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41화 (14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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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제국 의장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이 비싼 차를 걱정 없이 퍼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죠. 두 분도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드세요. 어차피 공금이니까요.”

    “······.”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선 상상도 못 할 망언을 쏟는 내 모습에 두 사람은 부담스러운지 도리어 찻잔을 내려놓았다.

    각 황가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연방정부의 자금 중 의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의장실의 유지 비용이다.

    “제가 쓰는 공금의 기본이 되는 6개 제국의 분담금은 황가 재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황제폐하들의 등에 빨대를 꽂은 것이나 다름없죠.”

    아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의장 자리에 오른다면 대폭 삭감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 의장실 유지 비용을 어떻게 쓸지는 전적으로 내 마음이었다.

    사실 나는 대륙 최고의 부자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공금에 목메지 않아도 되지만, 공금으로 먹는 것과 내 돈 주고 사 먹는 거랑은 또 느낌이 달랐다.

    “지구의 사상으로 보면 이상하겠지만, 6개 제국을 통솔하는 존재로서 이 정돈 당연한 권리입니다. 황제 폐하들도 제가 공금의 상당 부분을 먹는 데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부담스러워 하실 필요 없습니다. 무엇보다 로이아스 대륙은 봉건제도를 기본으로 한 세계니까요.”

    그리고 내가 시녀에게 차를 더 따라 달라는 제스쳐를 취했고 그녀는 익숙하게 잔에 엘븐티를 가득 채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온 분들 입장에서 봉건제도는 굉장히 불합리해 보이겠죠. 그냥 문화의 차이라 생각하면 편할 겁니다. 영지민들 자체가 영주의 재산으로 분류가 되는 세상이거든요.”

    이어서 그들의 잔에도 다시 엘븐티가 채워지자 어쩔 수 없단 표정으로 찻잔을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재벌이란 것도 봉건 제도의 영주와 비슷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네요.”

    “아픈 곳을 찌르시는군요.”

    S전자의 대표는 쓰게 웃어 보였다.

    “그런데, 벌써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십니까?”

    그는 자신의 회사 로고가 박힌 노트북을 가리키며 물었다.

    “제가 배우는 게 빨라서요.”

    “대단하시군요.”

    “요즘 인터넷으로 저희 관련 기사나 댓글들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주로 한국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죠.”

    내 말에 장과과 S전자 대표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뭐, 좋은 반응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반응이 좋고 나쁨을 떠나, 어처구니없고 수준 낮은 내용이 워낙 많아서···.”

    “가끔 도를 넘는 인간들이 보이면 제거해 버릴까란 생각도 들긴 하더라고요.”

    크게 움찔거리는 두 사람.

    그에 나는 장난스레 답했다.

    “농담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인상은 펴지지가 않았는데, 아무래도 단순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아서 일 것이다.

    “그럼 이제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 볼까요?”

    우리가 이 자리에 둘러앉은 이유는 친목을 위해서가 아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곧게 폈다.

    “일단 저희 연방 제국에선 국제 규격에 맞춘 통신망을 전국 주요 도시에 구축할 예정입니다.”

    어차피 전기는 자체 생산이 가능하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통신이라 생각했다.

    “저희도 자체 통신이 있긴 하지만, 운용 방식이 완전히 다르죠. 더구나 설치비가 극악해서 일반 가정에 통신이 보급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옳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통신위성은 알맹이만 준비해주세요. 궤도에 올리는 것은 손쉬운 일이니까요.”

    “그거 참, 대단하군요.”

    “한국이 원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얼마든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로켓에 비교해 월등히 낮은 비용으로 말이죠.”

    “항공우주연구원에서 들으면 슬퍼할 소식이네요.”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희야 말로 수천 개의 위성을 띄우고도 지구의 규격에 맞는 통신위성을 띄우기 위해 거금을 써야 한다는 게 슬프죠.”

    “그것도 그럴만하겠네요.”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면적은 유럽과 아시아를 더한 것보다 넓다.

    이론상 통신위성은 두 개면 문제없이 로이아스 연방제국 전역을 커버 할 수 있는데, 만약을 위해 세 대를 쏘아 올릴 생각이다.

    그런데 통신위성 만드는데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은지라, 그전까진, 미국이나 캐나다의 위성을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쓸 생각이다.

    “결제는 어떤 방식으로 하시겠습니까?”

    당장 제대로 된 통신위성 한 대 만드는데 드는 비용만 수천억에 달한다.

    거기에 대대적인 통신 인프라 사업을 벌이기 위해 필요한 자금도 천문학적일 것이다.

    “결제는 저희의 화폐로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로이아스 연방제국에서 사용 중인 지폐를 꺼내 늘여 놓았다.

    “음···.”

    그에 두사람은 앓는 소리를 냈다.

    로이아스 연방제국의 화폐는 아직 이곳에서밖에 통용되지 않는 화폐다.

    그들의 입장에선 신용도가 제로인 화폐를 댓가로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저희는 금본위 화폐를 사용합니다. 이 지폐를 들고 은행을 방문하면 언제든지 순금으로 교환 가능하죠.”

    “아.”

    “화폐단위는 로얄. 1로얄의 경우 금 10mg과 같은 가치를 지녔습니다. 다만 1로얄의 단위가 너무 작아, 금으로의 교환은 100로얄 이상부터 가능합니다. 뭐 100로얄이라 해봐야 금 1g이지만요.”

    로얄이란 화폐의 가치는 어차피 금 시세에 따르면 되는 일이니, 복잡하지 않다.

    1로얄이면 금 10mg, 한화로 약 500원.

    100로얄이면 금 1g, 환화로 약 5만원.

    10,000로얄이면 금 100g, 환화로 약 500만원이다.

    “화폐는 1만 로얄까지 있죠.”

    금본위라면 화폐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그나마 납득했단 반응을 보였으나, 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차라리 아예 금으로 받을 수는 없을까요?”

    “금본위 화폐조차 신뢰하지 못하겠다면 일을 같이하지 않는 것이 났죠. 저희가 제대로 금을 제공하는지, 못 믿겠다는 뜻이잖아요?”

    “그,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금으로 주는 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 지구 국가와의 거래 대금이 금으로 굳혀지게 된다면, 로이아스 화폐의 존재 가치가 없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우리가 다른 나라로 진출할 때 금을 들고 다녀야 할 것이다.

    “뜻을 알겠습니다. 우선 이 일은 대통령 각하와 상의를 해보도록 하죠.”

    금본위의 경우 화폐가치가 금시세에 따라 가치가 변동된다는 점이 특징이지만, 화폐의 신뢰도는 상당히 높다.

    이는 로이아스의 화폐가 지구에 빠르게 정착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한데, 화폐 이전에 우리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금을 교환 받을 수 있을지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금본위로 시작해서 최종적으론 금본위를 폐지하고 일반 화폐제도로 전환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에 작은 금괴를 올리며 말했다.

    “이게 로이아스 대륙의 금입니다. 이미 확인해 봤지만, 지구의 금과 똑같습니다. 가져가셔서 체크 해 보시죠.”

    내 말에 장관이 수행원에게 금을 챙기도록 했다.

    이어서 나는 공장의 기계화와 의료, 문화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한국에선 의외로 우리의 무기에 관심을 가졌다.

    “혹시 전투기나 기간트를 구매할 수도 있을까요?”

    안 될 것 없지.

    군수 산업은 돈이 되고, 더구나 우리의 기술은 마법을 기초로 하고 있어 그들이 모방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언제 한번 날짜를 잡아서 시연회를 하도록 하죠.”

    ***

    52. 테러

    요르단을 중심으로 이라크와 시리아, 터키, 이스라엘까지 중동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신 이슬람 연방, 바르삭은 S급 능력자 5명을 중심으로 나라가 운영되고 있다.

    모래가 흩날리는 이라크 사막 위, 낡은 도시.

    반쯤 폐하가 된 그 도시에 바르삭의 다섯 지도자 중 한 명인 2군 사령관 카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카말은 쇼핑몰로 사용되던 건물을 군사령부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1층 가장 안 쪽에 위치한 상가가 그의 개인 집무실이었다.

    “사령관님!”

    사령관실로 어깨에 소총을 짊어진 한 청년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30대 중반의 카말은 그런 청년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알리, 너도 이젠 고위 간부니까 호들갑 떨지 말랬지?”

    지금은 바르삭이 중동 최대의 세력이라 불리고 있지만, 주요 구성원 대부분이 교육이나 정치와 거리가 먼 젊은 요원들이었다.

    알리란 이름의 A급 능력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이내 무언가를 떠올리곤 다시 호들갑을 떨었다.

    “그게 아니라, 손님이 왔어요!”

    “손님? 누군데?”

    “중국인들인데, 의뢰하고 싶은 게 있데요.”

    중국이란 말에 카말은 의문을 표했다.

    초토화된 중동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국가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강대국이다.

    더구나 중국은 바르삭의 적이면 적이지 결코 같은 편이라 보기 힘들었다.

    “얼마 전에 UN본부 앞에서 주석이 테러당했다고 수작 부리는 거 아냐?”

    “아니에요, 금을 한가득 갖고 왔어요. 의뢰를 들어주면 10배는 더 주겠다는데요?”

    “금? 얼마나 되는데?”

    “200kg정도?”

    “뭐?”

    엄청난 양에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수색 전부 끝냈어요. 일단 만나 보는 게 났지 않을까요?”

    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내색을 보이다가 이내 금괴가 가져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몸수색 한 번 더 하고, 대표자만 지하벙커로 데려와.”

    “네!”

    웬만한 공격 정도로는 S급 능력자인 그를 위협할 수 없지만, 신중한 그는 항상 만약을 대비했다.

    잠시 후 그는 자신을 만나기를 바랬던 중국인과 대면할 수 있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느낌.

    하지만 능력자는 아니었다.

    굳이 따지면 특수 요원 같은 느낌이랄까?

    눈꼬리가 하늘로 승천할 것처럼 날카로운 눈매의 중국인이, 능숙하게 아랍어로 인사를 건네왔다.

    “반갑습니다. 저는 리쮠이라 합니다.”

    “반갑소, 바르삭 2군 사령관 카말이오.”

    “유명한 카말님을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긴말 필요 없고 용건만 꺼냈으면 좋겠군.”

    카말의 차가운 태도에 그는 발아래 가방을 꺼내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가방을 열자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금괴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게 20kg이고 저 끌차에 180kg의 금괴가 더 있습니다.”

    의뢰의 내용을 듣지 못했지만, 거금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을 느낀 카말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물었다.

    “암살 의뢰인가?”

    상대는 고개를 내저었다.

    당연히 이만한 거금을 걸 정도면 고위 인사의 암살 의뢰일 것이라 생각했던 그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어진 리쯴의 대답에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로이아스 대륙, 마드세인 제국의 아르비스 대공의 영주성을 날려 달라는 테러 의뢰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목표의 위성사진을 건넸다.

    “이 큰 걸 무슨 수로 날리겠나.”

    “충분히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리쯴의 은근한 물음에 카말은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들이 가져온 단가에 맞추려면 불가능해. 당장 로이아스 대륙에 침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런 대형 시설을 날리려면 그만큼 비싼 무기가 필요하거든.”

    “어느 정도를 원하십니까?”

    “오늘 가져온 것에 30배분.”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죠.”

    그에 카말은 만족스런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리쯴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신다면, 훨씬 더 많이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뭐?”

    “대신 성명은 내지 마셔야 합니다.”

    카말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금 위성사진을 바라보았다.

    “아르비스 대공이란 인물이 주석과 사이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할 정도인가?”

    어차피 로이아스 대륙은 바르삭에게 침략자로 낙인이 찍힌 새로운 적이다.

    오히려 돈을 받고 일을 벌인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핵무기까지 사용하길 원한다는 것은 쉬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자칫 이일을 계기로 대륙 간의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주석 각하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주석이 이번 일의 의뢰인이란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치지.”

    “그는 중국의 자존심을 짓밟았습니다. 이건 그에 대한 응징이죠.”

    “단지 자존심 때문에 그렇다?”

    “맞습니다. 중국은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한 나라거든요.”

    중국의 프라이드가 아니라 주석의 프라이드겠지.

    카말은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

    테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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