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34화 (13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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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성공적인 지구로의 이주 후.

다시금 인천을 방문한 나는 가게 문을 닫는 어머니의 등을 조용히 두드렸다.

“으악!”

어머니는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고,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지원이?”

“나 또 왔어.”

머쓱한 인사에 어머니는 냉큼 나를 안았다.

지금 나는 전생의 모습을 빌린 상태였다.

“일단 집으로 가자.”

3년 전 짧은 재회 끝에 다시 만난 것인 만큼 어머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다.

어머니는 한참 동안 가게 앞에서 재회의 기쁨을 누리고는 나를 데리고 예전에 살던 빌라로 데려갔다.

“왜 아직도 여기 살아? 근처에 좋은 집도 많을 텐데.”

“네가 못 찾아올까 봐 그랬지.”

“어휴, 괜한 걱정. 전화번호는 안 바꿀 거 아냐. 그럼 물어서 찾아오면 되지.”

‘그런가?’ 하면서 순박하게 미소 짓는 어머니를 보며 나도 따라 웃었다.

“오늘 연설 어땠어? 오니까 방송 많이 나오던데.”

“무슨 연설?”

루이스의 모습을 짧게밖에 보여주지 않아서 기억을 못 한 모양이다.

“태평양에 솟아난 신대륙 있잖아.”

“응.”

“내가 거기 대표로 연설했잖아.”

“그 잘생긴 청년이 너였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어머니는 정말 놀랐다며 입을 틀어막았다.

“돌아오겠다곤 들었는데, 설마 이런 식일 줄은.”

죽었던 아들이 다른 세계와 함께 돌아왔다.

삼류 영화 소재로도 안 쓰일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출세했지? 한 세계의 대표일 정도니까.”

내 반응에 어머니는 어느새 도착한 빌라의 문을 열며 내 엉덩이를 두드렸다.

“그래 잘났네, 우리 아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뭐가 얼마나 잘났는지 감이 잘 안 잡히는 모양이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계속 인천에 살 거야?”

이젠 같이 살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단호하게 답했다.

“엄만 여기가 편해, 앞으로는 네가 자주 찾아오겠지.”

“하여간 고집만 강해서.”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굳이 같이 살지 않더라도 앞으로는 자주 볼 수 있을 테니.

“워프 게이트를 연결해야겠네.”

내 혼잣말에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아무래도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우선 마물 경보가 울리는 일이 없도록 마력의 벽을 친 다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눈앞에 사람 한 명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새까만 구멍이 생겨났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괜찮다며 진정시켰다.

“이번에 올 땐 예쁜 며느리들 소개시켜 준다고 했잖아. 이 너머에 내 부인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 말에 어머니는 크게 당황하며 자신의 옷차림을 살피셨다.

방금까지 일하다 온 복장이 창피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마법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피곤이 사라지고 몸 상태는 최상이 되었다.

그리고 명품관에서 사온 모피코트와 고급스런 아이보리색 원피스, 심플한 검은 구두가 어머니에게 입혀졌다.

“됐지?”

마법이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는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나는 머뭇거리는 어머니를 잡아끌며 워프게이트에 들어섰고, 주변의 풍경이 협소한 빌라에서 화려하기 널찍한 그지없는 응접실로 바뀌었다.

그곳엔 루시엘라와 실비아, 성녀 아이리가 서 있고, 아이 4명이 의자에 앉아 큰 눈으로 우릴 올려보았다.

미모의 화려함으론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아름다운 여인들.

더구나 나로 인해 실비아와 아이리는 20살 때의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도 아름답지만 단연 돋보이는 인물인 루시엘라의 아름다움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고결함이 느껴졌다.

보는 사람의 기를 죽이는 꽃밭.

“어때, 며느리들 정말 예쁘지?”

어머니는 딱딱하게 굳어서 부인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나는 굳이 그녀들의 신분까지 알리지 않았다.

“아이들 얼굴 보면 누가 엄만지 알겠지? 이 아이가 첫째 딸 루나고 4살이야, 둘째 아들 데니스, 셋째 딸 아리엘, 넷째 딸 엘레나가 사이좋게 3살이고.”

사실 아들 하나랑 딸 둘이 더 있긴 한데, 걔넨 아직 어려서 있으면 괜히 정신만 사나울까 봐 데려오지 않았다.

앞으로는 시간이 넉넉하니, 천천히 소개하면 되겠지.

또한 로이아스 대륙의 부모님과 에리스, 이브릴도 언제고 소개할 생각이다.

***

50. UN 뉴욕 본부

[지구 외 지적 생명체의 등장. 더구나 이웃으로?]

[해당 대륙의 명칭은 로이아스. 마법과 정령이 실존하는 환상의 대륙! 엘프와 드워프도 있다!]

[로이아스 대륙의 면적은 기존 6대륙 총합의 약 1.5배. 32개의 인간 국가와 8개의 유사인종 국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로이아스 대륙의 문명 수준은 국가별로 차이가 심하다. 강대국의 경우 지구의 20세기 초중반과 비슷하지만, 약소국의 경우 중세시대나 다름없는 삶을 사는 경우도 있어.]

[어째서 로이아스 대륙에선 지구의 공용어로 영어와 한국어를 택했는가.]

[만에 하나 대화에 접점을 찾지 못해 지구 연합과 로이아스 대륙이 전쟁을 벌인다면? 전쟁 전문가들 100% 지구 연합의 승리로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UN, 대화의 장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기쁜 마음으로 지구 외 지적 생명과의 대화를 기다릴 것. 조속히 회견 일정을 잡겠다.]

-2028년 5월 25일 기사 중-

거대 대륙이 느닷없이 태평양에서 솟아나면서 세계는 난리가 났다.

국제적으론 로이아스 대륙을 지구의 소속으로 인정을 해줘야 하는 건지부터.

국가적으론 미국령인 괌이 필리핀으로 이동하고, 호주와 파푸아뉴기니가 육상으로 이어져 버리는 등 태평양 주변 국가들의 경계가 엉망이 되었다.

지리학자들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대륙이 차원이동을 하는 것부터가 판타지인데, 이론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사람들은 이 미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의외로 인터넷에선 로이아스 대륙의 등장을 반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중 대부분은 판타지에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며 일부는 새로운 대륙의 등장으로 국제 경제가 호황을 띌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이 상황을 좋게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다.

sjdd***: 이건 분명한 침략이야. 그들은 마물과 다름없는 존재라고. 실제로 대표자라며 인사를 건네온 사람은 3년 전 서울을 공포로 몰고 간 인간형 S급 마물이었다.

-dogm***: 정말? 놀랍다 전혀 몰랐어.

-tong***: 아니지 그땐 S급 마물이라며 서울 헌터들이 먼저 공격했음에도 그는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았어. 마물하곤 달라. 실제로 어째서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냐고 한국 대통령이 욕을 엄청 먹었거든.

-sjdd***: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거지, 부상자는 상당히 많았어. 여기 영상 첨부한다. [링크]

-riki***: 저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존재가 사망자를 내지 않고 도망가는 것을 선택했다면, 그건 피해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어. 실제로 서울 상공에서 터뜨린 공격이 도시에 떨어졌으면 피해는 엄청났을 거야.

-sjdd***: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그간 지구를 혼란에 빠뜨렸던, 몬스터 전이 사태가 녀석들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면?

-tong***: 친구, 현실을 봐야지 소설 쓰는 건 옳지 않다고.

-sjdd***: 과연 소설일까? 이번에 로이아스 대륙을 찍은 위성 사진들 링크 걸게. 오우거, 히드라, 드레이크 등 지구로 전이해오는 마물과 같은 녀석들이 로이아스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음. 이게 증거 아님?

tucl***: 그들은 지구의 질서를 무너뜨렸어. 전쟁을 해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youn***: 전쟁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거 아냐? 저들이 피해를 주고 싶어서 준 게 아니잖아. 그리고 마법이란 신비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야. 우리에게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거라고.

-rena***: 글쎄, 과연 그럴까? 별다른 피해 없이 그들을 징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무기로 검을 쓴다며?

-cake***: 그들의 대표가 서울에서 S급 마물로 지정돼서 싸우는 영상 못 봤어? 도시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힘과 우리의 기술력으로도 못 만들 전투 로봇을 부렸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아주 안 좋은 버릇이야.

-tucl***: 아무리 그래도 군대의 막강한 화력은 막을 수 없을걸? 서울에선 군대가 제대로 싸우지 못해서 그렇지, 마음먹고 미사일을 쏟아붓는다면 S등급 마물이라도 문제 되진 않아.

-e12s***: 이 전쟁광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화력에 대한 믿음이 종교 수준이네.

-puye***: 전쟁에 승리한다면 엄청난 이득이 쏟아지지.

-cake***: 전쟁을 하지 않더라도 협력하면 많은 이득을 끌어낼 수 있어.

qorr***: 솔직히 이렇게 여유 부리는 건 아주 바보 같은 짓이야. 얼른 로이아스에 진출해서 자원을 선점해야 돼! 무려 외계의 자원이라고!

-good***: 덤으로 엘프 마누라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

-eoco***: 그리고 전설의 용사로 선택될지도 모르지!

-good***: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빼앗자!

-e12s***: 너 이 새끼 일본인이지?

많은 의견들이 있지만, 네티즌들은 기본적으로 로이아스 대륙인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었다.

대부분 그들의 문명 수준이 자신들에 비해 낮다는 부분에서 우월감을 느꼈는데, 문제는 국민만이 아닌 정부 고위층이나 정치인 중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 미국은 새로 생겨난 거대 대륙에 대해 크게 관심을 표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전쟁에 관해 긍정적인 여론을 갖고 있었다.

물론 일반 시민으로 영역을 확대하면 전쟁을 원치 않는 사람이 월등했지만, 상부엔 이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다만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이어서 얌전한 것이지,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확신한다면 누군가가 말썽을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후 그들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로이아스 대륙의 능력에 더 이상 비웃을 수가 없었다.

[로이아스 대륙 등장과 동시에 대기권을 향해 쏘아진 5,000여 개의 물건이 모두 인공위성으로 판명되었다.]

[1급 몬스터인 히드라를 샌드백처럼 두들기며 군사 훈련을 하는 로이아스의 로봇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수천 대에 달해.]

[그들은 제대로 된 공군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전투기와 전폭기 편대가 로이아스 주변에서 목격되다.]

[로이아스 대륙은 우주군까지 보유하고 있다? 1만 톤 이상의 전함으로 구성된 비공함대를 발견. S급 마물인 크라켄에게 레일건 세례를 퍼부어.]

마치 만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병기 체계에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은 뭐라 평가를 하지 못했다.

일부에선 ‘방패와 검으로 무장한 로봇은 탱크와 전투헬기에 약할 것이고, 하늘을 나는 거대한 함정이라고 해봤자 미사일의 좋은 표적일 뿐이다.’라고 위안을 하지만, 진짜 그럴까?

레일건까지 보유한 이들이 아무 대비 없이 저런 장비를 만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덕분에 로이아스 대륙을 우습게 여기던 사람들은 입을 닫았으며,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약 없이 며칠이 흐르고, 로이아스 대륙의 대표자란 인물이 이렇게 말하자 UN에선 부랴부랴 회견 일자를 잡았다.

[대화를 바라는 입장에서 침묵만이 이어지는 상황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우릴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남 자체를 꺼리는 것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그에 일각에선 UN이 외교에서 지고 들어갔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대부분은 신비의 대륙과의 교류에 큰 관심을 보였다.

UN은 지구 대표를 자처하며 미 정부와 협의해, 뉴욕 본부로 로이아스 대륙의 주요 인사들을 국빈으로 초대하여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진행키로 정했다.

그렇게 로이아스 대륙이 지구에 솟아나고 일주일 만에 양 진영 간에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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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뉴욕 본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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