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96화 (9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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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동안 몰래 개발하고 있던 건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유입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성능이 상당해 보이더군요. 3세대거나, 준 3세대 기간트 정도는 될 것 같았습니다.]

    “허.”

    세대는 기간트 출력의 앞자리 숫자를 뜻한다.

    9.9 이하의 출력은 0세대 기간트.

    10.0~19.9의 출력은 1세대 기간트.

    20.0~29.9의 출력은 2세대 기간트.

    30.0~39.9의 출력은 3세대 기간트.

    이렇게 말이다.

    더 상세하게 나누면 15.0에 근접한 출력은 ‘1.5세대 기간트’.

    18.0~19.9의 출력은 ‘2세대급 기간트’로 분류가 되는데 기본적인 세대 분류는 앞에 숫자에 따라 나뉜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죠?”

    [하이랜드가 개입을 했던가, 아니면 다크엘프의 기술력이 상상 이상이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겠지요.]

    다크 엘프라면 제대로 된 표본을 갖췄을 경우 얼마든지 기간트를 개발할 능력이 된다.

    녀석들은 수많은 대마법사를 보유하고 있으니.

    그러나 3세대 기간트는 8클래스 이하의 마법사들이 머리를 싸맨다고 단기간에 뽑아낼 수 있는 만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내가 기간트의 개발을 시작하고 6년째, 케일론은 8년째다.

    만약 다크엘프들이 원래부터 기간트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몬스터와의 전쟁에서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 말은 녀석들이 기간트를 만든 기간이 우리보다 짧다는 뜻인데, 그럼 자력 개발이라고 보긴 힘들다.

    칼바도스와 위스워드, 로엘에서 마법사를 총동원하였음에도 개발 중인 마나하트의 출력이 좀처럼 2.5세대를 넘지 못하는 것만 봐도 3세대 기간트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으니.

    우리 동맹의 경우 ‘나’라는 인물이 있기에 이 정도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지, 드래곤이라도 나서지 않는 이상 우리를 따라올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마도제국에선 출력 100을 넘는 기간트도 만들어 냈지만, 그런 기간트를 10년, 20년 만에 만든 건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린 3.5세대 마나하트를 개발하고 있지만, 언제 개발이 완료될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간트의 출력은 높아질수록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힘드니, 한 4~5세대쯤 되어선 우리 연구진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다크엘프란 복병의 등장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일단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바로 전위기사단을 파견하도록 하죠. 저도 곧 후발대를 이끌고 가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좌표 보내겠습니다.]

    전위기사단 파견 소식에 폴시스는 눈에 띄게 안도했다.

    전위기사단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마드세인의 비밀 전력으로 10명의 마스터와 10명의 최상급 익스퍼트 기사들로 구성된 기사단이다.

    마스터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들은 내가 트레이닝 캡슐을 이용해 키운 비밀병기였다.

    전위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은 아르비스 공작가의 초기 멤버인 블레이크와 미하엘.

    그 두 사람은 마도시대의 기간트(안타레스, 샤벨타이거)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인원도 생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아공간형 3세대 기간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전위기사단이면 웬만한 국가 하나 쓸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콘스탄틴 경, 전위기사단에 전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위기사단은 내 지시하에 움직이는 비밀 기사단인 만큼, 나중에 실비아에게만 보고하면 된다.

    콘스탄틴은 재빨리 블레이크에게 통신을 넣었다.

    현재 내 휘하에 있는 초인은 총 21명.

    마스터 14명과 대마법사 7명이다.

    이제 한 달짜리 트레이닝 캡슐은 49개 중 단 5개만 남았으며, 그 외 1년짜리 1개와 2주짜리 하나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트레이닝 캡슐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건 현존 기술로는 절대 복원이 불가능했다.

    지금의 나조차 어찌 손대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마도시대의 기술력이 정말 경이로운 것 같다.

    앞으로 트레이닝 캡슐로 초인의 수를 늘리는 것은 힘들지만, 벽을 넘기 직전의 인물들이 많은 만큼 한동안 초인의 수는 계속 늘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 이후로는 초인양성을 위해 설립한 택틱스 아카데미가 트레이닝 캡슐의 역할을 대신해야 할 것이다.

    “전달했습니다.”

    콘스탄틴의 보고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흰 왕성으로 가죠.”

    “네.”

    동맹국에게 찾아온 뜻하지 않은 위기.

    나는 철저하게 케일론을 지원할 것이다.

    다크엘프의 준동은 당혹스럽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여차하면 직접 팔 걷고 나서면 되니까.

    ***

    ‘케일론 제국에 어떤 이변이 생겼다.’

    위스워드 제국 방면에 집중 배치되어 있던 기갑군단이 대대적으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알게 된 주변 국가들은 의문을 표했다.

    리모트랜드와 인접한 국가는 케일론 제국뿐인지라, 타국은 현 상황에 대해 유추조차 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마드세인의 주력인 수호기사단과 이타루스의 성왕기사단, 아크로스의 드레이크 기사단을 비롯한 4개국 연합의 주력 기갑전력이 속속 케일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케일론 제국에선 훈련의 일환이라고 변명했으나 바보가 아닌 이상 리모트 랜드에 케일론 제국을 위협하는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륙의 시선이 케일론 제국이 쏠려 있는 사이.

    돌연 칼바도스 제국과 위스워드 제국의 병력이 국경 부근에 집중배치 되기 시작했으며, 로엘 제국의 주력 기간트 100여대가 이타루스 성왕국 방면에 배치되었다.

    3개국의 주력이 케일론으로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4개국의 전력을 더 하면 제국 연합에 밀릴 이유가 없다.

    덕분에 양 세력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대치가 이어졌고, 대륙은 순식간에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바로 얼마 전까지 국제평화기구을 설립한다며 설레발을 친 것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케일론 제국과 리모트 랜드의 경계선이라 할 수 있는 베라 대협곡.

    푸른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소년 마그누스는 화려하게 꾸며진 의자에 앉아, 협곡 너머에 위치한 케일론 제국의 군세를 보며 말했다.

    “현재 인간들 사이에 아르비스 공작이란 강자가 있다.”

    “인간의 강자 말씀이십니까?”

    현재 마그누스가 자리한 곳은 다크엘프 진영.

    다크엘프 퀸 카밀리아는 마그누스의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받았다.

    “1:1로 전투를 벌인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녀석이지.”

    카밀리아는 이 오만한 드래곤에 비견되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는단 표정을 지었다.

    “회색 산맥의 주인인 그랑기슈를 처치하고 그 심장까지 차지한 녀석이다.”

    드래곤의 정확한 현황은 몰라도, 그랑기슈란 드래곤이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레드드래곤이 아닐까 생각했다.

    카밀라는 크게 당황하며 물었다.

    “그 인간과 싸우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마도제국과의 전쟁에서 같은 여신 진영으로 싸운 데다가, 리모트랜드에서 유일한 지성체였기 때문인지 드래곤은 다크엘프와 제법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카밀리아의 물음에도 마그누스는 불편한 기색 없이 웃음을 흘렸다.

    “설마. 녀석에게 진다는 생각은 없지만, 이긴다는 확신도 없는 만큼, 굳이 싸워야 할 이유는 없지.”

    카밀리아와 다크엘프 장로들이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마치 그럴 거면 왜 이런 난리를 피우는 거냐고 묻는 듯한 반응에 마그누스는 말했다.

    “나는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녀석도 마찬가지지. 싸우는 것은 너희와 북부의 인간들이 해야 할 일. 나는 단지 방아쇠 역할을 할 뿐이다.”

    결국 전투의 계기를 만들뿐 자신은 손 놓고 아르비스 공작이나 감시하겠다는 뜻.

    “만약 아르비스 공작이 나선다면 그때 그를 막을 뿐이다. 녀석은 내 뒤에 다른 드래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함부로 싸움을 걸어 올 수 없으니.”

    “전쟁이 벌어지면 저희와 북부의 인간들이 나머지 세력을 물리칠 수 있는 겁니까?”

    “당장은 힘들겠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이길 수도 없는 전쟁을 굳이 벌이는 대체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북부의 녀석들은 내 도움에 반색하고 있지만 그래 봤자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것은 소모. 인간끼리 서로를 갉아먹는 싸움을 원하지. 즉, 공멸 말이다.”

    카밀리아는 도저히 눈앞의 드래곤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깊게 생각할 것 없다. 나를 따르면 역사의 승리자인 실버엘프가 더 이상 패자처럼 사는 일이 없을 테니.”

    “송구합니다.”

    마그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들었다.

    “아르비스 공작이 왔군. 녀석이 나의 존재를 눈치챘다.”

    적군 진영에 마그누스와 비견 되는 존재가 있다니, 상당한 압박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 아르비스 공작이 이판사판으로 나오면 어떻게 됩니까?”

    “가진 게 많은 녀석은 그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여차하면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

    “부디 무사히 돌아오시길.”

    쪽.

    나는 뺨에 입을 맞추는 실비아의 행동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힐끔 루시엘라를 바라보았다.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왜일까?

    그 미소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실비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날부터 우리의 관계는 단순한 군신 관계가 아니다.

    그녀는 나를 연인으로 대했고, 나도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의외로 실비아는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루시엘라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괜히 가만히 있는 루시엘라에게 뺨을 내밀며 톡톡 두드렸다.

    마치 출근하는 아빠가 아이에게 뽀뽀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 루시엘라는 피식 웃으며 반대쪽 뺨에 입을 맞췄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실비아와 루시엘라에게 손을 흔든 나는 연무장에 정렬한 수호기사단 30명과 합류했다.

    수호기사단은 갑옷 대신 멋들어진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는 그들의 역할이 육탄 공격이 아닌 기간트 오너였기 때문에 그런 복장을 갖춘 것이었다.

    현재 그들의 뒤로 약 30대의 최신예 기간트들이 세워져 있었다.

    군의 편성에 속한 다른 기간트 운용부대와 달리 이들은 왕실 직속으로 기사단장으로 있는 사람이 제노아드 공작의 아들이었다.

    “그럼 갈까요?”

    “네, 준비됐습니다.”

    내 물음에 그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을 잘 부탁합니다.”

    “맡겨 주십시오. 주군.”

    나는 영지에 남게 될 마스터들에게 그리 말하고는 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간단한 손짓만으로 막대한 질량이 푸른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풍경이 바뀐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황토색 일색의 황무지.

    이어서 임의로 세워진 간이 막사와 각양각색의 기간트 또한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런 우리를 향해 먼저 도착해 있던 전위기사단이 빠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케일론의 폴시스 공작과 에클로 공작, 이타루스의 크리드 공작, 아크로스의 마스터인 빌리엄 공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아르비스 공작님.”

    발린 말을 잘 못 하는 에클로 공작을 대신해, 폴시스 공작이 환하게 웃으며 첫인사를 건넸다.

    폴시스 공작은 내 현재 경지를 파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천군만마란 표현에 과장이 아닌 진심이 담겨 있었다.

    “제가 너무 뜸을 들인 모양이군요. 벌써 성왕국과 아크로스에서 도착해 있었다니.”

    내 말에 아크로스의 빌리엄 공작은 당치도 않다며 손을 내저었다.

    “먼저 도착했던 전위기사단의 위용이 너무 대단해서 아크로스의 지원 병력이 초라해 보이더군요. 다시 한번 4개국 동맹의 힘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수호기사단과 전위기사단의 기간트 50대가 한데 모여 전방에 배치했다.

    그로 인해 총 200대에 달하는 기간트가 정렬한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단 3대만 모여도 엄청난 위용을 뽐내는 기간트가 200대 가까이 밀집되어 있으니, 웅장하단 표현이 어울릴법한 모습이 되었다.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내 물음에 폴시스 공작이 진지하게 답했다.

    “협곡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입니다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마찰은 없습니다. 위성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다크엘프의 기간트가 무려 120여 기에 달하더군요.”

    “기간트의 전력만 보면 선제공격을 해도 될 것 같긴 한데.”

    베라 대협곡의 폭은 일반적으로 500m에서 2km 정도 된다.

    하지만 양측이 대치 중인 곳은 자연적으로 생긴 협곡의 다리가 존재했는데, 꽤나 견실해서 무거운 기간트의 이동도 수월해 보였다.

    그렇게 맞은 편에 위치한 다크엘프 진영을 살피던 중, 익숙한 기운을 느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적 진영에 드래곤이 껴있군요.”

    “네?”

    개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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