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00화 (10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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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네.”

샤를로트 공작의 참전.

덕분에 예상보다 더 쉽게 끝낼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전황이 꼬였다.

콰콰콰쾅!

샤를로트 공작의 플라잉 소드로 하늘이 어지러워졌다.

또한, 대마법사들까지 백업하면서 전투기의 이동 경로 여기저기에 썬더스톰이 떨어졌다.

대충 보아하니, 참전한 적의 대마법사의 수는 3명 정도인 것 같다.

“우리도 대마법사가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플라잉 소드는 충분히 위협적이지만, 비행속도가 전투기보단 느려서 쉽게 격추되는 일은 없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격퇴할 필요까진 없으니, 견제 위주로 무리하지 마세요.”

“네, 주군.”

전장의 상황을 저공 위성영상으로 함께 보던 헤르만과 대마법사 4명이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나서면 샤를로트 공작 정돈 아무것도 아닌데, 나를 제외하면 그를 쓰러뜨릴 만한 인물이 없다.

물론 여전히 상황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좋지만 방금까지 단기전을 꿈꾼 나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힐끔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아르세인 걸즈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생각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응원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거였나 싶을 정도.

공연으로 어수선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병사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르세인 걸즈는 노래로 전쟁에 참여한 것이다.

타의든 자의든 그 용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마법 효과가 더해져 화려한 이펙트를 뽐내는 무대 위로 땀을 흘리며 열심히 노래하는 세 여인의 모습은 꽤나 멋졌다.

솔직히 실력은 아이돌이 범람하던 한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많은 노력을 했는지, 이상하단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 왕국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겠지.

“눈빛이 잡아먹겠네.”

루시엘라의 핀잔에 나는 헛기침을 하며 그녀의 손을 조몰락거렸다.

“하여간 스킨쉽을 좋아한다니까.”

“연인인데, 당연하죠.”

우리의 모습에 주변에선 눈을 돌렸다.

새삼 이러고 있으면 그녀가 내 연인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물론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녀와는 여러모로 잘 맞았다.

“동맹국의 전황은 어떤가요.”

내 물음에 통신장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아크로스는 위스워드와 접전 중이며, 케일론과 이타루스는 저희처럼 유리한 상황입니다.”

아크로스 대왕국인가···.

5년 전까지만 해도 마드세인이 감히 바라볼 수 없는 국력을 가진 국가였으나, 지금에 들어선 완전히 어중간한 위치가 되어버렸다.

마드세인이 워낙 신분 상승을 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거지만, 아크로스는 자신들만의 특징이 없다.

그래서 존재감도 옅은 느낌.

뭐, 밀리지만 않고 전력을 분산시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 도마뱀 녀석이 뭔가 수를 쓸 것 같은데···.”

슬슬 숨겨둔 패를 꺼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전력이 온전할 때 수를 써야지, 아끼면 똥이 될 테니.

샤를로트 공작이 분투하고 있지만, 갑옷을 입고 검을 휘두를 때와 기간트에 탑승해 검을 휘두르는 것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의 등장으로 칼바도스 제국군의 사기가 오르고 전황이 꼬이긴 했지만, 전세가 뒤집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제압에 시간이 소요될 뿐.

“공작전하, 전투기들의 스피어가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20대씩 순차적으로 보급하도록 하세요. 이동 요새의 현재 위치는 어딥니까?”

이동 요새란 천공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마드세인의 왕국의 이동식 거점이다.

안에는 병사들을 위한 휴식 공간과 기간트 수리 공간, 보급물자 등이 가득하며, 왕성 수준의 방어막으로 떡칠 된 것이 특징이었다.

“거의 도착했습니다.”

“좋아요.”

상황실엔 마치 공상과학 영화처럼 많은 이미지가 떠 있다.

대부분 위성 영상으로 그것을 통해 전장을 위에서 내려보며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했다.

인공위성은 지구와 달리 마법의 힘이 존재하기에 큰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국가는 몇 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손쉬운 파괴에 비해 제작비용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위성이 파괴돼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로 계속 띄우는 마드세인과 달리 그 정도로 여유 있는 국가는 몇 없었다.

실제로 칼바도스와 위스워드에서 위성을 많이 띄우긴 했는데, 보이는 족족 파괴하면서 꽤나 큰 자금적 타격을 주었다.

우리도 많은 위성이 공격당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동화라는 9클래스 마법으로 위성을 감춘 덕에 방해 없이 잘 운용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미드랜드의 하늘은 완전히 우리가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칼바도스가 후퇴하려 합니다.”

전투기가 보급을 위해 나뉘자, 이때가 기회라 생각했는지, 녀석들이 뒤로 물러나는 속도가 빨라졌다.

“기세가 넘어왔을 때 잡아야 합니다. 놓치지 마세요.”

“이런, 전위기사단의 미하엘 백작의 기체가 샤를로트 공작에게 반파 당했습니다!”

“미하엘 경은요?”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다.

블레이크와 미하엘 단둘이 샤를로트 공작을 상대로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기간트의 성능 차이도 있지만, 전투기를 플라잉 소드로 견제하느라, 제 실력을 발휘 못 하는 게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전위기사단의 마스터 3명을 추가로 샤를로트 공작에게 붙이세요. 기존에 상대하던 칼바도스 제국의 마스터는 에이스 오너와 전위기사단의 고위기사로 대처합니다.”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기간트 오너 중에서도 아주 특출난 운용 능력을 지닌 자에게 부여되는 에이스라는 칭호.

1:1로는 아무리 에이스라 하더라도 마스터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당할 인물들이 아니었다.

더구나 전위기사단의 마스터를 목전에 둔 최상급 익스퍼트의 백업이 더해지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가지.”

“네?”

“마스터는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어딜 갔나 했더니, 갑옷을 벗고 기간트의 제복으로 갈아입은 제노아드 공작이 나타나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공작님께선 사령관이 아니십니까?”

“어차피 나야 얼굴마담이지. 군을 통솔하는 것은 참모장인 자네가 아닌가. 그리고 기세를 잃은 녀석들에게 당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네.”

굳이 사령관인 그가 나서지 않더라도 마스터는 많았다.

그러나 제노아드 공작이 이렇게 원하는데, 안 된다고 끊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전하는 마스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도 사실이니.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고하게.”

그리고 그는 고위기사인 제자 두 명과 함께 아공간 기간트를 꺼내 전장으로 향했다.

“뭔가 마드세인 왕국은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아. 전쟁 중에 음악 공연을 하지 않나, 사령관은 굳이 나설 필요가 없는데도 싸우겠다고 저러지 않나.”

루시엘라의 이야기에 나는 공감했다.

“뭐, 제가 이렇게 만든 거긴 하지만요.”

어떻게 보면 나도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될법하다.

왜냐면 전장에 연인을 데려왔으니.

사실 루시엘라가 내 곁을 지키는 것은 뛰어난 탐색능력을 지닌 정령 때문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장에 여자나 끌고 다니는 한심한 지휘관으로 보일 것 같았다.

***

“아르비스 공작은 전쟁을 질질 끌 생각이 없군. 정면에서 힘으로 밀어붙여 한 번에 끝낼 생각이다.”

칼바도스 제국의 황성 회의실.

마그누스는 맞은 편에 앉은 트라칸 황제를 향해 말했다.

그에 황제는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내저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황권 강화를 위해 형제를 제거하고 대공 가문을 숙청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목표 때문이었는데, 지금의 상황이 벌어지니 모든 게 바보 같아졌다.

피의 황제란 칭호도 야심도 이대로라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이마를 짚고 고개를 푹 숙인 황제를 바라보는 마그누스의 표정엔 일말의 동정심도 걱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지금 다른 곳의 전황은 어떠한지 알 수 있을까요?”

황제의 물음에 마그누스는 순순히 답했다.

“좋지 않다. 어느 곳 하나 확실히 우위를 점하는 곳 없이 밀리고 있고, 그나마 아크로스 방면이 대등하군.”

이젠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자신의 나라는 대륙을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대륙을 도모하긴커녕 만만하게 생각하던 마드세인에게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싱겁군. 조금은 대등한 싸움이 될 줄 알았는데, 하긴 전투기가 등장한 건 예상치 못한 상황이긴 하다.”

어디 전투기뿐이겠나?

마스터와 최상급 익스퍼트로만 이뤄진 기습 부대와 기간트 운용만을 위해 만들어진 오너까지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마그누스는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가 미드랜드 제일의 도시라 불리는 칼바도스 제국의 수도를 내려보았다.

“어찌할 생각인가?”

마그누스의 물음에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기간트의 존재로 방어 라인의 의미가 없어졌으니, 게릴라전 및 기습 공격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육상병력을 통해 마드세인 왕국의 주요 도시를 직접 타격하면서 힘을 빼야겠지요.”

“칼바도스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군.”

정면 대결에서 밀렸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지금 자신들이 앞선다고 확실할 수 있는 부분은 보병과 기사 전력뿐이었다.

“이제 슬슬 도움을 주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여유 만만한 마그누스의 태도에 황제는 입술을 깨물었다.

전쟁을 뒤에서 부추겨 놓고 이렇게 나라만의 힘으로 전쟁을 치르게 되면 그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도 이렇게 지는 건 곤란하다. 아르비스 공작과 쓸데없는 내기를 해서 말이지.”

“······.”

“그럼 슬슬 손을 써보도록 할까. 케일론 제국을 먼저 무너뜨려야겠군.”

황제는 그가 다크엘프들을 다시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크엘프 전력만으로 케일론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능할까?

“걱정 말도록, 우리에겐 신무기가 있으니.”

마그누스의 목적 자체가 인간 세력의 축소인 만큼 제국연합이 망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이렇게 힘을 못 쓰고 일방적으로 밀린다면 오히려 축소된 세력보다 강력한 힘이 4개국 연합에 몰릴 수도 있는 노릇.

또한 아르비스 공작과의 내기가 걸려 있기에 질 생각이 없었다.

*

37. 의외의 종전

[칼바도스 별거 아니네!]

북부 2군단 소속 62기갑대대 1소대의 소리아는 통신을 통해 들려오는 동료의 외침에 핀잔을 주었다.

“아직 전쟁 안 끝났어. 설레발 치지 마, 그러다가 골로 간다.”

[꽁무니 빼고 도망치기 바쁜 녀석들에게 당하면 오너 자격 실격이지.]

그러면서 이번엔 아르세인 걸즈의 노래를 불러대는데 분위기를 환기하는 건 좋지만, 너무 긴장감 없는 모습에 결국 1소대 상황장교인 이브릴에게 한소리 듣고 말았다.

[타레스 소위님 집중해 주세요.]

현재 62대대의 실세는 대대장이 아닌 이브릴이란 말이 있다.

이게 모두 그녀의 뒤에 버티고 선 인물 때문인데, 아르비스 공작의 등장으로 완전히 주변의 대우가 달라진 이브릴이었다.

[넵! 누님!]

그리고 지난번 사건으로 이브릴과 1소대원들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면서 거의 친구처럼 지냈다.

물론 왕국 실세 가문의 인물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르비스 공작에게 호감을 얻게 된 데다가 이브릴의 부탁으로 그들은 그녀를 특별 취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전진을 했을까.

[사령부에서 추격은 이만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모두 정지하고 대기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칼바도스의 영토 꽤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네.”

[대략 50km 정도 전진한 것 같습니다.]

거의 반나절 동안 추격전을 벌였으니 당연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이 적진 한가운데라 생각하니, 새삼 긴장했다.

[사령부에서 기간트 전력을 절반으로 나눠 하나는 현 위치를 사수하고 나머지는 주변 영지를 점령케 한다고 합니다. 저희 부대는 현 위치 사수네요.]

[공성전이란 거 해보고 싶었는데.]

기간트 오너는 아무래도 화면을 통해 싸우다 보니, 전쟁에 대한 공포심과 살인에 대한 정신적 후유증이 적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바네트 소위, 우린 기간트 내부에서 그냥 대기 하고 있으면 되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리아는 싸움닭이 되어버린 다른 소대원들과 달리,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기간트 내부는 나름의 편의성이 모두 갖춰져 있어서 안락했다.

상의의 단추들을 풀어 반쯤 속옷 차림으로 좌석에 깊이 몸을 묻은 그녀는 멍하니 기간트 내부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도 외부의 모습이 보이는 이미지 아티팩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하늘을 구경하는 덴 무리가 없었다.

태양이 저 멀리 산자락에 걸리고 어느새 달과 수 많은 별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하늘에서 별이 아닌 무언가가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게 뭔가 싶어 눈을 가늘게 떴다.

“야, 하늘에 저거 뭐냐?”

소리아의 물음에 1소대원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 보았다.

의외의 종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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