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65화 (6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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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테르시 아르비스 마탑.

[마탑 가입문의 1, 2번 창구]

[의뢰 문의 3, 4번 창구]

[임무 문의 5, 6번 창구]

[마도서 구입 7, 8번 창구]

[전용 아티팩트 제작 9, 10번 창구]

[상품 구입 11~15번 창구]

[상품 판매 16~20번 창구]

[아티팩트 및 스크롤 문의는 안내 점원에게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마탑에 가입하고 싶어서요.”

“네, 이곳에 인적사항을 기재해주시겠어요? 서류 작성이 끝나면 간단한 테스트와 면접을 진행할 담당자님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아직 마탑이 세워지고 한 달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아르비스 마탑은 사람들의 왕래로 시끌벅적했다.

상점과 업무 창구가 더해진 1층은 마법사뿐만 아니라 많은 용병들로 붐볐는데, 값비싼 마법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상품도 몇 브론즈면 살 수 있는 물건부터 수천 골드를 호가하는 물품까지 아주 다양했다.

“좋네.”

나는 1층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며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상품을 구경하던 용병이 뒷걸음질을 치다가 콘스탄틴에게 막히고, 험악한 표정으로 돌린 용병은 새하얗게 질렸다.

“아, 아르비스 공작전하를 뵙···.”

“아아, 괜찮아요. 즐기다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는 쿨하게 기사들과 마법사, 행정관을 이끌고, 마탑 요소요소를 둘러 보았다.

사람들은 부담스러운 듯 자리를 피했지만, 나는 고객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이용 부탁한다면서 즉석 10%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덕분에 조용해졌던 주변이 다시금 활기를 띠었다.

대기 인원이 없어 가만히 앉아 있던 1번 창구의 여직원에 다가가 물었다.

“오늘은 몇 명이나 가입을 신청하던가요?”

내 물음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그녀는 긴장한 말투로 답했다.

“오늘은 약 70여명이 가입을 신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창구가 두 개인지라 대략적인 통계였다.

가입을 원하는 인원이 많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나쁘지 않은 숫자다.

나는 창구직원들에게 미소와 함께 수고하란 말을 남기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최상층인 탑주실에 도착하니, 한쪽 벽면이 유리로 되어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화려한 공간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나는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마탑 관리 행정관에게 물었다.

“인원 배치는 끝났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각 부서 책임자들을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마탑은 일종의 길드와 같다.

마법사들에게 연구와 수련을 위한 시설, 지원자금을 제공하는 대신 마탑을 위해 마법 아이템 제작 및 공동연구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마탑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성과가 중요하지만, 성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구성인원이라 볼 수 있다.

마탑주의 경지가 어느 정도이냐, 대마법사가 몇 명이나 소속되어 있나.

그런 부분에서 우리 마탑보다 낫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말한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덕분에 마드세인의 마법사는 기본이고 타국의 마법사들까지 아르비스 마탑을 찾았다.

그로 인해 마탑은 순식간에 덩치를 키웠다.

“탑주님 모두 모였습니다.”

“모두 바쁜데 모여주어서 고맙습니다.”

내 앞에 11명의 6클래스 마법사가 집결했는데, 트레이닝 캡슐을 섭취한 인원들은 제외되어 있었다.

그들은 유적에서 한창 연구에 몰입하고 있어, 기밀 연구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별다른 직책을 주진 않았다.

이들 중 5명은 마드세인 왕국 출신으로 작위를 가진 사람도 있었으며, 나머지 6명은 타국 출신의 간부였다.

“이번 기회에 기밀 연구팀의 인원을 확충하려 합니다. 기밀 연구팀엔 현재 저를 비롯해 7클래스의 대마법사, 7클래스를 목전에 둔 마법사들만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내 선언에 그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며 관심을 보였다.

“5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만 참여 가능하며, 기밀유지를 위해 마나의 언약 및 여러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각오가 된 사람만 따로 명단을 뽑아 관리자에게 건네주시기 바랍니다.”

“인원 제한은 없습니까?”

알카즈 왕국 출신의 마법사가 내게 물었다.

“네, 인원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모든 인원이 기밀 연구팀에 묶이게 되면 마탑 관리가 힘들어지니, 로테이션으로 마탑 관리 업무를 보게 될 겁니다.”

“프로젝트가 어느 분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번엔 마드세인 왕립마탑에서 아르비스 마탑으로 이전한 마법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기본은 마도 병기와 관련 기술입니다. 기밀이라 그 이상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만 분명한 사실은 능력 향상에 꽤나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이죠. 아마 위스워드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기술일 겁니다.”

탑주라면 그냥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지시를 내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 제안에 마법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법사라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으니.

“3일 내로 명단을 만들어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우렁찬 대답.

그런데 겉모습만 봐선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상석에 앉아 건방을 떨고 있는 녀석은 이제 겨우 중딩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고, 군기 가득한 인물 대부분이 30~50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분께 드릴 선물이 두 가지 있습니다.”

선물이란 말에 그들은 의문을 표했다.

나는 아공간에서 굵직한 백금 팔찌를 꺼내 책상에 늘여 놓았다.

“하나씩 가져가세요.”

갑작스런 귀금속 선물에 그들은 나이에 안 맞게 어리숙한 모습을 보였으나, 내 지시에 따라 팔찌를 가져갔다.

그리고 팔찌를 살피며 그것이 아티팩트임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분해하려 해도 소용없어요. 분해 시도에 대한 대비장치가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그들은 대체 무슨 팔찌길래 이러냐며 호기심을 표했다.

“자체 제작한 아공간 팔찌입니다.”

“헙!”

“그거면 기밀 연구팀의 기술력을 깨닫기 충분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이는 오랜 세월 잊혀졌던 기술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뜻한다.

덕분에 그들의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추가로 백금 메달이 달린 견장을 꺼냈다.

견장은 한쪽 어깨만 걸치는 숏망토처럼 하얀천으로 되어있었는데, 금색실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일종의 계급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탑주인 저는 오리하르콘을 형상화한 투명메달을, 부탑주와 장로는 미스릴 메달, 각 부서의 책임자는 백금 메달, 중간 관리자는 금, 선임자는 은이며 입문자는 황동입니다.”

나는 손수 그들에게 견장을 달아 주었다.

“메달의 크기가 꽤 크지만 웨이트 마법이 걸려 있어서 무게감은 거의 없을 겁니다. 천에 그려진 마법진은 1회용 텔레포트 스크롤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망설이지 말고 사용하세요.”

견장을 걸치니, 각양각색의 로브에 통일감이 생겼다.

일단 마탑에선 클린 마법이 걸린 아이보리색 로브를 기본 제공했으나, 이들처럼 고위 마법사의 로브엔 더 좋은 옵션이 붙어있는지라 복장 통일을 강요하지 않았다.

당연히 공식 석상에선 마탑의 로브를 착용해야겠지만 말이다.

내가 항상 착용하는 로브를 본 따 만든 견장은 어느 색상에나 잘 어울렸다.

“우리 함께 아르비스 마탑을 대륙 최고의 마탑으로 키워보죠.”

그들은 하나같이 별것 아닌 행사에 감격했다.

*

청혈초의 제공으로 케일론 왕국을 위협하던 전염병은 기세를 잃으며, 서서히 진화되어 갔다.

그 사이 나는 전염병 진화에 힘을 보태며 케일론 왕국의 두 공작과 친분을 쌓았다.

케일론 왕국의 수도 카르스의 백금성.

폴시스 공작, 에클로 공작과 마주 앉은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한시름 놔도 되겠군요.”

당연하지만 이런 내 모습은 그들을 아군으로 회유하기 위한 연극에 지나지 않다.

그건 상대 또한 느끼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멀리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게 모두 아르비스 공작가에서 제공한 해독 물약 레시피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들의 감사인사에 나는 겸손하게 손을 내저었다.

“어찌 제 덕이라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케일론 왕국의 일 처리가 깔끔한 덕분이지요. 새삼 케일론이 얼마나 잘 짜인 국가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케일론 왕국의 국력은 미드랜드 네 번째 국가다.

하지만 케일론 왕국은 알면 알수록 칼바도스 못지않게 숨겨둔 힘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로엘 제국보다 강하면 강했지, 결코 아래는 아닐 것이다.

현재 대외적으로 알려진 케일론 왕국의 초인은 10명.

마스터 5명에 대마법사 5명이다.

대마법사 중 가장 높은 경지에 있는 인물은 폴시스 공작.

마스터 중 가장 높은 실력을 자랑하는 인물은 크리산트 공작이라 알려져 있으나, 에클로 공작을 본 순간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에클로 공작은 8클래스 급의 상급의 마스터다.

맞붙으면 지진 않겠지만, 쉽게 이기긴 힘들어 보인다.

굳이 따지면 샤를로트보다 조금 낮은 경지라 할 수 있겠다.

초급 마스터나 7클래스의 대마법사론 상대가 되지 않는 초인.

마스터의 경지가 마법사처럼 명확한 단계로 나눠진 게 아니라 확실한 구분은 쉽지 않지만, 분명 그들도 경지의 높낮이가 존재한다.

당연히 마스터라고 다 같은 마스터가 아닌 것이다.

대외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은 에클로 공작의 강력함.

더불어 5:5라는 어쩐지 작위적으로 보이는 초인의 밸런스가 더욱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케일론은 그렇게 막강한 힘과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 힘을 주변 국가에 투사하지 않는 것일까?

분명 케일론 왕국도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 국가를 점령하며 영역을 확장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침략을 받으면 그대로 갚아줘도 불필요한 침략은 하지 않고 있다.

주변 국가들이 다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견 국가지만 군사력 부분에서 케일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더구나 출력 10Mmp의 기간트를 양산하여 방어용으로만 쓰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큰 힘을 갖고 있음에도 칼바도스와 상당히 다른 행보.

덕분에 그들이 더 마음에 들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런 나의 의문에 폴시스 공작은 꽤나 긴 시간 동안 에클로 공작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답을 했다.

“미드랜드의 국가보다도 리모트 랜드를 위협적이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족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는 하이랜드와 달리 리모트 랜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과 같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리모트 랜드에 4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계신가요?”

이어진 폴시스 공작의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나는 의문을 표했다.

리모트 랜드는 드래곤의 땅으로 유명한 곳.

그런 곳에 국가가 존재한다고?

“리모트 랜드에 국가라뇨?”

“물론 인간의 국가는 아닙니다. 지능이 높은 몬스터들이 부족을 넘어 하나의 로드 아래 국가를 형성하고 있죠.”

“허···.”

지구에서 즐기던 소설과 게임에선 몬스터의 국가가 흔히 등장하지만, 이곳에선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이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미드랜드도 인간 세력이 워낙 강성하여 몬스터가 국가를 이룰 수 있을 정도의 땅을 허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꺼려지는 리모트 랜드에 몬스터들이 국가를 형성했다?

누가 감히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문명 수준은 원시적이지만, 전투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녀석들은 수가 엄청나게 많거든요.”

“군사력은 어느 정도인데요?”

“적어도 케일론 동부에 위치한 왕국들보다 위협적입니다.”

그렇다면 케일론의 행동도 이해가 된다.

그만한 국력을 갖고도 어째서 힘을 표출하지 않는 건지 말이다.

그들에게 최전방은 리모트랜드 방향이고 동쪽 미드랜드의 인간 국가는 후방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호시탐탐 리모트 랜드를 벗어나려는 다크엘프들의 존재지요. 다크엘프 국가는 미드랜드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수많은 초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케일론의 힘만으론 상대하기 힘든 세력이죠.”

케일론 왕국이 리모트 랜드의 방파제 역할을 해준 덕분에 미드랜드가 평화로운 것이란 뜻이기도 했다.

“차라리 다른 국가에 도움을 청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애석하게도 케일론 주변 국가의 성향을 보면 나중의 위기보다 당장의 이득을 취하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이빨이 들어가나 넣어보려 하겠죠.”

하긴 나도 마나의 언약으로 주변 사람들을 규제할 만큼 인간을 믿지 않으니.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모로 저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 대답에 조용히 차를 들이키던 에클로 공작이 붉은 눈동자로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두 분도 이제 아시겠지만, 저희 마드세인 최정예 병력의 능력치는 어느 제국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그들은 만날 때마다 바뀌는 내 호위 마스터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불어 이미 내 전력은 소문이 날 만큼 난 상황이다.

“국경을 맞대지 않은 먼 국가와의 동맹은 괜찮지 않겠습니까?”

“······.”

“저는 마도 병기 개발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비록 여러분보다 한발 뒤에 서 있긴 하지만, 기초기술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죠.”

현재 우리가 개발한 마나하트의 최대 출력은 8.2Mmp.

반면 케일론 왕국은 그보다 5할은 더 높은 12Mmp다.

공동연구를 한다면 당장 우리가 이득이지만, 미래를 보고 기술발전을 목표로 인원을 투입한다면 그들도 손해라 볼 수 없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국가 동맹 및 마나하트 공동연구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미 간은 충분히 봤다.

나는 분명 호의를 보였고, 그들은 떠밀리다시피 내 호의를 받아들였다.

이제 관계를 확실히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단도직입적으로 동맹 및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저는 칼바도스를 쓰러뜨릴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금 가진 힘만으로 칼바도스를 어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생각한 게 마도 공학기술의 발전입니다. 목적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 추구하는 것은 같지 않습니까?”

내 제안을 몰랐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이미 그동안 충분히 그런 뉘앙스를 풍겼으니.

그들이 당장의 득실보다 얼마만큼 미래지향적이냐에 따라 결과가 나뉠 거라 생각한다.

“이미 어느 정도 정보를 공유했으니···.”

나는 운을 떼는 폴시스 공작의 뒷말을 기다렸다.

“좋습니다. 추진해 보죠.”

케일론 왕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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