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16화 (11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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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세요.”

이종족들 앞인지라 나름 존댓말로 신경 써주었다.

마그누스가 사라지고 테라시아를 향해 물었다.

“마기 탐지 아티팩트는 어때요?”

“예정대로네, 한 달은 걸릴 것 같아.”

“그렇군요.”

마족들이 동포를 팔아먹지 않아서 우리가 정보를 못 얻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녀석들은 서로의 정보를 말하지 못하는 제약이 걸려 있었으니.

그래서 처음에 잡았던 중급 마족도 끝까지 다른 마족들이 있다는 말은 안 했다.

그저 ‘나 하나 죽인다고 끝이 아니다.’라고 뉘앙스를 풍겼을 뿐이지.

정보를 얻기 위해 테라시아가 정신마법도 사용하고 다 해봤지만, 그때마다 녀석들은 풍선처럼 터져 즉사하고 말았다.

때문에 이젠 마족들은 발견하면 정보고 뭐고 그냥 제거하고 있다.

녀석들을 통해 다른 마족의 정보를 알아낼 수 없으니, 결국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 테라시아가 마기 탐지 아티팩트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시도를 안 했을 뿐이지, 만들기로 마음먹으니 금방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다만 아티팩트를 상대방도 알아챌 수 있다는 아주 큰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아예 적이 알아채도 도망칠 수 없게끔 대륙적인 작업을 진행할 생각이다.

“하이랜드에 배정된 아티팩트 제작도 마찬가지네. 한 달은 필요해.”

“어쩔 수 없죠. 잘 부탁드립니다.”

아예 로이아스 대륙 전체를 공간이동 방해진과 마기 탐색 장비로 깔아 버릴 생각이다.

그럼 마족들이 탐색에 걸리더라도 도망치긴 힘들 것이다.

문제는 이 작업을 위해 수많은 아티팩트를 제작해야 한다는 점인데, 자원도 자원이지만 인적자원에 한계가 있어 아티팩트 생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나라 하나 커버하는 게 아니라 대륙 전체를 커버해야 한다.

단순무식한 만큼 효과는 있겠지만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제발 그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사람들은 내키지 않아 하는 모양새지만, 어쩌겠는가?

따로 할 수 있는 게 없는걸.

*

제국연합과의 전쟁이 승리로 끝나고 전장에서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아르세인 걸즈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녀들 모두가 전쟁의 공로자로서 여왕으로부터 명예기사 작위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아르비스 공작에게 막대한 보상을 받으면서 큰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가수 활동을 그만두지 않았다.

아르세인 걸즈는 여전히 노상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열심히 행사를 뛰며 활동을 이어갔다.

예전엔 딴따라라며 그녀들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젠 신분이 상승했을 뿐 아니라, 아르비스 공작의 비호를 받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무도 그녀들을 우습게 보지 못했다.

덕분에 아르세인 걸즈의 위상은 마드세인을 넘어 주변 국가에까지 알려졌으며, 팬들의 수도 엄청나게 불어나 하나의 종교를 연상시켰다.

아르세인 걸즈의 골수팬들은 아르비스 교단의 광신도 못지않았으며 그녀들을 신처럼 떠받들었다.

베라! 우아아아! 베라!

여기 좀 바주세요! 베라님!

아르세인 걸즈의 리더 베라는 멤버들을 잘 챙기는 누나 같은 특유의 편안함으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베라에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너를 향한 칭송의 힘을 내게 빌려주지 않겠나?]

자꾸 마음속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만 하세요. 수상한 당신에게 놀아날 생각 없습니다.’

그때마다 베라는 딱 잘라 쳐냈으나, 마치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속삭여 오는 상대의 존재에 골머리를 썩였다.

[사람들의 칭송과 환호도 모두 네 잘난 외모 때문이다. 네가 나이를 먹고 늙어가면 사람들이 떠받들어 줄까? 서서히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지겠지.]

‘······.’

[너는 이미 돈과 명예 모두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공연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환호에 취해버렸기 때문 아닌가.]

하지만 하는 말들은 틀린 것 하나 없이 모두 맞는 말뿐인지라, 계속 듣고 있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네게 죽는 그 날까지 지지 않는 젊음을 주마. 나는 네게 영혼을 달라고도 명을 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칭송의 힘을 빌려주면 된다.]

대체 칭송의 힘을 갖고 무얼 한다는 걸까?

애초에 그런 게 힘이 되긴 하는 걸까?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딱 봐도 정상적인 상대가 아닌 만큼, 어울리기란 쉽지 않았다.

‘당신 악마죠? 아무리 제 마음을 떠보려 해도 악마와 어울릴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지지 않는 젊음을 가지면 뭐합니까. 당신으로 인해 인생이 끝나면 모든 게 사라지는 건데. 아르비스 공작 전하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좋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아르비스 공작은 이 일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건 당신 생각이고요. 아르비스 공작 전하는 전능하신 분이거든요?’

사람들이 자신을 떠받드는 것처럼 아르비스 공작을 떠받드는 베라였다.

[아르비스 공작도 인간이다. 너에 대해 알아챌 수는 없을 것이다.]

‘제가 당신의 제안에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손에 넣고 싶지 않은가? 너는 죽는 그 날까지 사람들의 칭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라는 끝까지 녀석의 제안에 넘어가지 않았다.

더불어 이 상황을 아르비스 공작에게 알리기로 마음먹으면서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존재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

“영주님, 베라 경이 뵙길 청하고 있습니다.”

종일 이어진 탐색을 끝마치고 이제 좀 쉬기 위해 영주성으로 돌아왔더니, 아르세인 걸즈의 리더가 나를 만나고 싶다며 찾아왔다.

다른 사람이라면 귀찮아서 무시하겠지만, 아르세인 걸즈에겐 앞으로도 부탁할 일이 많은 만큼 대우를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회의가 진행되기 전까진 괜찮겠지.”

나는 집사에게 그녀를 데려오라고 지시를 하고는 차를 준비시켰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이어서 나와 호위인 콘스탄틴, 마그누스가 자리 잡은 집무실에 베라가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베라경. 이쪽에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내 인사만으로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베라는 처음 보는 마그누스의 미모에 놀란 모습을 지었으나, 이내 자기 혼자 무엇을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세요? 베라 경이 먼저 만나길 청하다니.”

내 물음에 그녀는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요즘 겪고 있는 일 때문에 뵙길 청했습니다. 너무 수상해서···.”

수상하다니 뭐가?

그러나 이어진 그녀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악마가 제게 깃든 것 같습니다.”

“악마라뇨?”

“계속 칭송의 힘이란 것을 댓가로 계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혹시 공작 전하라면 해결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바로 마그누스를 바라보았고, 녀석은 베라에게 다가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마족의 영혼이 깃들어 있군요. 바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역시! 감사합니다.”

이어서 마그누스의 손이 그녀의 가슴속에 파고들었다.

마치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파장이 퍼지는 것이 실제로 손을 몸속에 찔러 넣은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그누스의 손끝에 검은 불꽃 같은 게 딸려 나왔는데, 그 순간 베라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소파에 털썩 쓰러졌다.

확인해 보니,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그저 그녀의 영혼에 마그누스가 간섭을 하면서 발생한 반발력에 의해 정신을 잃은 것이다.

이어서 마그누스는 검은 불꽃을 뭉쳐 구슬 형태로 만들었는데, 도망치기 위해 꿈틀대는 모습이 상당히 기괴했다.

“이런 형태로 잡힌 녀석은 처음인데?”

조금만 힘을 줘도 소멸할 수 있는 존재감.

지금까지 다른 녀석들은 인간의 몸까지 차지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나는 구슬에게 물었다.

“그냥 없애 줄까? 아니면 이야기 좀 해볼래?”

[자, 잠깐 소멸 참아다오. 나다 일전에 네게 말을 걸었던 탄식의 마왕.]

“엥?”

일전에 내 마음속에 들어왔던 마족의 존재를 떠올린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하급 마족이 아니라?”

기운이 너무 약해서 나는 물론 마그누스도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진 알아채지 못했다.

[아아, 마계에서 다른 마왕들에게 공격을 당해서 소멸되었거든. 겨우 도망친 게 이거다.]

“그 말은 이 구슬이 사라지면 마왕 하나가 완전히 없어진다는 뜻이네?”

내 말에 몸 없는 구슬이 식은땀을 흘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 나는 엄청난 고급 자원이다. 나를 소멸 시키는 것보단 남겨두는 것이 이득이지. 어차피 이 상태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으니,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다.]

“고급 자원이라.”

너 따위가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식으로 구슬을 바라보았다.

[중간계에 있는 마족들의 정보를 팔겠다.]

“뭐?”

지금까지 다른 녀석들을 잡아다가 심문했지만, 모두 제약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토해내는 마족이 없었다.

그런데 가장 기운도 약한 녀석이 정보를 팔겠다고 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계에 침투시킨 녀석들에게 제약을 건 게 누구라 생각하는가. 나는 마왕이다. 제약 따윈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마그누스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대로 소멸하고 싶지 않다. 굳이 인간이 아니더라도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몸을 준다면 중간계에 남아있는 마족을 일망타진하는 데 도움을 주지.]

“그걸 어떻게 믿지?”

적어도 이곳엔 순순히 마족의 말에 어울릴 사람은 없었다.

[좋아, 우선 자격 증명을 하지. 나를 공격했던 마왕들의 수하가 어딨는지부터 알려주겠다.]

*

43. 미궁

마도시대는 약 4만 년 전에 존재하던 문명으로 베이스 플래닛의 황금기라 칭해질 만큼 고도로 문명이 발달했던 시대다.

하지만 마도시대는 드래곤에 의해 강제로 끝을 맞이하고.

그 이후 인간이 주를 차지하는 근대까지는 로이아스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능력치가 떨어지는 시대다.

비록 현재에 이르러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긴 하지만, 하이랜드에선 인간이 로이아스 대륙의 주를 차지하는 이 시기를 ‘쇠퇴기’라 칭했다.

마도시대에 이은 쇠퇴기.

그리고 쇠태기를 걸쳐 다시금 황금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현대까지가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로이아스 대륙의 역사다.

그러나 이 로이아스 대륙에 마도시대와 현시대만 있던 것이 아니라, 다른 시대와 문명이 존재했다.

창세시대와 신화시대.

창세시대는 말 그대로 가이아에 의해 우주가 형성된 초기를 뜻한다.

하루하루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세계의 최적화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땐 모든 것이 가이아의 의지가 반영되다 보니, 다툼도 큰 문제도 없던 평화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세계가 안정기에 접어 들며 본격적으로 가이아의 피조물들이 세계의 중심을 이루는 신화의 시대가 시작된다.

신화시대는 지금처럼 각 우주가 격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땐 소수의 드래곤이 직접 로이아스 대륙을 운영했으며, 천족과 마족들이 베이스 플래닛을 자유롭게 출입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신화시대는 천, 마, 룡의 대전쟁으로 세계가 크게 상처를 입고 종말을 맞이했다.

신화시대의 대전쟁은 각 우주의 격리조치로 이어졌다.

마족, 천족은 더 이상 베이스 플래닛에 출입할 수 없었고 드래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율자를 자처하며 물러났다.

자연히 드래곤이 물러나면서 대륙의 권력은 이종족에게 이양되었고 기나긴 혼란의 시기를 거쳐 마도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창세시대 ? 신화시대 ? 마도 시대 ? 현재(쇠퇴기)

로이아스 대륙에는 마도시대의 것만 아닌 그 이전 시대의 유적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마도시대의 유적이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는 튼튼한 데다가 관리가 잘 되어 있고, 현시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기술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다.

반면 창세시대와 신화시대의 유적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이 던전화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던전화 된 고대 유적은 일반적인 던전과 완전히 격이 다르며 공략 불가능한 곳으로 취급받는다.

해당 던전들엔 드래곤 급의 가디언이 깃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으며, 마나의 체계가 바깥과 달라 초인조차 제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칼바도스 제국과 하이랜드 사이에 위치한 아타락스 섬의 신화시대의 유적인 지하 미궁이다.

아타락스 섬은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섬.

하지만 그 섬 자체가 하나의 던전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중심부에 신화시대 최상급 마수인 비스트 드래곤이 잠들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그누스의 부연 설명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인간들이 공략하기 힘든 곳인 건 알겠는데, 왜 드래곤은 이런 곳을 정리하지 않고 내버려 둔 거야?”

“딱히 외부로 위협이 표출되는 경우가 없어서요. 그리고 비스트 드래곤은 현재는 멸종한 귀한 녀석이거든요.”

“그러다가 이번처럼 마족이 차지하면 어쩌려고?”

“그전까진 마족이 강림하면 모두 알아채고 사전에 처치한지라···.”

나는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미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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