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38화 (138/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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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통령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이 그런 것을 어쩌겠습니까? 저희는 로이아스 대륙이 지구의 새로운 구성원임을 인정합니다.”

    UN사무총장도 그의 말에 동감했지만, 중국 주석의 표정은 애매했다.

    “사실 오늘 오전 총회를 통해 여러분을 지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각국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결과 과반수 이상의 국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총회에 통과가 되었죠. 그리고 안보리에서도 총회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아 그래서 대사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건가?

    “감사합니다.”

    뭐 지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겠느냐마는 그래도 평화적으로 그들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 것은 나쁘지 않은 징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흰 여러분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구의 대부분 국가들은 로이아스 대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만큼 경계하고 있죠.”

    “이해합니다.”

    그들의 우리에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주제 파악 못 하고 은연중에 우리를 깔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방금 주석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구인들과 싸우기 위해 이 세계로 온 것이 아닌지라, 그냥 넘어가 주는 것뿐이다.

    이것만으로 ‘그래? 죽어!’이러긴 약하니까.

    그런데 언제고 악플러들에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제부턴 서로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내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요구사안을 꺼냈다.

    “일단 로이아스 대륙 자체가 다른 세계의 일부인 만큼 각종 자원을 분석하고 싶습니다. 샘플 채취를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의 구성 물질 중에 저희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는지를 찾고 싶습니다.”

    내 대답에 그들은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로이아스 대륙엔 구역에 따라 출입이 불가능 곳도 있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저흰 로이아스 대륙의 규칙을 존중합니다.”

    이어서 기초 산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로이아스 대륙 에너지의 주체가 되는 것은 마나라는 대기 중의 기운입니다.”

    “마석에서 검출되는 에너지와 비슷한 건가요?”

    “네, 마물을 통해 얻는 마석과 일맥상통한 기운이죠. 저희는 이 에너지를 가공해 전지 형태로 사용하는데, 가공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한번 가공을 하게 되면 대기의 마나를 자체 수집하여 재충전이 되기 때문에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주로 화학 연료를 사용하는 지구의 에너지 효율은 극악하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그들은 마석조차 분해하여 연료로 사용하는 만행을 벌이고 있다.

    마석으로 얻을 수 있는 연료가 아무리 많다고 해봐야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무공해 기관과 비교가 되겠는가.

    “만약 여러분이 이 체계를 받아들인다면 에너지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대기 오염도 해소할 수 있겠죠. 애초에 소모형 에너지는 비교 상대가 아닙니다.”

    얼마든지 전기로 변환할 수 있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 기관.

    아마 지구에 로이아스 마력 전지가 자리를 잡게 된다면 초기엔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가정에 하나씩만 놓으면 스스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 지구의 에너지 산업 자체가 죽고 우리가 에너지 산업을 주도하게 되니까.

    내 설명에 대통령과 주석, 사무총장을 비롯해 물론 각국 대사들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산유국 대사 표정이 압권이었다.

    “에,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하죠. 이건 파급력이 너무 커서 이 자리에서 정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뭐, 그냥 그런 게 있다고 제안만 해본 겁니다. 에너지가 민감한 이야기라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묵직한 훅이 들어오니 정신이 아득해질 법도 하다.

    괜히 경계심만 더 높아진 느낌.

    이어서 나는 그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이야기를 건넸다.

    “참고로 저는 지구의 산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문화산업은 물론, 기계, 전자, 통신 등 첨단산업까지 말이죠. 저희는 마법이란 편리한 힘을 갖고 있지만, 산업기반이 마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편의 물품의 단가가 비싸거든요. 애초에 마법은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당장 라디오 하나만 해도 평민의 한 달 임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에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의 표정이 눈에 띄게 호의적으로 변했다.

    특히 주석의 태세 변화는 놀라울 지경.

    “하지만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죠. 에너지 산업이 아니라도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사업이 많으니,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어서 로이아스 대륙과 지구 간에 서로 득이 될만한 것을 찾아 협의를 이어갔다.

    하이랜드의 자연정화 사업은 중국 주석과 UN사무총장이 큰 관심을 보였으며, 공간이동 마법을 활용한 운수 사업과 우주 항공산업은 모두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하지만 첫날의 회의는 각자의 의사만 확인하는 형태로 끝이 났다.

    아마 제대로 된 협의까진 시간이 꽤 필요할 듯하다.

    *

    51. 교류

    “여성 모임은 어땠어?”

    길고 긴 1일 차 회의가 끝이 나고 그날 밤에 이어진 파티.

    나는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루시엘라의 허리를 잡아끌며 물었다.

    이런 우리의 모습에 지구 측 VIP들은 얼굴을 붉히며 수군거렸는데, 정작 이쪽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딱히 특별할 것 없었어. 뭔가 잔뜩 준비는 한 느낌인데, 주로 감상하는 것 위주여서. 시간 때우기 용이랄까?”

    여황제인 실비아, 아이리와 달리 아르비스 대공령 안주인 포지션인 루시엘라의 감상이 이 정도면 다른 두 사람은 더욱 지루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차라리 회의에 참여하는 게 편할 거에요.”

    앳된고 귀여움이 남아 있는 얼굴.

    그러나 얼굴과 상반되는 풍만한 가슴이 남성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실비아가 내게 다가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어서 루시엘라의 허리에서 팔을 뗀 내게 성녀가 샴페인이 담긴 잔을 건네왔고 나는 그것을 마시며 답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부인들과 지구의 술과 다과를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엘프 퀸이 테라시아와 함께 다가왔다.

    “세 부인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수년째 끄떡없다는 정력왕 아르비스 대공도 많이 지쳐 보이는군. 지구인들이 제법인걸?”

    엘프퀸의 서슴없는 말에 세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각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거 미리 준비 멘트입니까?”

    내가 미간을 좁히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지나가는 웨이터의 쟁반에서 포도주를 낚아채며 말했다.

    “주변의 시선이 따갑군. 더구나 시선에 불쾌한 감정이 담겨 있어서 짜증이 나. 연방제국의 파티에 참석해도 이런 느낌은 아닌데.”

    “우리 쪽에선 여러분의 대단함을 아니 함부로 이상한 생각을 못 하는 거죠.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있어서 저희는 구시대적인 문화를 가진 세력이니까요.”

    그나마 군사력이 받쳐준다는 생각 때문에 막 대하지 않는 것뿐이다.

    멀지 않은 곳에 언제 친해졌는지, 마왕들이 로엘제국의 황제 내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로엘제국의 황제는 잔뜩 굳어 있고 마왕들이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나름 괜찮은 풍경이란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여인들을 향한 시선도 시선이지만 자네를 향한 시샘도 강한 듯한데?”

    엘프퀸이 작게 실소를 흘리자 나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세 부인과 엘프퀸, 호위인 테라시아와 마그누스까지.

    생각해보니, 아름다운 여인 속에 파묻혀 있는 꼴이다.

    “나이도 지긋한 양반들이 참.”

    파티는 제법 규모가 컸는데, UN대사들과 미국 정치인, 초청 사업가가 대부분이었다.

    군데군데 벤처기업 사장인지, 아니면 참가자의 가족인진 몰라도 몇몇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다른 건 어떤지 몰라도 로이아스 대륙의 미색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여인들 틈에 둘러싸여 저도 시시덕거려보고 싶군요.”

    “응?”

    무슨 작전 회의를 하는지, 아니면 주인공이란 티를 내고 싶은 건진 몰라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 UN사무총장은 현재 파티장 내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 로이아스 측과 나머지 지구 측 인물들 간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는데, 그 벽을 뚫고 동양인 청년 한 명이 다가왔다.

    180cm을 달성하여 꿈의 키를 갖게 된 나보다 10cm는 낮은 눈높이, 불룩 튀어나온 배와 욕심이 가득 담긴 볼살은 북한의 옛 지도자를 보는 듯했다.

    그냥 얌전히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면 반갑게 맞이를 해줄 텐데, 시비를 거는 듯한 말투에 나는 표정을 구기고 말았다.

    그런데 녀석이 나를 지나쳐 루시엘라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아가씨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날 불쾌하게 만드는 청년의 행동에 파티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루시엘라는 기도 차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내게 물었다.

    “뭐야, 이 덜떨어진 녀석은?”

    신랄한 그녀의 반응에 나는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녀석은 뭐가 씌었는지 루시엘라의 차가운 반응에도 꿋꿋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 위원회의 위원인 시껀깡입니다.”

    “풉.”

    이름 한번 독특하네.

    옆에서 코웃음을 흘리는 성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물었다.

    “시 주석님의 아드님입니까?”

    그제야 녀석은 루시엘라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국가 지도자의 아들입니다.”

    아무래도 녀석은 루시엘라의 자태에 홀린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주석의 아들이란 놈이 이렇게 멍청하게 행동할 리는 없으니.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녀는 제 부인입니다. 무례하다고 생각 안 하십니까?”

    하지만 녀석은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 이름을 물었을 뿐입니다만? 뭐가 잘못됐습니까?”

    “그럼 로이아스 대륙의 지도자들을 그냥 지나쳐 제 마누라에게만 손을 뻗으며 이름을 묻는 게 잘못되지 않은 것 같아요?”

    “네.”

    그에 녀석과 일행으로 보이는 중국인 몇 명이 웃었다.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차갑게 말했다.

    “경고입니다. 좋게 말할 때, 일행에게 돌아가세요. 이 문제는 시 주석께 직접 항의하겠습니다.”

    내 대응에 녀석은 루시엘라를 바라보다가 다시 날 보며 비웃듯 대답했다.

    “제가 왜···.”

    녀석은 비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했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왜냐면 루시엘라가 귀찮은 듯이 휘두른 손에 따귀를 맞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건 평범한 따귀가 아니었다.

    팍!

    휘이휙!

    손을 가볍게 내저었을 뿐인데, 육중한 덩치의 녀석이 만화처럼 빙글빙글 돌며 날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5미터는 날아가 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위원님!”

    덕분에 중국 측 인사들은 난리가 났다.

    개중엔 S급 능력자로 보이는 경호원 다수가 껴있었는데, 녀석들이 다가오려 하자, 마그누스와 테라시아가 앞으로 나섰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UN주재 중국 대사의 외침에 나는 루시엘라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너무도 태연하게 미안하단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분이 유부녀인 제게 치근덕거려서요. 자신은 중국 지도자의 아들이다 뭐다 하면서 자꾸 다가오는데 무서워서 뺨을 때리고 말았네요. 생긴 게 로이아스의 오크란 몬스터와 너무 닮아서 그만···.”

    이 중에 오크가 어떻게 생긴 몬스터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지구에서도 전이를 통해 나타나는 흔한 몬스터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게 안 때린 거 같은데, 왜 저렇게 요란하게 날아가신 지 모르겠네요. 이분 소개가 너무 복잡해서 못 알아들었는데 배우신가요?”

    그에 나를 비롯한 로이아스 측 인사들뿐만 아니라 지구 측에서도 많은 사람이 입을 가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UN주재 중국 대사를 비롯해 중국 측 인물들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루시엘라가 청순하게 생겼어도 성격은 굉장히 센 편이다.

    그녀가 이러면 안 되냐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자, 나는 잘했다며 루시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교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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