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32화 (13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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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 지구로

    지구, 북태평양 하와이 제도 북부 1,250km 지점.

    미 해군 3함대 소속 핵잠수함 세 척이 바닷속을 이 잡듯이 뒤지고, 바다 위로 함대가 넓게 포진되어 소나(수중 음향탐지기)를 통한 탐색을 실시하고 있다.

    “차라리 비행형이 편하지, 수중형 몬스터는 정말 귀찮다니까.”

    “맞아. 얼마 나오지도 않는데, 그냥 두면 안 되나?”

    레이더 관측병들의 대화에 뒤에 있던 로스엔젤레스급 핵잠수함인 USS미스팬텀의 함장이 헛기침을 했다.

    그에 두 사람은 목을 움츠리며 재빨리 레이더로 시선을 돌렸으나, 역시 특별한 이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한 거 아닐까요? 벌써 3일째 주변 해역을 탐색하고 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지 않습니까?”

    보통 잠수함에서 적을 탐색 중일 땐 입 다물고 있는 것이 기본이지만, 너무 답답한 나머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관측장교의 물음에 함장은 뒷목을 주무르며 답했다.

    “어쩌겠나, 철수 명령이 나올 때까지 뒤지는 수밖에. 잡을 수 있으면 무조건 잡아야지, 그대로 둘 순 없어.”

    지구의 바다는 더 이상 안전지대라 하기 힘들다.

    무역의 안전을 위해 해상 몬스터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데, 전투 중 끝끝내 놓친 몬스터의 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당장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스킨스쿠버가 머맨에게 공격을 당하고, 어선이 메갈로돈의 밥이 되는 무시무시한 영상을 발견할 수 있다.

    덕분에 스킨스쿠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고, 어부를 비롯해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불안에 떨었다.

    당연히 해변을 찾는 피서객이 급감하고 바닷가 근처의 땅값은 급락했다.

    해상 몬스터는 2차 피해 없이 미사일이나 유도 어뢰 등, 화력으로 때려잡을 수 있어서 편하지만, 바다라는 지형 덕분에 퇴치율은 70%를 밑돌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지구의 바닷속 깊은 곳엔 상당한 몬스터가 숨어 있을 것이다.

    [찾았습니다! 패턴 시서펜트입니다.]

    그때 무전을 통해 소나병이 몬스터의 발견 소식을 전해왔다.

    “좋아.”

    이어서 네비게이션과 레이더에 적의 위치가 표기되고, 해당 사실은 함대 전체에 전달 되었다.

    해양 몬스터는 발견도 중요하지만, 발견 후 제거도 굉장히 신중히 해야 한다.

    어뢰 한두 방으로 몬스터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간단히 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확실하지 않으면 섣불리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았다.

    괜히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 공격당하면 끝장이었으니.

    잠수함의 생명은 어디까지나 은밀함이다.

    이어서 핵잠수함들이 몬스터로부터 거리를 벌리고 해상 함대에서 20발의 대잠미사일이 일제히 마크된 표적을 향해 쏘아졌다.

    그에 여유롭게 바닷속을 유형하던 시서펜트가 이상을 느끼고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사방에서 거리를 좁혀오는 유도 어뢰를 피할 수는 없었다.

    어뢰는 자체 소나를 통한 탐지기능이 있어 표적을 끝까지 따라갔다.

    그리고 어뢰들은 순차적 폭발이 아닌, 동시에 폭발했다.

    “폭발확인.”

    “시서펜트 아직 움직입니다.”

    20발의 대잠미사일을 사용했건만 소용이 없다니, 기가 막히다.

    하지만 아주 효과가 없진 않을 것이다.

    3급 이상의 몬스터들은 얇은 쉴드를 두르고 있긴 하지만, 어뢰의 폭발력이면 그 쉴드를 꿰뚫기엔 충분하니 말이다.

    시서펜트는 흥분했는지, 해상 함대를 향해 다가갔다.

    오히려 해상 몬스터를 처치해야 입장에선 반가운 패턴.

    시서펜트의 행동은 자살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쿠우우웅!

    “시서펜트 침묵했습니다.”

    바로 이어진 대잠 어뢰에 결국 시서펜트가 폭사하고 말았다.

    미스팬텀의 승무원들은 환호했지만, 함장은 기쁘게 웃을 수가 없었다.

    “몬스터 한 마리 잡겠다고 쓴 돈이 얼마인지.”

    몬스터의 코어를 포함한 각종 부산물은 돈이 된다.

    이것은 상식이지만, 바닷속에서 가루가 된 몬스터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녀석을 퇴치한다고 사용한 50발 가까운 어뢰에 3함대의 함정 수십 대가 움직였으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모든 것이 평화를 위한 일인걸.

    그나마 다행이라면 해상 몬스터는 육상이나 공중 몬스터에 비해 등장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활동할 수 있는 헌터가 있으면 좋겠네요.”

    “안 그래도, 코어 에너지를 활용한 수중 슈트를 개발하고 있다는군. 머지않아 헌터들이 바닷속에서도 활약할 날이 올지 몰라.”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럼 여러모로 득일 테니.”

    함장은 버릇처럼 뒷목을 계속 주무르며 지시했다.

    “복귀하지.”

    “네!”

    미스팬텀호는 하와이 진주만 기지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을 했을까?

    갑작스런 통신병의 보고에 함장은 의문을 표했다.

    “함장님! 기함에서 최고속력으로 현역을 이탈하랍니다! 하와이가 아닌 북쪽 알래스카 방향으로요!”

    “뭐? 왜 갑자기?”

    잠수함이 괜히 장님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들이 탑승한 미스팬텀호는 외부 카메라는커녕 잠망경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지라, 외부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현역에서 이상 발광증상과 함께 마력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은 그는 전속 전진을 지시했고, 미스팬텀호 뿐만 아니라 3함대의 모든 함정이 속력을 높였다.

    긴장감 속에 10시간이 지나서야 비상상황이 해제되었고, 함장은 부상을 지시했다.

    “하지만 제독께선 튀는 행동을 굉장히 싫어하시는데요.”

    “괜찮으니까 부상해. 무슨 일인지 직접 봐야겠어.”

    통신을 통해 현재 상황이 심상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바깥의 상황을 볼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결국 핵잠수함은 함장의 지시에 따라 서서히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수함 상단의 세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함장은 지체없이 관측장교와 함께 출입구를 열었다.

    파아아앗!

    귀를 자극하는 파도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얼굴을 적셨지만, 그들은 눈 앞에 펼쳐진 현상을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의 시선이 닿는 곳은 온통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바다에 빛이 반사된 것이 아닌 홀로그램처럼 떠오른 입체적인 푸른빛이었다.

    더불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엔 거대한 도형들과 문자가 기이하게 엉켜 있었다.

    사람의 눈으론 모두 담을 수 없는 웅장함.

    위성사진으로 본다면 그것이 원형의 마법진 같은 형태임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겠지만, 당장 그것까진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해당 빛은 하와이를 포함한 태평양 전체를 덮고 있었으니 말이다.

    ***

    “그럼 시작할까요?”

    내 물음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하이랜드 연합의 수장이 된 테라이사아 답했다.

    “지체할 필요 없겠지.”

    그에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이곳은 연방제국의 수도 세이로에 위치한 로이아스 국제 협력기구의 상황실.

    국제 협력기구의 주요 업무는 차원이동에 필요한 준비를 하는 곳인데, 오늘 이 시간부로는 용도를 바꿔 로이아스 대륙의 중재기관이 될 것이다.

    상황실엔 연방제국, 하이랜드, 남부 연합, 마족의 지도자들이 모여 차원의 미궁과 연결된 화면을 지켜보았다.

    “4년 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로이아스 대륙이 국가와 종족을 초월해 힘을 하나로 모아 세계 종말이란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부로 로이아스 대륙은 위기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젠 연설이 자연스러워진 신분.

    이런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개중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연방 제국의 테두리에 들지 못한 미드랜드 26개 국가 남부연합의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부디 새로운 세계에서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며 이주 계획을 실행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고 동시에 통신장교를 바라보자, 그는 차원의 미궁에 있는 마그누스, 카르엘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그리고 로이아스 대륙 하늘 위로 푸른색의 구슬이 떠오르더니, 그 구슬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차원도약을 시작합니다. 카운트다운 100, 99, 98···.]

    나는 그 풍경을 위성 영상으로 감상하며 뛰기 시작한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미 차원이동 시스템은 반쯤 가동해둔 상태다.

    목적지인 지구엔 이상이 드러났을 터.

    나는 의장석 바로 아래, 루시엘라와 실비아, 아이리가 나란히 앉은 자리로 다가가 괜히 그 틈을 비집고 앉았다.

    세 부인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고 머리를 기대거나 손을 잡았다.

    중요한 시기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지만, 이젠 남들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짬밥이다.

    [52, 51, 50···.]

    숫자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을 바라보며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심지어 마왕조차 눈을 가늘게 뜨고 서로 손을 잡는 것을 보아 긴장되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10, 9, 8···.]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끝을 향해 달려갈 때, 부인들은 더욱 내게 바짝 달라붙었다.

    [3, 2, 1.]

    번쩍.

    카운트다운이 1을 가리킴과 동시에 세상이 온통 푸른 빛으로 물들고, 머리를 때리는 충격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뭐, 뭐야?”

    그곳은 태양이나, 달이 떠 있는 지구가 아닌 암흑 공간 속의 작은 오두막집이었다.

    더구나 주변에 아무도 없이 나 홀로 서 있었는데, 영문 모를 상황에 눈동자가 쉼 없이 흔들렸다.

    뭔가 문제가 생긴 걸까?

    “드디어 왔군.”

    그런데 작은 오두막집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7살 정도 돼 보이는 은발의 소녀와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나의 스승 칼바트 케이아스가 나타났다.

    “스승님!”

    앞으로 영영 만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와중에 재회한 스승의 모습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나는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전 분명···.”

    “이제 헤어지게 되는데 얼굴 한번 보고 가야지.”

    “차원 이동은 문제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지금 저희는 차원의 문이 열린 틈을 이용해 만나고 있는 것이고요.”

    그들의 설명에 나는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스승님의 손을 잡은 깜찍한 소녀가 누군가 싶어 물었다.

    “딸이 있었습니까?”

    “딸이라니? 내 애인이다.”

    나는 뜨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경멸 어린 시선은 보너스였다.

    “야이 미친놈아! 날 뭐로 보고! 얘가 가이아야. 여신 가이아. 지금은 힘이 약해져서 이 모양이지, 원랜 글래머러스한 누님이었거든?”

    이어진 추가 설명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여신님?”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계속 당신을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일전에 스승님이 내게 했던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지금의 힘을 얻을 수 있던 것도, 스승을 만나 새롭게 마법을 깨우친 것도 모두 여신의 안배라고.

    사람에 따라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된 상황을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네요. 덕분에 잘살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작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복권이 아닙니다. 애초에 당신은 그러기 위해 탄생한 존재이니까요.”

    “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원래부터 지구인이 아니었습니다. 로이아스 대륙인이죠.”

    “그렇습니까?”

    “네.”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는 모양인데, 여신은 기억할 필요 없는 부분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지구를 경험하고 회귀를 통해 성공을 갈망한 당신은 제가 원하던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 목적을 달성해 주었고요. 감사의 인사는 제가 해야 합니다.”

    지금쯤 되면 여신이 내게 무엇을 원하고 이런 힘을 주었는지 모를 수가 없다.

    “지금의 생존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로이아스에서 많은 생명들이 새로 태어날 겁니다. 부디 수호자로서 제 자식들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로이아스 대륙인들의 행복한 삶.

    비록 내가 모든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는 없겠지만, 힘을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네, 노력하겠습니다.”

    대답은 애매했지만, 의지가 전해졌는지 여신은 만족스러워했다.

    “시간이 됐군요. 부디 행복하시길.”

    “자식도 많이 낳고 내 제자인 만큼 어디 가서도 꿇리는 일 없도록 해라.”

    두 사람의 안부 인사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두 분은요? 같이 안 가요?”

    차원이동을 하게 되면 로이아스 대륙 영혼들은 지구에 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어 봤자 남는 것은 소멸일 텐데,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둘을 보며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내 물음에 스승님은 귀찮은 듯 손짓했다.

    “이제 겨우 그녀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는데, 거기서 환생하라고? 아서라. 우린 이제부터 남은 시간 동안 신혼 생활을 만끽할 테니.”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

    “신경 쓰지 말래도.”

    신경을 어찌 쓰지 않겠는가.

    칼바트가 가이아 여신의 머리에 손을 얹자,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곧바로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이다.

    “잘 가라.”

    “그간 감사했습니다.”

    그 인사를 마지막으로 다시금 풍경이 바뀌었다.

    [차원도약 성공. 기존 공간이 재배치가 되면서 지구의 영토와 중복 없이 대륙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국제 협력기구의 상황실.

    두 사람과의 작별을 가슴에 담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의장 전하?”

    이런 나를 잠자코 바라보던 연방정부의 총사령관이 의아한 반응을 보였고, 곧이어 눈을 뜬 나는 쓰린 감정을 떨쳐내며 지시했다.

    “위성 발사.”

    “네! 관측 위성, 저궤도 위성 발사!”

    [관측 위성 1~250 발사합니다.]

    [저궤도 위성 1~4,800 발사합니다.]

    *

    지구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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