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01화 (101/186)
  • -------------- 101/186 --------------

    [위성인가?]

    “위성은 특수 장치로 눈에 안 보인다고 들었는데?”

    점점 눈에 또렷하게 잡히는 것을 보니, 왠지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지잉! 지잉!

    “뭐, 뭐야!?”

    돌연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 5개가 생성되고, 자유 낙하 중이던 정체불명의 물체들을 화염 폭풍이 집어삼켰다.

    하늘이 온통 화염으로 뒤덮이고, 영문을 모르는 기간트 오너들이 크게 놀라면서 통신이 시끄러워졌다.

    그런데 이어서 대기를 뒤흔드는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콰콰쾅!

    그들의 머리 위로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폭음과 함께 검붉은 불꽃이 파도처럼 확산했다.

    “으악!”

    대지가 미친 듯이 요동친다.

    그리고 위협적으로 확산하던 화염의 파도가 지상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소리아는 반사적으로 기간트를 엎드리게 했고, 그것은 다른 기간트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다행히 먼 거리에서 폭발한 덕분인지, 기간트가 이상이 생길 정도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았다.

    기간트의 외부 장갑이 벌겋게 달아오르긴 했지만, 오래가지 않아 제 색으로 돌아왔다.

    그때 이브릴이 통신으로 현 사태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헬파이어를 상회하는 적의 폭발성 병기가 공간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본국에서 위성으로 모두 요격했다고 하네요.]

    “헐.”

    벙찐 소리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전부 헬파이어 이상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현재 전투 지역에 텔레포트 방해진을 펼쳐 둔 만큼 같은 수법에 당할 일은 없을 겁니다. 정말 운이 좋았죠. 탐지 위성이 없었으면 궤멸되고 말았을 겁니다.]

    “그럼 궤멸이 아니라 소멸이겠지.”

    만약 저런 게 도시를 노리고 날아들면 도시는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고 말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칼바도스 이 새끼들이.]

    [저런 게 마구 날아다니면 전쟁에 의미가 없다고.]

    하나둘씩 몸을 일으키는 기간트들.

    표정이 없는 금속 덩어리지만, 기간트들에게서 깊은 분노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소리아 역시 마찬가지.

    방금까지 갖고 있던 살인에 대한 작은 죄책감마저 말끔히 사라졌다.

    *

    “전하, 이대로라면 아군의 기간트 전력이 적진 한복판에 놓이게 됩니다. 계속 전진시킬까요?”

    참모의 물음에 나는 칼바도스 제국의 지도를 보며 고민했다.

    현재 칼바도스 제국은 100대가 넘는 기간트를 잃으면서 전력이 반 토막이 난 반면, 우리 군의 피해는 20대도 되지 않는(약 20기의) 기간트만 전선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계속된 추격전으로 마드세인의 기간트 부대는 칼바도스 영토로 꽤나 깊이 들어갔는데, 거리로 따지면 50km~60km는 전진한 듯하다.

    “추격은 거기까지 하죠. 대신 기간트 부대를 둘로 나눠서 하나는 그 자리를 지키고, 나머지는 주변 영지를 정리하도록 합시다. 우리 본진도 이동 요새와 함께 보병을 이끌고 전진하죠.”

    “네.”

    야외 상황실 한쪽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 녹초가 된 아르세인 걸즈가 서로 등을 기댄 채 뻗어 있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회복 마법을 사용하며 피로를 풀어 주었다.

    “소, 송구합니다.”

    아르세인 걸즈의 리더인 베라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내저은 나는 지시에 따라 기간트 부대가 나뉘는 것을 지켜보았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는데, 이렇게 끝난 건 아쉽네.”

    칼바도스 입장에선 뼈아픈 패배겠지만, 나로서도 아쉬운 승리였다.

    그래도 굳이 아쉬움을 사람들 보는 앞에서 표할 필요는 없으니, 나는 웃음을 흘리며 통신 장교에게 말했다.

    “왕성에 대승이라고 알리세요. 현재 칼바도스 남부 3개 지역을 점령할 예정이라 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아마 내일 조간신문에 이런 내용이 실리면 마드세인 왕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일 것이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전쟁 중이라고 해서 나라의 경제활동이 멈춰선 안 된다.

    때문에 국민들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란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탐지 위성 16호, 아군 상공에서 공간이동으로 정체불명의 물체 10기의 출현을 확인했습니다.”

    “그게 뭔데요?”

    “탐지 위성 16호의 영상을 출력합니다.”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원통형의 금속체였다.

    V1을 사용할 수 있다면 즉석에서 위성을 통해 분석할 수 있을 텐데, 마도시대의 장비는 이번 전쟁에 사용할 수 없는지라, 그냥 눈으로 보고 이후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현재 자유 낙하 중이며 밑에 아군 기간트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나는 찜찜함에 위성 관리 장교에게 지시했다.

    “전부 요격하세요. 공격 위성 아끼지 말고요.”

    “네, 해당 면적을 커버하기 위해 11-11부터 11-16까지 파이어 스톰 위성 5개를 사용하겠습니다.”

    곧 화면 가득 엄청난 빛과 함께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말을 잃었다.

    “포, 폭발 범위로 유추하건대. 헬파이어를 상회하는 공격으로 보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나도 알고 있다.

    지금 화면에 잡히는 공간만 해도 대도시 몇 개는 들어갈 면적인데, 그곳을 화염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10기 모두 격추했으며, 마나를 소모한 위성 5개에 대한 수거가 필요합니다.”

    “기간트 오너들은 무사합니까?”

    “네, 문제없습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성이 보내오는 연상을 보니, 머리 위에서 연달아 작렬한 거대 폭발에 아군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다.

    “마그누스 그 새끼가···.”

    공간이동 탄이라니, 미사일의 텔레포트 버전이 아닌가?

    더구나 헬파이어를 상회 하는 무기 10개라면 거의 핵탄두나 다름없는 위력이다.

    “마드세인 전 지역과 전쟁지역에 공간이동 방해기능 펼치세요.”

    “네!”

    “그리고 동맹국에 이 사실을 전달하세요. 만약을 위해 주요거점은 텔레포트 방해진을 펼쳐 놓으라고요.”

    만약 저게 도시에 쏟아진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괴멸되고 말 것이다.

    그것이 설령 한나라의 수도여도 말이다.

    텔레포트를 막아도 워프나 직접 투하하는 등 여러 방법이 존재하기에 완전히 위협에서 멀어졌다고 볼 순 없다.

    “이런 식이면 파괴만을 위한 전쟁이 될 거야.”

    루시엘라의 이야기에 나는 공감했다.

    지구에서 전쟁한다고 무조건 핵을 사용하는 게 아닌 것처럼, 이런 전술 무기는 사용을 엄격히 금해야 한다.

    “누군 저런 무기를 못 만들어서 안 쓰는 줄 아나.”

    당장 내가 9클래스의 메테오만 사용해도 도시 하나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전쟁은 힘과 힘의 충돌이 아닌, 파멸을 위한 경쟁으로 치달을 경우가 있어서 사용하지 않는 것뿐이다.

    왠지 마그누스가 내게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고 묻는 것 같다.

    그 자식은 애초에 전쟁을 병력과 병력과의 싸움으로 끌 생각이 없던 것이다.

    때문에 나와의 내기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거겠지.

    이대로라면 제국연합과 4개국 연합과의 전쟁은 너 죽고 나 죽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작 전하!”

    “무슨 일입니까?”

    또 무슨 일인지, 한 참모의 다급한 부름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케, 케일론 제국의 수도가.”

    “네?”

    나는 바로 케일론 제국에 띄워 놓은 위성의 영상을 출력했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장소.

    좌표가 틀리지 않았다면 그곳이 케일론 제국의 수도였다.

    아무래도 우리의 정보가 케일론에 전달되기 전에 같은 공격이 떨어진 모양이다.

    잠시 후, 인위적으로 보이는 거대한 바람이 불어와 연기를 걷었다.

    폴시스 공작이나 대마법사가 수도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돌아온 모양이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케일론 제국의 수도는 다행히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휴우···.”

    상황실 전체에 안도의 한숨이 들렸다.

    우리처럼 요격한 건지는 몰라도 천만 다행이다.

    내가 황성에 앱솔루트 쉴드 작업을 해주긴 했지만, 헬파이어를 상회하는 위력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낼 수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으니.

    “이건 위스워드의 짓이라 봐야겠지?”

    루시엘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그누스 녀석은 직접 공격할 수 없으니, 결국 방아쇠를 당긴 것은 위스워드의 짓일 거다.

    케일론 제국 수도의 인구는 대략 500만.

    이건 그 인구를 날려버리겠다는 속셈으로 퍼부은 공격이었다.

    “다른 곳은 괜찮습니까?”

    “따로 들어온 추가 피해 내용은 없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상황 장교가 추가로 보고했다.

    “아! 공작 전하, 리모트 랜드로부터 다크엘프가 진격을 시작했답니다.”

    나는 관자놀이를 주무르게 냉정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겠네요.”

    ***

    칼바도스 제국 트라칸 황제는 현지 정보원이 보내온 실시간 영상에 두 눈을 의심했다.

    “······.”

    그리고 태연하게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마그누스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건 타격 정도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대로 떨어졌다면, 마드세인의 기간트는 모조리 증발하고 말았을 겁니다.”

    헬파이어 이상의 위력을 지닌 아티팩트.

    그것을 10개 단위로 묶어 놓은 방아쇠가 황제의 손에 들려 있었다.

    “좋지 않나. 잘만 쓰면 생각보다 쉽게 전쟁을 승리로 가져갈 수 있네.”

    “적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난 다음 말씀이십니까?”

    “그거야 쓰기 나름이지.”

    “이런 게 마구잡이로 떨어진다면 더 이상 전쟁이 아니게 됩니다. ”

    “설마 피의 군주라 불리는 인간이 인의를 따지려 드는 건가? 그걸 쓰지 않고 이 상황을 어찌 뒤집을 생각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의 드래곤을 보며, 황제는 입술을 깨물었다.

    “뭐하나 어서 공격하지 않고. 그 탄도탄은 텔레포트뿐만 아니라 수동으로도 쏘아 보낼 수도 있네.”

    트라칸 황제는 결국 아티팩트 조종 장치를 책상에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의 상황이 안 좋다지만, 그렇다고 자존심까지 버린 것은 아닙니다.”

    “쯧! 자네도 그렇고 위스워드의 황제도 그렇고, 지고 있다는 자각이 없는 건가?”

    그의 말에 위스워드의 황제 또한 자신과 같은 상황이란 것을 알게 된 트라칸 황제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 마그누스님께선 저희의 승리보다도 파괴에 중점을 두고 계신 것 같습니다.”

    트라칸 황제의 반항적인 태도에 마그누스가 언짢아했다.

    “언쟁도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것이다. 필승카드가 손에 있는데, 그걸 쓰지 않겠다니, 제정신인가?”

    “필승의 카드가 아닙니다. 공멸의 카드죠. 마그누스님과 내기를 할 정도의 존재감을 지닌 아르비스 공작이 손 놓고 당할까요?”

    “그런 식으로 만에 하나까지 따지고 들면 애초에 전쟁할 생각을 말았어야지.”

    마그누스의 핀잔에도 황제의 분위기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황제는 싸늘하게 말했다.

    “그동안 마그누스님께서 왜 굳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원하는 바가 있으시면 본인이 직접 해결하면 될 텐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죠. 그런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군요.”

    “어쩔 생각인가?”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차라리 전쟁을 일으키기보다 앞날을 도모했어야 하는 건데.”

    “이미 때늦은 후회일세.”

    “마드세인에 종전을 요청하겠습니다.”

    황제의 결정에 마그누스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 수는 없지.”

    위협적인 반응에도 황제는 입을 닫았다.

    자신의 생사는 마그누스의 손끝에 달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방법까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군. 말을 잘 안 들으면 듣게 해야지.”

    가뜩이나 붉은 마그누스의 눈동자에서 빛이 난다.

    자신에게 무슨 조치를 취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황제는 피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모두 쓸데없는 과욕을 때문이라 여기며 황제는 자신을 탓했다.

    “마그누스님, 제가 보기에 이건 직접 개입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제 3의 목소리에 황제는 눈을 크게 떴다.

    의외의 종전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