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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11화 (11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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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대로라면 로이아스 대륙의 조율자인 드래곤이 마족의 침입을 알아챘어야 한다.

    하지만 무슨 이상이 있는지 드래곤들은 마족의 침입을 알아채지 못했고, 어쩌면 적지 않은 수의 마족이 로이아스 대륙에 퍼져 있을 수도 있다.

    “혹시라도 마족들이 게이트를 열어서 넘어오기 시작하면 로이아스는 끝장이야. 너도 그걸 바라진 않을 거 아냐.”

    정신만 넘어오는 게 아니라 육체까지 넘어온다고 하면 녀석들은 중간계에서 거의 100%에 가까운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마왕이라도 강림하는 날엔 그야말로 재앙이다.

    에이션트 드래곤이 전면에서 나서지 않는 이상 상대가 불가능한 수준이니.

    어차피 마족의 등장은 우리 인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생각이다.

    “드래곤이라면 분명 마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날 것 같은데.”

    “성녀님 수준은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범위가 크지 않아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지만요.”

    “그럼 됐지, 드래곤이 전면적 나서면 한 나라는 금방 돌 거 아냐.”

    “그렇기야 하겠지만.”

    현재 대륙에 드래곤이 몇이나 남아 있는지 모른다.

    마그누스 녀석이 드래곤에 관한 정보엔 완강해서 차라리 죽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보다 숫자가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머뭇거리는 녀석의 태도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왜? 혹시 지금 네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래?”

    인간의 노예가 돼서 맞고 다니는 모습이 다른 드래곤들 입장에선 수치스럽다고 생각될 것이다.

    심하면 내게 살의를 느낄 수도 있고.

    “꼭 그렇다기보단···.”

    어울리지 않게 우물쭈물거리는 녀석.

    말끝을 흐리는 게 의아했다.

    “저도 거들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그누스를 대신해 등 뒤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테라시아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헛바람 삼키는 소리.

    테라시아를 본 적 있는 사람은 몇 안 되기 때문에 집무실은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항상 귀를 열어 두고 있습니다.”

    왠지 그 귀의 정체가 마그누스일 것 같다.

    현재 집무실엔 실비아, 성녀를 비롯해 동맹국의 주요 인물들과 루시엘라, 마그누스가 있다.

    “이분은 리모트 랜드의 골드 드래곤인 테라시아님입니다.”

    내 소개에 사람들은 뜨악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마 마그누스는 내 노예질을 하면서 익숙해졌지만, 드래곤이란 보통 준신급의 존재로 추앙받아 마땅했다.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여기저기서 틀에 박힌 인사를 건네오는 동료들.

    이게 원래 드래곤이 받는 대접이기에 마그누스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참고로 테라시아님이 마그누스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

    루시엘라에 비견되는 금발의 늘씬한 미녀를 아버지라 칭하자 몇몇은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마그누스가 소년의 모습으로 있던 것처럼 드래곤은 겉모습 그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

    원래부터 성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중성이니.

    “마그누스의 부모가 아닌, 독립 개체로 봐주시면 됩니다. 드래곤은 성체가 되는 순간 부모와도 대등한 존재가 되니까요.”

    테라시아는 꼴통 마그누스와 달리 말이 통하는 느낌이다.

    그녀를 통하면 다른 드래곤의 도움을 얻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도와주신다고 하니, 든든합니다. 혹시 다른 드래곤 분들의 도움을 얻을 수 없을까요? 대륙 전체를 뒤지기엔 손이 부족합니다.”

    로이아스 대륙은 장담컨대, 지구의 모든 대륙을 합친 것보다 월등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륙을 수색하기 위해선 더욱 많은 손이 필요했다.

    테라시아가 합류한다고 한들 지금 전력으론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내 부탁에 테라시아는 담담하게 마그누스를 한 번 바라보곤 고개를 저었다.

    “아, 다른 드래곤 분들의 도움은 힘든가요?”

    아무리 드래곤이 독불장군이라 해도 이런 것까지 나 몰라라 하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이어진 테라시아의 이야기에 나를 비롯해 집무실의 모두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현재 로이아스 대륙에 남아 있는 드래곤은 저희 둘뿐이니까요.”

    “네?”

    “드래곤이란 종 자체가 멸종이 결정된 황혼의 종족입니다.”

    “그게 무슨?”

    “현재 수정 능력을 가진 드래곤은 마그누스뿐인데, 짝이 없죠.”

    “테라시아님, 뇌가 없어지셨지요. 어째서 그런 말씀을 인간분들께 합니까?”

    마그누스가 인상을 쓰며 테라시아를 노려보았지만, 그녀는 눈 하나 꿈쩍 안 하고 할 말을 했다.

    드래곤은 자가수정이 가능한 종족이 아니었나?

    그런 종족이 멸종한다고?

    “자가수정이란 기능이 마도제국 황제의 저주로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여신께 치료를 바랐지만, 가이아님께선 저희를 외면하셨죠. 그 결과 드래곤의 멸종이 정해졌습니다.”

    “······.”

    뭔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알게 된 느낌이다.

    마그누스는 가감 없이 자신들의 비밀을 밝히는 테라시아가 못마땅한 듯 보였으나, 그녀는 딱히 이를 중대한 비밀로 여기는 것 같지 않았다.

    스윽, 사람들의 시선이 마그누스로 향한다.

    그들의 눈빛엔 동정심이 가득했다.

    “미개하신 인간분들의 시선이 불편합니다. 어머니는 잘들 계십니까?”

    녀석은 자신을 향한 시선에 발광했지만, 나 역시 마그누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를 건넸다.

    “앞으로 영영 여친을 못 만든단 사실 때문에 성격이 그렇게 된 거였구나. 말하지 그랬냐, 난 그것도 모르고 미친놈이라 생각했잖아. 하긴 나라도 네 입장이면 세상이 미워질 것 같다.”

    “이게 무슨 강아지 소리일까요? 정신적 혼란이 오시는지요? 성기. 뒷구멍.”

    “드래곤 여친은 못 얻지만, 인간은 사귈 수 있잖아. 형이 예쁜 여자친구 소개해줄까? 아니면 남친? 아, 혹시 네이브 왕자?”

    “@%$&%&*@!!!”

    내 물음에 녀석은 뭔가 알아듣지 못할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마그누스를 놀리는 건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나는 앞으로의 일로 화제를 돌렸다.

    “아쉽지만 마족에 대한 조사는 저희끼리 할 수밖에 없겠군요.”

    대마법사와 소드마스터로 조를 짜고, 각 조에 이타루스의 주교급 이상의 성직자들을 배치하는 식으로 조사팀을 늘려야 한다.

    그럼에도 손이 부족한 느낌이지만, 별수 없었다.

    최대한 비밀 보장이 되는 인원들로만 움직여야 하니.

    “손이 남는 사람들이라면 위에 많잖아.”

    그때, 있는 듯 없는 듯 잠자코 차를 들이키던 루시엘라가 말했다.

    “아···.”

    그녀가 말하는 위에 있는 사람들은 하이랜드를 뜻하는 것이었다.

    적대 세력이기에 뒤로 제쳐 놓고 신경을 껐는데, 생각해보니 드래곤도 참여하는 와중에 녀석들이라고 참가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하이랜드의 종족들도 로이아스 대륙의 구성원이긴 매한가지였으니.

    “엘프는 마기를 잘 느껴?”

    내 물음에 루시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급이상 정령사에 한해서, 성직자와 비슷할 것 같은데?”

    이쪽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전력이란 뜻.

    “결국은 발로 뛰어다니는 것은 마찬가지란 소리군.”

    “그래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 더구나 하이랜드엔 마스터와 대마법사도 많으니까.”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절대적으로 손이 부족했으니.

    마족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마기라고 해서 검은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이 아니다.

    녀석들이 풍기는 기운은 굉장히 은밀하다.

    나 같이 마법의 극에 달한 인물도 마나와 헷갈릴 정도로.

    그나마 성녀라면 멀리서라도 마기를 탐지해내지만, 그녀도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정확한 진원지를 찾기 위해선 직접 조사해야 한다.

    성녀가 이 정도니, 다른 성직자는 오죽하겠는가.

    그저 몸으로 때울 뿐이다.

    “그러면 실버엘프들도 활용하죠.”

    다크엘프는 말이 다크엘프지 마족과는 상관이 없었다.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쓰죠.”

    이어서 나는 루시엘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하이랜드로 가자.”

    “어? 난 하이랜드에서 추방돼서 못 들어가는데?”

    “엘프가 아닌, 인간의 신분으로 가면 되지. 루시엘라는 어엿한 마드세인 왕국인 인걸? 굳이 눈치 볼 필요 있어?”

    아마 그녀도 기회만 된다면 부모님을 만나 뵙고 싶을 것이다.

    가벼운 내 대답에 루시엘라는 그래도 되는 걸까 고민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게 설레발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차라리 이 모든 게 설레발로 끝나면 좋겠다.

    어디까지나 마족을 상대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였으니.

    마그누스로 인해 잠깐 웃긴 했지만, 마계와 게이트가 연결되면 앞으로 이렇게 웃을 날도 없을 것이다.

    ***

    41. 꿈

    “어?”

    정신을 차려보니 어째서인 나는 순백의 공간에 위치 해있었다.

    “내가 언제 이런 델···.”

    도시하나 정돈 거뜬하게 들어갈 만큼 모든 것이 새하얀 돔 형태의 공간.

    아무리 봐도 감탄사가 터져 나올 만큼 비현실적인 공간이기에 이것이 꿈일 거라 생각했다.

    “아!”

    그래서 뺨을 강하게 꼬집었더니, 아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뭐지?

    나는 혹시 싶어 복부에 위치한 드래곤 하트와 코어의 마력을 운용했다.

    위잉.

    뺨을 꼬집었을 때처럼 너무도 생생한 감각이 밀려왔다.

    더불어 코어의 마력을 끌어내니, 손바닥 위로 붉은 기운이 서렸다.

    “대체 뭐야?”

    혹시 이게 꿈이 아닌가 싶어서 바로 영주성 좌표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텔레포트는 이펙트만 발생할 뿐 사용이 되지 않았다.

    설마 내가 바보처럼 납치를 당했을 리도 없고, 영문 모를 상황에 서서히 짜증이 나서 언령을 사용했다.

    “깨어나라.”

    치칙!

    처음으로 다른 현상이 발생했다.

    마치 노이즈가 발생한 것처럼 배경에 이상이 나타난 것이다.

    가상현실 게임이 이런 느낌일까?

    이것은 정말 현실처럼 리얼할 뿐,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쌩쇼를 하는군.”

    “!!!!!”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등장한 남성.

    나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여기 꿈 맞아.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차라리 수련이나 해. 이런 기회는 거저 오는 줄 아나.”

    “거저 온 거처럼 느껴지는 데요?”

    그는 테라시아를 연상시키는 금발 적안을 가진 미청년이었는데, 외모의 느낌이 지금의 나와 상당히 닮아 있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별로 이름 대고 싶지 않아.”

    “어떻게 이곳에 오신 거예요?”

    “나도 몰라. 너 혹시 나 심문하냐?”

    “아, 아뇨. 그냥 꿈이 꿈같지 않다 보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너 몸 상태가 상당히 신기한데?”

    몸 상태라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그보다 나는 이곳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보다 어서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

    “몸속에 거대 마력으로 소우주를 형성했군, 8개의 서클은 우주의 구성원이고. 얼씨구 드래곤 하트까지 갖고 있네? 어떻게 인간이 이 두 개의 기관을 멀쩡히 운용할 수 있지?”

    그는 마치 내 몸속이 보이는 것처럼 말했다.

    “허, 두 개의 기관이 어떻게 충돌하지 않고 버티나 했더니. 천년초까지 섭취했군. 네 녀석 황제라도 되는 거냐?”

    황제여도 이렇게 기연으로 똘똘 뭉쳐진 몸을 갖는 건 불가능하지.

    “아뇨, 귀족인데 운이 좋았죠.”

    “이게 운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인가?”

    그의 말대로긴 한데, 회귀부터가 운으로밖에 치부할 수 없으니,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뭐, 좋아. 굳이 네 녀석의 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까.”

    언제까지 여기서 모르는 남자와 대화를 주고 받아야 하는 거지?

    스스로가 꿈임을 인지하고 있는 이것을 자각몽이라 할 수 있겠지만, 깨어나는 것은 내 의지와 상관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그렇게 훌륭한 기반을 갖추고 있으면서 능력이 겨우 그것밖에 안 되다니. 역시 인간이라 그런가? 재능이 없군.”

    나 자신이 재능형 인간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 중간계 최강이라 할 수 있는 테라시아 조차 가볍게 보지 못하는 나를 향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살짝 오기가 났다.

    “저 이래 보여도 9클래스 마법사인데요? 언령도 쓸 수 있고요.”

    “그래 봤자 모두 반쪽짜리 아냐. 드래곤 하트 덕에 9클래스 마법을 쓸 수 있으면 뭐해? 넌 드래곤도 아니고 서클은 여덟 갠데. 더구나 언령도 마력을 때려 부을 뿐이잖아.”

    “······.”

    하지만 내 자부심에 대해 돌아온 것은 비웃음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왠지 태도가 열 받는 사람이다.

    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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