 불법침입을 해왔다는군요.”

    “그래요? 위성 연결하세요.”

    의장실 책상 위로 홀로그램 영상이 나타나고 동시에 높은 절벽으로 이루어진 리모트랜드 극서 지역의 모습과 바다 위 어선 100여 척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하지 않은 상태인지라 애매한 위치면 어쩌나 싶었는데, 저긴 그냥 빼도 박도 못하게 우리 영해였다.

    나는 리모트랜드 방면 연방군 사령관과 통신을 연결했다.

    “경고 방송했어요?”

    [네, 그렇습니다. 경비선으로 2차 경고까지 한 상태입니다.]

    이어서 위성영상을 확대하니, 1,500톤급 경비선이 해당 어선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고로 경비선은 스타크래X트 테란의 벌X처럼 생겼다.

    “돌아가지 않으면 침몰시키겠다고 최종 경고하세요.”

    [네.]

    그리고 나는 턱을 괸 채 이어질 반응을 기다렸다.

    이게 보여주겠다던 중국의 무서움이란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고개를 내저었다

    [의장 전하, 소용없습니다.]

    그에 화면을 최대로 확대하니, 최종경고에도 유유자적 그물을 치는 중국 어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영상 확보했죠?”

    [그렇습니다.]

    그럼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지.

    “격침 시키세요. 살아남은 어민들은 포획하고요.”

    [네!]

    마치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 그는 활기차게 답을 했다.

    동시에 1,500톤급 경비선에서 에너지 스피어가 기관총처럼 연사 되었다.

    순식간에 어선 세 척이 두 동강이 났음에도 봐주는 것 없이 계속 공격을 이어가자, 무서울 것 없어 보이던 중국 어부들의 표정이 경악과 공포심으로 물들었다.

    양민 학살처럼 보이지만, 모름지기 해적은 토벌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해당 경비선 선장의 생각인지, 아니면 리모트랜드 방면 사령관의 생각인지 경비선은 배의 선두를 공격할 뿐 사람을 직접 공격하진 않았다.

    공격 한발 한발이 타겟 지정인 만큼, 오발은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중국어선 100여 대 중 40여 대가 침몰하고 나머지는 꽁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을까요?]

    “아뇨, 도망치는 녀석들까진 잡을 필요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중국 선원들을 구조하겠습니다.]

    “인명피해 상황도 알려주세요.”

    경비선은 여차하면 인명구조용으로 사용되는 지라, 플로트 기능이 있어서 살아남을 사람들을 한 명씩 빨아들이듯 삼켰다.

    [사망자 8, 구조자 172명입니다.]

    아무리 조준이 정밀하다고 해도 혼란 속에 사상자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전부 죽어도 상관은 없지만, 지구사회의 반응을 생각하면 이 정도가 적정선인 것 같기도 하다.

    “어부들은 바로 연방법원으로 넘기세요. 현행범이므로 재심 없이 판결합니다.”

    [알겠습니다.]

    한국에서 경찰, 검찰, 재판부 순으로 사건이 넘어가지만, 연방정부엔 검찰이란 직책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재판부 판사가 결정을 내리는데, 의심할 여지 없는 현행범의 경우 재심 없이 1심에서 바로 죗값이 결정된다.

    아마도 저 정도면 5년 정도의 노역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우리 연방제국은 죄에 대한 형량이 무겁다.

    강력한 처벌이 미흡한 시민의식에 준법정신을 부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그들에게 딱 5년의 노역형이 선고되었다.

    5년 동안 탄광에서 열심히 곡괭이 질을 하다 보면 싫어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겠지.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일을 갖고 중국에선 난리를 피웠다.

    [중국 정부 공식 성명: 어선을 향해 공격명령을 내린 책임자를 체포하고 어부들을 즉시 해방하길 요구한다. 또한 사망자에 대한 보상과 함께 공식적인 사과하지 않는다면 로이아스 연방정부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도 이 일을 갖고 유감을 표했는데, 정작 그건 인권을 좋아하는 서구권 국가들의 이야기고 평소 중국의 불법 조업에 치를 떨던 국가들은 그저 조용히 입 닫고 웃었다.

    중국 정부의 성명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우린 해적선을 공격했지, 어선을 공격한 적이 없다. 하지만 아량을 베풀어 해적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경고했으며 떠나지 않을 경우, 발포하겠단 내용도 경고에 포함했다. 이 과정에 아무런 문제는 없었으며, 우리가 사과할 이유도 죄인들을 풀어줄 이유도 없다.]

    [또한 발포 명령을 내린 사람은 바로 나, 연방 제국의 의장 아르비스 대공이다. 해당 영상은 저장 방식이 지구와 달라 UN에서 공개토록 하겠다.]

    덕분에 중국은 발작을 했지만, 나는 녀석들의 위협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최종 경고했다.

    [만약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진다면 우린 똑같이 조치할 것이다.]

    대륙의 깡패 국가 중국을 상대로 이렇게 강경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는 국가가 또 어디 있겠는가.

    덕분에 우리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평소 중국을 좋지 않게 봐오던 사람들은 뒤에서 응원해 주었다.

    특히 한국의 반응이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내가 로이아스로 환생한 동안 중국과 여러 트러블이 생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3일 뒤.

    “저, 전하. 중국의 전투기 편대가 케일론 제국 영공주변을 배회하고 있답니다.”

    이 중국 새끼들은 우리의 경고가 단순한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지 거슬리게 행동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전투기 내보냈어요?”

    “네, 케일론 제국군 전투기가 출동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중국 전투기가 영공으로 들어오지 않고 계속 위협 비행만 하고 있습니다.”

    굳이 도발을 눈뜨고 지켜볼 필요는 없지.

    나는 위성영상을 살피며 케일론 제국 군사령관인 에클로 공작에게 말했다.

    “어차피 애매한 영공 라인, 그냥 저기도 저희 영공이라 주장하죠.”

    [음, 알겠습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알겠다며 케일론 공군에게 지시를 내렸다.

    연방정부 직할 군이면 바로 ‘명령-실행’인데, 제국군을 이용하면 ‘명령-동의-실행’이라서 조금 귀찮다.

    경고는 소리 전달 마법으로 적 전투기 내부까지 또렷하게 전달될 것이다.

    그에 항의하듯 중국 측 전투기는 날개를 흔들거렸지만, 어차피 여기가 중국령은 아닌지라 그들의 반응에 주장을 굽힐 이유가 없었다.

    이쪽에선 일방적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상대측은 그렇지 못한지라 전투기로 생각을 표현했다.

    이어서 같은 경고를 했고, 그럼에도 적 전투기들의 반응이 바뀌지 않자, 나는 웃으며 에클로 공작에게 말했다.

    “격추시키죠.”

    [알겠습니다.]

    에클로 공작은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테러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