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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31화 (13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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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드세인, 케일론, 칼바도스, 위스워드, 이타루스, 아크로스 6개 제국이 한데 모인 로이아스 연방이 탄생하고 4년째.

    3년 정도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이주 계획이 1년 정도 늦어졌지만, 그 이유는 안정적인 이주를 위함이었지 결코 차원 이동 준비에 문제가 생겨서인 건 아니었다.

    현재 대륙은 로이아스 연방 제국과 하이랜드 연합이 세력을 양분하고 있으며, 미드랜드 기타 국가를 남부연합이란 명칭으로 부르고 있지만 이들은 중심세력에서 멀어진 낙오 그룹으로 인식된다.

    아르비스 대공을 필두로 한 연방 제국과 이종족의 하이랜드 연합은 서로 경쟁하듯 기술을 발전시켜왔으며, 단기간에 마도 공학의 기술력을 몇 단계나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마도 공학 기술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마나 코어의 출력은 연방제국이 4세대급의 40Mmp, 하이랜드가 4.5세대급인 44Mmp를 달성했다.

    연방제국이 이렇게 단기간에 기간트 코어를 발전시킬 수 있던 이유는 전적으로 아르비스 대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도황제의 제자인 아르비스 대공은 기간트 관련 기술을 배워왔고, 그것이 연방 제국의 마도 공학에 적용된 것이다.

    반대로 하이랜드가 아르비스 공작을 앞세운 연방제국보다 조금이나마 높은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은 드래곤 테라시아가 연합의 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로엘제국을 위시한 미드랜드 남부연합의 기술력이 2.5세대에 머물러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차이는 매우 컸다.

    그나마 2.5세대의 기술도 아르비스 대공이 인심 쓰듯 나눠주었기에 습득할 수 있던 것이기에 3세대 이상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자체 개발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양 세력에 인력과 자원을 제공하는 남부연합의 전력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이들이 보유한 마도 병기의 전력은 4년 전 연방제국의 수준을 가볍게 넘고, 단순 기간트 숫자만 따지면 하이랜드보다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타 세력에 대한 위기감도 한몫했지만, 곧 이주하게 될 지구의 무기체계를 알게 되면서 군대 편제를 마도 병기를 앞세운 형태로 바꾸게 되었다.

    제국연맹에서 값비싼 전투기를 구입하고, 미사일에서 영감을 받은 무기와 방어 체계를 구축하며, 위성을 비롯한 감시 장비도 많이 만들어 두었다.

    또한 기간트에 탑승한 기사라면 날아드는 탄을 검이나 방패로 막을 수는 있겠지만, 안전을 위해 두 겹의 쉴드 아티팩트를 기본으로 장착시켰다.

    기간트에 쉴드만 둘러도 미사일의 직접적인 충돌은 막을 수가 있으니 생존력을 월등히 올려 줄 것이다.

    그렇게 남부연합은 지구의 성향에 맞춘 군대를 꽤나 견실하게 갖췄지만, 역시 하이랜드와 연방제국에 비교하긴 힘들다.

    인테라 호수 중앙에 위치한 아크로스 제국령의 테라 섬.

    “출진 준비 완료.”

    10평 남짓한 회색의 공간.

    중앙에 바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화면이 있고, 10여 명의 군인들이 바닥과 고정된 자리에 앉아 다양한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아르비스 감사관님.”

    그곳의 가장 상석, 마드세인 왕국 소속의 장성급 군복을 입은 사내가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 여성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그에 연방정부 정복을 입은 여성은 손목시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부터 모의전을 실시합니다. 감독은 연방정부군 감사실 소속 이브릴 덴 아르비스가 진행하며, 제1 함대 출진을 허가합니다.”

    이브릴의 허가에 사내가 위엄있게 소리쳤다.

    “1함대 출진하라!”

    “기함 세인호 부상합니다.”

    동시에 이들을 태운 전함 세인호가 호수에서 허공으로 서서히 떠올랐고, 그 주변으로 크고 작은 전함 20여 기가 편대를 이루며 앞으로 나아갔다.

    “케일론 2함대 합류합니다.”

    “칼바도스 3함대 합류합니다.”

    이후 위스워드의 4함대, 이타루스의 5함대, 아크로스의 6함대가 합류하면서 하늘을 100여 대의 전함이 수놓았다.

    “적군 위치 확인되었나?”

    함장의 물음에 승무원이 두 개의 화면을 메인 하부에 띄우며 말했다.

    “수상함대 58기 확인했습니다. 그 중 두기는 항공모함입니다.”

    저궤도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적의 정보.

    함장은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기를 명령했다.

    “적 항공모함에서 전투기의 발진을 확인했습니다.”

    “전투기 60대 확인.”

    이번 모의전의 목적은 지구의 국가와의 전투를 대비한 방어 훈련.

    때문에 적군의 공격 준비가 끝 날 때까지 얌전히 지켜보아야 했다.

    “전방에 함대공 유도탄 360기 확인.”

    그리고 예정대로 전투기의 발진이 끝남과 동시에 함대에서 미사일 형태의 투사체를 발사했다.

    “적 전투기에서 공대공 유도탄 120기 발사 확인.”

    이어서 전투기까지 미사일을 발사하자 전방에 미사일로 가득 찼다.

    “쇼크 웨이브 발사. ”

    그에 부유 전함에서 일제히 4클래스의 쇼크 웨이브가 폭풍처럼 뻗어 나갔다.

    콰콰콰쾅!

    화약을 채운 미사일이 일제히 폭발하자 허공이 검은 연기로 가득 해졌다.

    하지만 쇼크웨이브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미사일들이 수십 개 남았는데, 그것은 얼마 안 가 2차로 날아든 쇼크웨이브와 파이어 스피어에 제거되었다.

    “요격 완료.”

    하지만 이번 한 번의 공격을 막고서 끝나면 이렇게 많은 함대가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부 적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 50개 발사 확인.”

    “전방 함대공 유도탄 360기 추가 발사 확인.”

    “전방 적 전투기에서 공대공 유도탄 120기 추가 발사 확인.”

    “상부에서 탄도미사일 50기 확인.”

    위, 아래, 정면 세 방향에서 날아드는 공격.

    전방의 미사일은 이전과 같이 제거하면 되지만, 직선 상의 잠수함에서 쏘아진 탄도미사일과 상부에서 날아든 탄도미사일은 요격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 허공에서 떨어지는 미사일은 속도 때문에 요격이 더 힘든데, 이에 대한 대비는 쉴드 아티팩트 수백 개를 한 번에 발사해 타격 지점을 중간에 컷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일회용 투사체다 보니 큰 비용이 소모될 수밖에 없지만, 원래 전쟁이란 것이 돈지랄이기도 했다.

    “요격 완료.”

    이번에도 무사히 요격에 성공하고 같은 공격을 두 번을 더 막고 적 함대를 조준하고 나서야, 모의전이 끝이 났다.

    실전에선 난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렇게 깔끔하게 진행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훈련을 하고 안 하고는 차이가 크다.

    “이것으로 모의전을 종료합니다. 제1함대는 기지로 복귀하세요.”

    무표정하던 이브릴은 훈련이 무사히 끝나자 누구보다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 자원을 당연하다는 듯이 소비하는 훈련을 하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네요.”

    아버지뻘의 함장이 유쾌하게 웃으며 말을 걸자, 그녀는 뺨을 긁적이며 동의했다.

    “그렇죠. 오늘 훈련으로 소비된 금액만 해도 웬만한 왕국의 1년 예산과 버금갈 테니까요.”

    “이런 거 보면 세상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모두 아르비스 대공 전하 덕분이죠.”

    “오라버니를 굉장히 존경하시는군요.”

    오라버니란 호칭에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당연하죠.”

    그녀의 달라진 분위기에 함장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브릴은 그대로 브릿지를 벗어났다.

    잠시 후 6개의 부유함대는 기지인 테라 섬으로 돌아오고, 병사들의 경례를 받으며 전함에서 하선한 이브릴은 반갑게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에리스를 발견하곤 눈을 크게 떴다.

    “에리스? 테라섬엔 어쩐 일이야?”

    “일 때문에 왔지.”

    “네가 일이라면···.”

    올해로 16살이 된 에리스는 작년부터 연방정부 의장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 에리스의 일이라면 의장과 관련된 것인 만큼, 이브릴은 크게 당황했다.

    “설마 대공 전하 와계셔?”

    “응, 오늘 모의전 참관하셨어. 언니의 늠름한 목소리에 뿌듯해하시던걸?”

    “그, 그래?”

    바네트에서 아르비스로 성이 바뀐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브릴은 정식으로 아르비스 대공가의 일원이 되었다.

    원랜 아르비스 대공이 그녀를 양녀로 입양하려 했지만, 나이 차이를 근거로 한 이브릴의 강력한 요구에 남매 사이가 되었다.

    아르비스 대공의 부모들도 이브릴을 딸처럼 아꼈기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생활환경이 한 번에 바뀌지는 않았지만, 성이 바네트에서 아르비스가 된 순간 주변의 대우가 달라졌다.

    더불어 아르비스란 성은 출셋길의 프리패스와 같아서 따로 대공이 나서지 않았음에도 진급에 진급을 거듭하며, 겨우 20살의 나이로 장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감사관이 되었다.

    16살의 나이로 의장실에서 근무하는 에리스도 에리스지만, 이브릴의 경우 연방정부의 군부에서 꽤나 영향력이 있었다.

    “이브릴.”

    그때 금색 실로 아르비스 대공가의 문장이 크게 새겨진 붉은 코트를 걸친 더없이 화려한 복장의 루이스가 수십 명의 사람을 줄줄이 달고 나타나 이브릴을 찾았다.

    그 자리에 굳어버린 이브릴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고는 경례를 올렸다.

    “의장 각하.”

    “아아, 너무 딱딱하게 굴필요 없다. 행사도 끝나지 않았느냐.”

    친밀하게 어깨동무를 하는 그의 행동에 이브릴은 얼굴을 붉히며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렸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모의전은 없을 거다.”

    이어진 루이스의 말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크게 놀란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도 그럴 게 모의전이 없다는 뜻은 이제 곧 실전이라는 것과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날짜가 정해졌습니까?”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달 뒤 이주를 실행할 생각이다.”

    이브릴은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루이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당부하듯 말했다.

    “그래서 한동안 너를 의장실의 수석 감사관으로 이동시킬 생각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이주 후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국가들과 대화로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엔 수많은 국가가 존재하고 각국은 다양한 사상을 지녔다.

    그 중엔 강경한 반응을 보일 만한 국가도 적지 않았는데,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대륙간의 전면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극히 적겠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역시 이주 초기다.

    수석 감사관에 대한 제의는 위험한 곳에 그녀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루이스의 의지와도 같았다.

    함부로 인사이동을 하는 것은 여기저기서 불평이 나올 수도 있는 민감한 부분이지만, 절대 권세를 누리는 아르비스 의장을 향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르비스 대공가는 6개 제국에 공통된 지위를 인정받은 가문이며, 마드세인, 이타루스 제국의 여황제들과 엘븐 킹덤의 왕위계승권자까지 부인으로 두고 있다.

    본인은 9클래스를 넘어 권능을 손에 넣은 신화격의 존재였으며, 드래곤이 공인한 중간계 조율자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무언가를 하겠다면, 그냥 하는 것이다.

    불만을 표하는 것 자체가 불경일 지경.

    하지만 이브릴은 그의 지시에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지금의 임무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뭐?”

    “안전도 좋지만, 대공가의 명예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주변 사람들은 루이스의 지시에 따르지 않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못 했는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브릴.”

    “오라버니. 부탁드려요.”

    이브릴이 똑바로 눈을 마주치자 루이스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네 고집은 꺾을 수가 없구나.”

    절대적 위치에 있는 루이스는 유독 가족에게 약하다고 알려졌는데,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광경이었다.

    현재 이브릴의 직함은 종군 감사관이다.

    종군 감사관은 연방정부의 전권 대신이나 다름이 없는데, 각 제국군 지휘부에 파견된다.

    이브릴은 연방정부의 책임자나 다름없기에 1함대의 총괄 지휘관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거기엔 아르비스란 성이 크게 한몫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전력이면 지구의 국가들과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대륙을 수호할 수 있을까요?”

    옆에 에리스의 물음에 루이스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신할 순 없구나. 저쪽은 워낙 화력이 강력해서 말이야. 그 중에서도 핵폭탄이란 물건은 9클래스의 방어마법이 아닌 이상 막아낼 수도 없을 거다.”

    “무섭네요.”

    “하지만 적들이 핵폭탄을 쓰면 우리도 봐줄 필요는 없지. 피해는 입겠지만, 결국 패망하는 건 상대들이다.”

    이브릴은 등 뒤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성만큼이나 거대한 부유 전함이 줄지어 정박 되어 있는 모습은 몸이 떨려올 정도로 웅장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풍경.

    이 거대한 함대를 단기간에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재원과 인력을 쏟아부었던가.

    이렇게 빠르게 대함대를 갖출 수 있던 것도 마법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부유 전함들이 일제히 공격을 쏟아붓는 장면은 상상으로도 무시무시하다.

    “부디 평화롭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구나.”

    루이스는 이브릴과 에리스의 양옆에 끼며 말했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오늘은 모처럼 형제가 한자리에 모였으니 맛있는 식사를 즐기도록 하자.”

    “네.”

    ***

    지구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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