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77화 (77/186)
  • -------------- 77/186 --------------

    *

    칼바도스 제국의 로투스 지역과 연결된 마드세인 방면의 하메른 강.

    프리드 후작은 눈앞의 인물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시나요?”

    키 160 전후의 밸런스가 잘 갖춰진 체형.

    자신감이 가득 담긴 푸른 눈동자와 가지런한 눈썹이 또렷한 인상을 풍기고, 잘 정리된 머리카락이 단정함을 더한다.

    누가 봐도 귀족다운 분위기를 가진 미소년.

    하지만 알고 보면 귀족이 된 지 겨우 2년 차인 농가 출신이었지만, 소년의 인상만 놓고 보면 자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아르비스 공작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엔 어찌···.”

    고위기사(상급, 최상급익스퍼트) 20명과 고위마법사(5, 6클래스) 10명을 거느린 프리드 후작은 급히 장소를 옮기려던 찰나, 푸른 빛과 함께 나타난 루이스를 보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어찌 왔긴요. 반역자 잡으러 왔지.”

    분명 텔레포트 마법이 사용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태연하게 텔레포트로 나타난 것을 보면 이 상황 자체가 그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반역이라니요?”

    발뺌하는 프리드 후작을 향해 루이스는 악동 같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참, 어리석죠? 자기들 딴엔 완벽한 작전이라며 좋아했을 거 아니에요.”

    “큭···.”

    루이스의 팩트 공격에 프리드 후작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그냥 얌전히 있었으면, 노후 생활은 영위하실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말투.

    그러나 그것은 연기톤으로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이게 모두 네놈 때문이잖나!”

    결국 폭발한 프리드 후작이 루이스를 향해 소리쳤다.

    “자신들이 못난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다니요. 남부 귀족들 보세요. 주제 파악하고 얌전히 있잖아요? 권력에 가까이 있던 분들이 어쩜 이리 단순한지. 아, 혹시 권력이 가져오는 미주에 취하셔서 그런가?”

    “이이익!”

    루이스의 조롱에 얼굴이 새빨개진, 프리드 후작이 소리쳤다.

    “쳐라!”

    기사들은 후작의 지시에 충성스레 검을 뽑아 들었지만,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마법사들에게 있어 8클래스 마법사는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

    그런 존재와 싸우라니, 그냥 죽으라는 뜻이 아닌가.

    마법사들의 모습에 후작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했다.

    “뭣들 하는 게냐!”

    후작의 성화에도 마법사들은 움직이지 않고, 서로 사인을 주고받더니, 마법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아르비스 공작전하! 저흰 항복하겠습니다!”

    “뭐라!? 내가 네놈들에게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저흰 죽고 싶지 않습니다.”

    루이스는 그런 마법사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거리 좁혀 오는 기사들에게 파리 쫓듯 손을 휘저었다.

    푸쉭!

    가벼운 그 동작 한 번에 20개의 머리가 일제히 떠올랐다.

    “아, 아아.”

    피의 분수가 치솟고 붉은 빗방울이 주변을 흠뻑 적시자, 프리드 후작은 털썩 주저앉으며 오줌을 지렸다.

    새삼 자신이 적대한 인물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안심하세요. 바로 죽이진 않을 겁니다. 돈은 몰수해야 하니까요.”

    경악하는 마법사들과 세상 다 산 표정을 짓고 있는 프리드 후작이 입을 다무니, 하메른 강을 낀 숲속에 새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프리드 후작을 구속하시죠.”

    후작가의 마법사들을 부하처럼 부리는 행동.

    하지만 누구도 반발하지 않고 얼른 프리드 후작의 양팔을 움켜쥐었다.

    “해당 좌표 노이즈 일시 해제.”

    [해당 좌표 저공 위성의 공간이동 방해기능을 일시 해제합니다.]

    루이스의 팔찌에서 V1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별도의 주문 없이 ‘이동’이라는 짧은 말만으로 그들은 푸른 빛에 휩싸였다.

    ***

    북부 귀족들의 반역 행위는 단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

    왕국군의 백업에 카르디아, 제노아드 공작까지 합세하여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33명 중 31명을 잡아들이기까지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아쉽게도 두 명은 놓치고 말았는데, 나는 아인트 공작과 실비아가 모인 자리에서 간단히 그들에 대한 처우를 결정했다.

    “도망친 귀족들은 그냥 제거하죠. 어차피 두 가문의 재산이 없다고 크게 문제 될 것 같진 않네요.”

    “알겠네, 그러지.”

    “체포한 31명을 통해 자금 회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4할 정도 자금 회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카르디아 공작의 보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자금 회수가 끝나면 북부의 귀족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나는 고민 없이 즉답했다.

    “당사자들은 죽이고 가족들은 노역을 시키죠.”

    실비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당연하다며 내 결정에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죠.”

    4공작과 여왕이 자리한 회의실엔 내 휘하의 기사를 대표하는 제논과 대마법사를 대표하는 스텔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다른 마스터나 대마법사보다 왕국의 공식 석상에 나설 일이 많아질 것이다.

    제논은 왕실 근위 기사단장을, 스텔라는 왕실 마법병단의 단장을 맡게 되며 후작위를 하사받을 예정이다.

    또한 구 북부 귀족들의 재산과 영지는 몰수되어 3할은 국왕직할령으로, 나머지 7할은 내 수하들에게 골고루 전달될 예정이다.

    원래부터 내 발언력은 국왕의 위였지만, 이로써 마드세인은 완전히 나의 색으로 물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왕실 업무에 참견할 생각은 없다.

    나는 정치에 맞는 스타일이 아니었으니.

    그러나 딱 하나 이 기회에 짚고 넘어가기로 마음먹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귀족 제도의 정비였다.

    명분은 북부 귀족들이 알아서 제공해 주었다.

    나는 작위 세습 검증제도와 영지 감찰제도의 시행을 제안했다.

    ‘작위 세습 검증제도’는 능력 없는 인물이 귀족의 피가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영주가 되는 일이 없도록 시험을 받는 제도다.

    시험은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세 차례 모두 탈락할 경우, 해당 인물은 가문의 작위를 이어받을 수가 없게 된다.

    작위는 3촌 이내의 혈육에게만 세습이 되며, 만약 작위를 이어받을 인물이 없을 경우 자동으로 해당 가문의 작위는 박탈된다.

    물론 세부적으로 추가 사항이 더해져야겠지만, 귀족들에게 능력을 요구하는 조항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영지 감찰제도’는 시험을 통과했다고 끝이 아니니 긴장하라는 뜻으로 생각해낸 것이다.

    의외로 나쁜 놈들 중엔 머리가 좋은 녀석들이 많다.

    그런 인물들에 대비하여 정기적으로 영지의 실태를 조사하여, 문제가 드러나면 경고 및 벌금, 작위 강등, 작위 몰수 등의 처벌을 내리는 제도다.

    두 가지 모두 귀족들을 제한하는 제도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귀족다운 능력을 갖추고 영지도 문제없이 운영하면 된다는 뜻이다.

    복잡할 것 없는 아주 단순 명료한 제도.

    “귀족들의 반발이 심하겠는데요.”

    “때가 왔을 때 밀어붙여야 합니다.”

    실비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문뜩 아인트 공작과 제노아드 공작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의문이었다.

    “괜찮을 것 같네. 내 자식에게 능력을 갖추게 만들면 되는 일이 아닌가.”

    정확하게 취지를 이해하고 납득하는 두 사람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어째 왕권이 더욱 강해질 것 같은 제도인걸?”

    두 개 제도는 모두 왕실에 직할 부서를 만들어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그 말은 곧 왕실에서 직접적으로 귀족들의 목줄을 쥘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아인트 공작의 말대로였다.

    그래서 탄핵제도를 생각했으나, 이것은 시기상조란 생각에 머릿속에 저장만 해두었다.

    “그럼 해당 제도의 도입 여부를 정하도록 할까요?”

    결국 내 제안은 반대 없이 통과되었다.

    일단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다.

    빠른 변혁을 위해 우리끼리 의사를 결정하고 있지만, 마드세인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이 회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규모의 영토가 국왕직할령으로 편입되어 시장을 비롯해 많은 관리자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앞으로 국가 행정관의 규모를 키워 평민들도 조금 더 쉽게 중앙에 진출할 기회를 만들 것이다.

    두 개 제도는 정례회의를 통해 귀족들에게 알렸고, 당연히 회의장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이 제도는 국왕과 공작들에 의해 이미 도입이 확정된 상태.

    더구나 북부의 귀족들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고 있기에 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마드세인에 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28. 관리

    “이야기 들었어? 브라이트란 애가 벌써 2클래스에 올랐다며?”

    “진짜?”

    “어쩌면 아르비스 마탑에 바로 입문하게 될지도 모른다더라. 교수들이 대마법사님들의 제자로 추천한데.”

    “난 아직 1클래스도 달성 못 했는데···. 걔는 몇 살이야?”

    “12살이라고 들은 것 같아. 고작 일주일 만에 1클래스를 달성했다고 하더라. 공용문자와 룬문자도 두 달 만에 습득했고.”

    “진짜 천재라는 게 있긴 있구나.”

    아르비스 공작령에 위치한 아르비스 마법 아카데미.

    전국 적성검사를 통과하여 아르비스 공작가로 배정된 7,000명의 학생 중 1,700여 명의 마법사 후보생이 열성적으로 교육을 받는 공간이다.

    조용히 그늘에 누워 도서관에서 대여한 마법서를 읽고 있던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의 대화에 실소를 흘렸다.

    검정색에 가까운 갈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

    어째 마법사보단 기사란 직업이 어울릴 것 같은 체구의 소년이 바로 방금 대화에서 천재라 불린 ‘브라이트’ 당사자였다.

    “아무것도 모르네.”

    이 아카데미에서 가장 빠르게 2클래스를 달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이 시작되고 6개월째에 접어든 지금 2클래스를 달성한 사람은 브라이트 외에 5명이 더 있었다.

    그리고 분명 수도 군사학교와 3대 공작가의 아카데미에도 그런 학생들이 몇 명은 더 있을 터.

    브라이트는 분명 남들보다 앞서고 있을지 모르지만, 스스로를 천재라 생각하지 않았다.

    “진정한 천재는 아르비스 공작 같은 사람이지.”

    브라이트는 대륙 3대 마법사 중 한 명이자, 이 풍족한 영지의 주인을 떠올렸다.

    그런 대단한 인물이 버티고 있는 도시에서 고작 2클래스로 천재란 소리를 들어도 곤란할 따름이다.

    “브라이트.”

    그렇게 모처럼 여유를 만끽하던 브라이트는 누군가의 부름에 시선을 돌렸다.

    “쥬리? 무슨 일이야?”

    브라이트의 옆 반으로 얼마 전에 2클래스를 달성한 13세의 소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부름이야.”

    아카데미의 교장이라면 왕실에서 파견된 행정 귀족이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마법사가 되었다곤 해도, 평민으로서의 기억 때문인지 학교 교장이라 할지라도 귀족을 상대하는 것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만?”

    “아니, 나도.”

    쥬리의 대답에 안도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카데미 본관으로 향했다.

    “새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엄청 크네.”

    본래부터 아카데미로 쓸 용도로 만든 건지는 몰라도, 넓은 부지에 화려하게 자리 잡은 거대한 건물은 사람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웅장함을 품고 있었다.

    “모두 아르비스 공작님의 은덕이지. 우리가 이런 시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된 것도, 마법사가 될 수 있던 것도.”

    적성교육을 통해 이곳에 입성한 학생은 모두 아르비스 공작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그건 브라이트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쥬리는 감사함과 존경이란 단어를 넘어 아르비스 공작을 숭배하는 부류의 인물이었다.

    아카데미에는 쥬리 같은 인물은 꽤나 많아서 소문에 의하면 아르비스 공작을 숭배하는 집회가 있다고도 한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지만, 가끔 아르비스 공작의 추종자들을 보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브라이트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교장실에 도착했다.

    교장실 앞에는 왕립 마탑 소속의 4클래스 마법사이자 기초과정의 교수가 학생 4명을 데리고 있었다.

    “브라이트! 쥬리! 빨리 와!”

    그의 호통에 두 사람은 얼른 먼저 도착한 학생들의 뒤로 줄을 섰다.

    “무슨 일이야?”

    보아하니, 앞서 도착한 4명의 학생들도 자신이나 쥬리와 같은 2클래스 달성자들이었다.

    브라이트의 물음에 먼저 도착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교장실에 끌려 들어갔다.

    “어?”

    교장실에 들어서니, 비굴한 표정의 교장과 그의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소년의 정체가 아르비스 공작임을 바로 알아챈 학생들은 얼른 무릎을 꿇었다.

    “공작 전하를 뵙습니다.”

    인사를 건네면서 브라이트는 슬쩍 쥬리를 바라보았다.

    항상 무뚝뚝한 그녀가 얼굴을 붉힌 채 아르비스 공작을 힐끔거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이었다.

    “반갑습니다. 시간에 여유가 없으니 바로 자리를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일어나시고, 선생님들은 물러나세요.”

    설명이 생략되어 있지만, 누가 감히 그의 명령을 거부하겠는가.

    학생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고 교장을 비롯한 아카데미 교수들은 도망치듯 교장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캐스팅 없이 ‘이동’이란 짧은 명령어에 푸른빛이 교장실의 내부를 뒤덮었다.

    눈을 뜨니, 주변 풍경이 처음 보는 강당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이게 텔레포트.”

    텔레포트를 처음 경험해본 브라이트와 2클래스 마법사들은 눈을 반짝였다.

    “모두 저쪽 자리에 앉으세요.”

    “네!”

    보아하니, 다른 아카데미에서도 이런 호출이 있었는지 다양한 교복의 학생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관리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