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36화 (13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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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두 영어로 인사말을 준비해 온 것 보면 대화의 의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긴 하군.”

처음 그들이 등장하면서 영어와 한글로 안내문을 띄웠던 만큼 지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여겼다.

간단한 인사와 자기소개뿐이긴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크다.

다들 봉건 국가의 지도자인 만큼 괜히 딱딱하고 자기중심적인 인물들일 거라 추측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미국 대통령의 혼잣말에 귀가 밝은 루이스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따로 인사를 준비해온 게 아닙니다. 통역이 되는 마법장비를 사용한 거죠.”

로이아스 대륙은 공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역 아티팩트가 필요 없다.

통역 마법은 인간끼리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몬스터 또는 동물과의 교감을 시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마법장비요?”

“네, 그렇습니다.”

통역이 가능한 마법 장비라니 대통령은 놀라움을 표했다.

“번역마법은 같은 말을 사용해도 직접적으로 이해가 되기 때문에 언어에 따른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조약을 맺을 때 영상을 찍어 놓고, 번역마법을 사용하면 그 사람이 하고자 했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죠. 나중에 가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거참, 유용하군요.”

마법의 정치적 활용이란 걸까?

미국 대통령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럼 UN본부로 모시겠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방탄차에 탑승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호위분들은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는지요.”

호위까지 신경 써주는 것은 너무도 고마운 일이지만, 루이스는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호위들의 차량은 됐습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따라올 겁니다.”

“네?”

미국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들 특수장비를 착용하고 있거든요. 맨몸으로도 차량을 쫓아 오는데 문제없습니다.”

“그렇··· 습니까?”

이번에도 마법인가?

어떤 식으로 따라온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상대의 호위를 떼어 놓을 수는 없는지라, 어깨를 으쓱였다.

이어서 루이스를 로이아스 대륙의 VIP들은 국악대의 연주 속에 방탄차량 4대에 나눠탔다.

그리고 차가 서서히 이동하는데, 그 차량 주변을 둘러싼 기사와 마법사들이 바닥에서 50cm정도 떠올라 차량과 같은 속도로 따라왔다.

“허···. 보면 볼수록 놀랍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표하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장비는 현존 기술로 생산이 불가능하다.

물론 하늘을 나는 능력자는 꽤 있지만, 능력을 사용하는 것과 간단히 장비를 이용해 날아오르는 것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저 장비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헌터들만으로 공중 마물을 처리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듣기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마법은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마법이란 거 정말 편리해 보이는군.”

대통령의 혼잣말에 앞자리에 앉은 국방부 장관이 답했다.

“하지만 현존하는 경제 체제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산업 전반에 마법이 더해지며 큰 변혁을 가져올 텐데, 이를 마냥 기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번 일로 얻는 것이 많을지 잃는 것이 많을지 제대로 계산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니.

분명 로이아스 대륙의 마법은 지구의 경제 체제를 초토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당장 동력을 자가 충전 기능이 있는 마력석으로 대체하여 사용한다면 지구의 에너지 사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각종 전자 장비의 역할을 아티팩트가 대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려하는 것과 반대로 지구의 제품이 로이아스 대륙을 점령할 수도 있었다.

현재 로이아스 대륙의 인구수가 대략 15억 정도라고 했으니, 로이아스 대륙 전체를 지구화시킨다면 엄청난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지구의 산업체계가 반대로 로이아스화 될 가능성도 있지만 말이다.

“그거야 조율하기 나름이지, 그 일을 하기 위해 이 자리가 마련된 것 아닌가.”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이 원래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었나 싶어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뉴욕 공항에서 UN본부까지 그리 멀진 않다.

UN본부로 향하는 길목엔 이 세계인을 구경나온 시민들과 언론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VIP차량을 경호하며 날아가는 로브 차림의 마법사와 풀플레이트 아머의 기사를 보며 환호했고,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다행히 카메라 플래시에 대한 이야기는 사전에 고지받았는지, 기사들이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일은 없었다.

“침략자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개중엔 괜히 시위하며 신경을 긁는 사람들도 존재했는데,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려 하면 바로 경찰들에게 제압되었다.

시위란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로이아스 대륙인들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모두들 통역 아이팩트를 착용하고 있는지라 그들의 주장을 알아들었는데, 루이스는 피식 웃음을 흘렸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황당해했다.

그래도 루이스로부터 이 세계의 사회에 대해 교육을 받은 만큼 결국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오히려 지구 측 인사들이 뒤늦게 통역 마법이란 것을 떠올리며 당황해야 했다.

잠시 후 그들을 태운 차량은 UN본부에 도착했다.

UN본부 주변은 차도까지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일반시민들은 접근할 수가 없었다.

다시금 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리고 로이아스 대륙의 지도자들은 UN본부 빌딩 앞에서 미국 대통령, 중국 주석, UN사무총장 내외와 함께 이동했다.

거대한 빌딩을 보며 로이아스 대륙인들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 모습이 마치 시골에서 상경한 촌사람처럼 여겨졌지만, 그보다도 차량에서 내린 로이아스 대륙 지도부의 미모에 압도되어 헛소리를 입에 담는 사람은 없었다.

밝은 분위기와 압도적인 미인들의 등장으로 긴장이 느슨해진 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후우욱!

UN본부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의 빌딩 유리가 터져나가며 붉은색으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줄줄이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말도 안 된다며 눈을 부릅떴다.

“미사일이다!”

그것은 길이 1.2미터 크기의 유도 미사일이었다.

경호원들은 급히 자신들의 VIP들을 도로 차량에 때려 박았으나, 로이아스 대륙인들은 태평하게 자리를 지켰다.

“요격해!”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군용차량의 요격탄 헤드가 돌아갔으나, 미사일이 너무 근거리에서 발사된 지라 반응하기도 전에 지나쳤다.

날아든 미사일의 수만 무려 10기.

아주 단단히 작살을 내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수량이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주변 탐색을 안 했을 리도 없고, 이건 내부에 소통자가 있다고 봐야겠네요. 아무래도 우릴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

“자신들의 지도자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히 다른 세력일 수도 있죠.”

루이스의 말에 테라시아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마그누스가 날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피하십시오!”

미국 측 경호원들이 급히 소리쳤으나, 그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무색하게 미사일은 우리에게 닿기도 전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엉?”

누군가의 멍청한 의문과 함께, 주변에 침묵이 감돌았다.

방금까지 요란하게 울려 퍼졌던 미사일 추진음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상황.

동시에 엘프 측의 8클래스 마법사 두 명이 모습을 감추더니, 이어서 박스 형태의 포대를 들고 나타났다.

“탐색 마법을 사용했지만, 범인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미사일은 사전에 설치해놓고 조작은 무선으로 한 모양이다.

이어서 루이스는 미국 대통령이 있는 차량의 문에 노크했다.

“안 들어갑니까?”

그에 미국 대통령은 차 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경호원을 방패 삼아 내리며 말했다.

“어, 어서 안으로 들어가죠. 본부 지하 벙커에도 회의장이 있습니다.”

잔뜩 겁을 먹은 대통령을 보며 루이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상태를 보아 제대로 회의가 진행될지도 의문이었다.

“주변 탐색은 다시금 철저히 하겠습니다. 불쾌한 경험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대통령께서도 같이 위험했으니까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미국 대통령과 UN사무총장, 중국주석 내외는 도망치듯 UN본부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로이아스 대륙의 지도자들은 끝까지 품위를 잊지 않고 여유롭게 행동했다.

덕분에 누가 주인이고 손님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

[로이아스 대륙 대표들과의 회동 첫날, UN본부앞 미사일 테러가 발생!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로이아스 대륙의 대표들은 물론, 미합중국 대통령과 UN사무총장, 중국 주석까지 목숨이 위험했던 상황.]

[백악관: 현재 범인 추적에 힘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끔 사전 탐색을 더욱 철저히 진행하겠다. 놀랐을 로이아스 대륙의 대표와 주석 내외, UN소속 모든 분께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미 정부 내부에 협조자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 자칫 대륙간의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로이아스 대표들의 이동 경로에서 그들을 침략자라 칭하며 시위하는 등 잡음이 많아···.]

[미사일을 간단히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의 힘이란? 헌터의 능력과 어떻게 다른가.]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테러와 더불어 로이아스의 미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dsfj***: 알라를 위하여!

-ppap***: 아직 녀석들의 짓이라고 안 밝혀졌어. 이건 미국 내부에 적이 있다고 생각해야 맞을 듯.

-wiee***: CIA짓 아님? 걔네가 몰랐다는 게 말이 돼?

-ejon***: 영화를 너무 본 거 아니냐? CIA가 그런 짓을 왜 해?

-topo***: 이걸로 평화로운 협의는 물 건너 갔구만. 로이아스에선 분명 문제 삼을 텐데. 걔네 단순해서 계속 범인 잡아 오라고 생떼 쓸 거 같다.

-repl***: 걔네가 단순한지 어떻게 알아? 만나 봄? 그리고 범인은 잡을 수 있으면 당연히 잡아야지.

-topo***: 뻔하지, 아직도 왕정 정치를 하는 곳인데 ㅋㅋ

you8***: 와, 마법 진짜 대단하다. 나중에 로이아스 대륙에 출입이 자유로워지면 배울 수 있으려나?

-boem***: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거면 로이아스 사람들 전부 마법사겠다.

-repo***: 원래 귀족들은 평민에게 제대로된 교육을 제공하지 않잖아. 그래서 못 배운 걸지도 모르지.

-sos1***: 그거야 지구 기준의 판단이고, 쟤넨 다를 수도 있어.

buot***: 처음에 로이아스 대륙의 대표라면서 나온 녀석은 얼굴마담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듯. 부인들 봤어? 여황제에 성녀, 엘프까지. 완전 만화 속 주인공 포지션 아님?

-rrrr***: 걔가 한국에서 S급 마물로 지정됐던 녀석이잖아. 마물등급 S급이면 헌터의 SS등급 수준이니, 능력자긴 하지.

-4423***: 와, 씨발! 엘프 개쩌네. 진짜 엘프란 명칭이 미의 대명사인지 알겠다. 엘프퀸은 살짝 여물지 않은 소녀 같은 느낌인데, 대륙 대표 부인은 모든 걸 다 갖췄다.

-urew***: ㅋㅋ 대륙 대표란 녀석 취향이 보인다. 부인들 가슴 사이즈들이 상당한데? 특히 가운데 키 작은 여자는 무슨 멜론을 달고 있냐.

-amer***: 인정 ㅋㅋㅋ

협의가 시작되기 전, 잠깐의 대기시간을 맞이해 테이블에 마련되어 있던 태블릿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던 나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반응들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왜 이렇게 인터넷 반응들이 천박하지?”

제대로 된 댓글보다 이상한 어그로성 댓글이 더 많다.

느닷없이 내 와이프들의 사진을 보며 발정하는 새끼들도 있고, 나를 욕하거나 로이아스를 저주하는 등, 잊고 살았던 이 세계가 이렇게 수준이 낮았나 싶을 정도다.

분명 교육 수준만 보면 로이아스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인데, 왜 이렇게 악의로 가득 찼을까.

“무얼 그리 보고 계십니까?”

그런 나를 향해 한 동양인이 다가와 물었다.

현재 나는 통역 아티팩트를 사용한 상태인지라 상대가 어느 나라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는 대한민국 UN 주재 대사인 성동욱이라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르비스 전하.”

“반갑습니다.”

예의 바른 인사.

나는 그와 악수를 나눴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회담 후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대한민국은 로이아스 대륙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아마 이건 그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지시겠지.

아무래도 그는 우리와 친선 노선을 타기로 마음 먹은 모양이다.

한국은 지구에서 보면 작은 나라지만, 기술 부분에선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진보한 나라다.

더불어 미우나 고우나 전생의 조국인 만큼 다른 나라들보다 친밀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혼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죠. 사과를 겸해 대사님의 요청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내 대답에 그는 더없이 만족스런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어서 기회를 보던 일본 대사도 다가왔는데, 이상하게 그는 눈빛부터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형식적으로 대했다.

전생에 한국인이었기에 일본 정부측 인물을 꺼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딱 봐도 한국과 대하는 태도가 다른 내 모습에 일본 대사는 얼굴을 붉히다가 결국 소득 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일본이 물러나자 이번엔 캐나다, 호주, 태국 순으로 대사들이 다가왔다.

부인들은 영부인이 마련한 친목회에 참석하고 지금 내 주변엔 로엘 제국의 황제와 엘프퀸, 억압의 마왕 데이라가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에 내가 제일 만만하게 생겨서인지, 아니면 대륙 대표여서인진 몰라도 계속 내게만 말을 걸어왔다.

UN 뉴욕 본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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