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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35화 (13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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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 일주일 만에 비로소 회담 일정이 잡히다니···.

    “엄청 굼뜨네.”

    “그들도 혼란스럽겠지. 이해해 주게나.”

    내가 혀를 차자 테라시아가 인자하게 답했다.

    “인터넷 반응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던데요.”

    나는 집무실 책상에 떡하니 자리 잡은 컴퓨터로 인터넷 기사를 살피며 퉁명스레 답했다.

    컴퓨터는 아르비스 대공령 집무실에 놓여 있지만, 랜선은 워프 게이트로 인천의 집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다.

    덕분에 수시로 지구인들의 반응을 살폈는데, 그간 아주 가관인 기사와 성명들을 접하면서 꽤나 빈정상한 상태였다.

    그래서 일부러 군대를 눈에 띄게 움직이고 불만을 담은 성명까지 낸 것이다.

    만만히 보지 말라는 제스쳐를 취하고 나서야 늦어서 미안하다며 회담을 제안해오니,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국빈 대우로 크게 환영한다고 하지 않나, 서서히 입장의 차이를 좁혀가는 거지.”

    지극히 정론으로 할 말 없게 만드는 테라시아.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 국빈 방문은 부부 동반이라 하던데 세 여인을 모두 데려갈 생각인가?”

    “당연하죠. 그녀들은 정부, 첩 이런 거 없는 동등한 위치입니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현 지구의 사상으로 보면 그리 좋은 풍경은 아니겠지만, 우린 우리의 문화가 있는 법이니, 굳이 지구의 틀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국빈 방문은 나뿐만 아니라, 남부연합의 의장인 로엘 황제, 리모트랜드에 똬리를 튼 마족 대표인 마왕들, 하이랜드 연합의 엘프퀸이 참석하기로 했다.

    이런 우리를 환영해주기 위해 미국 대통령 내외와 중국 주석 내외, UN사무총장 내외가 참석할 예정이라 한다.

    “그런데 테라시아님은 안 가실 건가요?”

    “회담은 자네들에게 맡기지. 대신 엘프퀸의 호위로 참가할 생각이네.”

    “그렇군요.”

    나도 호위로 마스터와 대마법사들은 물론 마그누스를 데려갈 생각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헌터란 녀석들이 이상한 힘을 사용하니 주의하세요.”

    “겨우 마스터급이 자네의 방어막을 뚫었다지?”

    “그땐 방심한 것도 없잖아 있었죠.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내 방어막을 뚫었던 미르 클랜이란 녀석들은 S급 능력자 3명으로 구성된 소수 정예 길드라 한다.

    S급 능력자는 마스터 초급, 7클래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이고 세계에 단 둘뿐이라는 SS급 능력자는 아마도 8~9클래스 수준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전 세계 능력자가 한데 모인다고 해도 테라시아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언제나 만약을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조심하겠네.”

    사실 마왕도 함께 가고 마그누스도 있으니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깝다.

    “지구를 둘러본 소감이 어떠세요?”

    테라시아는 요즘 틈나는 대로 지구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다.

    내 물음에 그는 눈을 반짝이며 감상을 말했다.

    “흥미롭기 그지없어. 이 세계는 신이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더군. 그런데도 종교가 이리 성행하는 것이 신기하고, 기계와 전자 기술도 놀랍기 그지없네.”

    하이랜드는 대기 오염 때문에 에어커튼을 친다고 난리지만 적어도 그는 지구가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엘프들은 지구의 환경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는데, 엘프퀸은 자연을 이렇게 오염시키는 것도 능력이라며 비아냥댔다.

    그래서 엘프퀸은 지구에서 자연정화, 환경개선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문제는 지구의 과학력으로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인 만큼, 하이랜드의 사업은 아주 좋을 것 같다.

    현재 로이아스 대륙엔 4대 정령왕도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들은 가뜩이나 약화 된 능력이 지구의 환경으로 인해 더욱 약화되어 버렸다며 씁쓸해했다.

    정령들을 위해 하이랜드에 정령의 샘을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마도 그들이 정령계에 있던 시절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듯 보였다.

    정령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본래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정령사의 재능을 가진 사람은 정령의 숫자에 비해 아주 적었다.

    하이랜드에서 환경 관련 사업을 떠올린 것처럼 나도 많은 사업을 구상해 두었다.

    텔레포트, 워프게이트를 활용한 운송 물류 사업과 우주산업 등, 마법을 활용할 수 있는 고가치 사업들을 UN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해볼 생각이다.

    물론 우리도 통신망을 비롯한 그들의 산업을 받아들일 생각이다.

    로이아스와 지구의 인류가 서로 협력한다면 경제적 부흥과 함께 지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뭐, 결국 그것도 상대와 말이 잘 통할 경우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부디 대화가 원만하게 이어졌으면 좋겠군.”

    “그러게요.”

    ***

    현재 로이아스 대륙의 동쪽 끝인 하이랜드는 미국과 굉장히 근접해 있다.

    아마 로이아스 대륙이 지구의 일원이 된다면, 영해와 관련하여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배타적 경제수역이 엉망이 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한때, 알래스카로 피난했던 미해군 3함대는 로이아스 대륙 하이랜드 방면으로 배치되었다.

    사실 말이 로이아스 대륙 방면이지, 그곳은 샌프란시스코의 근해였다.

    “보입니다.”

    3함대의 기함인 USS시애틀호 관측원의 말에 함대 사령관 존스 제독은 쌍안경을 꺼내 들었다.

    제독은 허공을 부유하며 다가오는 비공함대를 볼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녀석들이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지어야 했다.

    “진짜 있었군요. 비공함대란 것이.”

    “지금까지 위성 영상으로도 봤잖나.”

    그에 부함장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야 실제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죠. 저 함대는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라면 명백한 저희의 영해에 들어서게 될 텐데요.”

    “아니, 영해엔 들어서지 않을 거다. VIP함과 호위함 2척만 입항이 허락되어 있거든.”

    현재 영해는 불분명한 상태지만 회견을 앞둔 그들 입장에서도 괜한 마찰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나머진 이곳에 대기하는 겁니까?”

    “아마도.”

    “뭔가 무섭네요.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 공격이 날아올까 봐요. 저들은 레일건이 기본 무장이라면서요?”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미해군 함대 사령관으로 자긍심이 강한 그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상대 함대를 바라보았다.

    눈에 들어온 비공선의 수만 무려 70대.

    그 중엔 항공모함으로 보이는 함정도 3척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저런 게 어떻게 하늘을 나는 건지.”

    마치 바다를 유영하듯 매끄럽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저 허공에 띄워 두기만 한 배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적 함대 정지합니다. VIP함으로 보이는 소형 전투함 한 척과 대형 전투함 두 척이 영해로 다가옵니다.”

    “혹시라도 상대를 자극할 생각 말라고 전해. VIP함 건드는 순간 바로 전쟁일 테니.”

    “알겠습니다.”

    이어서 쌍안경을 쓰지 않아도, 뚜렷하게 보일 정도의 비공선들이 3함대를 향해 다가왔다.

    일반적이라면 상대와 통신이라도 나눠보겠지만, 애석하게도 로이아스 대륙은 지구와 통신 체계가 달라서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방법이 없었다.

    “VIP함은 딱봐도 VIP란 느낌인데요? 멋지네요.”

    감탄사를 터뜨리며 호들갑을 떠는 부함장의 모습에 함장은 콧방귀를 뀌며 날카로운 단검에 날개를 달아 놓은 것 같은 화려한 비공선을 바라보았다.

    슬쩍 레이더를 살피니, VIP함은 자체 스텔스 기능이 있는지 굉장히 작은 크기로 잡혔다.

    “마음에 안 드는군.”

    그대로 자신들의 머리 위를 순식간에 지나치는 3대의 비공선을 보며 중얼거렸다.

    “와, 상당히 빠르네요.”

    옆에서 계속 ‘와와’ 거리던 부함장은 결국 제독에게 조인트를 맞고 말았다.

    잠시 후, 그보다 상공에서 미공군의 전투기 한 대가 내려오며 몸체를 흔들었고, 3대의 비공선은 그 전투기를 따라 고도를 높였다.

    ***

    “굳이 저렇게 육중한 전투선을 영토에 들일 필요가 있습니까?”

    국방부 장관의 물음에 미국의 대통령 마이크는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으로 들어서는 거대 전함들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저들은 여객기가 없다고 하지 않나?”

    “쯧, 역시 문명도가 낮은 모양입니다.”

    “저 전함들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로이아스에선 전투용과 관광용을 제외하면 여객용 비행기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하지 않나. 공간이동 덕분에 말이야.”

    이번에도 공간이동으로 입국하겠다는 것을 겨우 막은 것이 이 형태다.

    로이아스 대륙의 VIP입장에선 안전하고 빠른 공간이동을 대신해 불편하게 비행을 하게 된 것이니, 자신들의 입장을 많이 헤아려 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잠시 후, 전함의 문이 열리며 망토를 두른 육중한 갑옷차림의 기사와 화려한 로브차림 마법사들이 내리를 것을 보며 여기저기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평범하게 멋들어진 갑옷이었으나, 이들 입장에서 저렇게 육중한 풀플레이트 아머는 헌터들도 안 입는 구시대적인 무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들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아챈 경호팀장의 말에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눈을 크게 떴다.

    “모두가 S급 이상의 능력자입니다. 중간중간 SS급으로 보이는 능력자도 있군요.”

    미국 대통령 경호팀장은 S급 전투 능력자이면서도 파장의 색상으로 상대의 능력치를 판별할 수 있었다.

    그런 인물이 족히 40명은 될법한 호위 병력들을 모두 S급 이상의 능력자라고 하자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인물들이 하나같이 당황했다.

    덕분에 비웃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로이아스의 경호병력이 환영식을 위해 대기 하고 있던 의장대를 감시하듯 주변에 포진했다.

    이어서 VIP선의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몇 번이고 보아온 로이아스 대륙의 이주 대표 루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예정대로 군악단의 팡파르가 울렸다.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더 어려 보이는군요.”

    “듣기로 로이아스는 봉건사회라던데, 혈통이 좋은 것 아닐까요?”

    “그럴까요?”

    이어서 그의 뒤를 이어 눈이 번쩍뜨일 미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

    의복의 양식은 달라도 하나같이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여인들은 남성들의 시선을 강탈하기 충분했다.

    덕분에 군악대의 연주가 흔들릴 정도였다.

    3명의 여인은 루이스의 옆에 나란히 서서 걸음을 옮겼는데, 하나같이 아름다운 미색을 자랑했지만 그 중에서도 뾰족한 귀를 가진 여성은 미의 여신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말로만 듣던 엘프란 종족 같습니다.”

    “엄청나군요. 전 세계 연예계가 난리겠는걸요?”

    “그런데 설마 저 세 여인이 모두 이주 대표의 부인인 건가요?”

    “봉건 제도가 기본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남성들은 하나같이 루이스를 바라보며 부러움을 표했다.

    그것은 나이와 신분 상관없이 모든 남성들의 공통적으로 품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미인의 등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호위로 등장한 마그누스와 테라시아.

    색욕의 마왕 셀레나, 엘프퀸 그리시아까지 넋 놓을 만큼 아름다운 미녀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덕분에 로엘제국의 황제와 황후가 굉장히 평범해 보였다.

    아름다운 꽃들이 공항을 장식하자, 로이아스 대륙에 대해 품고 있던 감정 속에 신비함이란 단어가 무게를 더했다.

    “미국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국 대통령 마이크 모트입니다. 이쪽은 제 부인인 케이트입니다.”

    “반갑습니다. 로이아스 연방 제국의 의장이자, 대륙 협력기구의 총장인 루이스 로이드 아르비스 대공입니다. 여기 아름다운 세 여인이 제 부인이죠.”

    혹시나 싶었는데, 3명의 여인이 모두 그의 부인이었다.

    이어서 루이스는 차근차근 자신의 부인들을 소개했다.

    “엘븐킹덤 왕위계승 서열 3위의 루시엘라 전하입니다. 마드세인 제국의 여황제 실비아 폐하입니다. 이타루스 신성제국의 여황제이자 성녀인 아이리 폐하입니다.”

    엘프는 왕족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여황제.

    여성들의 신분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막상 거창한 소개를 들어도 그것이 얼마만큼 대단한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입장에선 그저 형식적인 미소를 짓는 것 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어서 미국 대통령도 하이랜드 대표인 엘프퀸과 마족 대표인 마왕들, 상대적으로 친밀하게 느껴지는 남부연합 대표인 로엘 제국 황제 내외와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인사밖에 안 했음에도 지치는 것은 왜지?”

    이계인들과의 회담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미국 대통령의 혼잣말에 UN사무총장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동의를 표했다.

    UN 뉴욕 본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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