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09화 (109/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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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주워 오긴 했지만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몰라서요.”

아무리 그래도 타국의 왕자를 의자로 쓰다니.

그리고 그걸 순순히 따르고 있는 녀석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 생각에도 그다지 쓸모없을 것 같은 녀석이지만, 그래도 이건 보기 좋지 않다.

물론 그녀의 정체가 드래곤임을 생각하면 황제가 와서 엎드려도 모자람이 없는 존재지만 말이다.

“싫어요?”

마그누스가 엎드린 왕자를 향해 묻자 녀석은 크게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괜찮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왕족의 자존심조차 모두 내팽겨치고 여자애의 의자 역할을 한단 말인가?

설마 모든 신경을 녀석의 엉덩이가 맞닿은 등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겉모습은 예쁘장해도 내용물은 심각한 중2병 환자인데.

아무래도 첫 만남이 만남이다 보니 왕자를 부적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 보인 다기보다 어딘가 질린 모습이어서 마그누스 녀석이 뭔가 겁을 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당히 해.”

그러나 이브릴의 팔목의 멍을 들이고, 에리스에게 허튼 생각으로 작업 건 것에 대한 앙심이 아직 안 풀린 나는 모른 척 넘어갔다.

마그누스도 좀 데리고 놀다 보면 질리겠지.

“네.”

내 지시에 마그누스는 사악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혹시 너희는 마족을 탐색하는 장비 같은 거 없어?”

고개를 내젓는 마그누스.

“아무래도 필요가 없다 보니 만든 생각을 안 했습니다.”

혹시 성왕국엔 있으려나?

“아무래도 한동안 엉덩이 붙이고 보고만 받긴 힘들 것 같네.”

타국 음모 세력의 가능성은 아인트 공작에게 맡겨 두고, 마족에 대한 조사는 직접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약 이 사태가 마족에 의한 것이라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모두 정리를 해야 한다.

*

미드랜드 중동부에 위치한 메이슨 왕국은 마드세인 왕국의 5분의 1 크기인 영토를 지닌 소국으로 국토 면적뿐만 아니라 국력도 미드랜드를 대표하는 약소국이다.

바다를 끼고 있다는 장점 외엔 자원도 없고, 인구수도 겨우 500만밖에 되지 않으며 교역의 주요 거점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당연히 메이슨 왕국은 대륙의 패권을 쥐고 싸우던 제국 동맹이나 4개국 동맹 등과 거리가 멀었으며, 강대국들의 힘 싸움을 손 놓고 지켜보며 괜한 피해가 오질 않기를 기도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렇게 권력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국가일수록 귀족과 왕족의 힘이 강하고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메이슨 왕국의 국민 중 3할이 노예였으며, 한번 노예가 되면 대를 이어 비루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노예가 아닌 평민이라고 해서 나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었는데, 세율이 기본 7할부터 시작하기에 국민은 귀족과 왕족의 배를 불려 주기 위해 존재하는 말과 같았다.

“마치 개혁 전의 이타루스 성왕국을 보는 듯한 느낌이네요.”

메이슨 왕국의 지방 도시를 거닐며 내뱉은 혼잣말.

그에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남색 로브와 흰색 베일로 코와 입을 가린 아이리 성녀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부끄러운 과거죠.”

“그래도 여왕님 덕분에 많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이타루스의 미래는 밝을 겁니다.”

“그간 사탕발림이 많이 느셨네요?”

작게 웃음을 흘리던 우리는 주변에서 마기가 느껴지자 걸음을 멈추었다.

가죽 갑옷 차림의 콘스탄틴과 성녀를 호위를 자청하고 나선 크리드 공작이 미스릴 롱소드에 손을 가져가며 만약에 대비했다.

“마족은 아니지만, 언데드 몬스터가 지하에 숨어있군요.”

도시의 암울한 분위기만 봐선 마족이 아니어도 언데드가 있을 법하다.

“정화 가능합니까?”

“물론이죠. 아주 은밀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성녀가 허리춤에서 20cm길이의 흰색 봉을 꺼내 비틀자, 길이 1미터의 스태프로 변했다.

이어서 그 스태프를 바닥을 퉁 찍으니 보이지 않는 파장이 지하에 파고들었다.

[키에에엑!]

보통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내게는 정확하게 지하에 숨어있던 언데드가 소멸됨과 동시에 마기가 사라지는 것이 감지 되었다.

혹시라도 마족이 신성력을 느낄까, 힘을 상당 부분 감췄는데도 효과는 확실했다.

가볍게 스태프를 짧은 봉 형태로 되돌린 후 그것을 로브 안쪽에 숨겼다.

역시 괜히 성녀가 아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별일도 아닌데요. 계속 주변을 조사해 보죠.”

우린 생기 없는 눈동자로 이쪽을 응시하는 영지민들의 시선 속에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원래부터 성녀와 함께 조사에 나설 생각은 없었는데, 혹시 마족을 탐색하는 방법이 없냐고 묻는 도중에 나타난 것이 이타루스 성왕국의 성왕인 그녀 자신이었다.

‘마족이 로이아스 대륙에 숨어들었을 수도 있다니,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이것은 성녀로서 좌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면서 완벽하게 여행 준비를 마치고 내 팔을 잡아끌어 지금의 상황이 되었다.

물론 그녀만 괜찮다면 아주 좋은 상황이다.

그녀의 마기 탐색능력은 로이아스 대륙 최고라 할 수 있으며, 많은 인원을 줄줄 달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안전했으니.

우리의 조사 방법은 이렇다.

일단 이상 현상이 발생한 국가로 향해 지역별로 탐색을 실시 한다.

솔직히 마기 탐지야 고위 성직자들도 가능하지만, 성녀의 경우 범위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성녀는 멀리서도 마기를 탐색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탐색 도중 이상이 발견되면 이렇게 직접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때문에 대대적으로 성직자를 푸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사실 나도 마기를 탐색할 수 있지만, 그것은 가까이 마주하고 나서야 알 수 있을 정도로 까다로웠다.

내가 느끼는 마기의 존재는 마나와 너무도 흡사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돌아다니니까, 예전 느낌 나네요.”

성녀가 말하는 예전이란 아마도 내 도움으로 내전을 치를 때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요즘 성에만 계셔서 심심하죠?”

가감 없는 물음.

예의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린 예의를 따져가며 상대의 비위를 맞춰야 할 정도로 먼 사이가 아니었다.

“뭐, 그렇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성녀 때부터 계속 그랬으니까요.”

그녀는 성녀이자 성왕일 뿐만 아니라, 대륙의 패권을 쥐었다고 할 수 있는 4개국 동맹의 중추였으니, 예전보다 더욱 철저하게 보호를 받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이리 성녀는 원래부터 자유와 거리가 먼 인물.

그리고 그녀의 자유와 반 비례해 나라는 점점 부강해지고 활력을 더해가니 지도자로서 지금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상황 자체가 그녀에겐 일탈일지도 모르겠다.

“결혼 하신다고요?”

갑작스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네, 뭐···. 루시엘라와 다음 달 중으로 결혼할 생각입니다.”

“여왕님하고는요?”

“여왕폐하와는 조금 더 뒤에 할 예정입니다. 애초에 루시엘라와 함께 하기로 약속을 했던 만큼, 처음 몇 달 만이라도 그녀만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어서요.”

내 대답에 대해 그녀는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멋지긴 한데, 뭔가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네요. 보통은 내 나라의 여왕을 우선시할 텐데.”

사실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신분을 생각하면 무조건 여왕인 실비아를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루시엘라와의 혼인을 우선시하고 있는 상태다.

당연히 실비아는 이런 내 고집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내 나라의 국왕임을 생각하면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루시엘라와의 결혼을 뒤로 미루거나 합동 결혼을 한다면 그녀는 신분상 실비아에게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애초에 그녀만을 반려로 받아들일 생각이었기에 루시엘라를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 정실은 루시엘라 님이 되는 건가요?”

“네, 원래대로라면 루시엘라가 정실이죠.”

여왕이 측실(첩)이 된다니, 굴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대담하군요?”

흥미진진하단 그녀의 반응에 어쩐지 이쪽이 콩가루 집안이 된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서 마드세인에 정실과 측실의 차이를 두지 않는 법안을 만들 생각입니다.”

“네?”

“차별은 좋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측실과 정실에 대한 차별은 귀족사회에 만연했으며, 측실의 자식이란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대우와 교육을 못 받고 학대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평민보다 나은 삶을 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귀족가라면 고급인력을 키울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되기 때문에, 나 하나만 이득을 보는 법안이라 볼 수 없었다.

“말만 그렇지, 실제론 공작님께서 곤란한 걸 없애려고 만드는 법안 아니에요?”

지극히 맞는 말.

측실의 자식이니 뭐니, 결국엔 가져다 붙인 이유에 불과하다.

나는 내 마음대로 나라를 움직일 힘이 있고 상대도 여왕이었으니까.

내가 곤란한 듯 헛기침을 하자,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부인 간에 격차를 두지 않으려는 게 자상하시네요.”

자상할 게 뭐 있겠는가.

두 여인을 얻는 건데.

“저도 받아 달라고 할까요?”

“······.”

성녀의 예상치 못한 물음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내가 아닌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 따라온 크리드 공작이었다.

“서, 성왕 폐하?”

뜨악한 크리드 공작의 모습에 여왕은 도리어 의아하단 반응을 보였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솔직히 남자 중에 아르비스 공작님 같은 분이 또 어딨다고.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그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닌가요?”

“아무리 그래도 경우가···.”

성녀는 그런 크리드 공작을 무시하고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혹시 26살은 아줌마라 치는 거 아니죠?”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나이로 치면 루시엘라는 제 선조 벌인데요.”

내가 크게 손을 내젓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냥 그렇다고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세요.”

아니, 진심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야.

회귀를 했다곤 해도 나는 정말 예쁜 여자 많이 만나서 하렘을 차리겠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기억 때문인지 마음을 주는 여성은 한 명이면 충분하고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비아를 받아들이고 나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뒤통수를 긁적이자 그녀는 어째서인지 짙은 미소를 흘렸다.

“멈춰라!”

“응?”

그렇게 함께 길을 걷던 우리는 갑자기 앞을 막아선 병력에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상대는 기사 셋에 병사 열 명이었는데, 비루한 행색의 영지민들에 비해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귀찮은 게 싫어서 바로 언령을 통한 정신통제를 사용하려 했으나, 성녀가 내 어깨를 짚으며 막았다.

“마족이 있을 수도 있으니, 소란을 피우거나 큰 힘을 사용하는 건 자제해야 합니다.”

현재 나나 성녀나 기운을 감추고 있는 상태.

어쩔 수 없이 언령을 사용하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혀를 찬 나는 강압적인 기사를 향해 강압적인 태도로 답했다.

복장은 나름 무난한 것을 고른다고 골랐지만, 어느 정도 눈썰미가 있다면 결코 싸구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당당한 내 행동에 그는 머뭇거리며 물었다.

“혹시, 귀족이십니까?”

내가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화려한 미스릴 반지를 보여 주자 그는 크게 움찔거렸다.

“그렇네. 마드세인 왕국 소속의 귀족이지.”

더구나 마드세인 소속이란 말에 그들은 당황했는데, 새삼 마드세인 왕국의 위세가 이전과 완전히 다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나의 앞을 막아선 것인가?”

나의 차가운 물음에 지휘관으로 보이는 기사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뭐, 안 봐도 뻔하다.

목적은 성녀겠지.

코와 입을 가리고 있다고 해도 그녀의 미모가 완전히 감춰지는 것은 아니었다.

특이하게 영지민을 괴롭히는 영주치고 성욕 없는 녀석은 못 본 것 같다.

“무례를 저질러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처음 뵙는 외지인이다 보니 확인차 불러 세운 것뿐입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시지요.”

그런데 꽤 높아 계급이 높아 보이는 화려한 복장의 사내가 다가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왔다.

“저는 이곳 트리시아 백작령의 행정장인 자드 남작이라 합니다.”

하지만 그의 등장에 성녀가 급히 귓속말을 해왔다.

“몸에 마기가 배어 있어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배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니 굉장히 옅은 흔적만 남아있는 모양이다.

나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마기 탐지 레이더인 성녀가 하는 소리니 확실하겠지.

마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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