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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60화 (6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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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트에 아공간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면, 텔레포트를 이용한 기습 공격이 가능해 지고, 전쟁 시 보급품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

    물론, 아공간이란 게 여기저기 간단히 설치할 수 있다면 마도시대의 모든 물건에 아공간 기능이 있을 터.

    어느 정도 제약은 있겠지만, 그래도 아공간 기술을 손에 넣은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큰 이득이었다.

    “주군, 이 마나하트를 이용하면 안타레스와 샤벨타이거도 살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한번 해보죠.”

    더불어 부품창고에서 안타레스 급의 마나하트 2개를 얻었고, 연구 교보재로 쓸 기간트와 전투기의 부품들을 다수 손에 넣었다.

    “인조 미스릴은 고이 모아놨다가 자체 제작한 기간트에 코팅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죠.”

    “좋은 생각입니다!”

    또한 자재창고에서 인조 미스릴과 화이트 메탈을 비롯해 많은 양의 마도시대 금속을 얻었다.

    마도시대 합성금속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긴 해야 하는데, 기간트 개발이 우선이라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금속 연구는 조금 더 인원에 여유가 생겨야 진행할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개인 생활 공간에서 마도시대의 재화와 생필품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의외로 여기서 부하들이 욕심을 부렸다.

    스텔라는 치장용 악세서리를 잔뜩 챙겼는데, 물어보니 메어리와 나눠 가질 거라고 한다.

    “악세서리라면 드레곤 레어에서 얻은 것도 많은데, 편한 데로 가져가세요.”

    “그건 보석으로 도배 된 것들이라서 취향이 맞지 않더라고요. 이 정도가 일상에서 사용하기 좋죠.”

    몇몇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부하들이 바라는 물건이 있으면 원하는 대로 챙기게 했다.

    어차피 전략 물품은 모두 내 차지니 그 정돈 베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티팩트도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바로 분배했다.

    “마도 시대에서 쇼핑한 느낌이군요.”

    다들 한 보따리씩 챙기며 만족해했다.

    그리고 남성들은 어째서인지 다들 간부용 침구류를 갖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나 웃겼다.

    *

    “뭐라 실패?”

    엘븐 킹덤의 엘프 퀸은 표정 변화 없이 기술청장의 보고에 의문을 표했다.

    그에 기술청장은 면목 없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누군가에게 선수를 빼앗겼습니다.”

    “누군가라니?”

    “확신할 수 없지만,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기가 막힌 타이밍인지라 내부에 음모 세력이 있거나, 외부로 정보를 팔아넘기는 간자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술청장의 말에 엘븐킹덤의 장로들이 술렁거리고, 무표정하던 여왕의 미간이 좁혀졌다.

    “진실의 눈을 뭐라 생각하는 것이냐.”

    “하지만 여왕님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문제가 될만한 것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왕은 책상을 톡톡 두들기며 고민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생각을 정리했는지, 장로들을 스윽 둘러 봤다.

    “그래서 기술청장이 생각하는 후보는?”

    “인간 국가 네 곳과 저희와 뜻이 다른 하이랜드의 타 종족입니다.”

    “······.”

    너무도 포괄적인 대답.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하는 추리였으니.

    “말하라.”

    “먼저 하이랜드에선 수인족과 거인족을 뽑을 수 있습니다.”

    엘프와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종족을 뽑으라면 무조건 드워프지만, 현재 드워프들은 엘프와 이해가 일치한 상태였다.

    하플링은 전통적으로 엘프와 입장을 같이하는 종족이며, 수인족과 거인족이 드래곤의 존재를 두려워하며 엘프들의 행동을 극구 반대했다.

    그러나 하이랜드에서 가장 강성한 세력이 엘프이며 그다음이 드워프다.

    두 세력이 한목소리를 내니, 서서히 인구가 100명 남짓밖에 남지 않은 거인족과 전투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명 수준이 낮은 수인족은 엘프들을 막을 수 없었다.

    “확실히 그들이라면 그럴 가능성도 없잖아 있지.”

    “그리고 인간의 세력은 위스워드 제국과 칼바도스 제국, 케일론 왕국, 마드세인 왕국입니다.”

    여왕은 머릿속으로 인간들의 세력 구도를 떠올리며 의아해했다.

    “로엘 제국이 아닌 마드세인 왕국이라 하였나?”

    “네, 맞습니다. 로엘 제국은 분명 강한 국가지만 정박장의 방어를 뚫을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로엘 제국엔 특출난 한 명이 없기 때문이죠.”

    “마드세인에는 특출난 한 명이 있다는 건가?”

    “정확하게 확인은 못했지만, 마드세인은 8클래스 마법사와 7클래스 마법사 2명, 마스터 8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전력인지라 인간들 사이에서 말이 많더군요.”

    “사실이라면 굉장히 수상한 놈들이군.”

    “그렇습니다. 굉장히 수상하죠.”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마드세인에서 찾은 병기고에 이미 주인이 있었다고 했지. 어쩌면 녀석들이 그것으로 힘을 키웠을 수도 있겠군.”

    “그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만약 트레이닝 캡슐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트레이닝 캡슐이라···.”

    엘븐킹덤에서 찾아낸 유적과 유물의 수가 꽤 되건만 트레이닝 캡슐은 단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트레이닝 캡슐은 조상들의 문헌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엘프들에겐 반쯤 전설처럼 치부되는 물건이었다.

    “그럼 마드세인이 범인에 가장 근접한 건가?”

    여왕의 물음에 기술청장은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가장 의심이 되는 국가는 마드세인이 아닌, 케일론 왕국입니다.”

    지금까지 실컷 마드세인의 수상함을 이야기해 놓고 엉뚱한 상대를 지목하자 여왕은 설명을 요구했다.

    “케일론 왕국에서 기간트를 실전 배치를 하고 있답니다.”

    “뭐라!?”

    기술청장의 충격적인 보고에 회의장이 크게 술렁였다.

    케일론 왕국은 하필 엘프들이 가장 꺼리는 리모트 랜드를 끼고 있는 국가.

    리모트 랜드는 드래곤의 안식처라 불리는 땅이며 하이랜드의 종족에겐 가장 무서운 금지였다.

    “현재 군사적인 측면에서 케일론의 마도 기술력은 하이랜드에 비견된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 원동력이 되는 것은 유적이겠죠.”

    ***

    22. 마약

    미드랜드의 전반적인 문명 수준은 지구의 19세기 후반 정도.

    그러나 꾸준히 발전한 기술과 달리, 미드랜드의 인간 사회는 낡은 정치체계와 행정체계를 갖고 있다.

    발달한 문명의 혜택은 상류층의 전유물로써 하층민들은 중세시대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으며, 평생을 빈곤과 싸우며 죽어간다.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지는 미드랜드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리고 그 풍경은 부와 권력의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자네, 사거리에 새로 생긴 고기튀김 집에 가보았는가? 세상에 튀김이라는 걸 처음 먹었는데, 어찌나 고소하고 맛나던지.”

    “그럼, 가봤지. 안 그래도 어제 마누라와 아들 녀석을 데리고 갔지. 외식이란 걸 처음 해봐서 그런지 마누라가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

    하지만 요즘, 이러한 인간 사회의 부조리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곳이 생겼다.

    미드랜드 북부의 약소국인 마드세인 왕국.

    아르비스 공작령을 중심으로 한 영지 개발붐은 평민들에게 재산을 형성시켜주었고 그로 인해 생활 방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예쁜 옷을 사 입고, 집을 넓히거나 꾸민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살기 위해 돈을 쓰는 이전과 달리 즐거움을 위한 소비패턴이 만들어진 것이다.

    “진짜, 어진 영주 한 명으로 인해 삶이 이렇게 바뀌는구먼.”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공짜로 부려져도 불평할 수 없는데.”

    각종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부들에게 아르비스 공작은 국왕보다도 군주다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아르비스 공작은 돈을 쓰고 있을 뿐, 평민들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며 반박하지만, 영지민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내고 부리는 영주는 거의 없었다.

    간단한 논리기에 누구도 아르비스 공작이 가져온 변화를 깎아내릴 수 없었다.

    “앞으로도 쭉 이러면 좋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이런 현상이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었다.

    돈을 벌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며 소비심리가 커진 것에 비해, 평민이 즐길 거리가 극도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문화활동이란 단어는 평민의 삶과 거리가 먼 상류층의 전유물.

    덕분에 돈을 손에 쥐었음에도 먹고 입는 것 빼곤 쓸 데가 없었다.

    이에 돈 냄새를 맡은 상인들이 기회를 노리고 평민들의 소비를 부추기는 사업을 벌였다.

    대표적인 것이 도박과 매춘을 비롯한 유흥업.

    그것들은 원래부터 존재했지만, 용병이나 상인처럼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평민들 사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돈이 돌기 시작하자, 해당 사업들이 빠르게 덩치를 키워나갔다.

    그리고 도박과 매춘처럼 은밀하고 빠르게 파고드는 것이 있었으니.

    “아, 참. 자네 그 이야기 들었는가?”

    “뭘?”

    “행복초라는 게 요즘 유행하고 있다고 하지 않나.”

    “행복초?”

    “그게 그렇게 좋다는군.”

    바로 마약의 존재였다.

    ***

    드디어 영주성과 마탑이 완공되었다.

    그래서 슬슬 새로운 영주성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아르비스 영지에서 가장 큰 공사였던 만큼 가신들 사이에 퍼레이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겨우 이사하는데 무슨 퍼레이드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새로운 영주성에 대한 영지민들의 애정이 대단하다는 지적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덕분에 이사 당일인 오늘, 영지는 난리가 났다.

    “영주님!”

    “아르비스 공작전하, 만세!”

    마력 자동차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는 나를 향해 영지민들이 환호를 보냈다.

    덕분에 이타루스의 광신도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내 영지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런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앞자리의 루시엘라가 물었다.

    “인기 많네?”

    “저로 인해 영지민들의 삶이 많이 나아졌으니까요.”

    꽃가루가 흩날리고 내가 탄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영지민들의 얼굴엔 미소로 가득했다.

    “응?”

    루시엘라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웬일로 먼저 말을 걸어놓고 묵묵히 자신의 오리하르콘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가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나는 잠자코 상황을 지켜봤다.

    “이젠 알잖아. 강압으로 내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걸. 너도 내게 결혼해 달라는 말을 안 하는 거 보니, 포기한 것 같은데.”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설득한다고 해서 넘어올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어느 순간부터 쓸데없는 재촉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만 결정하는 게 어때? 죽일지. 아니면 풀어 줄지.”

    그녀에게 많은 것을 주었지만, 역시 과정이 비정상적이다 보니, 우리의 거리가 좁혀지는 일은 없었다.

    나는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어떻게 죽이겠습니까?”

    그녀는 조용히 내 말을 기다렸다.

    나도 그간 루시엘라의 처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것.

    “풀어드릴 겁니다. 다만 지금이 아닐 뿐이죠.”

    풀어 준다는 말에 루시엘라의 표정이 환해졌다가 지금은 아니라는 뒷말에 입맛을 다셨다.

    “그럼 언제?”

    “엘프들을 상대로도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요. 10년은 넘기지 않도록 할게요.”

    “음···.”

    “어차피 엘프입장에서 10년은 인간의 2년 정도잖아요. 그냥 감옥 왔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그녀의 편의를 많이 봐주고 있고, 그녀도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알 거라 생각한다.

    결국 루시엘라는 한결 풀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약속이야.”

    “네.”

    “마나의 언약 부탁할게.”

    나는 혀를 차며 순순히 루시엘라를 십 년 이내에 풀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거면 됐냐며 불편한 감정이 가득 담긴 내 눈빛에 루시엘라는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쿵!

    그때였다.

    차량이 무언가에 부딪혀 크게 흔들리며 급정지한 것이.

    “죄, 죄송합니다. 취객이 끼어들어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사람을 쳐놓고 그냥 가다뇨. 됐어요. 잠시 기다리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귀족 중엔 자신의 행차를 방해한 영지민을 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정도로 야박한 인물이 아니다.

    나는 마도 차량에서 내렸고, 웬일로 루시엘라도 따라 내렸다.

    “영주님!”

    “와아! 영주님!”

    기사들이 달려와 주변에 인간 바리케이트를 만들고, 나는 사람이 치였음에도 환호하기 바쁜 영지민들에게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제논의 손에 질질 끌려오는 남성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머리 다친 건가요?”

    제논은 그것까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으나, 아무리 봐도 눈앞의 남성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기분 나쁜 웃음과 침을 질질 흘리고, 눈은 중심을 못 잡고 쉴새 없이 흔들렸다.

    얼른 그를 눕히고는 상태를 살폈다.

    “히힛! 영주님! 우리 영주님!”

    그러면서 그는 계속 나를 찾았는데, 기분 좋아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건?”

    루시엘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데요?”

    “카코스 환각초네.”

    “환각초?”

    “강력한 중독성을 띈 풀이지. 소량만 사용하면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대량으로 사용하면 이렇게 돼. 그래서 우리 종족에겐 채취가 금지된 독초야.”

    뭐야 그거.

    완전 마약 아니야?

    마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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