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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108화 (108/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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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그누스의 중2병 돋는 말투가 거슬려서 존댓말을 사용하라고 지시하긴 했지만, 어째 더 이상해진 느낌이다.

    솔직히 그냥 평범하게 말할 수 있는데도 이렇게 알아듣기 힘들게 말하니 이젠 일부로 저런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는 다시금 딱밤을 날리며 제대로 말하라고 지시했다.

    요즘 마그누스를 상대로 말보다 손이 나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파, 파티장 밖에 괴물들이···.”

    그런데 대답은 마그누스가 아닌 짐짝처럼 끌려다닌 네이브 왕자에게서 들려왔다.

    “괴물?”

    나는 의문을 표했고, 그의 이야기가 허튼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파티장 입구에서 요란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악!

    “아주 보기 힘든 녀석입니다. 인펙션 워커라는 데몬이죠.”

    마그누스의 부연 설명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데몬이라고?”

    데몬은 마계의 인간형 몬스터를 뜻하는 것이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근위병, 막아!”

    마침 제노아드 공작이 입구 쪽에 있었는지, 다급해 보이는 외침이 들려왔다.

    동시에 내 수하인 마스터와 대마법사들이 달려와 나를 둘러쌌다.

    “인펙션 워커의 체액과 피에 닿으면 바로 감염이 돼서 똑같은 데몬이 됩니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사방에 피를 퍼트리죠.”

    “피에 닿는 것만으로? 마스터나 대마법사는?”

    “신체를 재구성한 마스터급의 존재는 피를 대량으로 마시지 않는 이상 해가 되지 않습니다.”

    마그누스의 적절한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하들을 향해 말했다.

    “들었죠? 여기 호위는 콘스탄틴 경과 메어리 경이면 됐으니, 나머지 분들은 귀빈들을 보호해 주세요.”

    “네!”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우선적으로 내 사람들부터 돌보기로 했다.

    루시엘라, 실비아, 에리스, 이브릴 등.

    아인트 공작은 안 시켜도 내 옆이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난리가 나자마자 내게 달려왔다.

    챙그랑!

    꺄악!

    멀지 않은 발코니 쪽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나는 파티장 안으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회색의 피부를 가진 짐승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긴 것만 봐선 라이칸슬로프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근위기사와 근위병들이 그런 라이칸슬로프를 상대로 분투하고 있지만, 상성이 너무 안 좋았다.

    푸왁!

    잘 싸우다가 치명상을 입게 되면 마치 물풍선처럼 터져 버리는데, 한 녀석이 그렇게 죽어버리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감염되어 더 많은 수의 데몬이 탄생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몬스터가···.”

    실비아는 입을 틀어막으며 헛바람을 삼켰고, 파티장은 완전히 혼란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이런 괴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전생에서 나타난 적이 없는 녀석인데, 아무래도 이 또한 나로 인해 바뀐 미래가 만들어낸 이레귤러라 봐야 할 것 같다.

    급조된 데몬은 기사정돈 아니어도 수습기사 정도의 능력을 지녔었는데, 만약 여력이 안 되는 국가에 이런 녀석들이 창궐하면 나라 하나 먹히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다.

    “아르비스 공작령으로 피신하죠. 이곳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네?”

    나는 일단 주변 사람들을 아르비스 공작령으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마그누스, 네가 이 사람들 지켜. 메어리 경도 가시고요.”

    “네.”

    “나도 도울게.”

    “아뇨, 마음만 받을게요.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나는 돕겠다며 나서는 루시엘라의 엉덩이를 두들기곤 워프를 이용해 그들을 왕성에서 이탈을 시켰다.

    그들은 내 소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 행동을 제한하는 약점이 된다.

    그래서 되도록 전투 현장에서 떨어뜨려 놔야 마음 편하게 활동할 수 있다.

    “와이드 배리어.”

    나를 중심으로 점점 영역을 확대해 가는 방어막.

    나는 그 방어막에 의지를 담아, 마속성을 튕겨냈다.

    “사, 살았다.”

    그나마 파티장 안쪽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창가나 입구 쪽에 있던 사람들이 꽤 큰 피해를 입었다.

    나로 인해 점점 영역을 확대해 나가던 쉴드에 인펙션 워커가 건물 여기저기에 끼어서 터져나갔다.

    건물을 더럽히는 피들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불태워 버렸다.

    “역시 아르비스 공작님!”

    손짓 한 번에 간단하게 파티장에 평화를 가져온 내 모습에 주변 귀족들은 환호했다.

    “주군!”

    “밖에 있는 녀석들을 처리하세요! 제노아드 공작님은 기사들과 병사들은 모두 물리고요!”

    내 지시에 열심히 인펙션 워커를 정리하던 초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파티장 밖을 나서고, 제노아드 공작은 크게 도움이 안 되는 병사들과 기사들을 쉴드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나는 이 몬스터들이 성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왕성에도 역방향 쉴드를 펼쳤다.

    키에에엑!

    “안에! 안에도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들어온 건지 마를 쫓는 쉴드를 펼쳤건만, 내부에서 다시 감염자가 발생했고, 나는 그 부분을 격리시키며 커즈 마법을 사용했다.

    이어서 그곳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니, 드레스를 입은 데몬이 주변 사람들에게 달려들려다가 굳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V1 왕국 내의 해당 개체 탐색.”

    [탐색을 실시합니다.]

    나는 그 데몬을 가루 하나 없이 소멸시켰다.

    이어서 위성을 통해 인펙션 워커의 위치가 머릿속에 입력되는데, 그 수가 무려 500여 마리에 달했다.

    V1이 보내온 위치 정보에 천리안으로 정확하게 녀석들을 포착한 나는 언령을 사용해 녀석들을 하나하나 컴퓨터 파일 제거하듯 정리했다.

    “사라져라.”

    마력을 엄청나게 소모하는 비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시간을 끌어서 좋은 것이 없다.

    아직 왕성 내에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지 못한 사람이 많았으니까.

    내가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하자, 왕성 여기저기에 퍼져 있던 인펙션 워커는 채 1분을 넘기지 않고 완전히 정리되었다.

    그나마 왕성 밖으로 확산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정리했습니다.”

    내 말에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모두 안도했다.

    “우린 이만 돌아가고 싶습니다만.”

    “만약의 사태를 위해 상황을 지켜보죠. 누군가가 감염되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감염된 상태로 돌아가면 2차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내 입장에선 가장 현실적인 대응.

    하지만 겁에 질린 귀족들은 내가 지인들을 빼돌리는 것을 봤다면서 불평을 토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내 대응은 깔끔한 무시였다.

    그 상태로 모두가 겁에 질린 채 30분을 보냈는데, 추가로 데몬이 출현하지 않자, 나는 방어막을 해제하며 크게 말했다.

    “오늘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를 드리며, 피해자분들에겐 최대한의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이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친 표정으로 파티장 입구 쪽으로 향했다.

    데몬은 잔해 하나 없이 깨끗하게 증발시켜 버렸기에 지금 파티장의 모습만 보아선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나름 긴장하며 파티장을 나서려던 사람들의 앞을 제논과 블레이크가 막아섰다.

    “데몬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빠르게 조사하여 원인을 규명토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분께선 이 왕성을 자유롭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원인 규명이 끝나는 대로 집으로 돌려보내 드릴 테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그게 무슨?”

    “이 안에 인펙션 워커의 씨를 퍼트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내 물음에 파티장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당황했다.

    솔직히 내가 있으니까 이렇게 쉽게 해결한 거지, 다른 나라였다면 피해가 훨씬 컸을 수도 있다.

    그들 입장에선 억울하겠지만, 내게 있어선 이들 모두가 마드세인의 왕성을 공격한 용의자였다.

    *

    40. 마족

    여신 가이아가 다스리는 세계는 4개의 우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로이아스 대륙의 ‘베이스 플래닛’이 소속된 ‘중간계’.

    중간계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아스트랄 플래닛’의 ‘정령계’.

    천족이 다스리는 ‘세인트 플래닛’의 ‘천계’.

    마족이 다스리는 ‘이블 플래닛’의 ‘마계’까지.

    이 4개의 우주가 가이아의 권능에 의해 탄생한 세계이며 각 우주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미드랜드에선 이 4개의 우주를 두고 타 차원이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는 각 우주가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있어 왕래가 쉽지 않은 것뿐이지 실제로 차원이 나누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정신체인 정령들은 베이스 플래닛의 출입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나머지 우주끼리는 전혀 왕래가 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중에 꾸준히 다른 우주로의 진출을 꿈꾸는 세계가 있는데, 그들은 바로 마계에 소속된 마족들이다.

    그들은 항상 빈곤하고 왜소한 자신들의 세계를 떠나고 싶어 했는데, 그때마다 타겟이 되는 우주가 가장 만만한 중간계였다.

    “예전에 아버님에게 세계를 배울 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천계가 풍요로운 이유는 여신 가이아님을 극진히 떠받들어서이며, 마계가 빈곤한 이유는 창조주님의 존재를 크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요.”

    “뭐야? 그럼 중간계는 그 둘의 중간인 건가?”

    “네, 맞습니다. 그래서 가이아 님께서 중간계에 적당한 풍요와 적당한 빈곤을 내려주었다고 합니다.”

    “허, 그럼 정령계는? 왠지 정령계도 상당히 풍요로울 것 같은 느낌인데?”

    “정령들이 가이아 님의 애완동물 같은 존재라서 풍요를 누린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인펙션 워커의 사태로 마드세인 뿐만 아니라 미드랜드 전체가 난리가 났다.

    데몬이라 하면 마계의 인간형 몬스터로 마족이 부리는 노예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데몬 중엔 오래전 중간계에 강림한 마왕으로 인해 토착화된 녀석도 있는지라, 무조건 마족의 똘마니라고 볼 수만은 없다.

    마그누스의 말에 의하면 인펙션 워커도 대륙 곳곳에 존재하는 신화시대 유적에서 발견할 수 있다나?

    하지만 로이아스 대륙에 토착화된 인펙션 워커의 경우 공격성이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다고 한다.

    “마족은 혼자의 힘으론 이 세계에 넘어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협조해 줄 인물을 찾아 정령처럼 정신체로 숨어들죠.”

    “그 마족들이 적당한 상대를 찾으면 계약하자고 꼬드기는 거구만?”

    “네, 맞습니다.”

    지구에서 악마와 계약할 경우 악마는 소환자의 영혼을 대가로 힘을 빌려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곳의 마족은 조금 다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영혼이 아닌 육체.

    자신들의 정신이 깃들 수 있는 육체를 원한다고 한다.

    “보통 마족이 로이아스 대륙에서 육체를 얻게 되면 그 존재감이 꽤 크기 때문에 저희가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따로 느껴지는 것은 없었죠.”

    “음···.”

    “물론 100%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 근래에 워낙 사고가 많아 다른데 정신이 팔려 알아채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째려보는 마그누스를 걷어찬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다.

    “음모 세력이냐, 마족의 등장이냐.”

    둘을 놓고 봤을 땐, 차라리 음모 세력의 뻘짓이라 생각하고 싶다.

    마족의 등장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니.

    마왕이라도 강림하는 날엔 용언을 사용하는 에이션트 드래곤이라도 등장하지 않는 이상 상대가 불가능하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앞에 앉은 아인트 공작과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요즘 메이슨 왕국에서 좀비를 비롯한 언데드 몬스터의 출몰이 잦다는군.”

    의외의 말을 하는 아인트 공작.

    “그래요?”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하냐는 투로 바라보았다.

    “이번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 그런데 알고 보니 메이슨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불사와 마속성의 몬스터의 출몰이 증가했다는군.”

    그렇다면 역시 마족이 어딘가에 숨어들었다고 봐야 할까?

    “일단 이상 현상이 발생한 곳들을 조사해봐야겠네요.”

    “귀족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모든 게 확실해지기 전까진, 현 상태 유지입니다. 왕성이 데몬에게 습격을 당한 것은 피해 여부를 떠나 비상상황이니까요.”

    “어쩔 수 없군.”

    “아, 그런데 인펙션 워커의 예방 방법은 없어?”

    내 물음에 마그누스가 가볍게 답했다.

    “성수를 마시면 됩니다.”

    “성수? 겨우 그거야?”

    사실 성수라고 해서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고위 사제라면 물탱크 하나 분량 정돈 신성 마법 한방으로 만들 수 있으니.

    덕분에 이타루스 성왕국에선 성수를 기념품처럼 팔고 있을 정도다.

    물 주제에 한 끼 식사비보다 비싸지만, 제작방법도 비용도 국가 차원에서 보면 그리 부담되는 것은 아니었다.

    “물 한 컵을 기준으로 일주일 동안은 감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아인트 공작을 바라보자 그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수 문제는 내가 처리하지.”

    “그런데···.”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마그누스가 자연스럽게 깔고 앉는 의자를 보며 물었다.

    “너 의자 뭐냐?”

    “네?”

    마치 무슨 문제 있냐며 바라보는 녀석의 의자는 바닥에 네발로 엎드린 네이브 왕자였다.

    마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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