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59화 (59/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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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하십니다! 이런 일을 예상하고 계셨던 겁니까?”

    예상했다기보다, 이걸 이용하면 에고(EGO)병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리 조치를 했던 것 뿐이다.

    나는 이 정도는 당연하단 모습으로 새 단말기를 연결했고, 곧 상황실의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운영 프로그램 가동···.]

    [가동 완료.]

    [환경 동기화 실시···.]

    [동기화 완료.]

    [시스템 검색, 시스템의 제어권 확보···.]

    [시스템 제어권 확보.]

    [관리자 확인···.]

    [안녕하십니까, 루이스님. 정박장 AX15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좋아.

    내 인생에서 환생이란 옵션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 살던 기억은 이때를 위함이 아닐까 싶다.

    컴퓨터에 대한 인식은 마도시대의 유물을 활용함에 있어서 굉장히 유용했다.

    내가 평범하게 이 세상에서만 살던 사람이면 이런 발상은 할 수 없었을 테니까.

    간단하지만 원래 인지하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활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오, 역시 주군.”

    마법사들이 감탄을 하고, 기사들은 뭔진 몰라도 좋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새롭게 AX15가 된 복제 V1에게 물었다.

    “정박장도 텔레포트가 가능한가?”

    엘프들의 침입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

    내 물음에 V1 원하던 답변을 주었다.

    [가능합니다. 텔레포트 최대 이동 거리는 24시간 동안 100km입니다.]

    그럼 길게 생각할 것 없지.

    나는 씩 웃으며 지시를 내렸다.

    “텔레포트 실시.”

    [텔레포트를 실시합니다. 좌표를 입력해 주세요.]

    나는 마드세인 방향으로 좌표를 잡았다.

    인테라 호수가 워낙 커서 100km씩 마드세인을 향해 이동하면 이십여 일 동안은 호수 밑바닥에 머물러야 한다.

    마드세인까지의 직선거리는 대략 6,500km로 정박장이 마드세인에 도착하려면 못해도 65일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였다.

    [해당 좌표는 출구확보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래.”

    그래서 들킬 일이 없도록 최대한 땅속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아마 엘프들도 유물의 텔레포트를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땅속 아주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것은 찾기 힘들 거라 생각한다.

    만약 녀석들이 그 정도로 광범위한 탐색 장비를 갖고 있다면, 이미 미드랜드의 모든 유적이 엘프들의 손에 떨어졌을 테니.

    [이동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병기고 외부 지각온도가 152도로 측정됩니다. 냉각을 위한 마력소비율이 증가합니다.]

    아무래도 땅속 깊이 파고들어 그런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엘프들의 침입도 막았겠다. 전리품을 확인해 볼까요?”

    내 물음에 부하들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큰 관심을 보였다.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AX15, 격납고 항목 표시.”

    [격납고의 항목을 표시합니다.]

    참고로 나는 맛있는 게 있으면 가장 먼저 먹는 타입이다.

    바로 정박장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수확을 살펴보기로 한 나는 눈앞에 떠오른 팝업창을 살폈다.

    [격납고: 소형 지휘선 알데바란 (반파 / 수리요망), 공대공 전투기 타르밀(사용가능), 기간트 이카로스 (사용가능)]

    내 뒤로 마법사들이 옹기종기 달라붙었다.

    “설마 정박장이란 그럴싸한 이름을 갖고 이 3대가 끝은 아니겠지?”

    [현재, 알데바란 1기, 타르밀 1기, 이카로스 1기만이 격납고에 보관 중입니다.]

    “음···.”

    이것만 해도 대단한 이득이긴 한데, 전함이란 존재를 잔뜩 기대한 나로선 아쉬운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일단 그 세대 전부 꺼내봐.”

    내 명령에 상황실 아래 널따란 공간의 바닥이 열렸다.

    그리고 리프트를 통해 세 대의 크고 작은 마도 병기들이 등장했다.

    우리는 선착장이라 칭해진 곳으로 이동했다.

    “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알데바란이었다.

    [소형지휘선 알데바란]

    지휘관 전용선으로 기능이 공격보단 생존에 특화되어 있다.

    높은 회피력과 방어력을 자랑하며, 1,000km급 장거리 텔레포트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장갑: 화이트 메탈, 인조 미스릴

    속도: 1,300km/h

    무게: 2,500t

    크기: 42m(길이), 55m(날개폭), 4m(높이)

    격납고: 소형 전투기 2대 격납 가능

    승무원: 125명

    무장: 6단계 레이저 캐논 2문, 3단계 매직 스피어 8문

    방어 시스템: 6단계 이하 대마법 방어, 8클래스 샤이닝 쉴드(10분 사용)

    그 외 기능: 텔레포트(1일 2회), 내부 밸런스 시스템, 무게감소, 공간확장 기능

    -수리가 필요합니다. 우익파손, 와이드 서치 파손, 매직 스피어 2문 파손 등.

    한쪽 날개가 떨어져 나간 그것은 전함이라기보단 비행기나 다름이 없었다.

    생김새는 미군의 B-2폭격기를 조금 더 날카롭게 만들어 놓은 모습으로 굉장히 멋졌다.

    그리고 제원도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이 정도 파손이면 충분히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파손이 심한 부분은 날개고, 몸통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정도로 거대한 비행기가 시속 1,300km로 곡예비행을 하면 날개가 버틸까?

    뭐, 이런 생각 자체가 마도제국에 대한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절로 그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스펙이었다.

    그리고 슬쩍 둘러본 내부는 SF영화에서 자주 보던 우주선과 비슷했다.

    2층에 지휘관석으로 보이는 멋들어진 자리가 놓여 있고, 1층에 단말기와 좌석들이 줄지어 있었다.

    알데바란은 전체적으로 남자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었다.

    겉에서 보기엔 실내가 좁아 보였지만 안엔 개인실도 있고 샤워실에 화장실까지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우리는 알데바란에서 나와 타르밀이란 공대공 전투기를 살폈다.

    그것은 숏소드에 날개를 길게 붙여 놓은 생김새를 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날렵하게 생겼다.

    조종석은 두 개로, 한 명이 공격을 전담하고 다른 한 명이 기동을 전담하는 시스템이었다.

    방어는 오로지 회피로 이뤄지며, 재질은 화이트 메탈로 강철보단 단단하고 가볍지만 미스릴에 미치지 못하는 금속이었다.

    보통 유물의 내외장재로 흔히 볼 수 있는 금속이다.

    공격능력은 3클래스 매직스피어 2문과 스파이크 스피어 1문이다.

    스파이크 스피어는 인조미스릴이 코팅된 랜스를 발사하는 장비인데 설명만 들어선 레일건과 상당히 흡사해 보였다.

    과연 파괴력이 어느 수준일지 궁금하다.

    보아하니 드래곤을 향한 무기 같은데.

    “이것들이 추진형 비행 장치란 거군요?”

    마도 제국의 물건이 훨씬 더 공상과학스럽지만, 전투기의 형태며 뒤에 달린 추진체라든지 지구의 전투기와 느낌이 비슷했다.

    “이 비행체가 시속 2,500km로 난다고요? 그럼 대체 얼마나 빠른 겁니까?”

    “과연 마도제국이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군요. 이게 하늘을 날면 마법으로 맞출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마법사들의 이야기에 나는 웃음을 흘렸다.

    현 미드랜드에도 비공선이란 비행체가 존재하긴 하는데, 그것은 전투에 적합하지 않았다.

    과거 위스워드 제국에서 비공선을 전투에 활용한 예가 있으나, 그때 얻은 비공선의 별명이 마법사의 밥이었으니 말이다.

    비공선의 동체는 웨이트 마법과 나무를 활용하여 최대한 가볍게 만들고, 비행방식도 마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프로펠러 방식을 채택했다.

    그로 인해 비공선의 생김새는 배와 드론을 합쳐놓은 모습이 되었는데, 비싼 건조비를 잡아 먹는 것에 비해 마법사를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고공 감시용으론 써도 보통 일반 전투에서 군용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비공선은 군용이라기보단 사치품이란 개념이 강했다.

    마치 부자들이 요트를 사던 것처럼, 귀족들이 과시용으로 많이 구매했다.

    때문에 마법사들이 전투기를 보며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음···. 얘는 왜 이렇게 무장이 빈약해 보이지?”

    마지막으로 우린 이카로스라는 이름의 기간트를 살폈는데, 중장갑의 안타레스는 물론, 표준형의 기사와 같은 모습의 그랜달과 비교해도 장갑이 많이 빈약해 보였다.

    그런 이카로스를 살피던 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데, 등 뒤에 배낭 같은 장치가 달려있었다.

    [이카로스의 부스터 팩은 12시간 충전으로 2시간의 비행이 가능한 기습에 특화된 기체입니다.]

    “기간트가 하늘을 난다고?”

    만화도 아니고, 전투기가 존재하는데 굳이 하늘 나는 로봇이 필요할까?

    메커니즘적으로도 복잡한 기간트를 만드느니, 전투기를 여러 대 만드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나는 자연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일반 로봇과 달리 기간트는 기사가 탑승할 경우 오러를 쓸 수 있었지.

    그럼 무시할 수 없는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더구나 마스터가 이카로스에 탑승해 빠르게 하늘을 날면서 오러블레이드를 뿌리면 그야말로 악몽이라 할 수 있다.

    뒤늦게 이카로스의 활용성을 깨달은 나는 작게 감탄사를 토했다.

    역시 마도 제국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는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이카로스도 사용자 등록을 하여 아공간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총 3대의 비행형 마도 병기에 대한 탐사가 끝났다.

    하지만 아직 유적 전반에 대한 탐색이 남아 있으니, 끝이 아닌 시작이라 볼 수 있다.

    “AX15 혹시 이곳에 트레이닝 캡슐 없어?”

    [네, 재고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물었지만, 아쉽게도 트레이닝 캡슐을 추가로 얻진 못했다.

    “시설이 크니, 지금부턴 흩어져서 탐색하죠.”

    내 말에 부하들이 기다렸다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기사들은 보물찾기하는 심정으로 무기고로 달려가고, 마법사들은 무기보단 유적을 여기저기 살펴보며 새로운 기술과 지식에 큰 열망을 보였다.

    나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뒷짐을 지고 느긋느긋 기밀품 창고로 향했다.

    “이거 엘프들에게 미안해지는걸?”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나였다.

    ***

    하이랜드 엘븐 킹덤의 10장로 중 한 명이자 기술청의 청장인 8클래스 대마법사는 정박장과 이어진 통로를 걸으며 부하들에게 경고했다.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정박장의 방위능력은 나 혼자로는 감당하기 어려우니.”

    “네! 청장님!”

    그들은 천천히 한 발자국씩 전진했다.

    “이상하군, 원래 이 정도 거리면 공격이 시작되어야 정상인데.”

    그런데 기술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골이 싸한 느낌.

    그리고 통로가 끝나고 넓은 공터가 나왔을 때, 청장뿐만 아니라 다른 엘프들로 일이 틀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처, 청장님. 정박장이.”

    그의 부하인 7클래스 대마법사가 떠듬거리며 당황하자, 기술청장은 ‘쿵!’ 발을 굴리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누군가가 텔레포트로 시설을 이동시켰다! 당장 지원요청 해! 유적의 텔레포트 이동 거리는 한계가 100km 이내이니, 분명 인테라 호를 벗어나진 못했을 거다.”

    “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벌어지다니, 기술청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짚었다.

    “대체 누가 유적을 가져간 거지? 인간의 짓인가?”

    그때 미드랜드의 거점 역할을 하는 클라우 마을의 장로가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혹시, 중간에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 아닐까요?”

    “어떻게? 엘프 중에 배신자라도 있단 소리냐?”

    “그것까진 알 순 없지만,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지 않습니까?”

    “음···.”

    “시체 하나 없다는 뜻은 저희에 비견되는 전력을 갖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정확하게 위치까지 알아냈다는 건 그만큼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던가 탐색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청장은 고개를 끄덕이곤 혀를 찼다.

    만약 정보가 새어나갔다면 두 가지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내부에 배신자 세력이 있고 그들에 의해 정박장이 탈취당했거나, 그 정보를 외부에 알려 정박장의 탈취를 도운 정보원이 있다는 소리다.

    “확실히 이 타이밍은 우연으로 보긴 힘들군. 의심되는 인간 국가를 살피고, 내부적으로도 조사 및 단속을 실시해야겠어. 클라우 마을도 조사를 받게 될 것이네.”

    “응당 그래야지요.”

    바쁘게 움직이는 엘프들을 잠자코 바라보던 기술청장은 문뜩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마법 청장도 물먹은 적이 있다고 했지. 아니, 조금 다른가? 그땐 이미 주인이 있는 유적이라고 했으니.”

    ***

    가장 좋은 물건은 내가 갖고 그 외엔 나눈다.

    아무도 이 방식에 불만이 없었다.

    그만큼 이번에 얻은 물건이 병기고보다 월등히 많았다.

    -보조 마법 장비

    보조단말 2개 (5단계 상태표시, 7단계 아공간 기능)

    자동방어단말 1개 (5단계 오토 쉴드 기능, 7단계 강화 배리어 기능)

    아공간 링 2개 (7단계 아공간 기능)

    블링크 링 5개 (5단계 블링크 기능)

    압축 배리어 브레슬릿 8개 (5단계 압축 배리어 기능)

    플라잉 슈즈 12개 (4단계 플라잉 기능)

    안티 매직 로브 2개 (5단계 이하 마법 완전방어)

    -방어구

    합금 경갑옷 세트 11개 (비늘 갑옷, 인조 미스릴)

    합금 중갑옷 세트 15개 (판금 갑옷, 인조 미스릴)

    미스릴 중갑옷 세트 3개 (판금 갑옷, 미스릴)

    -공격 마법 장비

    파이어 애로우 링 41개 (2단계 파이어 애로우 기능)

    매직 스펠 브래슬릿 15개 (마법효율 99%, 마력소모 감소 35%)

    매직 스펠 링 3개 (마법효율 99%, 마력소모 감소 42%)

    -공격 무기

    합금 숏소드 21 (인조 미스릴)

    합금 롱소드 9 (인조 미스릴)

    합금 바스타드소드 2 (인조 미스릴)

    미스릴 롱소드 3 (미스릴)

    무기고에서 얻은 장비만 해도 위와 같다.

    역시 유적의 규모가 달라서인지, 장비의 숫자도 월등히 많았다.

    뿐만 아니라 기밀품 창고에서 우린 그토록 원하던 자료를 얻을 수 있었는데.

    [아공간 제작 기술서]

    현 미드랜드에 존재하지 않는 아공간 기술이 담긴 책이 발견된 것이다.

    마도 제국에선 7클래스급 기술로 치부되지만, 일반적인 마법과 달리 아공간은 제작이란 개념이 포함된 잊혀진 기술이다.

    하이랜드의 엘프들은 아공간 기술을 보유한 것 같지만, 적어도 인간들에겐 고대의 기술로 치부되고 있었다.

    아공간 기술을 온전히 우리의 것을 만들면 활용할 곳은 굉장히 많았다.

    마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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