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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66화 (6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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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던 대답을 들은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폴시스 공작의 손을 잡았다.

    이걸로 마드세인은 예상보다 빠르게 기간트를 양산할 능력을 손에 넣었다.

    아직 동체의 개발이 완료되진 않았지만, 동체 개발은 마나하트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니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일단 최대한 빨리 기간트를 양산하고 그것을 훈련용으로 이용해 많은 오너를 만들어낼 생각이다.

    “추가 연구는 마나하트 개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고민해 보도록 하죠.”

    “좋습니다.”

    “정식적인 조약 체결은 언제가 좋을까요? 설마 귀국의 폐하께서 거절하진 않으시겠죠?”

    내 물음에 에클로 공작은 걱정할 것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마드세인과 관련된 전권은 폴시스 공작이 갖고 있습니다. 당장 조약을 맺어도 상관없죠.”

    그녀도 이 동맹에 딱히 이견은 없는 듯 보였다.

    “그거 다행이군요. 마침 마드세인 왕국도 제가 전권 대사인데, 바로 조약을 맺을까요?”

    내 물음에 폴시스 공작은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과연 우연일 런지요?”

    물론 우연이 아니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서류를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철두철미하시네요.”

    “그만큼 케일론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내 너스레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사인을 주고받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드세인 왕국과 케일론 왕국간의 동맹 조약 및 공동연구 협의서가 즉석에서 완성되었다.

    조약엔 군사 동맹에 관한 이야기가 기본인데, 요청 시 전시 상황이 아니라면 무조건 병력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기본 지원병력은 대규모 군부대 파견이 아닌 나와 폴시스 공작이었으며 추가로 대마법사 4명, 마스터 4명까지 요청에 따라 지원한다.

    또한 기간트 운용부대를 신설할 때 빠른 파견을 위한 대기부대를 구성하고, 해당 부대는 양국이 비슷한 수준의 전력을 유지키로 약속했다.

    동맹 조약의 유효기간은 20년으로 하며, 이후 10년 주기로 갱신하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연구 협약은 기밀로 하고 동맹조약은 공표할 생각이다.

    이로써 양 국가 전쟁억지력이 몇 단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주제 파악 못 하고 케일론을 노리는 주변 국가나, 마드세인을 노리는 칼바도스 입장에서 8클래스 대마법사가 포함된 초인 부대의 파견 조항은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케일론의 기간트 보유현황을 알게 된다면 칼바도스 입장에선 우리들이 기간트 연구 내용을 공유하는 것은 아닐지 전전긍긍할 터.

    단순한 왕국 간의 동맹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파급효과는 꽤나 컸다.

    “이것은 제가 두 분과 케일론 국왕 폐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나는 한결 친밀해진 태도로 작은 목함을 세 개를 건넸다.

    “어?”

    투박해 보이는 케이스를 열어 본 그들은 헛바람을 삼켰다.

    “이거 설마 오리하르콘입니까?”

    “네, 맞습니다.”

    내가 건네준 것은 오리하르콘 팔찌로 감히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연구 기술에서 일부 손해를 감수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표시라 생각해 주시지요.”

    “그렇다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같은 디자인이 두 분의 것이고 나머지 하나가 국왕폐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철두철미하게 두 사람에겐 커플 팔찌로 준비한 나다.

    덕분에 나를 바라보는 폴시스 공작과 에클로 공작의 눈빛엔 호감이 깃들어 있었다.

    ***

    칼바도스 제국의 황제는 마드세인과 케일론 왕국의 동맹 소식에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냐며 황당하단 반응을 보였다.

    “현재 케일론 왕국 서부에서 전염병이 돌고 있는데, 아르비스 공작이 해독제로 사용되는 청혈초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르비스 공작은 총 100여톤에 달하는 말린 청혈초를 무상 제공했다는군요. 그 과정에서 폴시스 공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서 결국 동맹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아르비스 공작은 미래라도 내다본단 말인가?

    칼바도스 제국의 황제는 헛웃음을 흘리며 황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황실 대전 한쪽의 발코니로 다가가며 물었다.

    “동맹에서 군사옵션이 8클래스 마법사가 포함된 초인 9명의 즉시 투입이라 하였나.”

    “그렇습니다.”

    “곤란하군. 그래서야 마드세인에 쳐들어갈 수가 없지 않은가.”

    “동맹이란 어디까지나 서류상의 이야기로, 막상 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정보부 부장이란 자가 희망적 관측을 내리자 황제는 혀를 찼다.

    “안 도와줄 이유도 없지. 자신들이 돕는다면 이길 수 있는 전투에서 말이야.”

    그리고 황제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짚었다.

    “또한 두 국가 모두 기간트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건···.”

    마드세인은 확인된 것이 없어 추측에 불과하지만, 정황상 기간트를 개발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어느 수준까지 연구가 진행되었는진 알 수 없지만, 만약 두 국가가 마도 병기 개발까지 협력한다면 칼바도스의 대륙 일통이란 목표는 고이 접어 희망사항으로만 간직해야 할 것이다.

    정적이 될만한 친인척까지 모조리 배척하여 황권을 강화한 것은 그가 피에 미친 군주여서가 아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정을 버린다는 각오의 표현이었다.

    이미 뒤를 돌아보지 않기로 한 이상, 그는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을 뿐이다.

    “쯧, 아르비스 공작이 등장하고 모든 게 틀어지고 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제거해야 했는데, 앗 하는 사이 건들 수 없이 커져 버린 아르비스 공작의 존재는 황제 입장에서 손끝에 박힌 가시와 같았다.

    “선택을 강요하게 만드는군.”

    “선택이라 하시면?”

    황제가 한심하단 눈빛으로 정보부장을 쏘아보자 그는 얼른 고개를 조아렸다.

    “기존의 계획이 먹히지 않게 되었으니 다른 수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칼바도스에서 마드세인을 공격함과 동시에 위스워드에서 이타루스를 공격하는 것.

    이것이 본래 짜여진 계획이었다.

    애초에 마법사의 존재를 악으로 여기는 성왕국과 위스워드 제국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사이.

    그 관계를 이용해 위스워드의 도움을 끌어낼 수 있었다.

    마드세인과 케일론의 동맹으로 모든 게 쓸데없는 짓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방법도 동맹뿐이다.”

    칼바도스와 동등한 위치에서 동맹을 맺을 수 있는 상대는 위스워드 밖에 없다.

    두 제국이 손을 잡게 된다면 의심할 여지 없는 미드랜드의 최대세력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기간트 개발능력까지 비약적인 상승을 이뤄낼 수 있으니, 여러모로 득이 크다.

    “앞으로 대륙의 정세가 변할 테니, 위스워드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우리의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비록 기간트 기술의 공유와 대륙일통 최대의 라이벌을 손수 키워야 한다는 점이 내키지 않지만, 지금으로썬 선택 사항이 따로 없었다.

    위스워드와 마지막에 싸우더라도 일단은 힘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 사항이니.

    ***

    케일론 왕국의 서부 영지의 작은 농가.

    한 소녀가 마을 공터에서 더 이상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어머니의 손을 잡은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소녀의 눈과 귀, 코와 입에선 꾸역꾸역 피가 흘러나와 온 세상이 붉게 보였다.

    스스로의 생명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힘겹게 호흡을 이어가던 그때.

    하늘에서 반짝이는 가루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심한데?”

    그리고 지옥이 되어버린 땅으로 허공을 날던 소년이 내려왔다.

    “조금만 버티렴.”

    자신을 향한 응원과 함께 그의 손 위로 작은 물방울이 떠올랐다.

    “앱소브.”

    짧은 명령어와 함께 물방울이 흩어지며 소녀의 몸에 흡수가 되고, 이내 전신을 좀먹던 고통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리커버리.”

    이어서 붉게 물든 시야가 서서히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고, 소녀는 자신을 감싸는 따뜻한 빛을 느꼈다.

    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마법이구나.

    소녀는 그 소년이 마법사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다. 움직일 수 있겠어?”

    농민에겐 거리가 먼 색상인 순백의 깨끗한 로브를 걸친 소년이 손을 내밀며 물었다.

    자신보다 2~3살 정도 많을까?

    하지만 눈빛이나 표정은 어쩐지 어린아이 같지 않았다.

    “주군!”

    “아르비스 공작전하!”

    그때 일반 평민에겐 공포의 존재인 기사들이 달려오자, 소녀는 자동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작은 농가의 소녀를 구한 루이스는 시선을 자극하는 광장의 피를 증발시켰다.

    “생존자는요?”

    “그 아이 외엔 없는 것 같습니다.”

    루이스는 이제 겨우 10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를 동정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경우 어떻게 처리합니까?”

    “국가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가게 될 겁니다. 케일론 왕국은 국가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를 케일론 왕국의 기사에게 인도했다.

    하지만 소녀는 기사가 무서운지 아니면 자신을 구해준 루이스에게서 떨어지기 싫은지, 새하얀 로브 자락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이런 무례한···.”

    케일론 왕국의 기사가 당황하며 그런 소녀를 곱지 않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는데, 루이스가 제지하고 나섰다.

    “괜찮습니다.”

    “네?”

    “음···.”

    그러면서 무언가를 고민하듯 소녀와 죽은 소녀의 부모를 바라보다가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기사에게 물었다.

    “이 아이 제가 데려가도 될까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소녀는 해당 지역 영주의 재산이나 다름없다.

    일개 기사가 인심 쓰듯 ‘그러세요.’라고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시지요.”

    그런데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오고 모두가 시선을 위로 옮기니, 폴시스 공작이 에클로 공작과 함께 나타나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척!

    “충성!”

    케일론 왕국의 기사들이 군기 가득한 모습으로 경례를 올렸다.

    폴시스 공작은 힐끔 루이스의 등 뒤에 숨은 소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정이 많으시군요.”

    “정이라기보다 동정과 변덕 때문이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행동은 원래 제 스타일이 아닌데···.”

    “이 마을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전염병을 잡았습니다.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의 가득한 폴시스 공작의 눈빛에 나는 겸손하게 손을 내저었다.

    “대마법사들이 텔레포트로 움직이는 편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전염병을 잡는 방법이니까요.”

    루이스는 폴시스 공작이 제공한 수정구를 꺼내 안을 살폈다.

    그곳엔 케일론 왕국의 지도가 담겨 있었고, 붉은색으로 물들었던 지도의 서쪽이 본래의 파란색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허공에서 케일론 왕국의 대마법사들과 아르비스 공작가의 대마법사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전염병이 작위적이란 느낌이 드는 건 저뿐인가요?”

    10명이 넘는 대마법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보기 힘든 진풍경.

    더구나 그 중 8클래스의 마법사가 둘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미간을 좁히며 조심스레 자기 생각을 밝히는 루이스의 말에 몇몇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진원지가 확실치 않고 초반부터 광범위하게 확산했습니다. 마치 리모트랜드에서 전염성 병균이 뿌려진 것처럼요.”

    폴시스 공작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내용인지라 작게 한숨을 내쉬며 수긍했다.

    “이런 짓을 할만한 녀석들이 리모트 랜드에 있긴 하죠.”

    루이스는 일전에 폴시스 공작이 말한 리모트랜드의 국가들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호시탐탐 미드랜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다크엘프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

    하지만 확신은 있어도 증거는 없는 상황.

    더구나 다크 엘프의 세력이 워낙 강성한지라 복수도 쉽지 않았다.

    케일론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꽤나 옹졸한 짓을 하는군요. 녀석들도 케일론 왕국이 부담스럽긴 한 모양입니다. 이런 더러운 수를 쓰는 거 보면.”

    “다른 방법을 취해 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려 섞인 그의 말에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이 직접 움직인다면 함정을 팔 수 있을 텐데···.”

    “한번 열심히 머리를 굴려봐야겠네요.”

    전염병을 잡았으니,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고 할 수 있다.

    해당 전염병은 한번 해독이 되면 내성이 생겨 같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또한 만약을 위해 각 영지의 관청과 촌장 집에 해독제를 비치했으며, 실시간으로 전염병을 탐색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만들었다.

    그러니 재발한다고 해도 위험성은 대폭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르비스 공작님.”

    루이스는 어쩔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도 자신의 뒤에 숨어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자연히 폴시스 공작의 시선도 소녀에게 향했다.

    “그 아이 마법 적성을 갖고 있군요. 이김에 제자로 키워보시는 거 어떻겠습니까?”

    “제자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일단 소녀를 자신이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아직 처우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했다.

    루이스는 소녀가 빤히 내려 보고 있는 부모의 시신을 수습하며 물었다.

    “이름이 뭐야?”

    하지만 소녀는 입만 벙긋거릴 뿐 말을 못했다.

    루이스는 소녀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8클래스의 리저렉션을 사용했으나, 끝내 그 증상은 회복되지 않았다.

    선천성인지 아니면 정식적 충격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루이스는 길게 묻지 않고 소녀의 손을 잡았다.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머지않았다는 뜻인데.”

    함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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