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74화 (7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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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힉!”

    그런데 그 유쾌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시녀들이 귀신을 본 표정을 짓는 것 아닌가?

    그게 한 번이면 이해하는데, 몇 번이고 같은 일이 반복되니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왜들 저래요?”

    수하들은 하나같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가장 거침 없는 성격의 스텔라가 말했다.

    “칼바도스 녀석들이 주군께서 무리한 수련을 거듭하다가 서클이 붕괴하여 죽었다는 소문을 퍼트렸습니다. 그게 마드세인 전체에 퍼졌고요.”

    “······.”

    미친놈들 아냐, 왜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죽여.

    하다 하다 별 쪼잔한 짓을 다 하네.

    지구였으면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할 수준 아닌가.

    서클 붕괴가 아니라 진정한 붕괴가 뭔지 보여줘야 하나?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가 나왔다.

    “루이스!”

    “오빵!”

    그때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는지 부모님과 여동생이 달려왔다.

    그런 가족들의 뒤를 따라 시녀들이 줄줄이 따라왔고, 대부분이 날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3개월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너무 쉽게 헛소문에 넘어간 것 아닌가 싶다.

    “괜찮니?”

    에리스는 매미처럼 내 다리에 찰싹 달라붙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살피며 안부를 물었다.

    “마법 수련 때문에 그런 거예요. 성과를 얻어서 키도 크고 몸 상태도 최상이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다행이다. 다행이야.”

    권력과 거대한 세력을 갖고 있지만, 부모님께 나는 그저 잘난 아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눈에 띄게 안도하는 두 분과 코알라처럼 달라붙은 에리스.

    내가 이렇게 앞만 보고 나아가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는 게 가족인데, 항상 걱정만 끼치는 것 같아서 미안할 따름이다.

    그때, 정원 한 곳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아, 이브릴.”

    그곳엔 거대 네임드 늑대 퍼피의 목줄을 쥐고 있는 이브릴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이브릴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에리스는 떨어질 생각이 없는 건지, 다리에 찰싹 붙은 탓에 쩔뚝거리며 이동했다.

    기이한 걸음걸이 때문인지 이브릴이 움찔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정작 데려온 사람은 난데, 신경을 못 써줬네.”

    슥슥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퍼피가 끙끙거리며 내게 고개를 내밀었다.

    “넌 완전히 개가 다 됐구나.”

    그동안 얼마나 호사를 누렸는지, 퍼피의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불편한 거 없었어?”

    내 물음에 이브릴은 고개를 내저었다.

    “다들 잘 대해 주셔서.”

    이브릴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다행이네, 어깨 펴고 자신감을 가져. 너의 후견인이 바로 나잖아. 아무도 너를 가볍게 여길 수 없을···.”

    그녀의 어깨를 짚으며 잘난척하던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닫고 말끝을 흐렸다.

    “이브릴?”

    “네.”

    내 부름에 수줍게 답을 하는 열 살의 소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인 나는 옆에 있던 어머니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말하네요?”

    그도 그럴 것이 이브릴은 부모가 전염병으로 죽고 나서 실어증에 걸려 말을 못했다.

    목소리를 들어본 적 없는 나로선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어머니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연지 얼마 안 됐어. 이제 2주 정도 된 것 같다. 그동안 눈치만 보다가 안정을 찾았는지 한 달 전부터는 산책도 하더라고. 지금은 보는 것처럼 이브릴이 퍼피를 담당하고 있어. 녀석도 이브릴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나는 대견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브릴에게 물었다.

    “괜히 귀찮은 일을 할 필요는 없는데.”

    “별로 힘들지 않아요. 즐겁기도 하고···.”

    “퍼피가 마음에 드니?”

    퍼피의 주인은 나다.

    내 물음에 뜻을 오해했는지, 이브릴은 퍼피의 목줄을 내밀며 답했다.

    “네, 친구예요.”

    키가 10cm나 자라면서 우리의 눈높이의 차이가 꽤나 벌어졌다.

    슬쩍 무릎을 굽힌 나는 기분 좋게 말했다.

    “그럼 퍼피는 너에게 주마. 어차피 녀석에게도 얼굴 몇 번 본 적 없는 주인보다, 친구인 너와 함께 하는 게 낫겠지.”

    생각지도 못한 말일까?

    이브릴이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선물이라 생각하렴.”

    “가, 감사합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표정.

    가족 한 명 없는 이 성에서 퍼피의 존재는 어느새 이브릴의 위안이 되었던 모양이다.

    괴물 늑대와 소녀라니.

    언밸런스하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조합이다.

    나는 아공간에서 오리하르콘 팔찌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팔찌에 의지를 담았다.

    “마력수집, 사용자 맞춤, 도난 방지, 테이밍, 테이밍 몬스터 자동소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팔찌에 마법진이 새겨지고, 원하는 마법이 입력된다.

    “오오!”

    그 모습에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영문을 몰라 눈만 껌뻑이는 이브릴의 손목에 5가지 마법이 인챈트된 팔찌를 걸어 주었다.

    팔찌는 이브릴의 손목에 딱 맞게 줄어들었다.

    “잘 보살펴 주렴.”

    “네.”

    나는 부모님과 이브릴, 수하들과 함께 영주성 본성으로 향했다.

    “나도 이브릴 언니 친구야!”

    “그래, 그래.”

    그런데 에리스가 좀처럼 떨어지질 않아서 계속 불편하게 걸어야 했다.

    *

    왕성 바이탈 캐슬에 도착하니, 미리 연락을 받은 아인트 공작과 제노아드 공작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걱정하지 않았나. 정말 다행이야.”

    “새삼 자네의 존재가 마드세인에 크다는 것을 느꼈어.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네.”

    그에 면목 없다며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폐하는요?”

    “아마, 왕실 대전에 계실 것 같네.”

    나는 실비아를 만나기 위해 함께 걸음을 옮겼다.

    왕성을 오가던 몇몇 귀족이나, 시종들이 나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르비스 공작님!”

    얼마나 걸었을까?

    실비아가 멀리서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왕이 달리다니, 체통 없는 모습이지만 걱정을 끼친 내 탓이었으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두 공작과 함께 무릎을 굽히고 그녀를 맞이했다.

    “폐하를 뵙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가 말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행이란 말을 한다.

    별생각 없이 섭취한 영약으로 많은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고 말았다.

    더불어 그간 마음을 졸였는지, 눈물을 보인 실비아의 행동에 나를 비롯한 두 공작이 당황했다.

    “일단 자리를 옮기시죠.”

    나는 급히 가까운 접견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를 다독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체통 없이···.”

    “아닙니다.”

    눈물을 멈춘 그녀는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붉혔다.

    나는 쓰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실비아가 안정을 찾자 나는 닫아놓았던 접견실의 문을 열어 시녀들에게 차를 내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그간의 사정을 간략히 설명했다.

    어차피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인지라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내가 더 강해졌으니, 마드세인 왕국의 힘 또한 크게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제노아드 공작은 질렸다며 고개를 내저었고, 아인트 공작과 실비아는 눈을 반짝였다.

    부하들이 철저하게 내가 있는 장소를 통제했기 때문에, 그들은 완전히 나에 대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칼바도스 애들 왜 그러는 거예요?”

    “자네의 행적을 찾을 수가 없으니. 상황을 보기 위해 찔러본 거겠지. 그런데 반응이 없어서 소문을 키운 거고.”

    소문으로 퍼트리긴 했지만 아마 그것이 칼바도스의 바람일 것이다.

    “이김에 칼바도스에 단단히 경고를 해야겠어요.”

    내 이야기에 실비아는 의문을 표했다.

    “경고라뇨?”

    “불필요한 짓을 하면 자기들도 데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쓸데없는 짓을 안 하죠.”

    ***

    칼바도스 제국 정보부 부장실.

    “그게 무슨 말이야? 완공 직전의 국경 성이 증발하다니?”

    정보부 부장은 남부 정보팀 팀장의 보고에 황당하단 반응을 보였다.

    정보팀 팀장은 이미지 수정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아직 사태파악 중이지만, 헬파이어급의 공격이 떨어졌다고밖에···.”

    수정구 안에는 녹음이 우거진 어느 숲속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그려져 있었다.

    국경 성의 터가 흔적도 없이 증발한 것을 보면 팀장이 왜 헬파이어를 거론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보부 부장은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원인은?”

    “아직 파악 중입니다.”

    미드랜드에서 헬파이어를 날릴 수 있는 사람은 단 셋뿐이다.

    가장 유력한 사람이라면 역시 적대적 세력의 아르비스 공작을 꼽을 수 있다.

    더구나 위치가 마드세인 방면인지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일단 원인부터 파악해. 이대로는 폐하께 보고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라는 아르비스 공작은 3개월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아르비스 공작의 행적을 찾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그저 수련 중이라는 이야기만 돌길래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칼바도스에선 반응을 보기 위해 사망설까지 퍼뜨렸다.

    그럼에도 마드세인에선 그 소문에 대해 동요할 뿐 별다른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에 칼바도스에선 아르비스 공작에게 어떠한 변고가 생겼다고 판단했었다.

    “알겠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마드세인의 짓이라고 속단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자신들은 엘프들에게 공격을 받은 전력이 있지 않은가.

    남부 방면 정보 팀장은 자세한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부장실 나서려 했다.

    “부장님!”

    그런데 그의 퇴실을 막아서듯 한 정보원이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

    “뭔데?”

    “마, 마드세인 왕국 정보부에서 통신이.”

    “응?”

    이 타이밍에 마드세인 왕국 정보부에서 통신이라니.

    그러나 이어진 그의 보고에 부장과 팀장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통보, 아르비스 공작이 북부지역 몬스터 토벌 활동에 나선 중 캐스팅 실수로 칼바도스 제국을 향해 헬파이어를 사용하였다. 본국은 실수에 대해 변명 없이 사실을 밝히며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하고자 한다.”

    정보원이 말을 멈추자 부장실은 일순 침묵에 물들었다.

    하지만 그의 보고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통보, 칼바도스 제국에서 아르비스 공작의 사망설을 퍼트린 근거를 포착하였다. 본국은 칼바도스 제국의 불필요한 유언비어 배포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바이다.”

    “빌어먹을 자식이!”

    그의 보고가 끝난 순간 정보부 부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악에 받쳐 소리를 내질렀다.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한 아르비스 공작의 복귀.

    더불어 완공 직전의 국경성의 타격해 놓고 스스로의 행동임을 밝히는 것은 명백하게 칼바도스 제국을 향한 위협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명분이 되지만, 지금 당장 칼바도스에선 마드세인 왕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었다.

    당장 녀석들의 꿍꿍이를 알 수 없는데, 어찌 공격한단 말인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칼바도스 제국의 입장에선 상상할 수 없는 굴욕이었다.

    겨우 마드세인 따위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는 날이 올 거라고 어찌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하아!”

    그리고 무엇보다 정보부 부장이 걱정스러운 것은.

    “폐하께 보고를 하셔야···.”

    이 불쾌한 소식을 자신이 직접 황제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정보부 부장은 연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

    27. 정리

    아르비스 공작의 복귀 소식은 순식간에 마드세인 왕국 전역에 퍼졌다.

    워낙 화려하게 등장 이벤트를 벌인지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칼바도스 제국의 국경성을 헬파이어로 날려버리다니, 자칫 전쟁의 명분이 될 수도 있는 미친 짓이었다.

    개중엔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귀족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아르비스 공작의 재등장을 껄끄러워했다.

    그뿐 아니라 왕실에서 일괄적으로 보내온 전문에 귀족계는 발칵 뒤집히고 마는데···.

    [마드세인 왕국 소속의 마스터 7명과 대마법사 4명의 백작위 봉작식과 승작식이 진행될 예정이니, 빠짐없이 참석해 주시기 바란다.]

    말이 마드세인 왕국 소속이지 그들이 아르비스 공작의 수하들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 아르비스 공작가의 전력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뭐 하나 확실하게 밝혀진 내용이 없고 귀족들은 시시비비를 따지기 바빴다.

    그런데 왕실에서 그들의 존재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나선 것이다.

    기존에 있던 제논 경과 아르비스 공작을 더하면 초인의 수만 무려 열셋.

    여기에 제노아드 공작과 카르디아 공작 또한 그를 두둔하기 바쁘니, 아르비스 공작의 세력에 속해 있는 초인이 무려 열다섯에 달했다.

    더구나 봉작에 관한 이야기를 귀족회의에서 아예 꺼내지도 않고 여왕과 공작들이 정해 통보했다는 점에 귀족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건 입지가 적어진 정도가 아니다.

    그들이 중앙의 권력에서 멀어졌다는 뜻과 같으니.

    하지만 마드세인이 아르비스 공작의 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도 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국왕 위의 공작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아르비스 공작의 세력은 이 작은 나라에 있기에 너무도 거대했으며, 굳이 비교 상대를 찾으면 제국의 황제들을 가져다 붙여야 할 판이다.

    “이대론 안 되오!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자리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소.”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아르비스 공작에게 대항이라도 할 생각이세요? 저는 그게 자살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군요.”

    아르비스 공작의 등장 전까지만 해도 권력의 중심에 있던 북부의 귀족들이 한데 모여, 심각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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