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90화 (9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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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 플래닛, 신력 2216년.

    로이아스 대륙 미드랜드에는 총 32개의 인간 국가가 존재한다.

    4대 제국인 칼바도스, 위스워드, 케일론, 로엘.

    5대 대왕국인 마드세인, 이타루스, 아크로스, 슈엔다르크, 그리미아.

    그 외 23개의 중소 왕국들이 미드랜드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드랜드의 인구수 약 14억으로 단일 종족으론 오크의 수조차 가볍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현재 미드랜드는 유례없는 군비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제국 동맹(칼바도스, 위스워드, 로엘)과 4개국 동맹(케일론, 마드세인, 이타루스, 아크로스)간의 대륙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세력싸움에 대륙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화약고와 같았다.

    일견 4개국 동맹은 제국 동맹에 상대가 안 될 것처럼 보이지만, 질 높은 기갑전력으로 양측 세력의 군사력은 비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군사력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체크하는 부분은 더 이상 대마법사와 마스터를 비롯한 초인의 수가 아니다.

    지금은 마도공학 기술력과 그 기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기간트의 총 출력값이 군사력에 중요한 지표 역할을 했다.

    비록 4개국 동맹에서 이타루스와 아크로스는 기간트 개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지만, 마드세인과 케일론의 개발능력이 워낙 뛰어나 제국 동맹보다 성능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때문에 새로이 제국이 된 케일론과 대왕국이 된 마드세인의 군사력은 로엘 제국을 넘어 칼바도스, 위스워드와 비교가 되고 있다.

    주요 7개국의 ‘정규 편성’된 기간트 출력값은 아래와 같다.

    칼바도스: 출력총합 6,848(평균출력: 21.4 / 320대)

    위스워드: 출력총합 6,344(평균출력: 20.8 / 300대)

    마드세인: 출력총합 6,040(평균출력: 30.2 / 200대)

    케 일 론: 출력총합 5,920(평균출력: 29.6 / 200대)

    로 엘: 출력총합 4,973(평균출력: 19.5 / 255대)

    이타루스: 출력총합 3,274(평균출력: 26.4 / 124대)

    아크로스: 출력총합 1,968(평균출력: 24.0 / 82대)

    출력총합은 기간트의 모든 출력을 더 한 값이고, 평균출력은 해당 국가 기간트의 평균 성능을 뜻한다.

    평균출력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보유하고 있는 기간트의 질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외에도 기간트를 보유한 국가가 10개는 더 있지만, 그들의 출력총합은 대부분이 500 미만인지라 주요 7개국과 비교하기엔 손색이 있었다.

    기간트가 이렇게 퍼지게 된 데에는 제국 동맹의 역할이 컸다.

    케일론과 마드세인은 오로지 동맹국에만 기간트를 판매하는 반면, 제국 동맹은 국가 재정을 위해 타국에 구형 기간트를 판매했다.

    그 탓에 단 몇 년 사이 기간트가 대륙 곳곳에 퍼지고 말았다.

    덕분에 미드랜드는 전체적으로 전투능력이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군비 경쟁의 폐해로 경제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으며 국민들의 생활을 궁핍하게 만들었다.

    군비의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기간트를 살 돈이 부족하면 마력포대라도 사서 달아야 한다.

    주변 국가의 힘이 급격히 커지는데, 가만히 지켜볼 국가는 없었다.

    군사력이 발전할수록 미드랜드의 경제는 불황을 겪고 있으며, 이는 대륙의 권력을 분할하는 제국 연합과 4개국 연합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대륙적 불황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마드세인 왕국이다.

    마드세인 왕국, 아르비스 공작령 발테르 시.

    “자, 네나 왕국산 닭새우가 들어왔어요! 오늘 새벽에 비공선 운송으로 아직 살아 있는 닭새우 팝니다! 팔뚝 만한 닭새우 한 마리에 단돈 3실버! 자, 네나 왕국산···.”

    “여러분! 오늘 드디어 신형 라디오 입고 되었습니다! 아르비스 마탑에서 생산한 수신 장치가 들어 있어 잡음 없이 음질 좋고! 마나석이 아닌, 마력 전지의 내장으로 배터리 교체 없이 3년 동안 사용 가능한 라디오를 55실버에 손에 넣을 기회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건물들과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

    도시 곳곳엔 녹음이 우거진 공원이 있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복장과 얼굴엔 여유가 가득하다.

    불황이란 단어와 굉장히 거리가 먼 국가 마드세인에서도 가장 번성한 영지인 아르비스 공작령은 오늘 활기가 가득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은 금속 화폐가 아닌, 지폐로 거래했으며, 거리 곳곳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두둥둥둥둥.

    발테르시 중앙광장엔 여러 국가의 예술가와 음악가들이 모여 각종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넘쳤으며.

    “안녕하세요! 아르세인 걸즈입니다! 앞으로 1시간 후 이곳 분수대 앞에서 게릴라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오오! 아르세인 걸즈다!”

    대륙의 유행을 선도한다고 할 수 있는 아르비스 공작령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구경할 수 있었다.

    매일매일이 축제 같은 분위기의 도시.

    경제개혁의 상징이자, 마도공학 기술의 중심.

    아르비스 공작령의 발테르 시는 마드세인 왕국의 수도인 세인을 넘어서는 거대 도시가 되었으며, 대륙의 주요 도시 중 한 곳이었다.

    “언제 봐도 멋진 풍경입니다.”

    마드세인 왕국 문화 발전의 선구자로 이름 높은 제이드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영주성의 하늘 정원을 거닐며 말했다.

    그에 아르비스 은행의 초대 총재가 된 테일러가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비스 공작전하가 계시기에 이 세계는 더욱 발전하게 될 겁니다.”

    “테일러 남작님도 아르비스교의 충실한 신자시군요.”

    “그러는 제이드 남작님은 아닙니까?”

    당연한 걸 왜 묻냐는 태도에 제이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아르비스 공작님께서 제 부인을 치료해 준 순간부터 신처럼 떠받들고 있습니다.”

    마드세인에서 아르비스 공작이란 존재는 그저 능력 있는 귀족이 아닌, 자랑이자 신화 그 자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아르비스 교의 신자란 말이 더 이상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마드세인 왕국에는 그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항상 제국의 위협에 떨던 소국을 준 제국의 대왕국으로 키운 인물이자, 국민들의 처우를 개선시켜준 영웅이었으니 당연했다.

    “공작님께서 언제 돌아오시는지 아십니까?”

    “회의가 3일에 걸쳐 진행된다고 하더군요.”

    영주의 공백.

    그러나 아르비스 공작령은 행정체계가 워낙 잘 갖춰져 있기에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럴 때면 한가지 바람이 간절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바로 아르비스 공작가를 이을 후계자의 존재였다.

    “어서 전하께서 결혼하셔야 할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현재 아르비스 공작의 나이는 18세로 이제 두 달만 지나면 19세가 된다.

    지금이 결혼 적령기지만, 마드세인 왕국에선 15세부터 성인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아르비스 공작 정도 되는 위치의 인물이라면 결혼과 후계문제도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선 둔하디둔한 그였기에 부하들이 하나같이 속앓이를 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여왕 폐하 때문일까요?”

    “그것도 없잖아 있겠죠. 여러모로 관계가 복잡해질 테니.”

    아르비스 공작의 주변에 여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연인도 있고, 할 거 다 하면서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정작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

    세계 군사 정상회담.

    그것은 현재 군비 경쟁으로 미드랜드의 국가들이 경제가 흔들리자, 중립국들 의해 발의된 최초의 대륙급 정상회담이었다.

    군사 정상회담에는 각국의 지도자 및 전통 후계자가 대표로 참석하게 되어 있다.

    처음 ‘4개국 동맹’에선 스스로를 중립국이라 칭하는 떨거지들의 요청을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요즘 국가 경제가 최악을 달리고 있는 로엘 제국과 아크로스 왕국에서 지지하고 나서는 바람에 ‘제국 동맹’은 물론 ‘4개국 동맹’ 국가까지 참석하게 되었다.

    동맹을 위해서라면 싸우긴 하겠지만, 그들은 신경전에 자금을 소모할 만큼 국고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덕분에 세계적 정상회담이란 취지에 맞게 미드랜드 32개국의 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것이 확정되면서 세계 최대의 정치 행사가 되었다.

    제1회 세계 군사 정상회담이 열리는 장소는 중견 국가인 라파즈 왕국.

    4대 제국 중 어느 곳과도 접점이 없으며, 라파즈 왕국이 위치한 미드랜드 중동부 지역은 제국 동맹과 4개국 동맹의 영향력이 매우 적은 국가이기도 했다.

    회담은 총 3일에 걸쳐 진행되는데, 첫날은 친목을 위한 파티가 메인이었다.

    “칼바도스 제국의 ‘트라칸 프리우스 폰 칼바도스’ 황제 폐하와 ‘바로스 폰 샤를로트’ 공작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위스워드 제국의 ‘아리오스 케이워드 브라함’ 황제 폐하와 ‘레이튼 케이워드 마르스’ 공작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드넓은 라파즈 왕국의 파티장.

    은은한 멜로디와 산해진미가 가득한 그곳은 좋은 분위기와 달리 긴장감으로 가득했는데, 그 긴장감을 고조시킬 인물들의 등장에 먼저 입장한 각국의 대표들은 모두 마른침을 삼켰다.

    8클래스 마법사와 고위 마스터를 호위로 대동한 두 황제의 입장에 국력이 약한 국가의 대표들은 알아서 물러나고, 로엘 제국의 황태자가 반갑게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반갑소.”

    칼바도스 제국 황제의 무미건조한 인사에 로엘 황태자는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타겟을 바꿔 옆에 있는 위스워드 황제에게 알랑방귀를 뀌었다.

    칼바도스 황제는 누군가를 찾듯 파티장을 둘러보다가, 한데 모인 케일론과 이타루스, 아크로스의 대표들을 발견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제야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군. 반갑네, 4개국 동맹의 여러분.”

    어째 동맹보다 적대 세력에게 더욱 반가운 티를 내는 칼바도스 황제였다.

    케일론 제국을 대표하여 자리에 참석한 폴시스, 에클로 공작과 이타루스의 여왕, 아크로스의 국왕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와 인사를 나눴다.

    “저희가 기분 좋게 얼굴을 맞댈 정도의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에클로 공작의 물음에 샤를로트 공작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안 될 것 있는가? 그리고 우리 칼바도스는 마드세인을 주요 적대국으로 삼고 있지. 케일론 제국이 아니네.”

    “마드세인은 본국의 혈맹입니다. 마드세인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리 면전에서 강한 적대감을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군. 재밌네, 재밌어.”

    기존 대륙 최강으로 명성을 떨치던 칼바도스 제국과 새롭게 떠오르는 별인 케일론 제국의 신경전.

    덕분에 파티장은 차갑게 얼어붙었으며, 주최자인 라파즈 왕국의 국왕의 표정은 더없이 어두워졌다.

    “자자, 너무 날카롭게 굴지 마시죠. 오늘은 힘을 과시하자고 모인 자리가 아니잖습니까?”

    그때, 칼바도스 제국의 황제만큼이나 젊은 위스워드 제국의 황제가 마르스 공작을 이끌고 다가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위스워드 황제의 개입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런데 정작 마드세인 왕국 사람들은 보이지가 않는군. 아르비스 공작과 대면하기 위해 참석한 것인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칼바도스 황제의 이야기에 파티장의 문지기가 화답했다.

    “마드세인 왕국의 ‘실비아 데 로이드 마드세인’ 여왕폐하와 루이스 로이드 아르비스 공작 전하께서 입장 하십니다!”

    두 제국의 황제가 입장 할 때처럼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푸른색과 은색이 조화를 이루는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완연한 숙녀가 된 아름다운 여왕과 그녀를 에스코트하며 파티장에 들어서는 금발 청안의 청년.

    여왕도 여왕이지만, 순진해 보이는 미소의 청년이 바로 미드랜드의 변혁을 주도하는 괴물, 아르비스 공작이었다.

    키 175cm 정도의 아직 소년다움이 남아있는 얼굴.

    반짝이는 눈빛엔 총명함이 가득했으며, 농부의 자식이란 것이 믿기지 않는 귀공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분위기가 왜 이래요?”

    제국의 황제를 비롯해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모여 있음에도 그는 태연하게 자기 할 말을 했다.

    그로 인해 분위기는 나아지긴커녕 더욱 어두워졌고, 아르비스 공작은 실소를 흘리며 4대 제국의 대표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

    4년 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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