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70화 (7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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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주 지방의 레만 숲.

회색늑대 출몰지에서 아이로스 천년초가 발견된다.

여신에게 선택을 받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용병의 인생 역전기.

해당 일화가 워낙 유명한 데다가 나도 관심이 많았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물론, 레만 숲의 회색늑대 출몰지가 꽤나 방대하지만, 유적을 찾겠다고 웬만한 국가보다 거대한 인테라 호수까지 샅샅이 뒤진 나다.

그 정도의 정보만 있어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잠깐, 여행이나 가죠.”

나는 영지를 지킬 마스터 한 명을 제외한 초인 모두를 모아놓고 이야기했다.

대마법사들은 지금 케일론과의 연구로 한창 바빴지만, 폴시스 공작에게 양해를 구하며 그들을 빼왔다.

보통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면, 엄청난 것을 찾아냈기에 그들은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기사들은 성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외유를 좋아하는지라 많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엔 얼마나 걸릴까요?”

아이로스 천년초는 가이아 교단의 발표 일주일 만에 찾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

“6일 이내에 일정을 마쳐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이번 탐사 구역은 트라칸 산맥(드래곤 레어)이나 인테라 호수(정박장)보단 훨씬 좁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고문서에서 찾아낸 아이로스 천년초의 그림을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가 찾을 것은 아이로스 천년초입니다.”

“허!”

“그, 그것의 위치를 파악하셨습니까?”

경악하는 마법사들과 달리 기사들은 대부분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아이로스 천년초는 유리처럼 투명한 꽃이 맺혀 있으며, 이파리는 산삼과 비슷하죠. 피어난 장소는 바위가 될 수도 있고 모래 위 또는 나무 위일 수도 있으니 주변을 잘 둘러봐야 할 겁니다.”

황금사과나 아이로스 천년초 수준의 영약이라면 엄청난 마력이 잠들어 있지만, 일반적인 탐색으로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은 육안으로 찾아내야 하는데, 이번엔 장소도 제법 한정적이고 동체 시력 또한 초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인지라 문제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탐색지인 레만 숲엔 중소형 몬스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 오크나 고블린에게 당할 분은 없겠죠?”

내 너스레에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가도록 하죠.”

***

로엘 제국 테르주 후작령.

“이봐 꼬마 마법사. 몬스터 보고 괜히 겁에 질려서 방해하면 안 된다.”

레만 숲에서 회색 늑대와 오크를 사냥하는 용병 파티의 대장인 쿠르츠는 고생 한번 안 해본 것처럼 생긴 소년을 바라보며 히죽 웃음을 흘렸다.

그에 소년은 혀를 차며 눈을 가늘게 떴다.

“괜한 걱정이시네요. 등급은 제가 더 높거든요?”

“잘나셨네, 용병계에선 등급이 전부가 아니야, 그걸 믿고 으스대가 골로 가는 수가 있어.”

“두고 보시면 알겠죠. 분명 저한테 엄청 고마워하실 겁니다.”

“좋아, 기대해 보지.”

용병파티는 제법 구색을 잘 갖추고 있었는데, 궁수 한 명과 큰 방패로 무장한 디펜더 한 명, 롱소드와 창으로 무장한 근접 어태커 두 명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쿠루츠의 용병파티는 특출나진 않아도 누구 하나 모나지 않고 좋은 팀웍을 발휘했다.

덕분에 인원 대부분이 B급(마나유저)과 C급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테르주 지방에선 나름 이름이 알려진 파티였다.

그런 쿠루츠의 파티에 용병길드 길드장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손이 남는 3클래스의 정규 마법사(A급 용병)가 있는데, 파티에 들일 생각 없냐고 말이다.

당연히 그들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마법사가 귀한 용병계에서 정규 마법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대형 파티뿐이었으니 말이다.

마법사는 3클래스부터가 진정한 마법사라 할 수 있다.

공격마법의 위력도 2클래스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무엇보다 스트랭스와 헤이스트 등의 버프를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런 인물을 소개해준다고 하니, 길드에 없던 충성심까지 생기는 쿠르츠였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마법사를 본 순간 그는 표정을 굳혀야 했는데, 이제 겨우 13~1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녀석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쿠르츠는 이거 파티원이 아니라 상관을 모시게 생겼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 주변 위험한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일반인이 많죠?”

“응? 아아. 가이아 교단에서 공개한 천년초 개화에 대한 정보 때문에 그렇지.”

“아이로스 천년초요?”

“그래 그거. 그 천년초 개화 일자가 3일 전부터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들 금광 찾는 기분으로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거야.”

“대륙 전체에 겨우 한 송이만 핀다는데, 쓸데없는 짓 아닐까요.”

“그야 그렇지만, 일종의 이벤트 같은 거지. 평소 평민들이 할 일이 뭐가 있겠어.”

3클래스의 마법사라면 기사와 동급인 존재.

아무리 그 소년이 어려도, 같은 파티의 용병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가볍게 말을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이렇게 어린 나이에 3클래스에 올랐단 소리는 미래에 더 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10대 초중반에 3클래스면 천재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는 존재였으니.

“그런데 우리 꼬마 마법사님께선 어떻게 용병이 될 생각을 하셨나?”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그리 고가품이라 볼 수 없지만, 은연중에 풍기는 분위기가 평민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귀족가의 자제일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마법에 입문하는 것은 평민으로선 기연을 얻지 않는 이상 힘든 일이니.

용병의 은근한 물음에 소년은 미간을 좁히며 답했다.

“갖고 싶은 게 있어서요.”

갖고 싶은 거는 부모님에게 말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용병의 표정에 소년은 태연히 말했다.

“저 평범한 농가 출신입니다. 부모님이 뭔가를 해주실 수 있는 입장이 아니거든요.”

“농가 출신이라고?”

끄덕.

“그리고 저는 꼬마 마법사가 아니라, 루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하핫! 그래, 그래. 미안하구만.”

상대가 평민이란 것을 알게 되니 왠지 더욱 친밀하게 느껴지는 쿠르츠였다.

틱틱 대는 것은 있지만, 자신들이 하자면 하자는 대로 따르니, 어느새 루이는 쿠르츠 파티에 융화되었다.

“오크다.”

그런 그들의 앞에 돌도끼를 든 오크 세 마리와 궁수 한 마리로 이뤄진 무리가 나타났다.

“어디 실력 좀 볼까?”

쿠르츠는 재빨리 몸을 숨기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루이를 바라보았다.

“궁수 먼저 처리할게요.”

그러나 루이는 그의 기대와 달리 그리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부탁한다.”

손끝으로 펼쳐지는 마법진.

“아이시클 랜스.”

더불어 간결한 캐스팅과 함께 마법진에서 생성된 얼음의 창이 발사되었다.

하나의 빛줄기처럼 고속으로 날아간 얼음의 창은 앞에 있던 두 오크의 어깨를 스치고는 오크 궁수의 머리를 관통했다.

“캐스팅이 굉장히 빠른데?”

마법사에게 캐스팅은 약점과도 같은데, 그 캐스팅 속도가 굉장히 간결하고 빨랐다.

아무리 클래스가 낮은 마법이라 해도 장황하게 캐스팅을 하는 마법사들을 몇 번이고 봐온지라, 쿠르츠는 루이가 대단한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이죠.”

겸손인지, 거만인지 모를 태도.

쿠르츠는 그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고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오크들을 상대했다.

남은 오크 세 마리는 채 3분을 넘기지 않아 정리했다.

디펜더와 어태커 두 명의 호흡이 상당했다.

더구나 위험 자체를 방지하는 용병 궁수의 화살은 정확하게 오크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루이가 마법으로 한 마리를 추가로 순살하고 어태커에게 헤이스트와 스트랭스를 사용하니, 전투가 더욱 수월해졌다.

“이래서 다들 마법사를 못 데려가서 안달인 거구나.”

쿠르츠 파티 중 용병 경험이 가장 적은 궁수의 말에 다른 동료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트롤도 노려볼 만하겠는데?”

쿠르츠의 말에 동료들은 눈을 반짝였다.

그들이 주로 사냥하는 오크와 회색늑대의 가죽도 돈벌이가 괜찮지만, 역시 고급 몬스터에 비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동료들의 행동에 루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괜한 모험은 사양입니다. 그냥 여러분이 원래 하시던 대로 안전하게 사냥을 하죠.”

이렇게 오크를 쉽게 잡다 보면 어린 용병들은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경우가 많지만, 루이는 똑똑한 마법사라 그런지 무리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쿠르츠는 그런 루이를 더욱 마음에 든다는 식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맞는 말이야. 하긴 트롤 한두 마리 잡으려고 시간 소모하는 것보다 이렇게 오크들을 많이 잡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

리더인 그의 결정이 곧 파티의 방향.

다른 용병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의견을 반박하지 않았다.

“우리의 목숨은 남이 챙겨 주는 게 아니니까.”

용병은 수입은 괜찮지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직업이다.

그의 말대로 최대한 몸을 사려야 용병 짓도 오래 해먹을 수 있으니.

그렇게 쿠르츠 파티는 마법사의 합류로 전투력이 대폭 증가했지만, 괜한 모험하지 않고 오크와 회색 늑대들을 사냥했다.

하지만 페이스가 꽤나 올라가면서 그들이 사냥한 오크와 회색 늑대의 수는 평상시의 두 배에 달했다.

“이 녀석이 복덩이고만!”

몬스터 사체를 정리하고 번 돈을 분배한 쿠르츠가 기분 좋게 웃으면서 루이에게 매달렸다.

처음 만났을 때와 완전히 다른 반응.

쿠르츠의 모습에 루이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루이의 태도에 파티원들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웃어 보였다.

성격이 쌀쌀맞긴 해도 실력 좋고 무언가를 하자면 군말 없이 따르니,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

“아오, 지치네. 이렇게 오래 걷는 게 얼마 만인지.”

루이라는 이름의 마법사로 위장한 나는 여관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주군.”

그런 내 옆으로 몸을 숨기고 있던 제논이 나타났다.

그는 평소와 달리 드래곤 스케일 아머에 미스릴 소드만을 허리춤에 걸치고 있었다.

“찾았어요?”

내 물음에 제논은 고개를 내저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

구역이 한정되어있는 만큼 솔직히 아이로스 천년초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레만 숲의 회색 늑대 출몰지를 싹 둘러 보았음에도, 천년초는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 일째가 돼서야 이 일이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신분을 위조해 전생에 아이로스 천년초를 찾아낸 용병에게 달라붙었다.

그런데 이 방법도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그냥 몰래 따라만 다닐 걸, 괜히 나의 개입으로 미래가 바뀌는 거 아닐까?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너무 급하게 군것 같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회색 늑대 출몰지를 알아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내 행동이 의아할 법도 하지만, 제논은 군말 없이 지시에 따랐다.

그가 다시 모습을 감추자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다음 날.

쿠르츠 파티와 함께 다니면서 그동안 내가 편의에 찌들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풀 속에 숨는 것은 기본이고, 바닥을 기며 물웅덩이 위에 엎드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식으로 신중하게 사냥을 이어가니 신체를 재구성한 나라도 지치는 것이 당연했다.

마치 전쟁터를 뒹굴던 전생의 느낌이 물씬 나는 상황.

아이로스 천년초를 얻기 위해선 무엇을 못 하겠냐만, 이러다가 괜히 용병체험만 하다 끝나는 것 아닌가 싶다.

잠자코 쿠르츠의 지시에 따르던 나는 그들의 상황이 전생과 달라졌다고 판단하여 행동을 달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혹시 잘 알려지지 않은 사냥터 없을까요?”

우리가 아직도 천년초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일반적인 장소에 없다는 소리.

나는 혹시 그가 어떤 비밀 장소를 알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건 갑자기 왜?”

회색늑대의 사냥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던 쿠르츠는 내 물음에 의문을 표했다.

“그냥요. 용병 생활을 오래 하셨으니 비밀 사냥터 한두 개 정돈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내 물음에 그는 음 소리를 내며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군데가 있긴 하지.”

“저, 정말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그곳이 내가 찾는 그곳이 아닐까?

“어딘데요?”

“왜 갑자기 모험심이 도지셨어?”

내 속셈도 모르고 그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쿠르츠.

나는 어서 알려달라며 그를 재촉했다.

“하긴 루이도 있겠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겠어.”

“그럼 가보죠!”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좋아. 우리 파티 에이스의 부탁이니.”

“오오!”

기대감을 가득 안고 쿠르츠 일행을 따라나서길 30분여.

나는 미간을 좁혔다.

어째서인지 쿠르츠가 점점 숲을 벗어나는 것 아니겠는가.

“숲 밖으로 나가는 거예요?”

분명 전생에 레만 숲에서 천년초를 구했다고 들었는데···.

“기다려봐.”

내 의문에 그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폭이 좁은 폭포가 흐르는 작은 계곡이었다.

“이곳은 오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곳이어서 마을 사람들이 찾질 않고, 등장하는 오크의 숫자가 적어 용병들에게도 버려진 장소지.”

녹음으로 우거진 숲속으로 흐르는 작은 계곡.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방울과 비산하는 햇빛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그런데 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자 들린 것이 아닌지라 조용히 쿠르츠의 뒤를 따랐다.

“자, 던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그가 가리킨 곳에 인위적으로 뚫린 작은 동굴이 보였다.

“어?”

낡은 나무로 입구를 지지하고 있는 그곳은 다름 아닌 폐광산이었다.

“주로 회색 늑대랑 코볼트들이 출몰하고. 깊이 들어가면 라이칸스로프도 나와.”

이런 곳에 던전화된 폐광산이 있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제법 그럴듯한 장소가 아닌가.

아이로스 천년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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